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 여성 인물 도서관 10
박지숙 지음, 에이리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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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람 주니어의 여성 인물 도서관시리즈는 역사의 책갈피에 숨어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꺼내어 초등학생들에게 들려준다. 1<조선 최초의 수렴청정 정희왕후>로 시작해서 10번째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으로 끝을 맺는다. 나는 6<일제 강점기 최초의 여성 의병장 윤희순> 부터 10권까지 서평단 지원도서로 받아 읽게 되었다. “여성 인물 도서관시리즈의 인물들을 접하며 놀랍고도 고마웠다. 이름만 알았지 업적은 잘 모르거나 아예 처음 만나게 된 인물도 있었다같은 여성으로서 그들이 겪은 고난이 십분 이해되었다.


시리즈의 마지막 인물인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을 만나보자. 1923년 경상북도 경산에서 태어난 박남옥은 경북공립고등여학교(현 경북여고)에서 투포환 선수로 활동했고, 1943년에는 이화여자전문학교(현 이화여대) 가사과에 입학했다. 박남옥은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상이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꿈도 많았던 박남옥이 시도하려는 것은 죄다 여자라는 이유로 좌절되었다. 마침내 박남옥이 반기를 든 사건이 벌어졌다. 영화를 보는 재미에 푹 빠졌던 그녀는 영화 포스터를 기숙사 방에 걸어두었는데 그것을 본 사감이, “쯧쯧, 좋아하는 것이 겨우 영화라고? 당장 떼어 버려!”라고 말했다. 이에 박남옥은 학교를 박차고 나왔다.


박남옥의 취미는 영화배우의 브로마이드를 모으고 사진을 스크랩하는 것이었다. 자신이 모은 방대한 스크랩 북에 더해 영화 감상까지 꼼꼼하게 쓰고 전문 서적을 찾아 보충 기록까지 해두었다. 이렇게 준비해 둔 자에게는 항상 기회가 찾아오기 마련! 그녀는 조선영화사 광희동 촬영소에서 문화 뉴스를 촬영하는 일을 했고, 1944년에는 대구로 내려가 대구일일신문기자가 되었다. 이듬해 해방을 맞자 박남옥은 자신의 실력에 회의를 느꼈다. 우리말보다 일본어를 더 잘하는 자신은 신문을 만들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여 신문사를 그만두고 조선영화사 광희동 촬영소로 돌아갔다.


여기까지만 봐도 그녀가 얼마나 진취적이고 꼼꼼하며 정직한 인물인지 가늠할 수 있다. 뒤이어지는 내용은 우리나라에서 첫 여성 영화감독으로 데뷔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나는 그동안 이 시리즈의 서평을 쓰면서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여성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강조했다. 동성이기에 공감하는 지점이 분명한 것도 있었지만 그 부분은 남학생들이 읽더라도 충분히 배울 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세상이 이렇게 좋아졌는데 뭐가 힘들다고... 요즘 애들은 너무 나약하다.’라는 말을 하는 이들을 싸잡아 꼰대로 치부했었다. 그런데 이 시리즈로 만난 인물들의 활동들을 보니 그런 말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다른 것으로 충분히 힘들다고, 시대가 달라졌는데 같은 잣대로 평가하지 말라는 반박이 잘못 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여성을 남성보다 훨씬 부족한 존재로 취급하던 시절에 여성이 제 능력을 펼쳐 보이기 위해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그 시절을 산 사람이 아니고는 짐작조차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렇기에 이 여성 인물 도서관 시리즈는 많은 아이들과 부모들이 같이 읽길 바란다. 우리나라 각 분야에서 처음이었던 여성들의 활동을 보면서 시대를 이해하고 삶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박남옥이 아기를 업고 종횡무진 촬영장을 뛰어다니고 스테프의 밥을 해먹인 부분을 읽으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일과 가사와 양육을 거의 혼자 하면서 나는 늘 생각했었다. ‘누가 집안 일 만이라도 해주면 책을 좀 더 읽을 수 있을 텐데, 수업 준비를 더 잘 할 텐데...’ 박남옥도 감독으로서 할 일이 너무 벅찬 나머지, ‘도와줄 사람이 있으면 좋을 텐데... 영화 촬영에만 집중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했다. 기존에 여성으로서 공감하며 읽었던 다른 인물들보다 박남옥의 삶에 훨씬 감정이입된 부분이었다. 이렇게 여자는 일하는 남자가 하지 않는 걱정을 기본적으로 하면서 산다.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 것은 분명 있다. 남학생들이 얼마만큼 공감할지는 모르겠으나 이 책은 엄마와 아들이 같이 읽고 활동하면 더욱 좋겠다.


