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 - 한 번 오면 단골이 되는 고기리막국수의 비결
김윤정 지음 / 다산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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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맛집 소개를 읽고 찾았다가 실망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언제부턴가 검색해서 찾아가는 일은 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먹는 것에 그렇게 무게를 두지 않는다. 음식이 뱃속에 들어가면 다 똥이 된다는 주의다. 그래서 최대한 간단하게 허기를 면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맛집이든 식당에서든 기대치는 낮다. 줄 서서 먹는 것은 거의 하지 않고 맛집이라고 해서 특별한 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만족한 식당은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어젯밤에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읽으며 당장 가서 확인해보고 싶었다. 가까웠다면 오늘 점심은 막국수를 먹었을 것이다. 애석하게도 너무 멀다. 평소라면 아무리 멀어도 가보고 싶거나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곳은 가는 편이지만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장거리는 이동하지 않았다. 고기리 막국수에 조만간 꼭 가보겠다고 혼자 다짐하며 이 곳에 가서 무얼 확인하고 싶은지 쓰려고 한다.

이 책을 강원국씨와 허영만화백이 추천했다는 걸 보니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이라는 프로그램에 방송된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나의 의심증을 부추겼다. 채널을 돌리다가 이 프로그램을 한 번씩 보게 되는데 소개되는 식당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는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었다. 그러다보면 또 식당에 대한 평가를 읽게 된다. 맛이 일품이라고 칭찬하는 출연자의 평과는 달리 인터넷 리뷰에는 부정적 평가도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 고기리 막국수의 인터넷 평가부터 읽게 되었다. 역시 부정적인 내용도 있었다.

부정적인 평가를 정리하자면 ‘이렇게 오래 기다리면서 먹을 정도의 맛은 아니다’와 ‘비싸다’ 그리고 ‘불친절하다’였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백반기행에 나온 다른 식당들도 유사한 평가가 있었다. 저런 부정적 평가는 어느 식당에나 있으므로 직접 맛을 평가해보는 수밖에 없다. 당장 갈 수 없는 상황이니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을까?

얼마 읽지 않았는데 이미 푹 빠져들었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스>처럼 식당 성공기라서 그런 게 아니었다. 글을 읽고 있는데 마치 저자가 내 옆에서 직접 말을 하는 듯 했다. 그저 격식을 차린 공손함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따뜻함이었다. 이렇게 한결같이 손님을 응대한다면 또 찾아오고 싶겠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았다.

고기리 막국수는 남편이 주방을 담당하고 아내가 홀을 포함 모든 관리를 한다. 책을 쓴 이는 아내 김윤정씨다. 남편은 맛을, 아내는 서비스를 책임진다. 부부가 식당을 하면 단점이 분명 있을터인데 이들은 서로의 분야를 일임하게 하고 믿어준다. 무엇보다 그들은 막국수를 너무나 좋아한다. 마주보고 앉아 막국수를 먹으면서 행복해하는 이들이 만든 막국수 맛이 어떨지 상상하는 건 어렵지 않다. 맛있는 막국수를 만들기 위해 유명하다는 막국수집은 다 돌아다니며 면을 뽑고 육수를 만다는 비법을 배운 뒤 용인의 한적한 곳, 화방하던 자리에 식당을 냈다. 비포장도로가 끝나는 곳, 아무도 찾지 않을 것 같은 곳이었다. 그 곳에서 시작해 약 10여년에 거친 노력의 결과물이 지금, 코로나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식당이 되었다.

부부는 처음에 명동에서 이자카야 술집을 했고 꽤 장사가 잘 됐다고 한다. 언제까지고 잘 될 줄 알았던 가게가 망하고 친구에게 사기까지 당했고 그들이 가장 좋아한 음식인 막국수로 새로 시작했다. 실패한 경험을 자양분 삼아 자신들에게 부족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았고, 손님으로서 불편했던 것들을 하나씩 클리어 해나갔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손님들을 편안하게 하는 것! 식당이 음식 맛있으면 최고지, 뭐가 편해야 한다는 것인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부부는 음식맛은 기본이고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 어쩌면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것까지 거의 모든 것에 세심하게 신경쓴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먼 길 운전해 연로한 부모님을 모시고 도착했는데 주차하는데 애를 먹었고, 대기하고 있는 사람은 너무나 많은데, 화장실에 가봤더니 냄새가 나고, 겨우겨우 자리에 앉았는데 옆 테이블엔 아이가 시끄럽게 동영상을 보고 있어서 정신이 하나도 없고, 시킨 것과 다른 메뉴가 나오고, 어찌어찌 먹고 나오는데 내 신발이 사라졌다. 오 마이 갓!! 그런데 가게에서는 책임지지 않는단다!

