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유전자를 춤추게 한다 - 호모 사피엔스의 눈부신 번영을 이끈 유전자·문화 공진화의 비밀
장수철 지음 / 바틀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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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인간다움이란 문화의 힘

살다보면 유전자가 모든 걸을 결정한다고 믿곤한다. 타고난 성격, 재능, 인생의 방향까지도 유전자 탓으로 돌리기 쉽다. 저자는 유전자가 마치 바이올린의 현처럼 가능성만을 품고 있을 뿐 그것이 어떻게 울릴지는 문화라는 활에 달려있다고 한다. 유전자는 설계도가 아니라 문화라는 환경에 반응하며 다채로운 결과를 만들어내는 가능성의 씨앗이라고 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것은 두뇌의 크기나 언어 능력 같은 생물학적 조건이 아니다. 저자는 언어, 예술, 종교, 도덕, 협력 같은 문화적 요소들이 인간의 생존과 진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한다. 나의 취향, 사고방식, 삶의 태도도 결국 내가 자라온 사회, 만난 사람들, 속한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내가 좋다고 생각한 것들이 어쩌면 시대와 사회가 나에게 부드럽게 권유한 방향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과학과 인문학 사이

이 책은 생물학이나 유전학처럼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를 재미있고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학문학적으로는 꽤나 방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읽는 내내 복잡하다는 느낌보다는 알아가는 즐거움이 더 컸다. 과학과 인문학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읽는 재미가 가득했다. 이 책 덕분에 유전자와 문화, 생물학과 철학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갖게 되었다. 기존 생물학이 유전자를 중심으로 생명현상을 설명했다면 이 책은 문화가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주고 더 나아가 유전적 진화 방향에도 작용할 수 있다는 이론을 전개한다. 쌍둥이 연구, 유전자 발현 연구, 비교문화 연구 등을 통해서 환경과 문화가 유전자에 실제로 영향을 미친 구체적 사례들을 제시한다.

사회를 보는 새로운 프레임

이 책은 문화에 대한 관점을 인간이 후천적으로 습득하는 지식에 한정하지 않고 생물학적 진화와 함께 움직이는 또 하나의 진화 시스템으로 본다. 문화가 복제되고 전파되는 방식에 주목하면서 밈, 사회적 학습, 제도, 기술 등이 유전자 못지 않은 영향력을 지닌다는 점을 강조한다. 책을 덮고 나면 일상에서 보이는 많은 것들이 새롭게 느껴진다. 말투, 행동, 사고방식까지 그냥 스쳐 넘겼던 사소한 것들이 사실은 오랜 시간 유전자와 문화가 함께 만들어온 결과라는 생각에 세상이 좀 더 새롭게 보인다. 나와 세상을 좀 더 제대로 알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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