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나 기차가 아닌 두 발로 천천히 걸으며 공간을 경험하는 감각은 옛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실은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여행법이 아닐까 싶다. 빠르게 이동하면서 SNS에 올릴 멋진 장면만 찾아다니는 것이 익숙한데 이 책은 그 익숙함에 조용한 반기를 든다. 이 책은 길 위에서 몸과 마음으로 한국을 다시 만나는 기록이다. 저자는 바다, 산, 들, 마을을 지나며 묵묵히 길을 걷는다. 저자의 걸음 속에 수많은 이야기가 묻어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걷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묘사하는데서 끝나지 않고 그 길이 지나온 시간과 사람들의 흔적, 저자의 내면 풍경까지 담겨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