위와 같은 상황이 한 사람에게 닥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위 상황 중 하나만 겪는다 해도 손님 입장에서는 불쾌하다. 음식을 맛있게 먹었더라도 저런 좋지 않은 기억은 그 식당을 안 좋게 평가하고 다시는 가지 않개 된다.

이렇게 쓰고 보니 이 리뷰를 읽는 이들이 오해할 수도 있겠다. 맨 처음 언급했듯 내가 먹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곁가지에만 신경을 써서 그런 내용에 꽂힌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것 같다. 그러나 음식의 맛은 식당에서 기본 중에 기본이며 고기리 막국수의 단촐한 메뉴는 그것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음식 맛을 좌우하는 기본은 재료다. 그 재료를 들이고 보관하고 만들어내는 과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플레이팅을 어떻게 해서 내는지는 책에 아주 잘 나와있고 이 사진 한 장으로 믿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가? 이곳을 방문해 보지 못한, 이 책으로 고기리 막국수를 처음 알게 된 사람이라면 이 사진에서 ‘정갈’이라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가? 음식뿐 아니라 식당의 분위기도 그러하다. 테이블 위의 화병, 건식 화장실과 조용히 흐르는 피아노 선율, 그리고 식당 밖의 대기장소까지.

​                                                   

 

 

막국수집이라기 보다 고급스런 한정식 식당 느낌이다. 그럼 막국수집은 그 반대여야 하나? 물론 그렇지 않다. 그런 선입견을 저자는 떨치고 싶었던 모양이다. 원래 했던 장소에 길이 나게 되면서 이전을 하게 되었고, 다행히 가까운 곳에 터를 잡게 되었고 새로 식당을 지었다.

보통 식당 화장실은 물청소를 한다. 그런데 김윤정씨는 깨끗한 화장실로 관리하기 위해 오히려 건식으로 만들고 싶었다. 주위에선 모두 반대했다. 하지만 이렇게 유지되고 있다.

 

부부는 이 책의 제목처럼 진심으로 손님을 대했다. 손님이 맛있게 먹고 편안함을 느끼고 돌아가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들이 기울인 노력은, 진심어린 세심함이었다. 앞서 정리한 황당한 사례들은 하나하나 떼어내면 여느 식당에서 손님들이 겪을 수 있는 사례들이다. 물론 이 책에 위 사례들이 건건으로 나오며 고기리 막국수에서는 각각 어떻게 응대했는지도 나온다. 손님이 언짢은 마음을 안고 돌아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한다. 그들의 진심안에 깔린 기본은 역지사지였다. 본인들이 식당에서 겪었던 사소하지만 언짢고 불편했던 것을 고기리 막국수에 오신 손님들은 느끼지 않길 바라는 마음 말이다. 지금까지는 음식과 손님응대에 대한 것이었다.

"음식은 주방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식당을 하면 할수록 음식이 사람의 태도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음식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바로 하려면 제 삶부터 잘 살아내야 할 일입니다."

위 말은 주인이 음식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삶의 태도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둘이서 시작했던 식당이 직원의 숫자가 하나둘 늘어 현재는 수 십명에 이른다.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니 내가 알고 있는 어떤 곳의 사장의 행태와 정반대였다. 그 사장은 어떻게 하면 자신의 주머니를 더 채울지 골몰한다. 직원들의 시간외 근무수당은 슬그머니 누락시켰다가 항의하면 그제서야 내준다. 사장이 배고플 때만 간식을 산다. 어떻게 하면 직원 복지에 돈을 덜 쓸지만 궁리하고, 비인격적인 말투로 직원들에게 상처주는 건 기본이다. 이 사장이 생각난 이유는 고기리 막국수의 직원들은 이와 정반대의 대우를 받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불안하지 않게 생계를 이어가도록 해주니 사장을 믿고 따르며 나아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임하게 된다. 코로나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근무를 할 수 있었던 원천은 알고보니 김윤정씨의 부친에게서 이어진 것이었다.

p.269

‘직원은 늘 안정을 바란다. 사장은 이윤보다 직원 급여를 먼저 챙겨주어 직원이 생활하기에 힘들지 않게 해야 한다’

제 아버지의 말씀입니다. 최저임금심의위원회가 설립되었을 때부터 10년간 위원으로 일하시면서 아버지는 늘 강조하셨지요.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최저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삶의 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장해주는 것이라고요.

