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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기 구겐하임 - 예술 중독자 현대 예술의 거장
메리 V. 디어본 지음, 최일성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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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중독자, <페기 구겐하임>


-나는 보는 눈이 없다. 아마 나의 문화자본이  활자 따위의, 지면 위 까만 것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일테다. 그럼에도 미술관을 방문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나는 원숭이일까? 때로 물감 묻은 종이를 덮은 빤질한 보호 유리에서 한 마리 원숭이를 발견한다. 이 모든 것이 종이쪼가리에 천문학적 가치를 부여하는 역할극에 불과하다는 기분이 들 때면 평평한 지구 학회 회원이 된 기분이다. 예술과 자본 어쩌구는 차치하더라도. 당신은 교양있는 사람입니까? 아아뇨, 그리고 저는 천동설을 믿습니다.


-"세상에 즐거움을 줬으면 됐지."

 잭슨 폴록의 작품 수십 점을 기부하며 페기 구겐하임이 남긴 말이다. 을유문화사에서 그녀를 현대 예술의 ‘거장’으로 다루어 기쁘다. ‘엽기적인 미술 수집녀’ 2006년, 을유문화사에서 출간한 <페기 구겐하임, 모더니즘의 여왕>을 다룬 한겨레 신문 기사 제목이다. 당대 호사가들의 말말말을 그대로 옮겨왔나요, 혹시.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미술사에서 그녀의 활동은 미술의 중심지가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동함에 있어 결정적 역할을 했다 평가받는다. 페기는 미술교과서 속 등장인물은 아니다. 그러나 그 주인공 거의가 그녀를 알았을 것이다 .


-<Peggy Guggenheim: Art Addict> 동명의 영화가 있다. 알렉산더 콜더의 모빌, 자코메티의 조각상, 피카소, 마그리트,호안 미로, 칸딘스키 등 걸출한 회화작가들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대운하가 바라다보이는 아름답고 풍요로운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예술은 불멸의 한 방식이라 그러던데, 그렇다면 그녀의 불멸은 그곳에도 있다.


-예술 애호가로서뿐만 아니라 자유분방한 쾌락주의자의 면모까지. 페기 구겐하임의 다채롭고 드라마틱한 삶을 다루다. 현대 예술의 거장, <페기 구겐하임>


+)최근 리움미술관을 방문하였는데, 건물이나 관람 방식이 구겐하임 미술관을 연상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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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이토록 허무하고 지리멸렬한, <그러나 아름다운>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유럽 문단의 매혹적인 작은 악마, 사강이 남긴 말이다. 그녀는 중독의 삶을 살았다. 술과 마약. 모르핀과 암페타민. 사강은 위스키를 마시며 재즈 음악을 즐겼다. 그녀가 말했다. 내게 글쓰기란 어떤 리듬을 찾아 나가는 질문이다. 나는 그것을 재즈의 리듬과 비교한다. 사강은 분명 재즈 연주자들과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p43. #레스터영

레이디는 영의 연주를 듣기 위해 그녀의 오래전 음반들을 틀었다. 마치 영이 레이디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그 음반들을 듣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p44. 

그러면서 그녀는 그들에게는 파멸, 그러니까 여러 해 동안 빠져나오려고 애를 썼지만 결코 빠져 나올 수 없었던 파멸의 씨앗이 이미 태어날 때부터 그들의 삶 속에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에 잠겼다. 폭음, 마약, 감옥. 재즈 음악인들은 빨리 죽은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단지 빨리 늙어버렸을 뿐이다. 그녀는 그녀가 부른 노래 속에서, 멍든 여자들 그리고 그들이 사랑했던 남자들에 관한 노래 속에서 수천 년을 살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아름다운>은 제프 다이어가 재즈에 헌시하는 소설이자, 자신을 존재를 쏟아부은 상상적 비평이다. 어떤 이들에게 재즈는 종교와 같아서, 그 속에는 강렬한 신앙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버드, 호크, 트레인과 프레즈를 숭배하고, 빌 에반스와 마일스 데이비스를 추앙한다.


🏷p61. #텔로니어스멍크

그는 새로운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마치 시각 장애인처럼 그는 오랫동안 사용한 물건을 선호했다. 펜 또는 칼 같은 작은 물건에서마저 집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아야 했다. 어느 날 오후 그와 함께 걸을 때였다. 우리는 그의 집 근처에 있는 사거리에서-늘 그의 집 근처에서 만났다-신호 등이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그가 한 가로등에 손을 올려놓고 다정스럽게 어루만졌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로등이야.

