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 퓨처(CHIP FUTURE) - 반도체의 미래가 모든 것의 미래다!
임준서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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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세계를 움직이는 칩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일 때가 많다. 손톱보다 작은 반도체 칩이 인류의 기술 진보는 물론 세계 정치와 경제의 방향까지 좌우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스마트폰, 자동차, 인공지능, 전기차와 같은 문명의 혜택을 당연히 누리고 있지만 그 안에 있는 아주 작고 정교한 칩이 없었다면 이 모든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책은 작은 칩이 세계 질서를 어떻게 바꾸어놓고 있는지를 차분하게 짚어나간다. 책을 읽을 수록 반도체는 곧 권력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미국, 중국, 대만, 일본 등 각국이 반도체 패권을 놓고 벌이는 힘겨루기 속에서 한국은 과연 어디쯤 와 있을까.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오랜 시간 세계 1위를 지켜왔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에서 인정받는 반도체 기업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시스템 반도체, AI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격차를 벌이려는 글로벌 경쟁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반도체는 기술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반도체 산업은 기술력으로만 굴러가는게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장비, 재료, 설계, 제조, 패키징 등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만 진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이른바 반도체 공급망이라는 거대한 생태계를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 있어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또한 이 책에서는 아무리 좋은 공정 기술이 있어도 그것을 다룰 수 있는 사람과 유지하고 발전시킬 사람 없이는 지속 가능한 산업이 될 수 없다고 한다. 현장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반도체 엔지니어들의 경험이야말로 이 산업의 보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미래 세대에게도 이 분야에 도전할 수 있는 매력과 자부심을 심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칩으로 읽는 세계사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두고 세계사와 국제정치를 새롭게 읽어내는 것이다. 냉전 시기의 군수 경쟁, 중동과의 에너지 외교, 대만 해협을 둘러싼 긴장, 미국의 수출 규제와 첨단 기술 동맹의 뒷배경까지 모든 것이 반도체와 맞닿아 있다. 평소에도 세계 정세에 관심이 많았지만 이 책을 통해 내가 알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정교하게 얽힌 국제 질서의 민낯을 보게 되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지금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손꼽히는 반도체 강국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지만 그 위치가 영원하거나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 마음이 무거웠다. 기술의 변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하고 국제 정세는 늘 예측 불가능하다. 그런 시대에서 우리나라는 꾸준히 배우고 과감히 투자하며 외부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은 내부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강국으로 성장하는 길을 이해 우리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할지 분명하게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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