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존재하는 개 - 개 도살, 그 끝나지 않은 이야기
파카인 지음 / 페리버튼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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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

솔직히 고백해 보자면,
아주 어렸을 때 어른들이 염소고기라고 속여서 먹은적이 있었던 것 같고 그리고 20살 즈음에 나를 예뻐해주던 친구네 부모님이 개고기를 좋아하셔서 두어번 같이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음식은 하나의 기호라 생각했기에 먹고 안먹고는 자유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마음은 아플지언정 내가 안먹음에 남의 기호를 힐난할 마음은 없다.)
2006년 호주에서 홈스테이를 할 때 강아지와 고양이를 키우던 그들이 나에게 한국사람들은 정말 개를 먹냐고? 어떻게 그럴수 있냐고 물었을 때 짧은 영어로 식용을 위한 강아지가 있다고 했던 것 같다. 그땐 그런 대답을 하는것에 아무런 감정도 없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그때까지 단 한번도 세상에 태어나서 강아지라는 생물과 감정적 교류를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강아지와의 감정적 교류를 느낀 것이 바로 그 호주에서였다. 약 1년동안 홈스테이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는 날 공항에 가려고 캐리어를 끌고 홈스테이 dad의차에올라탔는데 dad가 날더러 창문을 열어 바깥을 보라고 했다. 그때 강아지 Aussie가 내가 탄 차 문 앞에 앉아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20살 가까이 먹은 그 강아지는 내가 머무르는 1년 내내 아무리 내가 부르고 이뻐하려고 해도 나한테 관심조차 아니 오히려 귀찮아 하는 할아버지 강아지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나를 조용히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홈스테이 딸 친구 Daisy 가 놀러와서 장난으로 나를 밀쳤을때도 Daisy한테 왕왕거리며 달려들어줬었다. 강아지라는 생물이 사람과 이렇게 교감을 한다는 것을 그때 처음 느꼈다. 1년 동안 함께 생활했던 고양이 Pusspusss는 내가 가든말든 큐대 위에 누워 자고있다 🥹
그래서 한국에 오자마자 강아지를 키워야겠다고 생각해서 애견샵에 가서 우리 리치를 만나서 데려왔지. 그렇게 나의 강아지 사랑이 시작되었고 그후로 나는 절대 개를 먹지 않게 되었다.
일전에 지상렬 역시 강아지에 대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개를 먹지 않는다고 했는데 누구든 강아지와 그런 교감과 정서를 경험하게 되면 절대 그 사랑스런 생명체를 식용으론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강아지는 정말 그런 생명체다. 사람과 엄청난 교감을 하는 충성스럽고 사랑스러운 존재.

의미있는 책을 만났다. <아직도 존재하는 개>
글 없이 그림으로만 진행되는 책에 등장하는 개들은 가상의 존재가 아닌 그동안 언론을 통해 보도된 실존했으나 잔인하게 도살당해 개고기로 먹힌 개들이다. 표지의 개는 지난 2017년 3월 모란시장에서 촬영된 도살장으로 끌려가던 어린 누렁이다. 이런 장면을 어디선가 보고나면 한동안 밥도 먹지 못하겠다. 실제로 출근하다 길에 돌아다니는 버려진 개들만 봐도 하루종일 마음이 아파 일이 손에 안잡힐 때가 많다. 개는 그런 존재다. 개와 공감하고 키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와 같은 감정을 느낄것이다.
1장에는 동족의 죽음을 목격하거나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는 도살장 개들의 이야기,
2장에는 구조되어 새로운 삶을 사는 개들의 이야기,
3장에는 아직도 구조되지 못한 채 끝내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개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잔뜩 겁먹은 개들의 모습이나 잔인한 현실에 슬프고 가슴아프지만 작가는 이런 처절한 공포감 속에서 아직도 이런 생명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않도록 하기위함에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때로는 백마디 말보다 이런 말없는 이미지들이 더 많은 메세지를 전달하고 울림을 주기에… 이 책이 널리 읽혀 더 많은 사람들이 느끼기를 바래본다.

서평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만 담아보았다.
2페이지의 철장밖으로 내민 강아지의 손은 꼭 잡아주고싶고,
3,4페이지의 새로운 삶으로 발걸음을 디딘 아이들이 영원히 행복했길(하길) 바라며,
5번째 페이지는 내 인식을 바꿔놓은 호주에서의 Aussie와함께 찍은 사진,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는 내 사랑하는 지금은 무지개별에서 뛰어놀고 있을 리치.

모든 생명은 다 소중하다.
혹자들처럼 개만 소중하냐, 닭도 돼지도 소도 모두 소중한데 왜 개한테만 유별나게 그러냐고 할지도 모른다. 맞다. 그래서 채식주의자가 된 적도 있는데 한국에서 아직은 사회생활하며 베지테리안으로 살아남기는 멀다는 생각이 들어 한달도 안되어 포기했다.

살기 위해 인간은 다른 생명체들을 식용하지만, 적어도 반려로 함께 공생하는 지척의 생명체들만은 존중하고 함께 더불어 살아보자고 작은 목소리로 외쳐보고 미천한 글로 표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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