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는 왜 죽었을까? - 오심과 권력, 그리고 인간을 심판한 법의 역사
김웅 지음 / 지베르니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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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Book Review ::

소크라테스는 왜 죽었을까?

: 오심과 권력, 그리고 인간을 심판한 법의 역사

고대 재판, 의외로 온건했다

세상은 효율을 위해 망치를 만들었지만 형사사법제도는 간단한 효율로는 설명할수 없는 것이다. 망치가 빗나가면 수도꼭지가 깨지지만 형사사법이라는 망치는 사람의 운명을 깨뜨릴 수 있다. 그래서 형사사법은 인간의 본성, 본능, 감정까지 고려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한다. 인류는 이 효율성과 불확실성 사이에서 수천 년 동안 시행착오를 반복해왔다. 나는 고대의 법과 재판이 지금보다 훨씬 잔혹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상당히 온건하고 동정적인 모습이 많았다고 한다. 소크라테스의 재판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그가 처형당한 이유가 명백한 죄 때문이 아니라 아테네 시민들에게 미운털이 박혀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서 놀라웠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소크라테스가 신을 부정하지 않은 인물이었다는 점이다. 나는 그가 신을 부정해서 죽은 건 줄 알았는데 무신론자가 아니었다고 한다. 오히려 그 당시 지배층이 만들어놓은 기성질서와 맞지 않았던 사상가였을 뿐이다. 정치적 상황, 대중의 눈치, 체면을 위해 개인 한 명을 희생시키는 일은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대중은 정의롭지 않다

나를 가장 뜨끔하게 만든 부분은 바로 대중의 위험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람들은 정의를 위해 분노한다고 믿지만 때로 그 분노는 진실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에 불과할 떄가 많다. 저자는 역사 속 사례부터 현대 한국 사회의 사건들까지 인용하면서 이 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240번 버스 사건 이야기도 사례로 나오는데 서울시가 상황을 빨리 마무리하기 위해 진실보다는 한 명을 희생시키는 쪽을 선택했다는 대목에서 할 말을 잃었따. 책을 읽으면서 부끄러움과 동시에 두려움이 밀려왔다. 나도 언제든지 그 대중 속에 끼어 누군가를 손가락질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정의로운 분노'라는 착각 아래 누군가를 억울하게 몰아붙인 적은 없는지 스스로 돌아보게 되었다. 저자는 그래서 더욱 절차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대중은 쉽게 흥분하고 쉽게 실망한다. 그런 대중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형사사법제도라는 말에 공감이 갔다.

결국 사람을 지키는 것은 헌법이다

정의라는 것은 주관적이고 불완전하다. 사람마다 정의가 다르고 시대에 따라 정의가 변한다. 그래서 정의만으로 사람을 보호할 수는 없다. 오히려 헌법이라는 공통된 약속과 형사소송법이라는 합의된 절차만이 사람을 지켜준다. 저자는 형사사법제도가 삼천 년간 인류의 희생 위에 세워진 빅데이터라고 표현한다. 인류가 시행착오 끝에 조금씩 쌓아올린 제도라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고대부터 이어져 온 재판의 역사와 인간 본성의 복잡함을 제대로 배웠다. 단지 소크라테스 이야기로 끝나는 게 아니라 왜 지금 우리가 헌법과 형사소송법을 공부하고 존중해야 하는지 왜 절차가 무시되면 안 되는지 깊이 깨닫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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