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 영화로 세상을 논하다 - 비판적 시각을 길러주는 우리 영화 읽기
이임정 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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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영화로 세상을 논하다>는 영화로 논술하기!라는 부제가 딱 어울린다. 책 읽기 힘들어하는 십대와 영화를 보고 토의 토론을 해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책이기 때문이다. 영화 및 독서토론 관련 전문가 4명이 공동 집필했으므로 학부모나 교사들이 영화 논술 지침서로 사용하기에 좋을 것이다. 영화를 본 후 좋다! 아이들과 토론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도 막상 질문이나 논제를 만들려고 하면 막막해지는 경험을 해본 어른들이 이 책을 본다면, 땡큐! 할 것 같다.

 

책의 구성과 사용법을 당부한 프롤로그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다.

 

이 책은 영화를 소개하고 설명하는 에세이와 생각할 거리를 제시하는 활동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에세이는 영화의 핵심적인 장면을 소개하고 그 장면에 담긴 가치에 대해 설명합니다. 활동지는 중 고등학교의 핵심 교육 가치를 중심으로 청소년 시기에 반드시 고민해야 할 가치들을 제시했습니다. 책에 선정된 다양한 영화를 통해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들이 가치관을 올바르게 성장시킬 수 있고 나아가 희망적인 미래를 설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본문 내용을 확인해보자.

 

맨 처음에 나오는 영화는 <우리들>이다. 줄거리와 함께 몇몇 장면에 담긴 해석을 정리해 준다. 그 다음에 나오는 꼭지는 ‘함께 보면 더 좋은 추천 영화’이다. <우리들> 뒤에는 <우아한 거짓말>과 <방과 후 옥상>이 추천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질문지이다. ‘우리 영화와 함께하는 토론 논술 활동’이라는 제목으로 질문 및 토의 토론 논제를 제공하고 있다. 난이도 수준을 별 개수로 정했으며 ‘중등 도덕’, ‘고등 사회’처럼 학년과 과목도 구분해 두었다. <우리들>로 토론할 논제는 이렇게 만들어 놓았다.

 

 

1부의 제목은 “어른들은 모르는 우리들만의 비밀”로 청소년이 등장하는 영화들을 다루었다. <우리들> <4등> <벌새> <영주>까지 4편이다. 왕따, 성적지상주의, 자아정체성, 가난문제 등, 십대들이 겪는 현실적 문제와 직접 경험해보지는 못했지만 친구 중 누군가는 겪을만한 소재를 다루는 영화들이다. 책으로 하는 논술 수업 사이사이에 이렇게 영화를 본 후 토의 토론을 한다면 지겹지 않게 활동하면서 비판적 시각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 같은 경우 초등 고학년이라면 충분히 토론해볼 수 있는 내용의 논제들이다. 그러나 <벌새>는 주인공이 중학교 2학년이지만 난이도 높은 논제들이 있어서 고등학생까지 사용해 볼 만하다.

 

이 책은 1부에서 5부까지 각각 주제별로 4편씩 20편의 한국 영화를 선별해두었으므로 매주 한 편씩 한다면 다섯 달이 걸릴 것이고 2주에 한 번이라면 10개월이니 넉넉하게 1년간 할 수 있는 활동지를 득템한 셈이다. 교사나 학부모 입장에서 영화를 고르고 논제를 뽑는 수고를 덜 수 있다. 물론 토론수업을 하지 않는 학생이 읽어도 무방하다. 자신이 본 영화부터 골라 읽어보고 혼자 보았을 때 하지 못했던 생각을 배울 수 있다. 안 본 영화라면 책으로 미리 읽어본 후 영화를 보며 저자들의 생각 힌트를 토대로 비판적 사고를 하는 데에 도움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은 학생이나 수업에 활용할 어른들만 읽으라는 뜻인가? 당연히 아니다! 일반 어른 독자들, 특히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어른이라고해서 청소년들보다 영화독해능력이 우월하다고 할 수는 없다. 영화를 다 보고도 이해가 잘 안 되었지만 굳이 밝히지는 않는다. 궁금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지만 원하는 답은 얻을 수 없고 허무맹랑한 해석들이 난무하는 글들을 하릴없이 좇다가 시간낭비만 하기도 한다. 그럴 때 이런 책이 도움 된다. 이 책 한 권에 모든 영화를 다 다룰 순 없다. 그러나 보편적이면서도 시의적절한 문제작들 위주로 선정되어 있고, 같이 보면 좋을 추천 영화까지 소개하고 있다.

