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미 마인 워프 시리즈 8
배리 B. 롱이어 지음, 박상준 옮김 / 허블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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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행성에 불시착한
지구인 우주전투사 데이비지,
그리고 드랙인 우주전투사 제리.

서로 죽고 죽여야 하는 적이지만
그보다 일단 살아남고 보아야 하는 상황에서
둘은 일단 힘을 합하기로 합니다.

섬을 삼켜버릴 만한 파도를 피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 했죠.

우여곡절 끝에
동굴에 정착할 수 있게 된 둘은
생존전략을 깨우치며
서로의 언어를 배워가며
함께 생활하게 됩니다.

서로에게 친구이자 가족이 되어버린 어느 날,
제리가 출산 도중 죽어버리게 되고,
데이비지는 제리의 아기를 키워
고향으로 데려가 성인식을 지켜보겠다고
약속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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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의 동침이라는 스토리 친숙한 설정이
다소 식상할 수도 있지만,
외계인과의 우정을 그린다는 게
꽤나 신선했어요.(출간시기를 고려하면요. 자그만치 1979년 작품😄)

언어부터 생김새며 생활습관까지
달라도 너무나 다른 둘의 동거는
우습기 그지없지만,
소통하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해가는 모습이 아주 감동적이에요.

특히나 드랙인의 지혜로운 철학이 이곳저곳에서 돋보이는데
역시나 유대인들의 사상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합니다.

내세를 믿지 않고 현세를 믿는 드랙인들의 삶에 대한 태도에서 지구인들이 본받았으면 하는 부분도 많았구요.



🔖 드랙은 내 말을 듣더니 공포에 질려 입을 벌렸다가 이윽고 험악한 표정이 되어 다물었다. 노란색 눈동자가 끓어오르는 분노로 적갈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이르크만, 미키마우스는 멍청하다!" 나는 많은 것을 위해 싸우다 죽겠다고 맹세했다. 하지만 그 신망 있는 설치류가 그 중 하나가 될 수는 없었다.

🔖 "네가 미키마우스에 대해 했던 말을 내가 용서한다면, 시주마트의 가르침을 얘기해 줄 테야?" 나는 미키마우스를 말하는 대목에서 경의를 표하듯 고개를 숙였다. 사실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기 위한 것이었지만 나를 들여다보는 제리의 얼굴은 어느새 죄의식으로 창백해져 있었다.

🔖 자미스는 자기 손을 펴서 한동안 바라보더니 머리를 저었다. "어른이 되면 네 번째 다섯 번째 손가락이 생기나요?" 나는 앉아서 자미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아이는 자신의 다른 두 손가락이 어디로 가버린 건지 궁금해하고 있었다.

🔖 "길이 보인다면 떠나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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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 선물 같은 따스한 이야기입니다. 삶에 지치신 분들께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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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5 - 마케팅 전문가들이 주목한 라이프스타일 인사이트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이노션 인사이트전략본부 지음 / 싱긋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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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다양한 세대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야별로 짚어주는 친절한 책🥰


읽는 내내,
오~~ MZ들은 요런 걸 했구나!
잘파들은 요런 걸 하고? 하며
궁금증에 영상도 검색해보고 링크도 들어가보고 하며
천천히 보았어요.


중학생 시절,
만화대여점이 유행이었는데
시험 끝난 날 분식 사서 만화책 빌려와
바닥에 배깔고 시리즈를 정주행하곤 했는데,
요 책을 딱 그런 느낌으로 읽었어요.


📚
놀이, 일상, 세상, 마케팅 네 파트로 구성되어 있어요.

놀이 파트에서는 잘파세대의 놀이문화를 짚어주어요. 추구미, 밈코드, 연프, 별다페 등을 다루는데, 중학생을 가르치고 초등아이를 키우고 있는 제 입장에서는 제일 재미있는 파트였어요.

일상 파트에서는 데코덴티티, 애착템, 도파민디톡스, 회빙환 컨텐츠 등을 다룹니다. 무엇을 하더라도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나를 드러내고 싶은 마음, 당당함 등을 엿볼 수 있었어요.

세상파트에서는 생활 깊숙이 들어온 AI, 무인화된 리테일, 시니어빌리티, c커머스의 역습이란 주제를 다루어요. 젊은 세대뿐 아니라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직접 겪고 있는 생활 전반을 짚어주어서 친숙했는데, '시니어' 란 단어가 훅 들어오더라구요. 나도 언젠가는 저 호칭으로 불리겠지? 기껏해야 Young Old겠구나... 하면서 슬펐어요😭

마케팅 파트에는 옥외광고, 포스트커머스, 가족 대상 마케팅, 검색마케팅을 다루어요. 삶이 디지털화되고 변화의 속도가 워낙 빨라 현기증이 날 것 같은 세계. 마케팅 분야에서 느끼는 속도는 더 빠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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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역사서나 소설에 빠져 있다가 내가 살고 있는 현시점의 세상을 짚어주는 책을 읽으니 다른 세대의 문화도 더 친숙하게 느껴지고, 그들이 처하고 있는 문제들도 더 이해되어서 참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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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끝
히가시야마 아키라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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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사자인가, 살인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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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73년 6월 16일,
지름 6,000미터의 소행성 나이팅게일이 지구에 떨어집니다.

