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 - 한 번 오면 단골이 되는 고기리막국수의 비결
김윤정 지음 / 다산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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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맛집 소개를 읽고 찾았다가 실망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언제부턴가 검색해서 찾아가는 일은 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먹는 것에 그렇게 무게를 두지 않는다. 음식이 뱃속에 들어가면 다 똥이 된다는 주의다. 그래서 최대한 간단하게 허기를 면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맛집이든 식당에서든 기대치는 낮다. 줄 서서 먹는 것은 거의 하지 않고 맛집이라고 해서 특별한 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만족한 식당은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어젯밤에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읽으며 당장 가서 확인해보고 싶었다. 가까웠다면 오늘 점심은 막국수를 먹었을 것이다. 애석하게도 너무 멀다. 평소라면 아무리 멀어도 가보고 싶거나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곳은 가는 편이지만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장거리는 이동하지 않았다. 고기리 막국수에 조만간 꼭 가보겠다고 혼자 다짐하며 이 곳에 가서 무얼 확인하고 싶은지 쓰려고 한다.

이 책을 강원국씨와 허영만화백이 추천했다는 걸 보니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이라는 프로그램에 방송된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나의 의심증을 부추겼다. 채널을 돌리다가 이 프로그램을 한 번씩 보게 되는데 소개되는 식당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는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었다. 그러다보면 또 식당에 대한 평가를 읽게 된다. 맛이 일품이라고 칭찬하는 출연자의 평과는 달리 인터넷 리뷰에는 부정적 평가도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 고기리 막국수의 인터넷 평가부터 읽게 되었다. 역시 부정적인 내용도 있었다.

부정적인 평가를 정리하자면 ‘이렇게 오래 기다리면서 먹을 정도의 맛은 아니다’와 ‘비싸다’ 그리고 ‘불친절하다’였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백반기행에 나온 다른 식당들도 유사한 평가가 있었다. 저런 부정적 평가는 어느 식당에나 있으므로 직접 맛을 평가해보는 수밖에 없다. 당장 갈 수 없는 상황이니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을까?

얼마 읽지 않았는데 이미 푹 빠져들었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스>처럼 식당 성공기라서 그런 게 아니었다. 글을 읽고 있는데 마치 저자가 내 옆에서 직접 말을 하는 듯 했다. 그저 격식을 차린 공손함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따뜻함이었다. 이렇게 한결같이 손님을 응대한다면 또 찾아오고 싶겠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았다.

고기리 막국수는 남편이 주방을 담당하고 아내가 홀을 포함 모든 관리를 한다. 책을 쓴 이는 아내 김윤정씨다. 남편은 맛을, 아내는 서비스를 책임진다. 부부가 식당을 하면 단점이 분명 있을터인데 이들은 서로의 분야를 일임하게 하고 믿어준다. 무엇보다 그들은 막국수를 너무나 좋아한다. 마주보고 앉아 막국수를 먹으면서 행복해하는 이들이 만든 막국수 맛이 어떨지 상상하는 건 어렵지 않다. 맛있는 막국수를 만들기 위해 유명하다는 막국수집은 다 돌아다니며 면을 뽑고 육수를 만다는 비법을 배운 뒤 용인의 한적한 곳, 화방하던 자리에 식당을 냈다. 비포장도로가 끝나는 곳, 아무도 찾지 않을 것 같은 곳이었다. 그 곳에서 시작해 약 10여년에 거친 노력의 결과물이 지금, 코로나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식당이 되었다.

부부는 처음에 명동에서 이자카야 술집을 했고 꽤 장사가 잘 됐다고 한다. 언제까지고 잘 될 줄 알았던 가게가 망하고 친구에게 사기까지 당했고 그들이 가장 좋아한 음식인 막국수로 새로 시작했다. 실패한 경험을 자양분 삼아 자신들에게 부족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았고, 손님으로서 불편했던 것들을 하나씩 클리어 해나갔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손님들을 편안하게 하는 것! 식당이 음식 맛있으면 최고지, 뭐가 편해야 한다는 것인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부부는 음식맛은 기본이고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 어쩌면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것까지 거의 모든 것에 세심하게 신경쓴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먼 길 운전해 연로한 부모님을 모시고 도착했는데 주차하는데 애를 먹었고, 대기하고 있는 사람은 너무나 많은데, 화장실에 가봤더니 냄새가 나고, 겨우겨우 자리에 앉았는데 옆 테이블엔 아이가 시끄럽게 동영상을 보고 있어서 정신이 하나도 없고, 시킨 것과 다른 메뉴가 나오고, 어찌어찌 먹고 나오는데 내 신발이 사라졌다. 오 마이 갓!! 그런데 가게에서는 책임지지 않는단다!

위와 같은 상황이 한 사람에게 닥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위 상황 중 하나만 겪는다 해도 손님 입장에서는 불쾌하다. 음식을 맛있게 먹었더라도 저런 좋지 않은 기억은 그 식당을 안 좋게 평가하고 다시는 가지 않개 된다.

