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수호지
시내암 지음, 이상인 엮음, 최정주 그림 / 평단(평단문화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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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인간적이라 더 강렬한 영웅들

어릴 때부터 이름은 익숙하지만 방대한 분량 때문에 정작 완독해본 적은 없던 책이 수호지였다. 청소년을 위한 책이다 보니 요약본이라서 좀 더 쉽게 다가왔지만 이야기의 뼈대는 탄탄하게 느껴졌다. 양산박 영웅호걸 108명의 형성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수호지는 무용담 뿐만 아니라 억울함과 분노, 정의감과 연대의 서사임을 알게 된다. 각 인문들의 배경이나 선택의 이유가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수호지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는 이규다. 호탕하고 거침없는 성격의 이규는 술에 취해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억울한 자를 도와주기도 한다. 그의 행동은 분명 법의 관점에서는 용납할 수 없지만 독자의 마음 한켠에는 묘한 동정심과 응원이 일어난다. 이런 감정은 이규뿐 아니라 송강, 노지심, 무송, 등 다른 인물들을 통해서도 느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되새기게 되었다. 때로는 법보다 사람의 도리가 먼저여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수호지는 고전이지만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윤리적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108명의 인생, 108개의 슬픔

수호지는 108명의 호걸들이 모여 양산박이라는 공동체를 이루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들이 양산박에 보이게 된 배경을 하나씩 따라가보면 대부분이 부당한 권력에 의해 삶을 빼앗긴 이들이다. 송강은 원래 지방 공무원 이었으나 살인 후 도망길에 오른다. 심지어 요리사나 도둑들도 저마다의 생존 이유가 있고 나름의 신념을 품고 살아간다. 수호지를 읽으며 놀랐던 것은 이렇게 다양한 인물들이 어떻게 한데 어우러질 수 있었는가 하는 점이었다. 양산박은 도망자들의 집합소가 아니라 공정한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유토피아다. 각기 다른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서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싸워나가는 모습은 지금 사회에서도 꼭 필요한 것 같다.

고전은 낡은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의리'다. 수호지의 인물들은 한 번 맺은 관계에 대해 무겁게 책임진다. 배신은 거의 없고 설령 개인적인 손해를 보더라도 친구나 의형제의 일이라면 목숨을 건다. 각자도생의 시대, SNS로 사람을 쉽게 언팔하고 이해보다는 단절이 익숙한 시대에 이런 끈끈한 인간관계라니 오히려 더 낮설게 느껴졌다. 그래서 더 그립고 더 배우고 싶어진다. 수호지의 인물들은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을 드러내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친다. 자신의 욕망, 두려움, 오해와 싸우면서 조금씩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모습은 모두에게 필요한 지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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