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 존재의 연결을 묻는 카를로 로벨리의 질문들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 쌤앤파커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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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철학과 과학의 경계

나는 과학서를 즐겨 읽는 편이다. 하지만 동시에 철학도 좋아한다. 논리와 개념이 주고받는 생각 속에서 세계를 다시 상상해보는 일이 늘 즐겁다. 그래서 카를로 로벨리의 책은 나에게 큰 위안을 주는 것 같다. 그는 과학자이지만 철학자 못지않은 깊은 사유를 하고 철학자보다 훨씬 섬세하고 따뜻한 언어로 과학을 말한다. 이번 책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점은 과학을 통해 철학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철학을 통해 과학의 지평을 더 넓게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이었다.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물리학과 연결 짓는다. 앎, 마음 물고기의 즐거움은 자연의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추상적이라고 여긴 감정과 의식도 자연의 일부이며 우리가 말하고 생각하고 질문하는 것 자체가 자연의 질서라는 주장은 인간 존재에 대한 믿음을 회복시킨다.

과학은 의심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형태와 질감은 우리 뇌가 해석하고 연결한 것이며 공명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연히 지나친 골목에서 오래전 기억이 떠오르거나 손끝에 닿은 사물의 감촉이 어떤 장면과 감정을 불러일으킨 경험들이 모두 뇌의 공명작용이라는 사실이 이해가 되었다. 로벨리는 그냥 사물이기만 한 것은 존재하지 안는다고 한다. 우리가 사물을 인식할 떄 그것은 시각적 대상이나 물질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기억, 겅험, 감정과 얽혀 공명한다. 그동안 과학은 모든 것을 나누고 쪼개는 학문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저자는 반대로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 언어로 보여준다. 사람들은 과학을 정답을 말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로벨리는 과학이란 오히려 끊임없이 의심하고 기존의 확실성을 해체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고립이 아닌 협력

이 책은 과학과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결국 함께 살아야 한다는 윤리적인 요청을 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의 세계, 기후 위기와 같은 지구적 문제들 앞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말한다. 지금 세계는 점점 더 고립되고 있고 각국은 우리 먼저를 외친다. 자연은 연결되어 있고 인간은 연약하며 협력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 과학은 삶과 떨어져 있지 않다. 오히려 과학이 말하는 세계가 진짜 우리가 사는 세계일지도 모른다. 내 삶과 연결되고 내 생각과 이어지고 내가 아는 세상의 풍경과 맞닿는다. <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제목 그대로 이 책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는 물리학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법을 가르친다. 그것이야말로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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