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효율을 위해 망치를 만들었지만 형사사법제도는 간단한 효율로는 설명할수 없는 것이다. 망치가 빗나가면 수도꼭지가 깨지지만 형사사법이라는 망치는 사람의 운명을 깨뜨릴 수 있다. 그래서 형사사법은 인간의 본성, 본능, 감정까지 고려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한다. 인류는 이 효율성과 불확실성 사이에서 수천 년 동안 시행착오를 반복해왔다. 나는 고대의 법과 재판이 지금보다 훨씬 잔혹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상당히 온건하고 동정적인 모습이 많았다고 한다. 소크라테스의 재판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그가 처형당한 이유가 명백한 죄 때문이 아니라 아테네 시민들에게 미운털이 박혀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서 놀라웠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소크라테스가 신을 부정하지 않은 인물이었다는 점이다. 나는 그가 신을 부정해서 죽은 건 줄 알았는데 무신론자가 아니었다고 한다. 오히려 그 당시 지배층이 만들어놓은 기성질서와 맞지 않았던 사상가였을 뿐이다. 정치적 상황, 대중의 눈치, 체면을 위해 개인 한 명을 희생시키는 일은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