어른도 토론 활동지의 내용을 읽고 생각해보면 꽤 재미있는 활동이 될 것이며 마냥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럴 땐 혼자하는 것보다 친구들과 같이 하는 것도 괜찮다. 독서모임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임에서 책 대신 영화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떨까. <직지코드>로 문화재 환수 문제를, <삽질>로 4대강 사업에 대한 토론을 해 볼 수 있고, <엑시트>로 인명구조에서 현장에서 만나는 딜레마 상황을, <나의 특별한 형제>로는 모성애에 대해 이야기 해볼 수 있다. 부록에는 '한국독서문화연구소 우리 영화 연구팀이 선정한 도서 50선'이 실려있어서 앞에서 소개한 영화와 연결되는 책읽기에 활용하기에 좋다.

이렇게 쓰고 보니 이 책은 누구나 읽고 활용하기에 좋은 책! 되시겠다. 부모가 먼저 읽고 자녀와 같이 영화를 본 후 토론이라는 형식적인 활동보다는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눠보면 좋겠다. 그러다가 쟁점이 되는 사안으로 연결하면 금상첨화이겠지만, 개인적인 느낌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된다. 그런 활동을 자녀와 한다면 아마 가장 바람직한 활동이 될 것이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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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히말라야는 왜 가?
백운희 지음 / 책구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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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서

"엄마, 히말라야는 왜 가?"

라고 묻는다.

나는 대답이 궁금했다.

애가 물었을 것이고, 엄마는 답했을 것이다.

이 책을 고른 독자들도 공통적으로 궁금해 하는 지점이 있을 것이다.

1. 엄마가 등반가인가?

2. 애를 놔두고 히말라야까지 갔단 말인가?

남녀 불문하고 위 둘과 유사한 의문이 들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두 질문은 결이 다른 듯하지만 유사성을 내포하고 있다. 여성이라는 이름에 한계성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첫 질문에는 여성 등반가는 낯설다는 뜻과 함께 여자는 험한 산을 등반하기 힘들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두 번째는 애를 두고 등반을 떠나는 엄마의 모성애에 대한 의문이다. 즉 '엄마가 아이 옆에 늘 붙어있어야지 혼자 여행을 가다니!'라는 생각이다.

제목에서 단순한 히말라야 여행기가 아닐 것임을 예감했지만, 더 궁금했던 것은 왜 히말라야에 갔는지 였다. 아이가 궁금해 한 것처럼 독자도 궁금하다!

그 이유를 알아보기 전에 저자 소개부터!

저자 백운희씨는 대전일보 기자 출신으로 ‘정치하는 엄마들’의 공동대표를 했던 이력이 있다.

 "사회적 돌봄의 중요성을 공감하며 그간 목소리 내지 못했던 엄마들과 함께 서고 싶다. 당사자의 힘으로 바뀌어 가는 세상을 위해, 더디지만 계속 걸으려는 의지와 글쓰기는 그래서 포기할 수 없는 힘이자 욕심이다."

 

2017년, 백운희씨는 7살 딸과 남편은 두고 혼자 여성포터들과 함께하는 히말라야 트래킹에 신청했다. 남편의 업무가 출장이 잦아서 딸을 지방에 있는 언니에게 맡기기로 했다. 남편은 호기롭게 잘 준비하라고 말했지만, 여행 준비를 하는 동안 아내가 포기하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순서대로 진행했고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저자는 네팔을 ‘눈 맑은 이들이 사는 나라’라고 정의했다. 사람들이, 심지어 길거리 개들까지 맑은 눈을 가진 것 같단다. 그럼에도 역사는 파란만장했고 2006년이 되어서야 오랜 내전이 종식되었다. 이 책으로 처음 알게 되었는데 네팔은 다민족 국가이다. 현지인들에 따르면, 무려 126개 민족이 공용어 네팔어를 제외한 103개 언어를 사용한단다. 내전이 길 수밖에 없었겠다. 종전이 되었다 해도 갈등들은 산발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2017년 당시 네팔은 여성 대통령, 여성 대법원장이 자리 잡고 있었지만 전반적인 네팔 여성들의 삶과 권익보장은 열악한 상황다.

