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작은 빛을 따라서
권여름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10월
평점 :
📖
일전에도 말한 적 있듯
요즘 글쓰는 여성작가 중에는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연령대의 작가들이 많아서 좋다. 경험하지 않으면 나오지않을 그 시절의 냄새와 향수가 강하게 느껴진다.
작은 빛을 따라서는 전북 정읍의 한 마을에 살고있는 한 대가족의 성장소설이다. 주인공은 오은동이라는 여중생이지만 은동이의 가족(할머니, 부모님)과 친구가 모두 성장통을 겪으며 변화한다.
소설속의 인물들은 결코 포기라는걸 할 줄 모른다. 고성장 시대를 지나온 우리 대한민국의 민족성이려나. 그러고보면.. 그 시대엔 모두가 그랬던 것도 같다. 포기가 없고, 희망이 있던 시기. 노력하면 다 이뤄지고 포기하지 않으면 종국에는 빛을 본다는 희망이 있던 시기가 그때가 아닐까.
책에서는 시대가 지남에따라 우리의 골목상권이라 불리는 소상공인들이 어떻게 무너지고 대규모자본에 순식간에 잠식되어 가는지 상세히 묘사되어있다. 상도덕을 울부짓지만 힘없는 시민들에게 상도덕이란 규제와 법앞에서 아무것도 아닌것일 뿐인걸 그 광경을 보며 커온 세대이기에 책의 내용이 뼈아프게 다가왔다. 그렇지만 소설은 비관적이지 않다. 앞서 이야기했듯 은동이네 가족들은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게 작은 빛을 따라서 한발짝씩 간당간당 나아가는 희망이 소설속에 가득하다. 그래서 참 소박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것이 이 책의 매력포인트랄까.
우리 수현이가 자라서 이 책을 본다면, 내가 갓 광복한 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에서 느끼는 그런 생소한 기분을 느끼지 않을까. 그만큼 나의 어릴적 이야기, 불과 20년정도 전의 이야기임에도 정말 시대가 많이 변했구나 느끼게 된다. 식빵에 케첩을 발라 치즈와 햄, 피망 등을 올리고 피자빵을 구워주던 우리엄마의 모습도. 집에 돈달라고 하기가 미안해 학교 급식을 신청하지않던 내 모습도 모두 책속에서 다시 만났다. 너무나도 모든것이 풍족하고 편리한 지금의 시대에선 상상하지 못할 나의 어릴적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향수에 젖어 그리웠다. 80년대생이라면 누구나 은동이같은 마음으로, 그 이전 생이라면 은동이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책속에서 과거와 조우하며 향수와 희망을 느낄수 있을 것이다.
p56- 그것이 착각이든 뭐든 간에 내 안에 흼아의 기운이 꽉 찬 건 분명했다. 그런 마음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사라지는 것일까.
p90-누군가에게 언어로 내꿈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대신 내 안에서 조용히 몸집을 키우고 단단하게 만드는 것을 택했다. 내꿈을 지킬 수 있는 건, 나뿐이었다.
p100- 꿈은 부러운 것이 없게 만든다. 가슴속의 무언가가 발효되어 퐁퐁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p165- 아무도 몰라줘도 내 안에서 빛나는, 많은 이야기가 살아 있는 나만의 왕국. 그것을 나는 완전히 잃어버린 걸까. 혹시 내가 버린 건 아닐까.
p178- 반복이라고 하는게 그렇다. 면역이 되어 조금씩 괜찮아졌다. 그렇다고 섭섭한 마음이 사그라지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p185- 곤란하지 않기 위하여, 오해하지 않기 위하여 우리는 약속을 한다.
p198- 두렵고 무서운 것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을, 소중한 어떤 것을 놓치는 거였다.
p199- 그럼에도 그곳에 꼭 다시 가야만 했다. 넘어진 데로 가서 그자리에서 뭔가를 수습하고 싶었다. 알수 없는 힘이 내 안의 두려움 같은 것을 없애주는 기분이었다. 그곳이 정말 겁나지 않았다. - 겁이 안나기는 개뿔. 사람의 마음처럼 약해빠진게 또 있을까.
#작은빛을따라서 #권여름 #자이언트북스
#책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책추천 #책읽는지하철 #아카쨩의서재 #book #📚 #readingbooks #소설 #장편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