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노라마
릴리아 아센 지음, 곽미성 옮김 / 어떤책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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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젊은 작가의 소설 <파노라마>를 서평단 자격으로 받아 읽었다. 시간적 배경은 불과 25년 후인 2049년이다. 이 소설에서 다루는 쟁점들은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조금 더 극단적으로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상상한 것이라 하겠다. 프랑스를 배경으로 했지만 우리 사회에 그대로 적용해도 될 정도다.


역자 후기를 보니 작가 릴리아 아센은 이 작품 이전에 두 편의 소설을 발표했고 대중적으로는 저널리스트로 더 잘 알려져 있다고 한다. 비유적 표현이나 서술에 묘사가 많지 않아서 마치 주인공 형사가 사건을 브리핑하는 것 같더니 역시 저널리스트였다. 논쟁적 소재임에도 추리소설 형식이라 범인을 추론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범인을 맞췄다는 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문제와 비교하면서 읽었고 소설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떨지 예상하게 되었다. 생각의 가지가 뻗어나가다 보니 읽는 속도가 더뎌졌지만 가독성이 떨어지는 소설은 아니다. 읽을수록 리뷰가 고민이 되었다. 사건을 자세히 쓰다보면 스포일러로 빠질 것 같은데 어쩌지... 역시 추리소설 리뷰는 어렵다.


사건이 벌어진 2049년 프랑스는 투명화 사회다. 20년 전에 투명화시민운동을 기점으로 행정부를 축소하고 사법부를 해체한 후 모든 사법적 판결은 국민이 직접 토론하고 투표하게 된다. 썩어빠진 우리나라 사법부도 해체해야 하는데! 아니다, 검찰부터 해체해야 한다! 이렇게 초반부터 소설 속 프랑스 사회를 보며 자꾸 우리나라에 대입하게 되었다. 사법적 판결을 국민이 직접 토론해서 판결을 내린다는 것은 얼핏 기막힌 발상 같았다. 그런데 투명화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의 부정적인 면은 그것에서 시작된다.


투명화 사회는 어떤 사회? 작가의 상상력이 몹시 기발하다고 생각된 부분인데, 국가 정책을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 뿐 아니라 모든 건축물을 투명하게 만들어버렸다. 한마디로 유리도시다. 건물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상태에서는 범죄가 일어날 수 없으며 서로가 서로를 감시할 수 있는 사회다. 물론 이런 시스템을 거부하는 이들이 있고, 그들은 투명사회 바깥에 산다. 투명화사회는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그런데 범죄 사건이 일어났다. 어느날 일가족 세 명이 사라진 것이다. 이 가족은 실종된 것일까? 숨어버린 것일까? 아니면 살해된 것일까?


형사 엘렌에게 이 사건이 배당되었고 단서를 찾아가는 그녀의 뒤를 나는 바짝 쫓았다. 늘 그렇듯 주변 인물부터 훑는 것이 순서! 엘렌은 그 가족의 친척 및 이웃들을 탐문하면서 실마리를 찾는다. 그리고 유리로 된 집도 샅샅이 뒤져야 한다. 사라질 수 없는 그곳에 혹시 어떤 비밀이 있는지, 집 내부에 범죄 흔적은 없는지. 그런데 감쪽같았다.


사건을 수사하는 내용 외에도 엘렌과 남편 다비드, 딸 테사와의 관계가 그려지는데 이들 부부관계는 우리나라와 문화적 차이가 있어 공감이 어려운 독자도 있을 것 같고 사춘기 딸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난제다. 소설의 중반부가 넘어서면 슬슬 의심이 가는 인물들이 드러나는데 예상치 못한 반전이 나왔다. 그 반전으로 추리해보려고 했으나 워낙에 내 추리력이 일천해서 도저히 감이 잡히질 않았다사라진 가족은 어떻게 됐을까? 살았을까, 죽었을까? ,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힌트는 소설 첫 부분에 나오는 투명화 사회로 만들자는 운동을 하게 된 20년 전 사건이다.


결말에서 작가는 묻는다. 사생활을 오픈하고 살면 범죄 예방이 될까? 범죄 없는 세상은 가능한가? 그런데 이미 우리는 사생활을 SNS에 전시하고 있지 않나. 대부분은 가식적이지만 말이다. 이로 인해 사회적 문제도 발생하고 범죄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또한 곳곳에 설치된 CCTV에 우리의 동선을 드러내놓고 살고 있다. CCTV가 범죄 예방 효과가 얼마나 되느냐는 문제는 차치하고, 예전보다 범죄 수사가 용이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물리적 움직임만 노출하는 것이 아니다. 스마트폰에는 개인의 모든 정보가 담겨있으며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는지도 들어있는데 이것이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있음을 수용하고 사는 셈이다. 현재 이런 생활, 지극히 투명하지 않은가?


이 소설에서는 촉법 소년의 범위에 대한 문제도 다루고 있다. ‘촉법 소년이란 단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소설에서 주요하게 다룬 부분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논쟁거리 중 하나다. 촉법 소년을 소재로 한 소년 심판이라는 드라마도 만들어졌고, 촉법 소년의 연령을 만 14세에서 12세로 낮추겠다는 대선 공약도 나왔다. 중학생들의 범죄 수준이 날로 흉악해지고 있으며 촉법 소년은 감옥가지 않는다며 일탈을 넘어선 범죄를 서슴없이 저지르는 아이들이 있다.