      

                                                       

 

저자가 여성 포터들과 함께 하는 공정무역 여행을 했기 때문에 독자로서 간접 체험을 할 수 있었고, 한국이든 네팔이든 맞벌이 여성이 짊어진 돌봄 노동의 무게감이 내 어깨에도 느껴졌다. 어린 자녀를 보육시설에 맡기고 일을 하고, 퇴근 후에도 이어지는 가사와 돌봄 노동의 과중함을 당연하게, 마치 전투 치르듯 살아냈던 그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저자도 그랬다. 어느 추웠던 날, 아침 일찍 아이를 깨우던 날이었다. 만 세 살이 겨우 지난 아이가 하는 “엄마, 조금만 더 자면 안 돼요?” 라는 말에 저자는 이 작고 어린 자식을 잠조차 충분히 재우지 못하게 만드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그는 나서서 말하고 글을 썼다.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하고,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된다고 강조하면서 엄마가 아이를 돌볼 수 없게 만드는 이 모순된 상황에 대해서!

아, 이 책이 여행에세이라고 예상했던 사람들에게 이 리뷰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 같아서 이쯤에서 정리를 해야겠다. 이 책은 저자의 히말라야 트래킹 여행기가 맞다. 트래킹 여정과 고산병, 공정여행이란 허울아래 행해지는 낯부끄런 여행객들의 태도, 일행들의 지나친 배려에 대한 부담스러움, 여행을 통해 얻는 통찰 등. 히말라야 여행기에 해당하는 내용도 있지만 저자 자신이 살아온 인생 전반, 그리고 여성으로 엄마로 살아오면서 느꼈던 불편함, 부당함, 그것들 중 자신이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서 행동으로 옮겼던 이야기들까지 더해진다.

그러므로 이 책은 독자에 따라 부각되는 부분이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히말라야 여행기인줄 알고 읽었는데 그 외의 다른 내용의 분량이 많아 당황스러울 수도 있고, 여성의 돌봄 노동에 대한 저자의 상황과 생각에 격하게 공감하는 독자가 있을 수도 있겠다. 책을 읽기 전 이 리뷰를 먼저 읽는 이들을 위해 책 내용 중 몇 부분을 소개하려고 한다.

p.56

세계적인 오지 탐험가 텔만은 랑탕을 “세계에서 가장 깊고 아름다운 계곡”이라고 평했다. 나는 자연의 위대함에 순응하는 이에게만 고유의 매력을 보여주는, 자연의 섭리를 체득할 수 있는 곳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p.95

사실 트래킹은 ‘침잠’에 적당하지 않다. 지형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트래커라면 더욱더 그렇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면에 몰입하기보다 당장 눈앞에 놓인 바위부터 무엇을 밟아야 안전할지 빠르게 판단해야 하는 순간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집중을 놓치는 순간 다칠 수도 있다. 오가는 발길에 밟히다 못해 바위처럼 굳어 버린 나무뿌리를 뛰어넘을지, 앞서간 이들의 발걸음처럼 뿌리 위에 발을 내딛을지조차 고민해야 했다. 여러 갈래 길 가운데 어디를 따라야 할지 선택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마주하는 과정. 몸 상태를 기민하게 점검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p.248

여행은 짧고 다시 마주한 일상은 길다. 남은 여행 기간 내가 할 일은 일상을 버틸 힘을 찾는 것이다.

p.141

젠더 감수성과 다양성에 취약한 언론 환경은 복잡하고 파편화된 사회와 시대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채 오히려 성차별적이고 여성 혐오적 시각을 담아내는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그 안에서 여성들은 커버링의 압력에 놓인다. 사회가 정한 특과 기대에 녹아들며 주류에 동화되기를 강요받는 것이다. 여성이라고 대놓고 차별하진 않더라도 여성의 몸이 가진 특별한 상황, 생리나 임신, 출산 등을 티 내지 말 것을 명시적이고 암묵적으로 요구받는 상황이 대표적이다.

 

p.146

다양한 측면에서 경험이 쌓이면 세상을 바라보는 질감이 달라진다. 그간 깨닫지 못한 영역에서 소외의 대상이 된 이들을 바라보려는 시각이 생겼다. 공감과 상상력이 발휘되는 것이다.

 

p.232

나아가 돌봄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싶었다. 아이들은 일정 기간 돌봄이 필수적이다.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 약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돌봄을 개인적인 문제나 그림자처럼 뒤로 남겨야 하는 일로만 치부해왔다. 돌봄 노동은 하찭게 여겨졌고 그 속에서 발생하는 고충을 사적으로 감당하라고 말했다. 스스로 권리를 확보하기 힘든 이들에게는 철저히 무관심했다. 최소한의 정치적 무기, ‘표’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서기로 했다. 약하고 소외당하는 존재를 돌보는 것은 ‘모두의 책임’이고 ‘모두가 엄마다’는 마음으로 정책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이다.

 

 

윗 부분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여행기로 읽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고, 아랫 부분은 여성과 돌봄에 대한 내용을 더 관심있게 읽을 독자들을 위해 인용했다.