🏷p70. 

실제로 그는 피아노를 연주하지 않았다. 그의 몸이 악기였으며 피아노는 그가 원하는 비율과 양으로 그의 몸이 뿜어내는 소리의 수단일 뿐이다.

🏷p95. 

 -삶의 목적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죽는 거.


-제프 다이어는 마치 그가 재즈 연주자들과 동시대를 살았던 것처럼, 그들과 절친한 친구였던 것처럼 그들의 삶을 설명하기 위해 노력한다. 삶과 재즈의 불가분을 역설한다. 버드 파월의 불완전함이 그의 연주를 완성했고, 밍거스의 분노가 그의 연주를 일으켰다. 재즈는 삶의 방식이다. 그들이 악기였고, 그들은 살아있음으로 연주였다. 우리는 그 삶의 관객이었다.


🏷p105. #버드파월

-피아노가 이 기회를 백 년 동안 기다렸다는 듯, 건반들이 그의 손길에 닿기 위해 경쟁하듯이 손아귀 속으로 빨려들 때의 그 모습. 곡과 곡 사이에서 들리는 청중의 당혹감. 자네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자네 이름을 수군거렸지. 버드 파월, 버드 파월.

 음악은 자네로부터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았네. 삶이 모든 것을 앗아간 거야. 음악은 자네에게 되돌려졌지. 물론 그건 충분치 않았지만. 충분, 그 근처에도 가지 못했지.


-집에는 언제나 피아노가 있었다. 제멋대로 건반을 두드렸지만, 피아노를 제대로 칠 줄 안 것은 여덟살 때의 일이다. 나는 빌 에반스는 절대 되지 못했다. 재즈보다 클래식이 익숙한 것은 당연한 걸까, 아이러니일까. 낯설 수밖에 없다가도, 녹음된 재즈는 온갖 군데에서 흘러나온다.


-긴 혼돈 속에서 혹은 짧은 인생의 끝에서. 재즈는 반항이자 반향이었고, 저항인 동시에 순응이었으며, 파괴인 동시에 창조였다. 모든 것인 동시에 아무것도 아니었다. 듀크의 날이 밝아간다. 완전히 다른 동네다. 그러나 그는 연주할 곳을 찾을 것이다. 그가 재주 연주자이기 때문이다.


-삶, 이토록 허무하고 지리멸렬한, 그러나 아름다운.

길 양쪽 들판은 밤하늘처럼 어두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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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버 드림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조혜진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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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다비드는 사람의 몸에 숨는 벌레를 알고 있다. 벌레는 어디에나 있다. 물에도, 공기에도, 흙에도. 벌레는 몰래, 아무도 알아차릴 수도 없게 몸 깊숙이 자리 잡는다.

-어느날 그는 영혼이 바뀌었다. 다비드가 아직 어렸을 때의 일이다. 엄마 카일라는 다비드가 더 이상 자기 아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깨 위의 노란색 비키니 끈.
아만다는 휴가를 맞아 딸 니나와 시골 마을을 찾는다. 아만다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카일라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러나 다비드, 얼룩덜룩한 반점이 있는 그녀의 아들은 두렵다.

-구조거리. 아만다는 딸 니나와의 구조거리를 언제나 재고 있다. 니나를 지켜보고 위험에서 구할 수 있게. 아만다는 구조거리가 팽팽해지는 걸 느낀다.

-벌레가 있다. 아만다의 몸에 벌레가 숨어 들었다. 아만다는 그걸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시작되는 거예요.” 다비드가 말한다.

-열이 나는 것 같아. 그래서 모든 게 이토록 혼란스러운 건가?

-<피버드림>은 2021년 공개하는 동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원작이다. 책은 다비드와 아만다의 대사로 엮여있다. 영상에서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궁금하다. 심리적인 요소를 이용해 공포를 조성한다는 점에서 <버드박스>를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다.

-열에 들떠 꾼 꿈이었다면 좋았을거야. 그곳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비드와 아만다는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지만, 그들이 던져주는 퍼즐 조각으로 독자는 그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을 조립한다. 누군가는 중독되고, 어떤 아이는 중독된 채 태어난다. 아만다와 니나는 무사히 그 마을을 떠날 수 있을까.

