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것은 무기력함을 부정하지 않는 태도였다. 큐새는 무기력한 하루를 우습게 그리면서도 진심 어린 시선을 잃지 않는다. 저자는 자신을 조롱하거나 자책하지 않는다. 그냥 게으른 게 아니라 삶을 감당하기 벅차서 멈춘 순간들이라는 걸 알기 떄문이다. 무엇인가를 이루지 못한 하루, 미루기만 하다 끝난 하루도 어딘가 기록될 수 있다는 위로를 받았다. 덕분에 오랜만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기분을 느꼈다. 나는 여전히 게으르지만 그 게으름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안다. 살아있는 것 자체가 이미 충분히 성실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