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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34
존 스타인벡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25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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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타인 벡의 작품은 처음 읽습니다.
워낙 유명한 작품들이 많지만,
너무 유명해서 오히려 읽어지지 않은
그런 경우라고 할까요.
이번 서평단 신청도
한 작품은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참가하게 되었어요.
<진주>는 사실주의 작가로서가 아닌
그의 또다른 면모를 드러내는 작품입니다.
일종의 우화와도 같은데,
멕시코 원주민 부부가
전갈에 쏘인 아이의 치료비를 구하기 위해
바다에 나갔다가 세계 최고의 진주를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자연에 순응하고,
침략자들에게 순응하며 살던 그들의 삶에
꿈과 욕망과 욕심이 생기고
진주를 노리던 자들의 사악함과 맞물려
결국은 소원하던 라이플만 손에 넣은 채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되죠.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탁월하게 묘사해낸 작품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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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을 지나치게 원하는 건 좋지 않다. 때로는 그것이 행운을 날려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원하는 마음은 딱 적당한 정도여야 하고 하느님이나 신들 앞에서는 재치있게 굴어야 한다. 그래도 후아나는 숨을 쉴 수 없었다. 키노는 짧고 튼튼한 칼을 아주 조심스럽게 펼쳤다. 그리고 생각에 잠긴 얼굴로 바구니를 보았다. 그 조개를 가장 마지막에 여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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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종류의 사람이 점점 키노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팔 물건이 있는 사람과 부탁할 것이 있는 사람.
키노가 세계 최고의 진주를 발견했다. 진주의 정수가 사람들의 정수와 섞여 정체 모를 어두운 침전물이 생겼다. 모든 사람이 갑자기 키노의 진주에 관심을 품었고
모두의 꿈, 생각, 계획, 미래, 소망, 욕구, 욕망, 허기에 키노의 진주가 등장했다.
그들을 방해하는 인물은 단 한 명 키노폰이었으므로 신기하게도 그는 모두의 적이 되었다. 그 소식이 이 도시에서 무한히 검고 사악한 어떤 것을 휘저어 놓았다. 그 검은 정수는 전갈과 비슷했다. 음식 냄새가 풍기는 곳에서 느끼는 허기와 비슷했다. 사랑을 거부당했을 때의 고독과 비슷했다. 이 도시의 독주머니들이 독액을 제조하기 시작했다. 그 압력으로 도시가 부풀어 올라 헐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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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 그 진주는 사악해. 그것이 우리를 망가뜨리기 전에 우리가 그걸 망가뜨리자. 돌멩이 두 개 사이에 놓고 부숴버리자. 그걸... 그 진주를 원래 있어야 할 자리인 바다에 다시 던지자. 키노, 그건 사악한 물건이야. 사악해.
후아나가 이 말을 하는 동안 키노의 눈에 빛이 돌아와서 눈이 사납게 빛났다. 그의 근육에 힘이 들어가고 그의 의지도 단단해졌다. 아니. 그가 말했다. 난 그 물건과 싸울 거야. 싸워서 이길 거야. 그러면 우리한테도 기회가 생길 거야. 그는 주먹으로 잠자리 깔개를 두드렸다. 누구도 우리한테서 행운을 빼앗아 가지 못해. 이 말을 한 뒤 그는 눈빛을 누그러뜨리며 한 손을 후아나의 어깨에 부드럽게 올려놓았다. 날 믿어. 난 남자야. 그의 얼굴이 점점 교활한 표정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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