이렇게 쓰고 보니 이 리뷰를 읽는 이들이 오해할 수도 있겠다. 맨 처음 언급했듯 내가 먹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곁가지에만 신경을 써서 그런 내용에 꽂힌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것 같다. 그러나 음식의 맛은 식당에서 기본 중에 기본이며 고기리 막국수의 단촐한 메뉴는 그것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음식 맛을 좌우하는 기본은 재료다. 그 재료를 들이고 보관하고 만들어내는 과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플레이팅을 어떻게 해서 내는지는 책에 아주 잘 나와있고 이 사진 한 장으로 믿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가? 이곳을 방문해 보지 못한, 이 책으로 고기리 막국수를 처음 알게 된 사람이라면 이 사진에서 ‘정갈’이라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가? 음식뿐 아니라 식당의 분위기도 그러하다. 테이블 위의 화병, 건식 화장실과 조용히 흐르는 피아노 선율, 그리고 식당 밖의 대기장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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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국수집이라기 보다 고급스런 한정식 식당 느낌이다. 그럼 막국수집은 그 반대여야 하나? 물론 그렇지 않다. 그런 선입견을 저자는 떨치고 싶었던 모양이다. 원래 했던 장소에 길이 나게 되면서 이전을 하게 되었고, 다행히 가까운 곳에 터를 잡게 되었고 새로 식당을 지었다.

보통 식당 화장실은 물청소를 한다. 그런데 김윤정씨는 깨끗한 화장실로 관리하기 위해 오히려 건식으로 만들고 싶었다. 주위에선 모두 반대했다. 하지만 이렇게 유지되고 있다.

 

부부는 이 책의 제목처럼 진심으로 손님을 대했다. 손님이 맛있게 먹고 편안함을 느끼고 돌아가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들이 기울인 노력은, 진심어린 세심함이었다. 앞서 정리한 황당한 사례들은 하나하나 떼어내면 여느 식당에서 손님들이 겪을 수 있는 사례들이다. 물론 이 책에 위 사례들이 건건으로 나오며 고기리 막국수에서는 각각 어떻게 응대했는지도 나온다. 손님이 언짢은 마음을 안고 돌아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한다. 그들의 진심안에 깔린 기본은 역지사지였다. 본인들이 식당에서 겪었던 사소하지만 언짢고 불편했던 것을 고기리 막국수에 오신 손님들은 느끼지 않길 바라는 마음 말이다. 지금까지는 음식과 손님응대에 대한 것이었다.

"음식은 주방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식당을 하면 할수록 음식이 사람의 태도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음식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바로 하려면 제 삶부터 잘 살아내야 할 일입니다."

위 말은 주인이 음식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삶의 태도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둘이서 시작했던 식당이 직원의 숫자가 하나둘 늘어 현재는 수 십명에 이른다.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니 내가 알고 있는 어떤 곳의 사장의 행태와 정반대였다. 그 사장은 어떻게 하면 자신의 주머니를 더 채울지 골몰한다. 직원들의 시간외 근무수당은 슬그머니 누락시켰다가 항의하면 그제서야 내준다. 사장이 배고플 때만 간식을 산다. 어떻게 하면 직원 복지에 돈을 덜 쓸지만 궁리하고, 비인격적인 말투로 직원들에게 상처주는 건 기본이다. 이 사장이 생각난 이유는 고기리 막국수의 직원들은 이와 정반대의 대우를 받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불안하지 않게 생계를 이어가도록 해주니 사장을 믿고 따르며 나아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임하게 된다. 코로나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근무를 할 수 있었던 원천은 알고보니 김윤정씨의 부친에게서 이어진 것이었다.

p.269

‘직원은 늘 안정을 바란다. 사장은 이윤보다 직원 급여를 먼저 챙겨주어 직원이 생활하기에 힘들지 않게 해야 한다’

제 아버지의 말씀입니다. 최저임금심의위원회가 설립되었을 때부터 10년간 위원으로 일하시면서 아버지는 늘 강조하셨지요.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최저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삶의 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장해주는 것이라고요.

잘 되는 식당이 단지 음식 맛 하나 때문이 아님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조건들의 기본은 진심이라는 것도!

고기리 막국수는 지금도 늘 하던대로 재료를 준비하고 국수를 뽑고 테이블을 세팅하고 빠진 게 없는지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깔끔한지 다 둘러본 후, 손님들에게 안부를 전한다.

 

"오늘 저희는 괜찮습니다. 당신은 괜찮으신가요?"

 

이런 메시지를 받는다면,

"그래, 이 식당은 괜찮아. 가자!"

라며 가족들을 차에 태우고 시동을 걸 것 같지 않은가?

나도 이 곳에서 문자를 받고 싶다. 그러려면 먼저 방문한 이력이 있어야 하는데...

언제쯤 양산에서 용인까지 갈까...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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