<을씨년이 우리 반 반장입니다>는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청소년 단편 수상작 다섯 편을 모은 작품집니다. 각각 다른 색깔과 분위기의 이야기가 한 권에 담겨 있어 마치 다섯 개의 다른 문을 하나씩 열고 나아가는 느낌이었다. 청소년 독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지만 어른이 읽기에도 흥미로운 설정과 긴장감이 있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좋았던 건 청소년 소설 특유의 순수함과 솔직함을 담고 있었다는 점이다. 다섯 편의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모두 각자만의 낯선 세계를 마주하게 되고 그 속에서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천가연 작가의 <세 번째 눈을 뜰때>와 최혜영 작가의 <을씨년이 대관절 뽑히는 이야기>는 요즘 청소년들이 마주하는 다름과 차이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특히 <을씨년이 대관절 뽑히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요즘 아이들이 모르는 우리말이 많아졌다는 현실이 떠올랐다. 실제로 뉴스나 책에서 문해력이 낮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작품 속 인물들이 을씨년이나 대관절 같은 말을 두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니 참 웃기면서도 씁쓸했다. 하지만 청소년이라는 건 그만큼 습득력이 빠르다는 뜻이기도 하다. 처음 듣는 낯선 말도 금세 자기 것으로 만들어버릴 그 나이대 아이들을 보며 한편으로 부럽기도 했다. 다름을 바라보는 태도 역시 그렇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빨리 배우고 더 빠르게 스스로를 바꿀 수 있다. 어른이 되어버린 내가 보기에도 이 이야기들은 재미있고 어쩌면 잊고 있던 내 안의 아이가 조용히 깨어나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