위 인용이 이 책을 사기 전 참고할 읽을 거리로 적당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제목, 백운희씨의 딸의 질문에 대한 답을 써야하는데 나는 고민을 좀 했다.

“책을 직접 읽으면 답이 있습니다!”라고 끝내버리면 리뷰로서 무책임한 것 같고, 저자의 대답을 그대로 옮기면 독자가 직접 읽는 맛을 뺏는 것 같아서 망설여졌다. 나 혼자 타협점을 찾았다. 저자가 히말라야에 두 번이나 다녀온 직접적 이유는 쓰지 않고 아래 문장을 인용한다.

해원, 원통함을 덜어내는 행위라지만 내게는 죄책감을 덜어내는 일이기도 했다.

저자가 히말라야에 갔던 이유와 이 책에서 풀어놓은 우리 사회의 여성 문제들이 직접적 관련성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사회에서 여성으로, 엄마로 살아가는 것이 히말라야에 오르는 것 만큼이나 용기를 내야만 하는 일일 거라는 심규혁씨의 말은 의미있는 해석이다. 나도 동의하면서 그렇게 생각하는 남자가 있어서 다행이다.

저자는 걷고 쓰는 일을 멈추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의 발걸음과 글걸음의 흔적을 앞으로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응원한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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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 들리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박소현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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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접하는 미디어에서 사용하는 음악들 중에는 클래식이 많다. 영화, 드라마, CF를 너머 지하철에서까지. 클래식 전공자나 조예가 깊은 사람이 아니면 BGM처럼 흘러나오는 음악이 클래식이라는 것을 알기는 힘들 것이다.

 

, 이 음악 좋은데! 제목 뭐지?”

하면서 찾아본 적이 있었다면,

, 그 영화 장면에서 나왔던 음악 다시 듣고 싶다.”

하는 생각을 해봤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비올리스트 박소현씨의 신간 <클래식이 들리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이다.

 

저자는 7장에 걸쳐 우리 생활 속 어디어디에서 클래식을 만날 수 있는지 알려준다.

 

1장에서 자동차 후진음 엘리제를 위하여가 언제부터 쓰였는지 그 역사(?상식)에서 시작해 이 곡이 작곡된 사연을 알려준다. 평생 짝사랑만 했지 결혼은 하지 못했던 베토벤의 그 엘리제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은가? 사실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는 추측성 내용인데 두 가지 가설을 소개해 준다.

 

그리고 비발디의 사계가 지하철 환승곡으로 남게 된 사연, 음악 속 용어등 재미있는 클래식 상식을 키워줄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클래식에 입문하는 왕초보들에게 좋다. 클래식에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 음악가의 일생이나 자세한 곡 설명이 있는 책은 이 책으로 워밍업 한 다음에 읽어도 될 것이다.

 

이 책에는 각 챕터마다 QR코드가 여러 개씩 들어있다. 보통 클래식 책들은 추천 음반 소개는 여러개 해도 QR은 한 두 개정도 넣어주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1장의 마지막 챕터 유럽에서는 국가에도 클래식을 사용한다에는 네 개나 들어있다. 프랑스 국가, 독일 국가, 하이든의 현악사중주, 파가니니의 '신이여, 폐하를 지켜주소서 변주곡'까지. QR에 들어가면 저자 박소현씨가 직접 연주한 것도 있고 다른 유명 연주자의 연주로 연결되기도 한다.

 

 

여기까지 책의 간단 소개와 읽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었고 다음으로는 흥미롭게 읽은 내용을 발췌해 보았다.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는 많이 사용된 곡 중 하나다. 가요에는 변진섭의 희망사항마지막 부분에 피아노로 한 소절이 연주되었으며, 디즈니 애니메이션 판타지아, 일본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에도 사용되었다. 1984LA올림픽 개막식에서는 84대의 그랜드피아노가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며 장관을 이루었다.

 

여기까지 랩소디 인 블루로 끝나나 했더니 꼬리에 꼬리를 무르는 상식?이라고 해야 할까. “희망사항에 영감을 받아 가요에 클래식을 활용한 사례들을 알려준다. 베토벤 가곡 너를 사랑해는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도입부에, 비발디 사계 중 겨울 2악장의 주선율은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 날에 사용되었다는 내용이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 오페라 3개가 나온다고 한다. 퀸의 노래에 너무 빠져서 그런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책의 내용을 그대로 옮기면서 기억을 더듬어봤다.