핵무기로 파괴되어 이곳 저곳으로 떨어진 파편으로 인해
미국의 중서부와 남부는 초토화되고,
동부와 나머지 지역을 경계로 캔디선이 그어집니다.

캔디선 안쪽에는 물자와 에너지 공급이 이루어지지만,
바깥쪽은 그야말로 무법천지.

백성서파라 불리는 신흥종교 단체.
캔디선 바깥쪽 사람들이 인육을 먹는다는 소문에
화이트라이더를 보내어 그들을 처단하게 되는데...

자신의 식량을 나누어 주었다.
자지 않고 먹지 않고 걸어 다닌다.
아픈 사람들을 단번에 치료해주었다.

마치 성경 속 예수와 같이 기적을 행하는 자의 소문이 들려옵니다.

자신의 어머니를 칼로 찔러 죽이고 교도소에 수감되었던 자.
너새니얼 헤일런.

후일 블랙라이더라 불렸고,
헤일런 마을을 세웠으며,
많은 이의 죄를 사하여 준 자.

네이선은 그의 사후 15년,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그의 인생을 책으로 펴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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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선의 서문과 에필로그로 열고 닫는 이 소설은,
액자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객관적으로 네이선의 여정과 너새너얼의 삶을 따라가며
오롯이 나의 잣대로만 판단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요.

다큐 같기도 하고, 여행기 같기도 하달까요.

극한의 조건 속에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윤리적 잣대를 가져다 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들에게 구원이란 무엇이었을지,
세계가 복구된 뒤 그들의 죄는 처벌되어야 하는 것인지
작가의 담담한 서술 속에서 곰곰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독자에게 주고 있는 아주 귀한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디지털책은 영혼마저 디지털화한다는 게 아버지의 입버릇이었다.

🔖너새니얼은 고독 속에서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진정한 고독이 이토록 가혹한 것인지는 짐작도 하지 못했다. 진정한 고독은 고독을 예감하는 것만으로 사람을 미치게 할 수 있었다.

🔖인간의 마음에 악마가 깃들기도 하지만, 악마의 마음에 사람이 깃들 때도 있지.

🔖너는 인간의 영혼을 구하려고 신이 이 황무지에 보낸 사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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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트리플 28
김남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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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편의 단편이 묶인 소설집 <<파주>>.


애매하게 남은 일요일 늦은 오후시간을 어찌 보낼까 고민하다가 두께만으로 골라들었습니다.


김남숙, 이름 석자에서,
연륜있는 작가를 연상했는데,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연륜 어쩌고 한 저의 편견,
죄송합니다, 작가님...



📚

정호와 파주의 한 편의점 2층 월세방에 살고 있는데,
정호의 군대시절 후임이었던 현철이 찾아옵니다.
정호에게 당한 것을 복수하겠다며, 포켓몬고 게임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어리숙한 모습의 현철이 말합니다.
나는 정호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싶지만, 정호는 벌벌 떨면서도 아무 것도 아니라며 센 척을 합니다. 혐오스럽게.


K와의 이별 후, 도피하듯 일을 그만두고 아무도 모를 법한 곳으로 떠난 나는, 기억을 묻고 가벼워지고자 합니다. 그와의 기억이 떠오르려고 할 때면 어김없이 술을 들이붓습니다. 우연히도 예전 문화센터 수업을 들었던 원석을 만나게 됩니다. 그 외진 곳에서. 기억들이 대가리를 쳐들고, 점점 무거워지는 느낌에 다시 도피해버리고 맙니다.


외주사무실에서 막내작가로 일하는 나, 작가라기보다는 잡일을 도맡은 처지입니다. 스트레스와 불규칙적인 생활, 작가들 사이에서의 갈등으로 점점 몸이 거대해지고, 두피가 너무 가렵습니다. 그런 나에게 왜 참느냐고 말하는 그. 빚을 갚아야 해서라고 말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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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속 나를 둘러싼 인간들은
하나같이 비루합니다.

하지만,
나는 너무나 시시하고 못나서
싸워내지 못하고,
그저 참아내거나 피하거나 실실 웃어버리고 맙니다.

그런 나에게,
시시하지만 복수를 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거나
맞서는 길도 있음을 보여주는 사람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그조차도 너무 번거롭고 무겁기에
그냥 알아서 해결하겠노라
계속 시시하고, 회피하며, 실실 웃고 견딥니다.


.



삶이 너무나 무겁고 힘들어
아무런 생각없이
그냥 숨만 쉬고 살 수는 없나,
모든 것이 귀찮게 느껴지고
모두가 나를 비난하는 것만 같아
어디론가 숨어버릴 수는 없나.