청어람 주니어가 제공하는 독후 활동지는 교사가 아니어도 아이들과 같이 풀어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낱말 퍼즐로 어휘를 익히고, 독서 퀴즈로 줄거리를 확인한 후 시놉시스 쓰기, 토의 토론하기 등을 해볼 수 있다. 남옥이 영화 대사를 떠올리며 어려운 상황을 이겨냈던 것처럼 학생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 대사, 노래 가사, 책 속 문장들을 이야기 나눠보는 활동을 추천한다. 또 이 책에는 주인공과 그 가족이 한국전쟁으로 인해 겪은 고초가 그려지고 있다. 현재 전쟁으로 힘든 나라들이 있고 어린이는 늘 피해의 대상이다. 반전을 주제로 토의 토론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도 강조했다시피 청어람 주니어의 여성 인물 도서관 시리즈는 여성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어려운 시대에 자신의 자리에서 우뚝 선 인물들의 삶을 통해 인간의 태도를 배우기에 안성맞춤인 책이다. 초등학교 필독서로 지정되면 좋겠다. 시리즈에서 다룬 인물은 어른이라 해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러므로 학생과 교사, 학생과 부모가 꼭 같이 읽기를 바란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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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에 균열을 낸 결정적 사건들
김형민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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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승리한 자가 쓴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승리한 자의 기록이다. 그래서일까.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역사는 대부분 왕조사였다. 하층민의 삶이나 생활사 같은 미시사는 쉬어가는 읽을 거리정도로 스쳐지나갔다. , 시험에는 나오지 않았다. 내가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때는 2000년대 초반이었다. 그 때 골랐던 책이 이덕일 선생의 역사서였다. 내가 그동안 배운 건 뭐지 싶었다. 그래서 학교 국사 시간에 배우지 못한 내용을 다루는 책을 좋아한다. 이덕일 선생 다음으로는 남경태씨의 책을 즐겨 읽었는데 10년 전 작고해서 아쉬울 따름이다.


시사인 구독할 때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 작가인 김형민씨가 <세계사에 균열을 낸 결정적 사건들>을 냈다고 해서 서평단 자격으로 받아 읽었다. 이 책의 부제는 ‘UNDERDOG’이고, ‘약자가 강자를 이길 때 역사는 새로 쓰인다를 덧붙였다. 표지에서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언더독의 저항으로 역사가 뒤집힐 수 있었고 그러한 결정적 사건들을 다루겠다고! 5장으로 나누었고 각 장은 전략, 용기, 결의, 지혜, 신념이라는 주제하에 30가지의 사건을 다루었다.


소제목을 주욱 훑어보니 나폴레옹, 이순신 외에는 직접적인 이름 언급이 없었다. 나머지는 일반적인 독자들에게 생경한 사건들을 다루었을 거라고 예상되었다. 이런 책은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 소제목에 궁금증이 일면 끌리는 제목의 페이지를 먼저 펼치거나 각 장의 주제 중에 관심 있는 것부터 읽어도 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기록의 중요성이다. 기록은 언제나 강조되지만 강자든 약자든 기록으로 남겨두어야 자신의 이름을 떳떳하게 내세울 수 있으며 계속 전해진다. 또 아무리 무모해도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약자라고 지레 포기하지 말고 쉼없이 항거하고 목소리를 높여야 균열을 낼 수 있다. 그 작은 균열이 종국에는 둑을 무너뜨리고 거세게 밀려든 물살이 역사를 바꾸는 것이다.


학교 역사시간 어디에도 나오지 않은 사건들을 다룬 이 책에서 저자는,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고 자존감을 고수하는 약자는 그 어떤 위기에서도 용기의 빛을 발하고 패하더라도 타인들로부터 존중 받는다고 썼다. 현실에서 우리는 대부분 약자다.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라고는 겨우 한 장의 투표권을 사용할 때 뿐이다. 그마저도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게 만들어서 역사를 뒷걸음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저항해야 한다. 아무리 미래가 암울해도 과거의 시련만 떠올라도 계속 시도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균열을 내려는 시도가 끊인 적은 없었으니까.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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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 눈사람 펑펑 1 팥빙수 눈사람 펑펑 1
나은 지음, 보람 그림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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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산이라고 들어봤나요?