잘 되는 식당이 단지 음식 맛 하나 때문이 아님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조건들의 기본은 진심이라는 것도!

고기리 막국수는 지금도 늘 하던대로 재료를 준비하고 국수를 뽑고 테이블을 세팅하고 빠진 게 없는지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깔끔한지 다 둘러본 후, 손님들에게 안부를 전한다.

 

"오늘 저희는 괜찮습니다. 당신은 괜찮으신가요?"

 

이런 메시지를 받는다면,

"그래, 이 식당은 괜찮아. 가자!"

라며 가족들을 차에 태우고 시동을 걸 것 같지 않은가?

나도 이 곳에서 문자를 받고 싶다. 그러려면 먼저 방문한 이력이 있어야 하는데...

언제쯤 양산에서 용인까지 갈까...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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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로 산다는 것 - 워킹푸어의 시대, 우리가 짓고 싶은 세계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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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이라했던 박노자선생이 자칭 미아로 규정했군요... 오늘날 집없이 사는 이 땅의 젊은이들과 같은 정체성일까요? 책으로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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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詩가 되는 시간
김상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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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라기엔 늦은 감이 있고, 도전해보고 싶다고 하기엔 거창한, 그냥 해보고 싶었던 게 있다고 하자! 7~8년 전에 DSLR 카메라를 사서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 그 때 뭔가에 미쳐있었다. 몇 년 그러고 뛰다니다가 시들해졌고, 카메라는 제 집에서 쉬게 되었다. 그 아이를 다시 꺼내 풍경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사진에 어울리는 단상, 형식이나 내용에 구애없이 텍스트를 쓰고 싶었다. 그러나 카메라는 여전히 쉬는 중이고 나는 뭔가 끄적이고는 있다. 물론 하고 싶었던 걸 아예 포기하진 않았다.

 

 

사진과 텍스트가 있는 책 읽기를 좋아한다. 수전 손택의 <사진에 대하여> 보다는 신현림의 <나의 아름다운 창>이 좋았고, 바커바르트의 <붉은 소파>처럼 프로젝트 사진집이나 라이프지의 사진 모음집처럼 사진으로만 말하는 책도 좋아한다. <월간 사진>도 구독중이다. 지식과 감성 출판사의 신간 소개를 보니 내가 하고 싶었던 그 일을 실현한 이의 책이었다. 김상씨의 <사진이 詩가 되는 시간>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표지를 보는 순간 살짝 실망했다. 올드한 색감에 2초 정도 움찔했다가 책을 펼쳤다. 사진은 표지 느낌과 달랐다. 색감이 확고하게 선명함을 자랑하고 있었고 사진마다 제 목소리를 다르게 내고 있었다. 텍스트는 읽지 않았다. 이런 책은 사진부터 다 본 다음 처음으로 돌아가 텍스트를 읽는다. 그리고 사진과 텍스트를 비교한다. 이번엔 사진을 다 본 후 목차로 돌아갔다. 마음에 드는 제목을 골라 그 페이지를 넘겼다.

 

 

 

‘너에게 전화를 한다’를 펼치자마자 보이는 달은 나에게 김용택 시인을 불러내라고 시켰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앗, 그런데 시가 사진과 그리 어울리진 않았다.

 

마지막 두 행이,

오후 세 시 오십 분

너에게 다시 전화를 한다...

라서.

 

 

 

그럼 다시!

이번엔 ‘안녕’을 골랐다

 

 

 

이번 시는 사진과 맞춤했다.

안녕은 헤어질 때만 쓰는 말이 아니다. 안녕에 조응하는 단어가 (거의 조건반사로) 내겐 헤어짐이다. 그래서 이 시가 마음에 들었다.

 

 

이런 식으로 마음에 드는 시의 제목을 펼쳐서 읽고 사진과 비교해 봤다. 이런 책은 소설처럼 한 호흡에 읽어야하는 부담이 없어서 좋다. 책상 위에 올려두고 다른 책을 읽다가, 오며 가며 한번씩 스윽, 아무 때고 아무 페이지를 펼쳐서 읽으면 된다. 받자마자 후루룩 읽고 서평을 쓰고 싶지 않아서 열흘 가까이 듬성듬성 살피고 있었다.

