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노래 - 의사 약사 모녀의 남북 story
김찬숙.이하나 지음 / 지식과감성#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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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전쟁과 의료의 최전선에서

<엄마의 노래>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넘어서 20세기 한반도의 피비린내 나는 근현대를 온몸으로 견뎌낸 여성들의 삶을 담고 있다. 1부의 주인공인 어머니는 일제시대와 6.25 전쟁까지 직접 겪고 조선인민군에 입대하고 소련까지 가서 수련을 한 의료인이었다. 그녀가 적어둔 북한의 의료 시스템은 심각하게 문제가 있는 상태였다. 동물실험이 아니라 사람을 상대로 실험을 하기까지 하니 북한의 의료는 낙후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철저히 무시하는 체제 속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북한의 공산주의 체제에 믿고 따랐던 사람들이 점점 목소리를 잃어가고 눈빛이 메말라가는 장면은 너무 씁쓸하고 안타까웠다.

세뇌되는 아이들

남조선에서 태어난 부모를 둔 아이들은 그 이유만으로 끝없이 차별받고 배제됐다고 한다. 북한의 붕괴는 외부의 공격이 아니라 내부의 불공정과 차별, 억압이 쌓이고 쌓여 스스로 무너지는 과정이라고 보인다. 2부인 딸의 시점에서 딸은 태어나면서부터 김일성 원수님의 노래를 부르고 우상 숭배를 훈련한다. 학교에서는 김일성 부자에 대해 세뇌를 하고 충성운동이라는 말로 청소를 하고 꽃바구니를 바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북한은 통제 사회일 뿐만 아니라 세뇌 사회라는 점을 실감했다. 누군가를 숭배하도록 유도하는 구조는 사람의 사유를 뺴앗고 선택지를 제거한 채 살아가게 만든다. 아이들은 비판적 사고를 배우기 전에 충성을 강요받고 자기 목소리를 내기도 전에 혁명사상을 주입받는다.

끝나지 않은 노래

무너진 체제 속에서도 어머니는 딸을 위해, 가족의 생계를 위해 현장으로, 병원으로 전쟁터로 돌아간다. 엄마와 딸은 엄마와 엄마로, 할머니와 엄마가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지금도 북한에 남아있는 어머니들, 딸들, 가족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누군가는 지금도 그 체제 안에서 살아가고 있고 누군가는 아직도 자유라는 단어조차 제대로 들어보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을 것이다. 어머니는 북한에서도 손녀에게 남한의 자장가를 들려준다. 조용하게 그러나 끈질기게 이어진 그 노래는 자신의 뿌리를 기억하라는 간절한 마음의 전언이었다. 너무나 조용하지만 강하게 마음을 울리는 이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 <엄마의 노래>는 기록되어야 할 이야기이고 널리 읽혀야 할 에세이다. 지금을 살아가는 나에게 묵직한 울림을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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