사계절 내내 눈으로 뒤덮인 도래산의 모습이 수북하게 쌓인 큰 얼음 같아서 팥빙수산이라고 부르는 곳이에요. 이 팥빙수산 봉우리엔 눈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는데 여기 신기한 가게가 있답니다. 커다란 이글루 두 개가 통로로 연결된 모양이라 하늘에서 바라보면 안경처럼 생겼어요. 간판에 눈사람 안경점이라고 쓰여 있군요. 이곳의 주인은 눈사람 펑펑이에요. 펑펑은 손님들이 보고싶어하는 장면을 볼 수 있는 안경을 만들어 줍니다. 과거, 미래, 혹은 누군가의 마음 속까지 볼 수 있어요. 안경값으로 받는 것은 빙수에 얹을 재료랍니다. 펑펑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게 바로 빙수거든요. 어떤 재료든 환영하지만 가장 반기는 재료는 달콤한 팥이고요.

 




여기까지 들어보니 어떤가요? 팥빙수산에 사는 눈사람이 주인공이라니요! 게다가 안경을 끼면 원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니, 정말 궁금해지지요? 안경을 사러오는 손님들은 무엇이 보고 싶을까요?

 

소풍가는 날 날씨가 궁금한 어린이

주인이 왜 슬퍼하는지 모르겠다는 강아지

좋아하는 아이와 짝이 될 수 있을지 알고 싶은 초등학생

 

우리는 늘 미래를 궁금해 합니다. 일의 결과를 빨리 알고 싶어서이기도 하지만 실은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루어지길 바라니까요. 또 다른 사람의 마음이 궁금합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궁금증이 해소되면 끝인 걸까요? 펑펑은 안경을 낀 손님들이 자신의 어려움을 이겨낼 방법을 스스로 찾아내도록 도와줍니다. 작가의 마음이겠지요. 아직 서투르고 어설프지만 잘 해내고 싶은 아이들에게 힘을 주는 동화입니다. 기발하고 재미난 소재와 삽화가 읽는 맛을 더합니다.



 

마지막에 직원으로 일하게 된 북극곰 스피노의 실수로 얼음 가득한 공간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장면은 2권을 기대하게 합니다. 스피노의 좌충우돌 안경점 적응기, 또 다른 손님들의 사연으로 이어질 2권이 몹시 기다려지는군요.

 

꿈꾸는 건 누구에게나 자유란다. 상상하면 돼. 그럼 무엇이든 가능하지.”


모든 일은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는 거야.”


다른 사람의 기분을 알아차리고 마음을 이해하는 것도 즐겁게 노는 방법이야.”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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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지 한 장의 기적 라임 그림 동화 40
나가사카 마고 지음, 양병헌 옮김 / 라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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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지 한 장의 기적>은 일본 작가 나가사카 마고가 그리고 쓴 그림책입니다. 아프리카 가나의 어느 마을에 나타난 화가가 아이들 세 명(베지, 오스만, )에게 화가가 되고 싶냐고 묻습니다. 1세디(100)로 도화지를 사는 사람에게만 그림을 가르쳐 주겠다고 합니다. 하루종일 아빠를 도와 일을 해야만 받을 수 있는 귀한 1세디로 도화지를 살까요? 베지는 사지 않았고 오스만과 엘은 도화지를 삽니다.




아저씨는 그림 그리는 법을 알려주지요.

그림을 그릴 때 실력이 어떤지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아. 이 도화지에 마음을 담아 그리는 게 중요해.”


마음을 담아 정성껏 그린 그림을 본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10세디를 주고 그 그림을 삽니다. 우아! 1세디로 10세디를 벌었어요. 아이들은 이제 10세디로 무엇을 할까요? 엘은 1세디짜리 사탕 세 개와 7세디짜리 장남감 자동차를 샀고, 오스만은 사탕 세 개랑 도화지 일곱 장을 삽니다.




여기까지 줄거리를 보니 어떤가요? 경제동화 같지요? 1세디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힘겹게 노동해서 받은 돈 1세디를 도화지를 사는 데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한 아이와 산 아이의 행동의 결과는 다릅니다. 그림을 그려서 1세디가 10배가 되어 그 돈을 지출할 때의 모습은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소비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도 보여줍니다.


그런데 마지막을 보면 아주 작은 돈 1세디가 오스만에게 어떠한 열매를 가져오는 지를 보여주지요. 그리고 알게 됩니다. 이 책은 지금 당장의 욕구를 해소하기 보다 지연한 욕구가 꿈을 이룰 거름이 될 수 있다는 것을요.


