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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詩가 되는 시간
김상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9월
평점 :

꿈이라기엔 늦은 감이 있고, 도전해보고 싶다고 하기엔 거창한, 그냥 해보고 싶었던 게 있다고 하자! 7~8년 전에 DSLR 카메라를 사서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 그 때 뭔가에 미쳐있었다. 몇 년 그러고 뛰다니다가 시들해졌고, 카메라는 제 집에서 쉬게 되었다. 그 아이를 다시 꺼내 풍경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사진에 어울리는 단상, 형식이나 내용에 구애없이 텍스트를 쓰고 싶었다. 그러나 카메라는 여전히 쉬는 중이고 나는 뭔가 끄적이고는 있다. 물론 하고 싶었던 걸 아예 포기하진 않았다.
사진과 텍스트가 있는 책 읽기를 좋아한다. 수전 손택의 <사진에 대하여> 보다는 신현림의 <나의 아름다운 창>이 좋았고, 바커바르트의 <붉은 소파>처럼 프로젝트 사진집이나 라이프지의 사진 모음집처럼 사진으로만 말하는 책도 좋아한다. <월간 사진>도 구독중이다. 지식과 감성 출판사의 신간 소개를 보니 내가 하고 싶었던 그 일을 실현한 이의 책이었다. 김상씨의 <사진이 詩가 되는 시간>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표지를 보는 순간 살짝 실망했다. 올드한 색감에 2초 정도 움찔했다가 책을 펼쳤다. 사진은 표지 느낌과 달랐다. 색감이 확고하게 선명함을 자랑하고 있었고 사진마다 제 목소리를 다르게 내고 있었다. 텍스트는 읽지 않았다. 이런 책은 사진부터 다 본 다음 처음으로 돌아가 텍스트를 읽는다. 그리고 사진과 텍스트를 비교한다. 이번엔 사진을 다 본 후 목차로 돌아갔다. 마음에 드는 제목을 골라 그 페이지를 넘겼다.
‘너에게 전화를 한다’를 펼치자마자 보이는 달은 나에게 김용택 시인을 불러내라고 시켰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앗, 그런데 시가 사진과 그리 어울리진 않았다.
마지막 두 행이,
오후 세 시 오십 분
너에게 다시 전화를 한다...
라서.
그럼 다시!
이번엔 ‘안녕’을 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