 

 

저자가 사진으로 무슨 수상을 한 적이 있는지, 시로 성과를 냈는지 이력을 알 수가 없었다. 작가 소개에 이렇게 나와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풍경과 사물의 순간에서 그들이 하는 말을 포착했고 그것이 시로 발화한 게 아닐까. 내가 뭐라고 감히 그의 시를 평가할 수는 없다. 사진 보는 걸 좋아하는 일개 독자일 뿐이다. 그의 사진에 시가 없었다 하더라도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오직 내 스키마로 사진을 읽어내는 것은 저자의 메시지를 오해할 수 있다.

 

 

저자가 사진으로 하고 싶었던 말을 시로 표현하는 것이 만족스러웠을거라 예상해본다. 독자가 그것을 온존히 이해하게 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러지 못한다 한들 어쩌랴. 책이란 이미 저자의 손을 떠나면 독자의 것인 것을...

 

그래서 나는 이 책에서 마음에 든 사진을 골라 보았다.

 

 

계절의 특징과 감성을 한 장의 사진에 딱 맞게 표현했고 시도 그에 잘 어을렸다. 마지막 낙엽들이 거리를 이리저리 휘돌아 다니는 요즘 읽고 감상하기에 좋겠다. 이런 책을 보노라면 내 하고 싶었던 일을 포기할 수 없다는, 꼭 해보겠다는 맘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언젠가는...

 

덧, 사진도 시도 다 좋았는데 표지가 영 별로였다. 본문 사진 중에 표지로 쓸만한 거 많았는데...

저자에겐 미안하지만 이건 순전히 개취입니다!

 

 

**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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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 - 미술품을 치료하는 보존과학의 세계
김은진 지음 / 생각의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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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하는 사람은 아마 예수님 작품 패러디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그랬다. 그런데 복원한 거라고 한다.

으읭? 누가? 감히 예수님을 원숭이로 바꾼??


2012년 스페인 작은 마을 보르자에 있는 성당 벽화를 오래된 신도인 80대 할머니 세실리아가 복원한 것이다그렇다! 전문가 아니고, 그냥 할머니다. 그냥 놔두면 예수님이 사라질 것만 같아 순수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덧칠한 결과이다참혹하다! 그런데 저 그림을 보겠다고 몰려든 관광객 때문에 조용하던 동네가 들썩거렸고 관광수입이 어마어마했다는 후문이다물론 그 뒷얘기보다 중요한 건 미술품 복원, 보존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라는 책에 위 사례가 나온다. 이 책의 부제는 미술품을 치료하는 보존과학의 세계로 미술품 복원 및 보존에 대한 내용이다. 이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 그림이 들려주는 복원 이야기 에서는 유명 미술작품의 복원 히스토리를,

. 미술관으로 간 과학자 는 과학이 미술품 보존에서 어떤 활약을 하는지를,

. 미술관의 비밀 에는 미술관 뒷이야기가 있다.


, 뒷이야기라고 표현한 이유는 구린? 이야기가 아니라 관람객이 보는 전시장 뒤쪽에서 벌어지는 우리가 알 수 없었던 미술관 이야기라는 뜻이다.


명화를 보는 건 좋아하지만 훼손되어가는 작품을 어떻게 복원하는지에 대해선 일자무식인지라 이 책의 내용이 궁금해서 서평단에 신청했다. 미술품 복원이라면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남자 주인공이 했던 일? 정도로 기억한다. 영화 보면서 그저 잘 생긴 남자가 뭔가 멋진 일을 하네! 저런 일도 있네! 라고 생각했고 대체 어떤 일을 하는지 몰랐는데 이 책의 1장을 보면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와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미술품을 복원하기 전에 해야 할 질문이 있다.


"왜 복원해야 하는가?"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누가 가장 잘 할 수 있는가?"


이탈리아의 미술사학자 페데리코 제리,

잘못된 한 명의 복원가는 비행기 폭격보다 더 큰 피해를 남길 수 있다.”

고 말했다.


미술폼 보존이 수리의 개념에서 학문으로 성장하게 된 것은 채 100년이 되지 않았다. , 어떻게 하려는지 보다 중요한 건 철학적 관점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누가일 것이다. 미술품의 먼지와 오염을 닦아냈는데, 그 미세한 먼지조차 역사적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저자는 이런 질문을 늘 한다.


