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 간 수학자』 솔직 책 리뷰 / 제롬 코탕소 / 북스힐

영화관에 간 수학자
제롬 코탕소 지음, 윤여연 옮김, 이종규 감수 / 북스힐 / 2025년 4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익숙한 영화 속 수학의 시선

영화관에 간 수학자는 영화라는 예술의 영역과 수학이라는 정적인 이미지가 만나 얼마나 흥미롭고 새로운 시선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은 영화라는 익숙한 텍스트를 수학자의 눈으로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수학이라는 언어로 세상의 숨은 규칙과 감정을 해석해보고 있다. 책 속에서 언급된 영화들 중 반가운 제목이 많았다. 굿 윌 헌팅, 이미테이션 게임, 큐브, 뷰티풀 마인드, 히든 피겨스 등. 나 역시 다 본 작품들이었고 당시에 참 인상 깊게 봤던 기억이 있다. 영화 속 천재들의 이야기, 숫자를 대하는 진지한 태도 등 다양한 작품 속 주인공들의 삶이 흥미로웠다. 이미 알고 있는 영화였기에 책에서 언급된 장면들이 생생하게 떠올랐고 그 속에 숨은 수학적 의미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숫자가 아니라 사람을 들여다보는 수학

흔히 수학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감정 없고 정답만 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수학자들이란 세상을 누구보다 예민하게 관찰하는 사람들이고 규칙과 패턴을 통해 인간의 본질에 다가가려는 사람들이다. 이미테이션 게임에서 튜링이 암호를 풀어내기까지의 과정이나 히든 피겨스 속 인종차별을 뚫고 계산에 집중했던 여성 수학자들의 용기는 결국 수학이 인간의 삶과 얼마나 가까운지를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서 수학은 시험 과목이 아니라 세상을 해석하는 언어가 된 것 같다.

수포자에게도 좋은 책

사실 나는 수학을 썩 좋아하지 않았다. 학창시절에는 늘 수학이 발목을 잡았고 공식을 외우기도 힘들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그다지 수학을 할 일도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은 수학을 좋아하지 않아도 충분히 재미있다. 영화라는 친숙한 소재 덕분에 누구나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수학이 삶을 해석하는 또 다른 방식일 수도 있다고 조용히 말을 건넨다. 책의 뒷부분에는 책에서 소개된 영화와 드라마가 정리되어 있다. 책을 읽는 동안 다시 보고 싶은 영화나 못 봐서 궁금한 영화들이 정리되어 있어서 반가웠다. 책을 읽으며 자극받은 사고방식을 영화와 연결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지적 여행이 될 듯하다. 수학은 정답을 맞히는 과목이 아니라 생각의 여정이 더 중요한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