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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영화로 세상을 논하다 - 비판적 시각을 길러주는 우리 영화 읽기
이임정 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0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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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영화로 세상을 논하다>는 영화로 논술하기!라는 부제가 딱 어울린다. 책 읽기 힘들어하는 십대와 영화를 보고 토의 토론을 해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책이기 때문이다. 영화 및 독서토론 관련 전문가 4명이 공동 집필했으므로 학부모나 교사들이 영화 논술 지침서로 사용하기에 좋을 것이다. 영화를 본 후 좋다! 아이들과 토론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도 막상 질문이나 논제를 만들려고 하면 막막해지는 경험을 해본 어른들이 이 책을 본다면, 땡큐! 할 것 같다.
책의 구성과 사용법을 당부한 프롤로그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다.
이 책은 영화를 소개하고 설명하는 에세이와 생각할 거리를 제시하는 활동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에세이는 영화의 핵심적인 장면을 소개하고 그 장면에 담긴 가치에 대해 설명합니다. 활동지는 중 고등학교의 핵심 교육 가치를 중심으로 청소년 시기에 반드시 고민해야 할 가치들을 제시했습니다. 책에 선정된 다양한 영화를 통해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들이 가치관을 올바르게 성장시킬 수 있고 나아가 희망적인 미래를 설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본문 내용을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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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에 나오는 영화는 <우리들>이다. 줄거리와 함께 몇몇 장면에 담긴 해석을 정리해 준다. 그 다음에 나오는 꼭지는 ‘함께 보면 더 좋은 추천 영화’이다. <우리들> 뒤에는 <우아한 거짓말>과 <방과 후 옥상>이 추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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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질문지이다. ‘우리 영화와 함께하는 토론 논술 활동’이라는 제목으로 질문 및 토의 토론 논제를 제공하고 있다. 난이도 수준을 별 개수로 정했으며 ‘중등 도덕’, ‘고등 사회’처럼 학년과 과목도 구분해 두었다. <우리들>로 토론할 논제는 이렇게 만들어 놓았다.
1부의 제목은 “어른들은 모르는 우리들만의 비밀”로 청소년이 등장하는 영화들을 다루었다. <우리들> <4등> <벌새> <영주>까지 4편이다. 왕따, 성적지상주의, 자아정체성, 가난문제 등, 십대들이 겪는 현실적 문제와 직접 경험해보지는 못했지만 친구 중 누군가는 겪을만한 소재를 다루는 영화들이다. 책으로 하는 논술 수업 사이사이에 이렇게 영화를 본 후 토의 토론을 한다면 지겹지 않게 활동하면서 비판적 시각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 같은 경우 초등 고학년이라면 충분히 토론해볼 수 있는 내용의 논제들이다. 그러나 <벌새>는 주인공이 중학교 2학년이지만 난이도 높은 논제들이 있어서 고등학생까지 사용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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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부에서 5부까지 각각 주제별로 4편씩 20편의 한국 영화를 선별해두었으므로 매주 한 편씩 한다면 다섯 달이 걸릴 것이고 2주에 한 번이라면 10개월이니 넉넉하게 1년간 할 수 있는 활동지를 득템한 셈이다. 교사나 학부모 입장에서 영화를 고르고 논제를 뽑는 수고를 덜 수 있다. 물론 토론수업을 하지 않는 학생이 읽어도 무방하다. 자신이 본 영화부터 골라 읽어보고 혼자 보았을 때 하지 못했던 생각을 배울 수 있다. 안 본 영화라면 책으로 미리 읽어본 후 영화를 보며 저자들의 생각 힌트를 토대로 비판적 사고를 하는 데에 도움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은 학생이나 수업에 활용할 어른들만 읽으라는 뜻인가? 당연히 아니다! 일반 어른 독자들, 특히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어른이라고해서 청소년들보다 영화독해능력이 우월하다고 할 수는 없다. 영화를 다 보고도 이해가 잘 안 되었지만 굳이 밝히지는 않는다. 궁금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지만 원하는 답은 얻을 수 없고 허무맹랑한 해석들이 난무하는 글들을 하릴없이 좇다가 시간낭비만 하기도 한다. 그럴 때 이런 책이 도움 된다. 이 책 한 권에 모든 영화를 다 다룰 순 없다. 그러나 보편적이면서도 시의적절한 문제작들 위주로 선정되어 있고, 같이 보면 좋을 추천 영화까지 소개하고 있다.
어른도 토론 활동지의 내용을 읽고 생각해보면 꽤 재미있는 활동이 될 것이며 마냥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럴 땐 혼자하는 것보다 친구들과 같이 하는 것도 괜찮다. 독서모임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임에서 책 대신 영화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떨까. <직지코드>로 문화재 환수 문제를, <삽질>로 4대강 사업에 대한 토론을 해 볼 수 있고, <엑시트>로 인명구조에서 현장에서 만나는 딜레마 상황을, <나의 특별한 형제>로는 모성애에 대해 이야기 해볼 수 있다. 부록에는 '한국독서문화연구소 우리 영화 연구팀이 선정한 도서 50선'이 실려있어서 앞에서 소개한 영화와 연결되는 책읽기에 활용하기에 좋다.
이렇게 쓰고 보니 이 책은 누구나 읽고 활용하기에 좋은 책! 되시겠다. 부모가 먼저 읽고 자녀와 같이 영화를 본 후 토론이라는 형식적인 활동보다는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눠보면 좋겠다. 그러다가 쟁점이 되는 사안으로 연결하면 금상첨화이겠지만, 개인적인 느낌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된다. 그런 활동을 자녀와 한다면 아마 가장 바람직한 활동이 될 것이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