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새의 일일 - 이 망할 게으름이 나를 구원할 거야
큐새 지음 / 비에이블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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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게으름에도 나름의 성실함이 있다

아침부터 뭘 제대로 해낸 것도 없는데 괜히 기운만 빠지고 자책감만 늘어나는 날이 많았다. 이 책은 일러스트레이터 큐새의 무기력한 하루를 담은 에세이툰이다. 어제도 대충 살았고 오늘도 대충 살고 있지만 내일부터는 진짜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다짐을 수십 번 반복한다. 다들 열심히 살아가는 시대에 이렇게 대놓고 게으른 일기를 보며 웃게 되는건 어쩌면 나도 매일 자책하며 살아서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매력은 평범한 하루를 유쾌하게 풀어낸다는 점이다. 아무 일도 하지않았다고 생각한 하루가 사실은 꽤 많은 감정과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망가진 하루도 괜찮다

사실 나도 엄청 게으른 편이다. 다이어리를 사기만 하고 제대로 쓴 적은 별로 없다. 미룬 일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커지고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밤이 된다. 이책을 읽으며 놀란 것은 이런 일상에 누군가가 이름을 붙이고 그림으로 남기고 공감을 산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았고 저자는 그것을 따뜻하고 유쾌하고 보여준다. 내일은 또 오니까 오늘은 대충 살아도 된다며 위로하길래 진짜 대충 살았는데 내일은 안왔다. 또 오늘이다 라는 것을 보면 그렇게 대충 산 오늘이 쌓여서 인생이 된 것인가보다.

오늘도 충분히 살아냈다

이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것은 무기력함을 부정하지 않는 태도였다. 큐새는 무기력한 하루를 우습게 그리면서도 진심 어린 시선을 잃지 않는다. 저자는 자신을 조롱하거나 자책하지 않는다. 그냥 게으른 게 아니라 삶을 감당하기 벅차서 멈춘 순간들이라는 걸 알기 떄문이다. 무엇인가를 이루지 못한 하루, 미루기만 하다 끝난 하루도 어딘가 기록될 수 있다는 위로를 받았다. 덕분에 오랜만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기분을 느꼈다. 나는 여전히 게으르지만 그 게으름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안다. 살아있는 것 자체가 이미 충분히 성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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