 

p.163~165

오페라 속 나비부인의 남편인 미국 해군 장교 핑커튼은 돌아오기로 약속한 지 3년이 넘도록 소식조차 없다. 비가 그친 어느 날에 핑커튼이 일본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 믿고 기다리는 어린 기생 나비부인초초상이 부르는 아리아 <어느 갠 날>은 영화 속에서 프레디 머큐리가 여자 친구 메리에게 청혼할 때 배경음악으로 등장한다.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중 칼라프를 짝사랑하던 노예 가 부르는 아리아 <주인님 들어주세요>는 프레디 머큐리가 동성애를 커밍아웃한 후 메리의 옆집으로 이사 와서 메리의 집을 창문 너머로 바라보며 전화 거는 장면에 등장한다.

비제의 <카르멘>속 아리아 <하바네라>는 영화에서 퀸 멤버들이 음반 제작자에게 노래를 들려주기 전에 설득하기 위해 들려주는 노래로 등장한다.

 

크흠... 세 번째밖에 기억이 안 난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소설 속에 클래식을 장치하는 것은 익히 알려진 바다. 이 책에서도 하루키 소설 속 클래식을 다룬다. 하루키는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관계를 클래식 작품들로 표현한다. <상실의 시대>에는 브람스 교향곡 4번을, <해변의 카프카>에는 베토벤의 대공 트리오를, <1Q84>에서는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과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를 사용했다. 하루키의 소설속에 등장하는 클래식으로 컴필레이션 음반까지 나와있을 정도이니 클래식계와 출판사의 콜라보라 하겠다.

 

이번에 나온 하루키의 신간 <일인칭 단수>에도 역시 클래식과 재즈가 소설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데 깜짝 놀랐다. ‘찰리 파커라는 색소폰 연주자가 보사노바 앨범을 냈다는 가정을 한 내용에서 하루키는 가상의 앨범 제목과 수록 곡명까지 밝힌다. 물론 하루키의 가상인데 어떤 곡인지 들어보려고 유튜브에 들어가서 검색했더니 찰리 파케 플레이즈 보사노바라는 앨범이 나오는 게 아닌가. 책에 나오는 곡명과 같았다. 역시 하루키구나!했다. 유니버셜 뮤직에서 발빠르게 세팅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출판전에 얘기가 됐거나 출판 후 검색이 많으니까 만들었는진 모르겠지만.

 

<클래식이 들리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는 생활 속에서 모르고 들었던 음악이 클래식이었다는 것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책이다. 클래식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은 이 책으로 시작하면 진입하기에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미 클래식을 즐겨듣는 사람이라도 몰랐던 클래식 상식과 꼬리를 무는 TMI가 넘쳐나도 부담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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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
정해연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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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연 작가의 신간, <패키지>는 패키지여행을 말한다. 소설 처음이 일본 패키지여행 출발 장면이다. 배로 대마도를 갔다오는 것인데 단돈 8만원이다. 청량리역에서 부산으로 출발할 버스에는 두 명을 빼고 모두 착석해 기다리고 있다. 뒤늦게 나타난 두 명은 아버지와 초등 1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아들. 지각한 이 둘에게 옆좌석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대사를 하고, 그들이 여행 오게 된 사연까지 나오기에 이 버스에 탄 승객들이 주요 등장인물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조연보다 못한 카메오 수준이었다.

 

출발 두 시간 후 버스가 휴게소에 들렀다가 다시 출발하려 할 때 처음 지각했던 부자가 오지 않는다. 가이드는 그들을 찾기 위해 휴게소에 남고 버스는 그대로 출발했는데 다음 행선지인 쇼핑센터에서 사건이 터진다. 버스 짐칸에서 아이의 토막시신이 발견된 것이다.

 

시체는 휴게소에서 나타나지 않았던 그 아이 김도현이었고, 사라진 아빠 김석일은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 투입된 담당 형사 박상하는 자신의 과거와 오버랩되는 이 사건의 실체를 마주하게 될수록 괴롭다. 가정폭력이기 때문이다. 아내의 폭력으로 아들 은우가 뇌에 이상이 생겨 입원 상태로 계속 치료중이고 호전될지 여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아내는 자살했다.

 

죽은 아이의 엄마 정지원은 남편의 폭력으로 이혼한 상태, 남편은 연년생 아들 둘을 키우고 있었고 둘째 도현이만 데리고 버스에 탔던 것인데 왜 자신의 아들을 잔인하게 죽여야만 했을까? 일본에 있던 정지원이 나타나자 가족사가 밝혀지는데 남편의 폭력에 못이겨 아이 둘을 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박상하는 그녀에게 감정이입이 된다. 여기서 살짝 어색했다. 박상하는 아들 은우가 엄마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몰랐던, 아니 무관심했던 죄책감에 짓눌려 있었는데 비슷하게 가정폭력에 시달린 정지원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파고들수록 표면적 사건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스포일러와 반전 때문에 줄거리는 여기까지!

