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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하나 잊지 말자는 것이다 - 만화로 읽는 나혜석
유승하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평점 :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만화는 힘있는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만화로 읽는 나혜석
만화라는 장르를 통해 제가 몰랐던 나혜석의 삶을 생생하고 선명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만화를 볼 때 기대하는 재미와 몰입감을 충족시키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나혜석, 이름 석자와 함께 제가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던 내용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시대를 앞서간 신여성, 파격적 이혼, 이혼 이후의 불행했던 삶 등이었습니다.
천재 여성 화가로서 치열했던 그녀의 삶을 한 권의 만화로 다 읽은 후,
눈물이 핑 돌 정도로 묵직한 감동이 전해졌습니다.
특별한 사람이었지만
시대와 환경의 제약에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한 사람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읽힐 수 있습니다.
"네 나이도 생각해야지. 열여덟이 적은 나이냐?"
집안의 결혼 강요로 휴학하지만, 결혼을 거부하고 스스로 유학 자금을 벌기 위해 보통학교에서 1년간 미술을 가르치는 나혜석, 주도적이고 당찬 신여성입니다.
공부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글도 잘 쓰는 나혜석은 유학생 모임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는 에너지 넘치는 학생시절을 보냅니다
그녀의 그림에는 '일하는 사람', '일하는 여성'이 포함되어 있기도 합니다.
아이 키우랴, 그림 그리랴, 집안일하랴,,얼마나 바빴을까요
책 간지마다 삽입된 그림과 간간이 책에 실린 개성있는 질감의 그녀의 그림을 볼 수 있었고, 마음이 끌리는 그림들이었습니다.
남편과 부부동반 세계 일주를 마치고 돌아온 부산의 시댁 풍경
이혼하고 돌아온 시누이, 시삼촌 가족, 또 연달아 같이 살러 들어온 둘째 시삼촌네
무한 반복의 밥상 차림, 남편은 상전처럼 손가락 까딱하지 않습니다.
남성과는 다른 위상이었던 당시 여성의 삶,
여성의 권리와 독립을 외칠 수 밖에 없을 것같습니다.
가정과 사회, 일과 사랑에서 남성과는 다른 위상, 다른 시선이었던 것에 나혜석은 목소리를 높여 맞섰으나 시대는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부부의 정조에 대해서 남자와 여자에 대한 잣대를 달리 하던 시대입니다.
남편의 외도는 당연하지만 여자는 용서받지 못하는 세상이었고, 나혜석은 아이를 위해 용서를 빌어보지만 이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혼 이후 아이들을 만나지도 못하고, 실패와 불운이 이어집니다.
혼신의 힘을 다해 그린 그림들이 화재로 다 타버리는 충격, 경제적 어려움, 개인전 실패, 자식의 죽음, 손이 떨리는 파키슨병까지 걸립니다.
48세 나이에 양로원으로 입소하나 견딜 수 없어서 가출을 반복하고, 돌봐줄 사람도 없이 주변의 냉대를 겪다 52세에 홀로 거리에서 죽습니다.(무연고자 병동)
누구보다 반짝였기에 마지막 그녀 모습은 인생에 대한 비감을 느끼게 합니다.
저는 이른 나이에 그녀가 병에 걸린 이유가 감내해야 했던 삶의 무게 때문이었고, 그건 시대를 앞서간 선각자의 불행한 운명과도 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보다 반짝거렸던 재능과 당찬 성격의 신여성을 시대가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녀 또한 살아내기가 어려웠을 것같습니다.
순응이 아닌 투쟁의 삶을 선택한 나혜석,
글과 그림으로 여성운동을 펼쳤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방향으로 살려고 애쓰고 싸웠습니다.
나혜석이라는 이름은 이제 제게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라는 타이틀만으로는 담을 수 없습니다. "나혜석"은 자기 힘으로 살아가려고 했던 울림 가득한 삶을 살았고, 시대를 앞서간 여성 선각자로서의 슬픈 삶의 표상이라고 여겨집니다.
책을 다 읽은 후에,
나혜석의 독립운동 이력이나, 그녀의 행적을 찾아보다가
이 책에 나온 내용보다 그녀에 대한 평가에는 명암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논란이 되는 부분은 다루지 않아 작가가 밝힌대로 헌정의 성격이 강한 책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나혜석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던 독자로서 그녀에 대해 긍정적인 호기심을 갖게 한 책이었지만 추앙적인 측면이 부각된 것같아서, 인간적인 약점을 같이 다루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