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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미래의 풍경
장강명 지음 / 해냄 / 2026년 10월
평점 :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일론 머스크와 잰슨 황이 전망하는 AI 미래 예언 인터뷰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AI 로봇이 인간이 할 일을 대신하는 세상,
영상 속 그들이 말하는 미래는 먼 미래가 아니라 2~3년, 혹은 10년 뒤의 근미래 모습이었습니다.
소설가가 상상하는 근미래의 풍경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그 독창적인 시선이 궁금해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영화 '댓글부대'는 인상깊게 보았으나 장강명 작가의 원작 책은 읽어 본 적이 없습니다. 워낙 유명한 작가라 책을 꼭 한번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기자 출신이자 'STS SF'라는 영역을 개척한 소설가라는 사실을, 이 책의 작가소개란을 읽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200페이지가 안되는 손바닥만한 크기의 책임에도, 그 안에 담긴 24편의 짧은 단편이 그려낸 미래는 기대 이상으로 사실적이고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짧은 이야기마다 익숙한 소설의 유형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글, 인터뷰, 기사, 안내문까지 다채로운 형식을 차용해 마치 실제 일어날 법한 일처럼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미사여구 없는 단단하고 단조로운 문체 덕분에 자연스럽고 속도감 있게 읽혔습니다.
저자는 '네카팡'이라는 기업 서비스를 축으로 삼아 미래 기술이 우리의 일상(사랑, 결혼, 육아, 주택 등)과 정치, 노동, 일자리를 어떻게 흔드는지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인공자궁으로 아이를 낳고, 육아 로봇이 아이를 돌보며, 사춘기 아이에게 AI 친구가 있습니다. 진짜 창밖 풍경이 아닌 가상 뷰의 전망 좋은 집, 디지털 제사와 같은 애도의 방식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모든 영역에 미래 기술이 닿아 있습니다.
근 미래에 정말 이런 기술이 가능할까? 하는 호기심과 기대보다는, 어쩐지 씁쓸하고 불편한 감정이 드는 것은 24편의 전체에 흐르는 작가의 예리한 통찰 때문일 것입니다.
모든 인류가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은 세상.
기술의 발전으로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그로 인해 소외되고 피해를 보는 약자들도 있습니다.
<원칙은 원칙>편은 병원에 입원한 할머니를 돌보던 70대 할아버지가, 융통성 없는 원칙 앞에 안드로이드 보안요원에게 제압당하고 안드로이드 경찰관에게 체포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기술을 앞세워 융통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세상에 밀려나는 노인의 모습을 보니, 2016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한 장면을 겹쳐 보이게 했습니다.
<당신과 내가 광고하는 상품들>편은 네카팡의 ‘리캐스팅 기술’로 가까운 지인을 광고 모델처럼 활용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 소설을 본 기업관계자라면 당장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싶을 만큼 솔깃한 내용이었습니다.
리캐스팅 CF 기술은 결국 부유층보다는 저소득층 사람들에게 더 큰 타격과 피해를 안깁니다.
<진상고객을 환영합니다>편은 민원전화 대응을 주제로 다룹니다.
전 분야의 민원 대응이 AI로 대체 되면서, '사람'에게 직접 항의하고 하소연하는 권한마저 VIP 고객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 부유층의 전유물이 되어버립니다.
작가가 그려본 근미래 기술에 대한 상상력은 기발하면서도 사실적입니다. 아울러 기술을 둘러싼 사회 변화와 인간 군상을 담아낸 시선에는 예리한 통찰력이 돋보입니다.
책에 등장하는 기술들이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기술'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야기의 무게감이 훨씬 더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작가의 말처럼 이 소설은 예언적 상상을 위한 소설이라기 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근미래 풍경들이 마음에 드시나요?"
기술의 편리함 이면에 감춰진 그늘을 고민하고 더욱 깨어있는 시선으로 근미래를 마주해야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과연 우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한 푼이 아쉬운 저소득층과 청년층은 가장 보수가 높은 패키지-Z를 선택했고, 자기 친구들이 대출과 온라인 게임, 건강보조식품을 광고하는 영상을 하루에도 몇 번씩 봤다.
기사에는 ‘인간은 다른 인간보다 자신이 우월하다는 감정을 즐기지, AI에게 명령하는 걸 즐기지는 않는다‘는 문장도 있었다.
이 책에 실린 짧은 소설들에서 저는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기술, 현재의 경제구조에서 기업이나 소비자가 반길 이유가 없는 기술은 묘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글들은 예언이 아닙니다. 이런 미래가 올지 오지 않을지 저는 모릅니다. 이 짧은 소설들은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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