사만타 슈웨블린의 라틴 아메리카 환상문학, <피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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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팔기 을유세계문학전집 110
나쓰메 소세키 지음, 서은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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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는 처음이다. 매번 한 번 가볼까 고민하는 동네 카페같이, 그러나 결국 가지못하듯 다른 책을 꺼내들었던 것 같다.

-사실 개강을 핑계 삼아 완독하진 못했다. 잠깐씩 책을 펼쳤지만 몰아치듯 페이지를 넘겼다.

-“모든 작가에게는 쓰지 않으면 안 되는, 필연적으로 느껴지는 한 편의 소설이 있기 마련” 누군가는 <한눈팔기>가 나쓰메 소세키에게 그런 책이 아닌가, 라는 평론을 썼다.

-<한눈팔기>는 자전적 소설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가정사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겐조의 마음은 구겨 놓은 종잇조각처럼 꾸깃꾸깃 했다.’
때로 짧은 문장이 그의 삶 한 장면이란 생각이 떠오르면 묘하게 불편했다. 사실 누구도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는 이야기다.

-우리는 눈앞의 완성된 요리를 보고 설거지 거리를 제일 먼저 떠올리진 않는다. 그러나 결국 생활은 재료를 준비하고, 요리를 하고, 음식을 담고, 설거지를 하는 등의 잡다한 과정이다. <한눈팔기>는 ‘가족’이라는 관계의 설거지 거리를 보여준다. 가족이라는 단어로 묶여 나올 수 있는 기름때 같은 것들을 숨기지 않고.

‘겐조는 때로 형이 죽은 후 그의 가족을, 오직 생계 면에서만 상상할 때가 있었다. 그는 그것을 잔혹하지만 자연스러운 것이라 여겨 자신에게 허용했다. 동시에 그런 관찰을 피하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해 일종의 불쾌감을 느꼈다. 그는 쓴 소금을 핥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쓰메 소세키는 그것을 드러내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것은 역시 생활의 과정이므로 또한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인 것이다. 생활소음처럼.

-이번 주말까지 완독하는 것이 목표다. 한눈팔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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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도키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9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문승준 옮김 / 비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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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를 과거로 보내준다면, 나는 스무살의 아버지를 찾을 수 있을까.
<아들 도키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다쿠미에게는 아들 도키오가 있다. 도키오는 이름에 ‘때시(時)에 ‘날생(生)’ 자를 쓴다. 다쿠미가 지은 이름이다. 아이는 모계의 반성유전으로 ‘그레고리우스 증후군’을 앓는 환자다. 그 유전병으로 인해, 도키오는 십대에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다.

도키오의 어머니는 본인이 보인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결혼도, 아이도 꿈꾼 적 없다. 그녀가 결혼을 하겠다 결심하게 만든 것도, 예상치 못하게 들어선 아이를 낳아 기르겠다 설득한 것도, 모두 남편인 도쿠미였다.

건강한 어린시절을 지나, 도키오는 언젠가부터 병상에서 시간을 보낸다. 어느새 아이에게는 숨 쉴 시간이 아주 조금 남아있을뿐. 식물인간 상태의 도키오는 어느날, 시간을 뛰어넘어 아직 어머니와도 만나지 않은 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다쿠미는 좋은 아버지였지만, 스무살의 아버지는 역시 도키오가 알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 도쿠미는 아버지의 곁에서 짧은 시간 머물며 그가 밟는 삶의 전철을 들여다본다. 가끔은 손을 잡고, 등을 떠밀고, 농담을 주고 받으며.

‘시간여행’이라는 키워드에 자연스럽게 그의 전작인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먼저 떠올랐다. <아들, 도키오> 역시 포근한 이야기다. 다만, 이 책은 마름을 톡톡 두드려 작은 진동을 만들어낸다.

유한한 시간 속에서 생명을 잉태하고, 세상 속에서 만나 함께 살아가기로 결심하고, 작은 손을 보듬는다는 것의 의미.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야기를 한다. 조곤조곤.

작품 간 편차가 크다고 생각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가운데 <아들 도키오>는 평타 이상을 치는 작품이다. 포근한 묵직함.

여름이 기웃거리는 6월, 선풍기 아래서 읽기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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