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75년
데니스 애들러 지음, 엄성수 옮김 / 잇담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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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전설의 브랜드, 페라리

<페라리 75년>은 브랜드의 역사를 이야기 하면서 사람, 철학, 미학의 역사를 함께 다룬다. 표지에서부터 붉은색의 페라리와 시대별로 배치된 고화질의 사진들이 눈에 강렬하게 들어온다. 책이라는 평면적인 매체가 어떻게 이렇게 생동감 있게 다가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진과 텍스트의 조화가 훌륭하다. 마치 페라리 박물관에 있는 기분으로 책을 펼쳐 볼 수 있었다. 책에서는 엔초 페라리의 삶과 철학을 읽을 수 있다. 그의 이름은 자동차 역사에서 전설처럼 여겨지지만 처음부터 영웅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레이싱 드라이버로 경력을 시작했고 알파 로메오에서 경험을 쌓은 뒤에야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페라리는 단지 성능 좋은 차를 만들려 한 것이 아니라 가슴을 울리는 차를 만들고 싶어했다. 현실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종종 효율성과 수익성을 우선시 하게 되지만 엔초 페라리는 열정과 감성을 브랜드의 중심에 두었다. 그것이 지금까지 페라리가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가 아니라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술은 복제할 수 있어도 철학은 모방할 수 없다는 말이 다시 떠올랐다.

트랙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기록

책은 연대기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시대를 대표하는 모델들을 따라가다 보면 페라리라는 브랜드가 어떻게 변화하고 진화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각 시대마다 페라리의 디자인이 시대의 미감을 어떻게 반영했는지를 볼 수 있다. 최근 모델로 갈 수록 하이브리드, 전기화 등 환경과 기술을 고려한 디자인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레이싱에 있다. 페라리의 역사는 레이싱과 뗄 수가 없다. F1, 데이토나 등 세계적인 레이스에서 페라리는 승리와 패배를 경험하면서 성장했다. 책 속에는 당시의 사진을 통해 레이싱은 기업이 기술을 뽐내는 무대가 아니라 사람들의 땀과 집념이 녹아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혁신, 열정, 아름다움

<페라리 75년>을 보고 나서 생각이 든 것은 돈이 아니라 기업의 존재 이유에 대한 것이었다. 현대 사회는 흔히 기업을 이윤 창출의 도구로만 본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다시 느꼈다. 진정 오래가는 기업은 단지 돈을 잘 버는 회사가 아니라 브랜드에 철학을 담고 있는 곳이라는 것을. 페라리는 75년 동안 수많은 위기를 겪었지만 기술, 디자인, 철학의 축을 놓지 않았다. 수익은 결과였지 목표가 아니었다. 단기 성과에 휘둘리는 기업들과 달리 페라리는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 포기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기업이었다. 돈은 의미의 결과물일 뿐 출발점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페라리를 보고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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