미술품의 이염을 너무 깨끗이 지운 사례.


고흐가 편지에 남긴 기록과 색깔이 달라진 사례.


현대미술이나 미디어아트의 보존문제까지 독자로서도 생각해 볼 거리가 많았다.


2장은 조명과 빛에 따라 달라 보이는 미술품, 물감의 변천사와 재료, 미술품 연대 확인, 진위여부 등 과학이 미술품에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이 장에서 보존가와 보존과학자를 구분하여 정의 내리고 있다.


보존가가 직접 작품을 다루고 상처를 치료하는 사람이라면, 보존과학자는 보존가의 활동에 필요한 과학적 정보를 연구하는 사람이다.“


저자는 보존가를 외과 의사로 보존과학자를 진단검사의학과 의사로 구분했는데, 각자의 영역에 맡는 일을 제대로 해야 하므로 이렇게 정리했다

분석은 과학자의 영역으로, 보존 처리는 보존가의 손에, 미술사적 해석은 미술사가에게 전문적으로 맡기는 것이 현명하다미술품 보존에서 여러 분야의 융합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크뢸러뮐러 미술관에 있던 고흐의 들꽃과 장미가 있는 정물 2003년 큐레이터 엘렌이 고흐가 그린 게 아니라고 했다. 고흐가 그리던 당시의 상황과 고흐의 스타일과 대조해봤을 때 아니라고 결론내린 것이다. 그러나 10년 후 고흐가 그린 게 맞다고 확인되었다. 이 작품을 분석하는데 과학이 적용되었다. 매크로 엑스선 형광분석법이다. 강한 엑스선 에너지가 대상물 내부의 원소를 자극할 때 반응하는 파장을 분석하여 구성 원소를 알아내는 방법이다. 겉으로 보이는 그림의 색과 형태가 아니라 그림에 분포하고 있는 구성 성분에 대한 정보를 지도로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당시 고흐가 레슬러 그림을 그렸다고 테오에게 쓴 편지 내용도 확인이되었다. 남자 두명이 레슬링을 하는 위에 그려진 것이다.


마지막 장에서는 우리가 몰랐던 미술관에 대한 이야기였다. 특히 미국 게티 미술관의 화재예방 설계가 빛을 발했던 이야기는 놀라웠다. '게티파이어'라 불릴 정도로 심각한 화재였는데 게티 미술관에는 아무 피해가 없었다. 이와 정반대인 사례도 있다. 브라질은 장장 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립 미술관을 다 태워먹었다. 예산을 삭감해서 기본 소방 설비마저 갖추지 않아 2000만점에 달하는 유물 중 90퍼센트가 화재로 소실되고 말았다. 인류사적 피해였다. 왜냐하면 1만2천년 전 인간의 두개골 '루지아'가 산산이 바스라져버렸기 때문이다.


마지막 에피소드, 액자에 대한 내용은 깨알 상식이었다. 특히 우리나라 화가 문신이라는 사람은 그림보다 액자를 더 신경 써서 만든 화가였다고 한다


위 그림은 고기잡이 배에서 그물을 당기고 있는 어부들의 모습이고 액자는 물질하는 해녀의 모습이다. 그림과 액자 모두 자신의 작품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 외 고흐와 쇠라, 몬드리안의 액자에 대한 생각까지 엿볼 수 있었다. 모두 처음 알게 된 내용이라 신선했다.


미술서적을 즐겨 보는 편인데 볼 때마다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되어 재미있다. 앞서 읽은 <히포크라테스 미술관>은 몰랐던 화가와 그림을 많이 알게 되었고, 이 책 <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는 미술품 보존에 대한 지식과 그와 연관되는 여러 정보도 알게 되었다. 감동을 주는 책 읽기도 좋지만, 몰랐던 분야의 새 지식을 득하는 것도 책 읽는 기쁨중의 기쁨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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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미술관 - 그림으로 읽는 의학과 인문학
박광혁 지음 / 어바웃어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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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읽는 의학과 인문학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 <히포크라테스 미술관>의 저자 박광혁씨는 현직 내과의사이다. 그동안 그림과 인문학을 연결한 책들을 읽어왔지만 현직 의사가 쓴 책은 처음이다. 의사가 그림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했고, 좀 딱딱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했다. 그러나 책을 받아보니 쓸데없는 기우였고 만듦새도 마음에 들었다.