지금보다 어린 시절에는 그랬던 적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내 마음 속 저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그 시절 아픔이, 좌절이, 방황이 떠올라서
세포 하나하나 진동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나도 있음을
조금은 나이가 들어서야
깨닫게 되는 법인가 봅니다.


.



젊은 작가님들의 글을 만날 수 있는 건 참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김남숙 작가님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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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심장 - 교유서가 소설
이상욱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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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보고는
몽환적이고 공기중에 떠다니는 솜털 같은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을까 예상하며 책을 폈어요.

보통은 작가의 말을 먼저 읽는지라 책의 마지막 즈음을 펼쳤는데, 아, 읽기 힘들 수도 있겠구나 했습니다.

삶의 무게가 버거웠던 사람들의 숨결은
그 무게만큼, 어쩌면 더 무겁게 다른 이에게 다가가기 마련이거든요. 그 무게가 느껴져서 읽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어요.



📚
글 전반적으로 빛과 어둠의 대비가 강렬합니다.
모든 사물의 경계가 뚜려한 빛, 경계가 뭉그러지고 모든 것이 하나로 삼켜지는 듯한 어둠.
어찌 보면 인간의 운명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숙명론적인 관점과, 운명은 개척해 나가는 것이라는 관점의 대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그 경계를 허물어 보려고도 하고, 순응해가기도 하지만 인생은 한 편의 연극처럼 철저히 연출자의 의도대로 짜여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무대에서 주연이기도 하고 조연이기도 하며 때로는 엑스트라이거나 소품인 것이죠.
그렇다면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운명이 아니라 나 자신을 믿는 것, 그것이 연극이라는 의심을 버릴 수 없음에도 최선을 다 한 연기를 펼쳐 보이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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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인의 죽음>
"아저씨는 학생들이 왜 왕따를 만드는지 아세요?"
"생각해 본 적이 없구나."
"두려움 때문이에요. 언제 순위가 떨어질지 모르니까, 절대적인 약자를 만들어 자신을 위로하는 거죠."
"그 역할을 자청한다는 거니?"
"시로는 아무도 위로할 수 없으니까요."


🔖<라하이나 눈>
그림자 속엔 어두운 마음이 숨어 있거든. 원하던 걸 얻지 못할 때,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몸에 병이 찾아오면, 그림자에 숨어 있던 어두운 마음이 슬그머니 나타나 발목을 움켜쥔단다....... 열심히 달리면 된단다. 달리는 동안엔 발에서 그림자가 떨어지거든. 어두운 마음이 아무리 손을 휘저어도 발목을 잡지 못한단다.

오래전, 정확히 언제인지 알 수 없는 그 어느 시점에, 나는 이미 패배했음을. 이 지루한 술래잡기의 결과가 처음부터 정해져 있음을. 그럼에도 다시 달렸다. 그림자가 쫓고 있으니까, 나는 쫓기고 있으니까.


🔖<기린의 심장>
가끔 마음이란 게 잔뜩 흠집난 유리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흠집이 많아질수록 유리는 점점 불투명해지고 마침내 저편이 보이지 않게 되는 거야. 어쩌면 죽음이 그런 건지도 모르겠어.

두려워 말게. 모든 사람이 선택을 강요받는다네. 익숙해지기만 하면 두려움 따윈 아무것도 아니지. 장담하건대 자넨 오늘의 선택을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걸세.


🔖<마왕의 변>
운명보다는 너 자신을 믿어야 해.


🔖<허물>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앞이 보이지 않는 절망을 만나기 마련이니까요..... 언젠가 웃으며 추억하게 될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절망이라 할 수 없습니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 잠시 후 슬픔이 그것을 덮고, 슬픔이 목까지 차오르면 그리움이 그것을 덮습니다. 그러다 다시 분노가 찾아오면 마음은 갈피를 잃고 어둠 속을 헤맵니다.


🔖<하얀 바다>
이름이 무엇입니까?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이름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정말 당신입니까.
믿을 수 없습니다. 진짜 이름이 무엇입니까?
어둠이 삼키기 전에, 마음이 슬퍼지기 전에.
이름이 무엇입니까?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경계>
재인은 책꽂이에서 <페르마의 정리>를 꺼내 무작정 펼쳤다. 힐베르트는 말했다. 우리는 우리 안에서 다음과 같은 외침을 듣는다. 문제가 있다면 해를 찾아라. 앞으로 수학에는 '앞으로도 모를 것이다.' 따위의 말은 없을 것이다.


🔖<연극의 시작>
자네의 인식이 미치지 않는다고 해서 저 어둠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일세. 다만 보이지 않을 뿐이지. 자네가 한 행동도 마찬가지야. 아무리 모른다고 발뺌해도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해도, 자네의 행동은 이미 어떤 결과를 만들었다네.



🔖<25분>
책이 가지런히 꽂혀 있는 풍경은 언제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내용도 장르도 두께도 다른 책들이 제목 첫 글자 자음에 따라 정리되어 있다는 점이 특히 그랬다. 지식이 질서라면 질서는 자음 위에 있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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