그런데 이게 실화라고 합니다. 작가가 실제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 있는 아그보그볼로시라는 작은 마을에서 만난 아이들과 함께 한 사연을 그림책으로 낸 것입니다. 그곳에는 전자쓰레기 재활용 처리장이 있어요. 선진국에서 전자폐기물을 합법 혹은 불법적으로 수출하는 바람에 이 곳 사람들은 고통받고 있어요.


이런 내용을 마지막 페이지에서 설명하고 있는데 좀 더 자세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림책이라서 아이들에게 전달하고자하는 바를 아주 간단히 소개한 것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어른의 지도가 들어갈 필요가 있는 책이니만큼 어른들이 읽고 아이들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그곳의 상황에 대한 설명이나 사진, 또는 링크, 그리고 더 이상 그곳 사람들이 고통받지 않기 위한 방안이나 현재 노력중인 것에 대한 정보가 더 필요하단 생각이 듭니다. 작가가 그곳에 직접 다녀왔다고 했으니까요.


물론 그의 활동도 칭찬할만하고 이런 책을 내어준 것이 고맙습니다. 저도 전자폐기물 쓰레기장이 가나에 있다는 것을 이 책으로 처음 알았으니까요. 파라과이 쓰레기 매립장에서 주운 것들로 만든 악기를 가지고 오케스트라를 결성한 사례가 있습니다. 그곳의 아이들도 재활용 악기로 연주자의 꿈을 이루었습니다. 이 이야기도 그림책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파라과이가 음악이라면 가나는 미술이네요. 쓰레기 매립장에서 예술이 피어나는 아이러니를 그림책으로 만날 수 있게 되는 건 아름다운 일입니다.


가나의 어린이들은 어떨까요? 오스만 한 명만 그림을 팔 수 있게 되면 다른 아이들은요? 그곳 아이들의 건강을 해치는 이런 일은 이제 멈추어야 합니다. 자신의 나라보다 가난한 나라에 쓰레기를 버리는 건, 아무리 합법적이라해도 무책임한 짓입니다. 내 나라, 내 국민을 지키기 위해 남의 나라 국민들은 피해를 입어도 되나요? 우리가 편하게 사용하고 버린 휴대폰이 다른 나라에 버려지는 현실을 알았으니 우린 무엇을 해야 할까요?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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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노라마
릴리아 아센 지음, 곽미성 옮김 / 어떤책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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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젊은 작가의 소설 <파노라마>를 서평단 자격으로 받아 읽었다. 시간적 배경은 불과 25년 후인 2049년이다. 이 소설에서 다루는 쟁점들은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조금 더 극단적으로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상상한 것이라 하겠다. 프랑스를 배경으로 했지만 우리 사회에 그대로 적용해도 될 정도다.


역자 후기를 보니 작가 릴리아 아센은 이 작품 이전에 두 편의 소설을 발표했고 대중적으로는 저널리스트로 더 잘 알려져 있다고 한다. 비유적 표현이나 서술에 묘사가 많지 않아서 마치 주인공 형사가 사건을 브리핑하는 것 같더니 역시 저널리스트였다. 논쟁적 소재임에도 추리소설 형식이라 범인을 추론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범인을 맞췄다는 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문제와 비교하면서 읽었고 소설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떨지 예상하게 되었다. 생각의 가지가 뻗어나가다 보니 읽는 속도가 더뎌졌지만 가독성이 떨어지는 소설은 아니다. 읽을수록 리뷰가 고민이 되었다. 사건을 자세히 쓰다보면 스포일러로 빠질 것 같은데 어쩌지... 역시 추리소설 리뷰는 어렵다.


사건이 벌어진 2049년 프랑스는 투명화 사회다. 20년 전에 투명화시민운동을 기점으로 행정부를 축소하고 사법부를 해체한 후 모든 사법적 판결은 국민이 직접 토론하고 투표하게 된다. 썩어빠진 우리나라 사법부도 해체해야 하는데! 아니다, 검찰부터 해체해야 한다! 이렇게 초반부터 소설 속 프랑스 사회를 보며 자꾸 우리나라에 대입하게 되었다. 사법적 판결을 국민이 직접 토론해서 판결을 내린다는 것은 얼핏 기막힌 발상 같았다. 그런데 투명화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의 부정적인 면은 그것에서 시작된다.