 

뉴스에서 드러나는 가정폭력 사례는 실제 벌어지는 일의 10프로도 안될 것이다. 비밀스럽게 진행되며 주위 사람들이 모르는 척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도 김석일의 모친은 아들의 폭력성을 잘 알고 있었고 손자에게 가해지는 폭력도 예측 가능했으면서 모른 척했다. 도현의 담임 역시 어느 정도 눈치는 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주위에서 안다고 한들 개입이 어려울 수 있겠지만 적극적으로 알려서 아이가 극한 위험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해야하는데 대부분은 그러지 않고 결국 일은 터지고 만다. 작가가 소설이지만 아동폭력이라는 소재를 다룬 이유도 독자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한다.

 

그리고 하나 더! 모성애 부분이다. 도현의 모친 정지원도 박상하의 아내 채연희도 모성애는 없어 보인다. 우리가 생각하는 모성애는 신화로 포장되어있다는 주장이 있다. 모성애는 본능이 아니라는 것이다. 출산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생기는 것이 아닌데 본능인 것처럼 주입되어 있다. ‘내가 낳은 아이가 왜 사랑스럽지 않지?“ 라며 죄책감을 느끼는 엄마들이 있고, ’넌 엄마가 왜 그 모양이냐?‘는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들도 있다.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는 과정은 기쁨보다는 고통의 양이 훨씬 크게 다가온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지 않더라도 그것을 인정하고 적게 찾아오는 기쁨과 즐거움을 행복이라고 여기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 산후 우울증이 아이에게 폭력으로 나타나는 경우처럼 정신적인 고통이 질병으로 발전되고 자식에게 못할 짓을 하는 어른도 있다. 어릴 때 가해진 가정폭력은 아동이 성인이 되어서까지 그 자식에게까지 대물림되기 때문에 치명적이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노출이 된다면 최대한 빨리 폭력부모와 분리시키고 치료받아야 한다. 박상하는 경찰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가정사에 무심했고 결국 아들이 큰 상처를 입었다. 여전히 아들 대하는 것을 숙제처럼 여기는 박상하가 소설의 마지막엔 진심으로 아들과 시간을 보낼 것을 다짐한다. 내내 어두웠던 분위기에 빛이 반짝하고 들었다. 독자로서 그 빛이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지길 바랐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이해 안 되는 인물은 김석일이다. 처음부터 잔인한 방식으로 친아들을 살해했고, 두 번째로 친구를 수차례 찔러 중태에 빠트린다. 죽이려는 의도였다. 잔인한 폭력성을 드러내는 인물로 질투도 심하며 사람을 대함에 있어 예의라고는 없다. 김석일의 모친에 의하면 그는 부친과 비슷한 면이 많다고 했다. 인간이 아무리 유전적 영향이 크다고 하지만 교육도 받고 사회화 과정을 거치는데 본성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 것일까? 친자 살인과 친구 살인미수로 형량을 높게 받을 것이지만 원래 저런 인간이 교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남은 아들이 아버지에게서 유전적 영향을 얼마나 받을지, 소설이지만 걱정스럽다.

 

내 쓸데없는 걱정이 작가가 주제로 삼은 부분과 동떨어진 것 일수도 있다. 가정폭력으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 사회문제들을 심각하게 생각한 시간이었다. 소재를 패키 여행으로 잡고 시작해서 제목이 패키지이기도 한데 마지막에 정지원의 대사에서 잔인한 방식으로 다시 확인시켜 준다.

 

"우리 가족 말이에요. 남의 눈에는 가족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니었던, 싸구려 패키지 같은 그런 가족이었다고요."

 

씁쓸한 대사였다.

 

 

 

**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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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 - 한 번 오면 단골이 되는 고기리막국수의 비결
김윤정 지음 / 다산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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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맛집 소개를 읽고 찾았다가 실망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언제부턴가 검색해서 찾아가는 일은 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먹는 것에 그렇게 무게를 두지 않는다. 음식이 뱃속에 들어가면 다 똥이 된다는 주의다. 그래서 최대한 간단하게 허기를 면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맛집이든 식당에서든 기대치는 낮다. 줄 서서 먹는 것은 거의 하지 않고 맛집이라고 해서 특별한 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만족한 식당은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어젯밤에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읽으며 당장 가서 확인해보고 싶었다. 가까웠다면 오늘 점심은 막국수를 먹었을 것이다. 애석하게도 너무 멀다. 평소라면 아무리 멀어도 가보고 싶거나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곳은 가는 편이지만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장거리는 이동하지 않았다. 고기리 막국수에 조만간 꼭 가보겠다고 혼자 다짐하며 이 곳에 가서 무얼 확인하고 싶은지 쓰려고 한다.