 

얼마나 내실있게 만들려고 했는지 저자의 노력과 출판사의 편집력을 보니 알 수 있었다. 책에는 전 세계 미술관을 순례하며 그림에 담긴 의학과 인문학적 코드를 찾아내어 관찰한 저자의 알뜰살뜰한 기록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그 어떤 명화 해설서보다 내용이 풍부했다. 이런 책은 편집에도 예술적 감각이 필요하다. 표지에 어떤 그림을 사용할 것인지 고심한 흔적이 보였다. 본문 내용에서는 텍스트와 그림간의 배치가 중요하고 무엇보다 원화의 색감을 얼마나 잘 살렸는지가 관건이다. 아무리 글 내용이 유려해도 기본이 되는 그림이 원래의 색감대로 나오지 않으면 예술책으로서의 가치가 훅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저자 박광혁씨는 갤러리아 나이트(galleria night)’라는 별명이 있다는데 아라비안 나이트를 비유한 것이라고 한다. 그림 한 점에서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을 밤새 쏟아낼 만큼 해박한 미술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세계 곳곳의 미술관을 찾아다니며 걸작을 만나왔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놀랐다. 내가 모르는, 처음 보는 그림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15장에 걸쳐 소개되는 그림의 양이 꽤 많은데 아는 화가보다 모르는 화가 투성이었다. 그동안 아주 유명한 화가의 유명 그림들을 소개하는 것을 중복해서 읽었다는 뜻이 된다. 클래식 음악도 아는 것만 계속 듣게 되는데 그림도 그랬단 말인가? 당황스러웠다. 모르는 화가에 대한 설명이니 내용도 다 처음 듣는 것이었다. 그나마 첫 장에서 다룬 화가는 고흐였고 연결한 다른 예술가는 차이코프스키와 로트렉이었다. 1장에서 아는 예술가, 아는 이야기들이 나와서 평소 읽던 미술책과 비슷할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던 거다.

 

독자들도 고흐는 다 알테니까 1장으로 구성을 소개해본다. 저자가 암스테르담 고흐 미술관에서 만난 그림은 고흐의 유서 같은 그림 <영원의 문>이다.

 

1890년에 유화로 완성한 이 그림은 그로부터 8년 전 그렸던 소묘에서 시작되었다.

 

 

유화는 자살하기 두 달전에 완성한 그림이다. 당시 고흐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 예술가로 인정받지 못한 절망감과 경제적 궁핍까지 겹친 상태에 정신착란이 심해져 자주 발작을 일으켰다. 깊은 슬픔과 비통함을 이 노인의 모습에 투영한 것으로 보인다. 고흐가 남긴 자화상 중에 가장 비통한 자화상일 거라고 저자는 생각했다. 보통은 그림 설명을 작가의 상황과 연결하면 끝이 나는데 저자는 그러지 않는다.

 

<영원의 문>과 데자뷰를 이루는 음악을 소개하는데 바로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6<비창>이다. 차이코프스키가 죽기 9일 전에 발표한 <비창>은 자신을 위한 레퀴엠이었을 것이라고 하며 차이코프스키의 죽음에 얽힌 일화를 소개한다. 그는 동성애자였고 당시 러시아 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죽음으로 몰고 간 뒤 콜레라 감염으로 사망한 것으로 발표했다는 내용이다. 비통한 죽음을 소재로 한 그림과 음악을 소개하고 그것을 만든 화가와 작곡가의 마지막 모습을 재현했으며 동성애의 역사와 짧은 상식까지 더했다.

 

이 장에서 사용한 그림은 6점이나 되는데 텍스트의 순서에 부합하는 그림을 맞춤하게 배치했다. <영원의 문> 소묘와 유화, 동성애를 설명하면서 길버트 베이커의 그림 일부, 로트렉의 <침대에서>, 파벨 페도토프의 <비난 받아야 하는 것은 콜레라> 마지막으로 니콜라이 크즈네초프의 <차이코프스키 초상화>이다.