투명화 사회는 어떤 사회? 작가의 상상력이 몹시 기발하다고 생각된 부분인데, 국가 정책을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 뿐 아니라 모든 건축물을 투명하게 만들어버렸다. 한마디로 유리도시다. 건물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상태에서는 범죄가 일어날 수 없으며 서로가 서로를 감시할 수 있는 사회다. 물론 이런 시스템을 거부하는 이들이 있고, 그들은 투명사회 바깥에 산다. 투명화사회는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그런데 범죄 사건이 일어났다. 어느날 일가족 세 명이 사라진 것이다. 이 가족은 실종된 것일까? 숨어버린 것일까? 아니면 살해된 것일까?


형사 엘렌에게 이 사건이 배당되었고 단서를 찾아가는 그녀의 뒤를 나는 바짝 쫓았다. 늘 그렇듯 주변 인물부터 훑는 것이 순서! 엘렌은 그 가족의 친척 및 이웃들을 탐문하면서 실마리를 찾는다. 그리고 유리로 된 집도 샅샅이 뒤져야 한다. 사라질 수 없는 그곳에 혹시 어떤 비밀이 있는지, 집 내부에 범죄 흔적은 없는지. 그런데 감쪽같았다.


사건을 수사하는 내용 외에도 엘렌과 남편 다비드, 딸 테사와의 관계가 그려지는데 이들 부부관계는 우리나라와 문화적 차이가 있어 공감이 어려운 독자도 있을 것 같고 사춘기 딸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난제다. 소설의 중반부가 넘어서면 슬슬 의심이 가는 인물들이 드러나는데 예상치 못한 반전이 나왔다. 그 반전으로 추리해보려고 했으나 워낙에 내 추리력이 일천해서 도저히 감이 잡히질 않았다사라진 가족은 어떻게 됐을까? 살았을까, 죽었을까? ,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힌트는 소설 첫 부분에 나오는 투명화 사회로 만들자는 운동을 하게 된 20년 전 사건이다.


결말에서 작가는 묻는다. 사생활을 오픈하고 살면 범죄 예방이 될까? 범죄 없는 세상은 가능한가? 그런데 이미 우리는 사생활을 SNS에 전시하고 있지 않나. 대부분은 가식적이지만 말이다. 이로 인해 사회적 문제도 발생하고 범죄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또한 곳곳에 설치된 CCTV에 우리의 동선을 드러내놓고 살고 있다. CCTV가 범죄 예방 효과가 얼마나 되느냐는 문제는 차치하고, 예전보다 범죄 수사가 용이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물리적 움직임만 노출하는 것이 아니다. 스마트폰에는 개인의 모든 정보가 담겨있으며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는지도 들어있는데 이것이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있음을 수용하고 사는 셈이다. 현재 이런 생활, 지극히 투명하지 않은가?


이 소설에서는 촉법 소년의 범위에 대한 문제도 다루고 있다. ‘촉법 소년이란 단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소설에서 주요하게 다룬 부분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논쟁거리 중 하나다. 촉법 소년을 소재로 한 소년 심판이라는 드라마도 만들어졌고, 촉법 소년의 연령을 만 14세에서 12세로 낮추겠다는 대선 공약도 나왔다. 중학생들의 범죄 수준이 날로 흉악해지고 있으며 촉법 소년은 감옥가지 않는다며 일탈을 넘어선 범죄를 서슴없이 저지르는 아이들이 있다.


이 작품은 소설적 재미도 있지만 토론 거리가 많기 때문에 독서모임을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묘사가 두드러지진 않으나 우리의 생활을 성찰할 문장들이 있어서 인용한다.

 

세상에 나가 빛나려면 너무 많은 돈이 든다.

이 깊은 은둔이 얼마나 좋은가! 나는 깊은 은둔을 얼마나 사랑하는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 숨어 살자.


좋아요는 디지털로 개사료를 주는 것과 같다.


우리가 완전히 투명하다면 말이야, 너무 투명한 나머지 결국 죽게 되지 않을까?


나는 더 이상 안전을 믿지 않는다. 동물원도 이제는 싫다. 나는 상처받고, 마모되고, 실망하는 삶이 좋다.


알고리즘은 우리를 승인하고, 우리의 믿음을 유지시키고, 선택에 용기를 준다.


나의 언어는 가난합니다, 이미 모든 것이 말해진 세상에서.

무엇도 약속하고 싶지 않아요, 이미 약속된 것이라며.

다시 찾고 싶어요, 언어가 빛나던 그 시대를.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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