이 책을 강원국씨와 허영만화백이 추천했다는 걸 보니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이라는 프로그램에 방송된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나의 의심증을 부추겼다. 채널을 돌리다가 이 프로그램을 한 번씩 보게 되는데 소개되는 식당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는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었다. 그러다보면 또 식당에 대한 평가를 읽게 된다. 맛이 일품이라고 칭찬하는 출연자의 평과는 달리 인터넷 리뷰에는 부정적 평가도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 고기리 막국수의 인터넷 평가부터 읽게 되었다. 역시 부정적인 내용도 있었다.

부정적인 평가를 정리하자면 ‘이렇게 오래 기다리면서 먹을 정도의 맛은 아니다’와 ‘비싸다’ 그리고 ‘불친절하다’였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백반기행에 나온 다른 식당들도 유사한 평가가 있었다. 저런 부정적 평가는 어느 식당에나 있으므로 직접 맛을 평가해보는 수밖에 없다. 당장 갈 수 없는 상황이니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을까?

얼마 읽지 않았는데 이미 푹 빠져들었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스>처럼 식당 성공기라서 그런 게 아니었다. 글을 읽고 있는데 마치 저자가 내 옆에서 직접 말을 하는 듯 했다. 그저 격식을 차린 공손함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따뜻함이었다. 이렇게 한결같이 손님을 응대한다면 또 찾아오고 싶겠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았다.

고기리 막국수는 남편이 주방을 담당하고 아내가 홀을 포함 모든 관리를 한다. 책을 쓴 이는 아내 김윤정씨다. 남편은 맛을, 아내는 서비스를 책임진다. 부부가 식당을 하면 단점이 분명 있을터인데 이들은 서로의 분야를 일임하게 하고 믿어준다. 무엇보다 그들은 막국수를 너무나 좋아한다. 마주보고 앉아 막국수를 먹으면서 행복해하는 이들이 만든 막국수 맛이 어떨지 상상하는 건 어렵지 않다. 맛있는 막국수를 만들기 위해 유명하다는 막국수집은 다 돌아다니며 면을 뽑고 육수를 만다는 비법을 배운 뒤 용인의 한적한 곳, 화방하던 자리에 식당을 냈다. 비포장도로가 끝나는 곳, 아무도 찾지 않을 것 같은 곳이었다. 그 곳에서 시작해 약 10여년에 거친 노력의 결과물이 지금, 코로나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식당이 되었다.

부부는 처음에 명동에서 이자카야 술집을 했고 꽤 장사가 잘 됐다고 한다. 언제까지고 잘 될 줄 알았던 가게가 망하고 친구에게 사기까지 당했고 그들이 가장 좋아한 음식인 막국수로 새로 시작했다. 실패한 경험을 자양분 삼아 자신들에게 부족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았고, 손님으로서 불편했던 것들을 하나씩 클리어 해나갔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손님들을 편안하게 하는 것! 식당이 음식 맛있으면 최고지, 뭐가 편해야 한다는 것인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부부는 음식맛은 기본이고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 어쩌면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것까지 거의 모든 것에 세심하게 신경쓴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먼 길 운전해 연로한 부모님을 모시고 도착했는데 주차하는데 애를 먹었고, 대기하고 있는 사람은 너무나 많은데, 화장실에 가봤더니 냄새가 나고, 겨우겨우 자리에 앉았는데 옆 테이블엔 아이가 시끄럽게 동영상을 보고 있어서 정신이 하나도 없고, 시킨 것과 다른 메뉴가 나오고, 어찌어찌 먹고 나오는데 내 신발이 사라졌다. 오 마이 갓!! 그런데 가게에서는 책임지지 않는단다!

위와 같은 상황이 한 사람에게 닥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위 상황 중 하나만 겪는다 해도 손님 입장에서는 불쾌하다. 음식을 맛있게 먹었더라도 저런 좋지 않은 기억은 그 식당을 안 좋게 평가하고 다시는 가지 않개 된다.