 

본문 내용에서 설명하지 않는 그림은 글씨체와 색상을 바꿔 그 그림에 설명을 붙였다. 보통 다른 책에서는 그림 하단에 본문 내용과 동일한 것을 복붙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나도 그림만 보고 안 읽고 넘겼다가 혹시나 하고 읽어보니 본문에 없는 설명이었다. 그림의 색감이 좋아서 맘에 들었는데 요런 디테일도 좋았다. 깨알 상식이라 할 수 있는 내용도 있었는데 동성애를 나타내는 무지개색은 화가 길버트 베이커에 의해 제안되어 지금까지 상징색으로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2장부터는 진짜 모르는 화가, 처음 보는 그림들이 많았다. 새로운 화가를 알고 그림을 감상하면서 마치 미니 미술관에서 도슨트의 설명을 듣는 기분이었다. 처음 보는 그림이라 한 번 보고 기억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고흐의 그림을 척 보고 제목까지 알아맞히는 것은 그만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히포크라테스 미술관에 자주자주 들러서 그림을 본다면 처음 보는 그림이 아니라 잘 아는 그림이 될 것이다. 어떨 땐 그림만 감상하고 또 어떨땐 도슨트를 불러내어 다시 설명을 들으면 된다. 이 미술관의 도슨트는 의사라서 더 재미있으니까.

 

이 책에서 그림과 연결한 질병도 다양하다. 자주 언급된 질병은 성병이었는데 위생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문란한 성생활은 성병을 창궐하게 만들었고 숱한 예술가들을 죽음으로 이끌었다. 그 외 머릿니처럼 질병으로 분류해야 할지 갸웃할 만 한 소재부터 조현병, 외과 수술, 나아가 굿닥터를 소재로 한 그림까지! 저자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고의 확장을 따라 가다보면 세계여행 역사여행을 너머 미의 여행을 하게 된다.

 

저자가 소개하는 인물 중에 반가운 사람이 있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얼굴만 보고 아는 사람이라 생각한 건 그 주인공이 너무 잘생겼기 때문이다. 9월에 나온 줄리언 반스의 책 <빨간 코트를 입은 남자>의 주인공 닥터 포지가 이 사람이다.

 

집에서 저 정도의 옷을 입고 저런 자세를 취하다니! 저 오른손은 의사라기보다 모델에 가까워 보인다. 닥터 포지는 19세기 유럽에서 내로라하는 유명인들과는 다 아는 사이였고 그를 흠모하는 여성들도 줄을 서서 대기했다고 한다. 여성편력이 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에게 난소물혹 제거수술을 받으며 가까워진 배우 사라 베르나르의 그림을 보자니 저 정도는 되어야 닥터 포지 옆에 설 수 있겠다 싶었다.

 

 

닥터 포지는 잘생긴 바람둥이로 유명했지만 자신의 본업에서도 빼어난 실력을 자랑했다. 그는 부인과의 권위자로 통했다. 외과, 부인과에서 유명한 논문을 여러 편 남겼고, 그가 처음 개발한 부인과용 의료기구들은 지금까지 사용될 정도로 탁월하다고 한다. 복부 절개수술에서도 명성이 자자했고, 1889년에는 프랑스 최초로 위소장연결수술을 성공했다. 닥터 포지 같은 사람을 보면 세상 참 불공평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 장 히포크라테스의 방에서는 책 제목 히포크라테스와 속표지로 선택한 인물을 설명하고 있다. 루벤스가 그린 루도비쿠스 논니우스의 초상화로 그는 이슬람 의학의 시대로 불리던 시기에 활약했던 의사였다. 그림 속 그의 방에는 히포크라테스의 흉상과 전집이 있다. 히포크라테스의 전집 가운데 금언집에는 그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문장들이 많은데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그가 남긴 기록이다. 금언집 첫머리에 나오는 아래 긴 문장에서 발췌한 것이다.

 

인생은 짧고, 테크네는 길며, 기회는 순간이고, 경험은 흔들리며, 판단은 어렵다.”

 

저자는 이렇게 해석한다. 여기서 인생은 의술이나 의학에 몸담은 의사나 의학자의 생애다. 지난한 의학의 길에 비해 의사의 삶은 턱없이 짧으니 한 눈 팔지 말고 의료와 학문에 매진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 책은 그동안 유명 그림 다루는 인문학 서적 좀 읽어왔다!고 젠체 하는 사람들에게 꼭 한 번 읽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처음 보는 그림으로 시작해 의학과 음악, 역사, 성경까지 종횡무진 확장되는 저자의 사유를 따라가다 보면 지적 충만함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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