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들어간 오픈채팅방 아니면 목적이 있어서 들어간 오픈채팅방이던 평범한 공간에서 시작되지만 펼쳐지는 이야기는 결코 평범하지 않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가 본 적 있을 법한 오픈채팅방에서 사람들은 익명이라는 가면 뒤에 숨은 채 관계를 시작한다. 욕망, 위로, 오해, 배신이 얽히는 대화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상처와 외로움을 가지고 있다. 소설이지만 오히려 너무 현실 같았다. 마치 현실처럼 처음에는 가벼운 대화로 시작되지만 언제든 감정이 격해지고 관계가 꼬여버릴 수 있다.
소설 속 오픈채팅방은 관계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감정의 피난처이자 파멸의 공간이 된다. 나 또한 SNS를 하면서 낯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본 적이 있다. 가끔은 위로가 됐지만 대부분은 말 한마디에 서운해지고 별것 아닌 반응에 며칠씩 마음이 쓰였던 경험이 떠올랐다.
<오톡방>은 세 명의 주인공인 수진, 현수, 은경의 오톡방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각자 외로움이나 상처를 갖고 관계를 시작한다. 익명의 공간이라고 해도 결국 만남을 가지면서 관계를 맺는데 책임에서 자유로울수는 없다. 소설에서는 그 사실을 끈질기게 보여준다. 읽는 내내 소설이 아니라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 이야기가 낯설지 않은 것은 '누가 이랬다더라'하는 소문들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기 때문이다. 관계를 통해 연결되지만 결국 관계로 상처 받는 것이다. 익명의 공간일수록 조금 더 천천히 관계를 맺어야 하지 않을까.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마음을 가진 사람인지 살피는 시간이 필요하다. 급하게 감정을 주고 받다보면 결국 상처만 남게 된다.
익명이라서 더 쉽게 말하고 더 쉽게 상처주는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 된다. 상대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 관계가 가벼운 것은 아니다. 만남을 가졌다고 해서 모두 줘야 하는 것은 아닌것이다. 이 소설 속에는 재혼, 이혼, 불륜 같은 민감하고 복잡한 관계들이 얽혀 있다. 익명이라는 탈을 쓴 채 시작된 이야기지만 결국 들여다보면 너무나 인간적인 이야기였다. 쉽지 않은 주제지만 그래서 더 오래 남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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