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이름은 익숙하지만 방대한 분량 때문에 정작 완독해본 적은 없던 책이 수호지였다. 청소년을 위한 책이다 보니 요약본이라서 좀 더 쉽게 다가왔지만 이야기의 뼈대는 탄탄하게 느껴졌다. 양산박 영웅호걸 108명의 형성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수호지는 무용담 뿐만 아니라 억울함과 분노, 정의감과 연대의 서사임을 알게 된다. 각 인문들의 배경이나 선택의 이유가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수호지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는 이규다. 호탕하고 거침없는 성격의 이규는 술에 취해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억울한 자를 도와주기도 한다. 그의 행동은 분명 법의 관점에서는 용납할 수 없지만 독자의 마음 한켠에는 묘한 동정심과 응원이 일어난다. 이런 감정은 이규뿐 아니라 송강, 노지심, 무송, 등 다른 인물들을 통해서도 느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되새기게 되었다. 때로는 법보다 사람의 도리가 먼저여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수호지는 고전이지만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윤리적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