이렇게 쓰고 보니 이 리뷰를 읽는 이들이 오해할 수도 있겠다. 맨 처음 언급했듯 내가 먹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곁가지에만 신경을 써서 그런 내용에 꽂힌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것 같다. 그러나 음식의 맛은 식당에서 기본 중에 기본이며 고기리 막국수의 단촐한 메뉴는 그것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음식 맛을 좌우하는 기본은 재료다. 그 재료를 들이고 보관하고 만들어내는 과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플레이팅을 어떻게 해서 내는지는 책에 아주 잘 나와있고 이 사진 한 장으로 믿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가? 이곳을 방문해 보지 못한, 이 책으로 고기리 막국수를 처음 알게 된 사람이라면 이 사진에서 ‘정갈’이라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가? 음식뿐 아니라 식당의 분위기도 그러하다. 테이블 위의 화병, 건식 화장실과 조용히 흐르는 피아노 선율, 그리고 식당 밖의 대기장소까지.

​                                                   

 

 

막국수집이라기 보다 고급스런 한정식 식당 느낌이다. 그럼 막국수집은 그 반대여야 하나? 물론 그렇지 않다. 그런 선입견을 저자는 떨치고 싶었던 모양이다. 원래 했던 장소에 길이 나게 되면서 이전을 하게 되었고, 다행히 가까운 곳에 터를 잡게 되었고 새로 식당을 지었다.

보통 식당 화장실은 물청소를 한다. 그런데 김윤정씨는 깨끗한 화장실로 관리하기 위해 오히려 건식으로 만들고 싶었다. 주위에선 모두 반대했다. 하지만 이렇게 유지되고 있다.

 

부부는 이 책의 제목처럼 진심으로 손님을 대했다. 손님이 맛있게 먹고 편안함을 느끼고 돌아가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들이 기울인 노력은, 진심어린 세심함이었다. 앞서 정리한 황당한 사례들은 하나하나 떼어내면 여느 식당에서 손님들이 겪을 수 있는 사례들이다. 물론 이 책에 위 사례들이 건건으로 나오며 고기리 막국수에서는 각각 어떻게 응대했는지도 나온다. 손님이 언짢은 마음을 안고 돌아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한다. 그들의 진심안에 깔린 기본은 역지사지였다. 본인들이 식당에서 겪었던 사소하지만 언짢고 불편했던 것을 고기리 막국수에 오신 손님들은 느끼지 않길 바라는 마음 말이다. 지금까지는 음식과 손님응대에 대한 것이었다.

"음식은 주방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식당을 하면 할수록 음식이 사람의 태도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음식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바로 하려면 제 삶부터 잘 살아내야 할 일입니다."

위 말은 주인이 음식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삶의 태도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둘이서 시작했던 식당이 직원의 숫자가 하나둘 늘어 현재는 수 십명에 이른다.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니 내가 알고 있는 어떤 곳의 사장의 행태와 정반대였다. 그 사장은 어떻게 하면 자신의 주머니를 더 채울지 골몰한다. 직원들의 시간외 근무수당은 슬그머니 누락시켰다가 항의하면 그제서야 내준다. 사장이 배고플 때만 간식을 산다. 어떻게 하면 직원 복지에 돈을 덜 쓸지만 궁리하고, 비인격적인 말투로 직원들에게 상처주는 건 기본이다. 이 사장이 생각난 이유는 고기리 막국수의 직원들은 이와 정반대의 대우를 받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불안하지 않게 생계를 이어가도록 해주니 사장을 믿고 따르며 나아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임하게 된다. 코로나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근무를 할 수 있었던 원천은 알고보니 김윤정씨의 부친에게서 이어진 것이었다.

p.269

‘직원은 늘 안정을 바란다. 사장은 이윤보다 직원 급여를 먼저 챙겨주어 직원이 생활하기에 힘들지 않게 해야 한다’

제 아버지의 말씀입니다. 최저임금심의위원회가 설립되었을 때부터 10년간 위원으로 일하시면서 아버지는 늘 강조하셨지요.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최저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삶의 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장해주는 것이라고요.

잘 되는 식당이 단지 음식 맛 하나 때문이 아님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조건들의 기본은 진심이라는 것도!

고기리 막국수는 지금도 늘 하던대로 재료를 준비하고 국수를 뽑고 테이블을 세팅하고 빠진 게 없는지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깔끔한지 다 둘러본 후, 손님들에게 안부를 전한다.

 

"오늘 저희는 괜찮습니다. 당신은 괜찮으신가요?"

 

이런 메시지를 받는다면,

"그래, 이 식당은 괜찮아. 가자!"

라며 가족들을 차에 태우고 시동을 걸 것 같지 않은가?

나도 이 곳에서 문자를 받고 싶다. 그러려면 먼저 방문한 이력이 있어야 하는데...

언제쯤 양산에서 용인까지 갈까...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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