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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 - 간질, 고통 뒤에 숨어 계신 하나님을 찾는 법
김도운 지음 / 세움북스 / 2026년 3월
평점 :
세움북스 서포터즈의 4월의 책.
처음 표지를 보고 엔도 슈사쿠의 <침묵>이 떠올랐다. 접점은 없었는데.
읽다보니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의 '검은나무 숲'의 이미지도 떠오른다.
🔖199쪽
물론 하나님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하나님의 뜻을 이루실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렇게 하지 않으셨다. 답은 간단했다. 하나님은 내가 정신 차릴 수 있도록 침묵하셨다.
삶의 문제이든 질병의 문제이든 고통과 고난의 문제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고, 하나님의 침묵은 늘 원망스럽다.
이 책은 과거에 '간질'이라 부르던 '뇌전증'을 앓고 계신 목사님의 이야기이다. 뇌전증은 발작을 동반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발작의 발현되는 증상들이 천차만별이라는 사실은 이번에 새로 알게 되었다. 잠시 멍해지는 정도에서부터 겉으로는 전혀 알 수 없지만 엉뚱한 이야기를 한다거나 심지어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는 일반인처럼 보여지는 것도 발작의 일환이라는 것.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하나님이 살아계시니 모두 사라져버릴까봐 다른 곳으로 가버릴 수도 없다는 고백이 '이 병을 고쳐주지 않으셔도, 회복시켜주지 않으셔도, 그냥 두셔도 됩니다'하는 고백이 되기까지의 아주 솔직한 속마음이 담겨있다.
🔖39쪽
’예수님의 울부짖음은 내 부르짖음을 끝내겠다는 울부짖음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감히 서'평'을 쓸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울컥했다.
하지만 모두 똑같은 하나님 앞의 귀한 한 사람. 삶의 문제로 신음하는 이들의 고뇌와도 전혀 다르지 않다.
🔖106쪽
나는 그 아침에도 “너희가 기도할 때에 무엇이든지 믿고 구하는 것은 다 받으리라”(마 21:22)라는 그 말씀을 이빨 하나하나로 씹어가면서 고쳐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113쪽
나는 기쁜 마음을 먹으며 기도했다. “하나님, 내 병을 고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고쳐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기쁜 마음을 먹었다고 해서 기쁜 마음이 생긴건 아니지만, 기쁜 마음으로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나를 조금이라도 봐주지 않으실까 생각했다.
🔖127쪽
하나님을 믿는 것은 하나도 어렵지 않은데 하나님을 믿을수록 뭐가 이리 죄다 어려운 것인가. 나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으시다는 하나님 앞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저 어느 날은 하나님을 의심하고 또 의심했고, 어느 날은 의심을 의심하면서 기도했을 뿐이다.
🔖166쪽
나는 이 기묘한 기도를 꽤 오랜 시간 동안 했다. 긍정은 없지만 부정을 향하지 않고, 만족은 없지만 비굴하지 않고, 흡족함은 없지만 시기하지 않고, 행복감은 없지만 증오하지 않는 그런 기도를….
🔖140쪽 ’있는 자’가 너와 관계 맺지 않으면, 하나님의 그 ‘있음’은 네게 무엇이 되겠느냐고… ‘있는 자’가 너와 관계하지 않은 채 존재한다면, 하나님의 그 ‘있음’ 앞에 너는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이다. 그리고 이어서, 내가 너와 함께하기 위해서 함께할 수 없는 것들과 함께했고, 내가 너와 이어지기 위해서 이어질 수 없는 것들과 이어졌고, 내가 너와 묶이기 위해서 묶여서는 안 되근 곳에 묶였다고 하셨다. 나는 그간 하나님이 나를 위해 무엇을 하고 계셨는가. 내 곁에서 무엇을 하셨는가를 물었다. 그런데 하나님은 함께 할 수 없는 나와 함께하기 위해 함께할 수 없는 것들과 함께 하셨다고 하셨다.
숨바꼭질은 끝났다.
하나님의 침묵 앞에서,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숨어계신 하나님을 찾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저자 소개에서의 말미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저자는 현재 질병으로부터 자유하다. 자유를 주신 하나님께서 지금도 또 다른 숨은 자를 찾고 계신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 숨어계신 하나님을 원망하는 일은 쉽다. 약속해놓고 지키지 않는 엄마를 탓하는 어린아이처럼.
아기는 15개월이 되자 소리를 지르거나 뒤로 누워버리는 일이 잦아졌다. 원하는 것이 있으나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도 싫고, 가로막는 엄마도 밉고, 하고 싶은대로 따라주지 않는 자신의 신체능력도 원망스러울 것이다. 자주 두려운 마음이 들곤 한다. 아이를 달래려 했던 말을 그때가 지나고 나서 아이는 기억하는데 내가 잊어버리면 어떡하지. 아이의 마음에 원망이 쌓이면 어떡하지. 부모가 되어보니 자녀를 노엽게 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게 일어난다.
그 원망하는 마음까지 이미 알고 계시면서도 끝까지 사랑하시는 마음.
달래도 달래지지 않는 아이의 곁을 지키며 넘어지지 않도록 꽉 붙드시는 마음.
물론 하나님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하나님의 뜻을 이루실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렇게 하지 않으셨다. 답은 간단했다. 하나님은 내가 정신 차릴 수 있도록 침묵하셨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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