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75년>은 브랜드의 역사를 이야기 하면서 사람, 철학, 미학의 역사를 함께 다룬다. 표지에서부터 붉은색의 페라리와 시대별로 배치된 고화질의 사진들이 눈에 강렬하게 들어온다. 책이라는 평면적인 매체가 어떻게 이렇게 생동감 있게 다가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진과 텍스트의 조화가 훌륭하다. 마치 페라리 박물관에 있는 기분으로 책을 펼쳐 볼 수 있었다. 책에서는 엔초 페라리의 삶과 철학을 읽을 수 있다. 그의 이름은 자동차 역사에서 전설처럼 여겨지지만 처음부터 영웅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레이싱 드라이버로 경력을 시작했고 알파 로메오에서 경험을 쌓은 뒤에야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페라리는 단지 성능 좋은 차를 만들려 한 것이 아니라 가슴을 울리는 차를 만들고 싶어했다. 현실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종종 효율성과 수익성을 우선시 하게 되지만 엔초 페라리는 열정과 감성을 브랜드의 중심에 두었다. 그것이 지금까지 페라리가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가 아니라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술은 복제할 수 있어도 철학은 모방할 수 없다는 말이 다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