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자 시호도 문구점 2
우에다 겐지 지음, 최주연 옮김 / 크래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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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문구가 전하는 마음의 온도

책장을 넘기며 참 오랜만에 따뜻한 위로를 받은 기분이다. 제목부터 감성을 자극했던 '긴자 시호도 문구점2'는 문구라는 작은 세계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소설이다. 문구를 꽤 좋아하는 편이라 애착가는 문구들을 모아놓고는 한다. 특히 아트박스나 영풍문고처럼 문구를 파는 곳은 무조건 들어가서 많은 문구들을 구경하느라 시간가는 줄을 모른다. '긴자 시호도 문구점2'는 문구를 매개로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 긴자의 조용한 거리 한켠에 자리한 시호도 문구점과 문구를 통해 사람들의 고민과 인생을 어루만지는 이야기들은 여전히 따뜻하고 뭉클하다.

직장인의 일상에 스며든 공감

이 책이 무엇보다 좋았던 이유는 직장인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직장 내 인간관계, 일과 삶의 균형, 점점 관계에 지쳐가는 마음까지. 문구점에 들르는 손님들의 사연을 통해 마치 내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바쁘고 거칠게 지나가는 하루 속에서 잠시 멈추어 서게 만드는 이야기들이다. 나는 한 회사를 오래 다닌 편이 아니라 명함이 참 자주 바뀌었다. 하지만 이 소설에 나오는 것 같은 회장님을 만나본 적은 없다. 자기가 회장 또는 사장이라고 으시대는 사람들만 가득했을 뿐. 현대 사회에서는 중요한 일과 눈에 띄는 성과만을 인정받는 세상 속에서 조용히 해내는 일들이 무시되곤 한다. 그러나 이 책 속의 회장은 그런 조용한 노력을 누구보다 깊이 들여다보고 그것에 가치를 부여할 줄 아는 기업가였다. 때로는 인정받는 것보다 더 힘이 되는 것은 나의 진심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책으로 먼저 만난 따뜻한 긴자

이 책의 배경이 되는 긴자는 사실 나에게 낯선 장소다. 일본은 몇 번 다녀왔지만 긴자는 이상하게 갈 기회가 없었다. 긴자는 번화가이기도 하지만 사람 냄새 나는 따뜻한 동네로 그려진다. 고즈넉한 골목 속 오래된 문구점, 세월의 결이 느껴지는 가게들. 도쿄 한복판 세련된 긴자에 있지만 오래된 정취를 간직한 시호도 문구점. 이 소설에서 그려지는 긴자는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들,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가는 이들의 온기로 가득한 공간이다. 문구점이라는 장소를 통해 보여주는 긴자의 풍경은 마음이 고단한 어느 날 잠시 기대고 싶은 안식처처럼 느껴졌다. 언젠가 진짜 긴자에 가게 된다면 책 속 인물들의 숨결이 남아 있을 것 같은 그 거리에서 천천히 걸어보고 싶다. 문구를 좋아하거나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꼭 한 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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