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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무던히 고요해지고 싶어
이정영 지음 / 북스고 / 2024년 12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오늘 무안에서 일어난 비행기 사고를 보면서 평범하게 지나가는 하루하루가 얼마나 귀중한 선물인지 새삼 깨달았다. 그런 평범함 속에서도 가치를 발견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 이정영 작가의 두 번째 에세이 <그렇게 무던히 고요해지고 싶어>는 그런 깨우침을 담아낸 책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점은 작가가 인연을 바라보는 관점이었다. 우리는 보통 인연을 인간관계로만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범위를 넓혀 나무, 바람, 구름, 별빛, 우리가 매일 밟는 길도 인연의 하나로 본다. 이런 관점은 익숙한 일상과 사물들을 마치 새롭게 만나는 것처럼 느껴주게 했다. 내가 매일 지나치던 골목길, 매일 보면 가로수도 다시금 정겹게 다가왔다.
책 속에서 되풀이되는 작가의 이야기는 간단하지만 깊이가 있다 "우리의 삶은 빛나고 있다" 어쩌면 이 말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건네기를 가장 망설였던 위로일지도 모른다. 회색빛응로 보이는 나날 속에서 반짝임을 찾으려는 노력은 때론 힘겹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는 소소한 순간들에서 빛을 발견하는 지혜를 은근히 알려주고 있다. 사랑스러운 반려묘 겨울이와의 대화나 어머니와의 기억속에서 그런 빛을 발견할 수 있었다.
책의 문장들은 마치 고요한 호수 같았다. 큰 파도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밤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산책하기를 좋아한다는 작가의 소박한 취향 고백은 행복이란 거창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위로를 나에게 보내고 있었다.
이 책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지내던 것들을 다시 바라보게 만들었다. 지친 마음을 안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은 따뜻한 차 한 잔 처럼 고요한 위로를 전해준다. 무색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작가의 메시지가 현대를 살아가는 나에게 건네는 희망의 속삭임 같았다. 오늘도 다행히 무난하게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나와 우리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빛나고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