이 작품은 소설적 재미도 있지만 토론 거리가 많기 때문에 독서모임을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묘사가 두드러지진 않으나 우리의 생활을 성찰할 문장들이 있어서 인용한다.

 

세상에 나가 빛나려면 너무 많은 돈이 든다.

이 깊은 은둔이 얼마나 좋은가! 나는 깊은 은둔을 얼마나 사랑하는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 숨어 살자.


좋아요는 디지털로 개사료를 주는 것과 같다.


우리가 완전히 투명하다면 말이야, 너무 투명한 나머지 결국 죽게 되지 않을까?


나는 더 이상 안전을 믿지 않는다. 동물원도 이제는 싫다. 나는 상처받고, 마모되고, 실망하는 삶이 좋다.


알고리즘은 우리를 승인하고, 우리의 믿음을 유지시키고, 선택에 용기를 준다.


나의 언어는 가난합니다, 이미 모든 것이 말해진 세상에서.

무엇도 약속하고 싶지 않아요, 이미 약속된 것이라며.

다시 찾고 싶어요, 언어가 빛나던 그 시대를.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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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간 의사 - 영화관에서 찾은 의학의 색다른 발견
유수연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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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다른 주제를 연결한 책들이나 영화평론가의 책을 그동안 꽤 읽어왔다. 인문학이나 철학, 여성등등. 이번에는 의사가 썼는데 믹스커피 출판사에서 나온 <영화관에 간 의사>는 계명대 의대 동산병원 신경과 유수연 교수의 책이다. 과학자나 의사의 눈으로 명화를 보는 책도 인상깊게 읽었는데 의사는 영화를 어떻게 볼지 궁금했다.


이 책에서는 21편의 영화를 4가지의 주제로 분류했다.


1장 죽음과 생이 공존하는 곳

2장 그들은 왜 그렇게 아파했을까

3장 영화 속 질병 이야기

4장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어떤 평론가는 영화를 본 후 바로 감상을 기록하라고 했다. 너무나 빨리 휘발되기 때문에 보고 난 후 바로 쓴 다음 더 자세히 쓰고 싶으면 다시 본 후에 고쳐쓰기를 하는 것이 좋다고. 책도 그렇지만 영화를 본 후 글을 쓰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직업적 글쓰기를 하는 사람을 빼고. 특별히 쓰기를 즐겨하는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영화를 두 번 보는 경우도 별로 없다봤던 영화를 나중에 다시 보게 되었을 때, ‘, 저런 장면이 있었나?’하고 새로운 장면이나 대사를 발견하게 된다. 저자가 소개하는 영화가 독자의 취향은 아니어도 유명한 영화들이 많기 때문에 21편 중에 본 영화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같은 영화라도 독자가 깨닫지 못한 지점에서 다른 시각으로 짚어준다. 이런 책은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되니 목차를 훑어본 후 자신이 본 영화 먼저 읽기를 추천한다.


영화의 메시지는 감독의 주제지만 그것을 읽어내거나 받아들이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영화를 본 후 다른 사람과 감상을 나누는 것도 좋지만 나와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하다면 이 책이 딱이다. 의사의 시각에서 보고 분석한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관객은 생각지도 못할 장면에서 찾아낸 의학적 지식에서 놀라고, 같은 장면을 나와 다르게 보는 이의 해석도 흥미로울 것이다.


저자는 신경과 의사로서 헤어질 결심”은 운디네의 저주라고도 불리는 호흡 중추 자동능 장애라는 질환을 재해석한 의학적 작품이라고 봤다. ‘운디네의 저주잠들었을 때 숨쉬기 힘든 상태라고 한다. 다리 뇌와 숨 뇌에 위치한 호흡 중추에 이상이 발생하여 호흡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증상이다. 유전자 이상에 의한 선천성 중추 저호흡 중후군 환자에게 나타날 수 있으며 뇌줄중이나 종양 등으로 인해 후천적으로 생길 수도 있다.


나는 사실 이 영화를 보면서 장해준이 송서래를 사랑하게 되는 것에 공감이 잘 되지 않았다. 불면증에 시달리던 그가 송서래 곁에서 편하게 잘 수 있게 되는 장면이 그가 완전히 그녀에게 빠져들었다고 이해할 뿐이었다. 그런데 운디네의 저주를 소재로 한 문학작품과 질병을 연결한 저자의 분석에는 설득당했다.


p.34

비극적인 물의 정령 운디네 전설을 닮았지만 어디까지나 현실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 속에서, 가장 신비로운 부분은 현대 의학으로 극복할 수 없는 장해준의 불면증일지도 모릅니다. 수면 장애라는 과학적인 요소가 사랑의 신비를 극대화시키는 소재로 활용되었으니까요.

이런 방식의 의학적 병명은 영화를 감상할 때 흥미롭게 느껴집 니다. 의학의 힘으로 치료될 수 없는 '저주'와도 같은 불면증이, 이 영화의 분위기에 정말 잘 어울리기 때문이죠.

 


탑건:매버릭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저자가 감동했다는 부분에서 나도 공감했다. “탑건에서 알게 된 새로운 내용은 조종사의 어려움이었다. 조종사는 조종 중 중력가속도에 의해 의식 소실이 일어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G-슈트를 입고 몸을 보호해야 하며 후크 기동이라 하는 호흡법을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주인공이 21세기에 태어났다면, 조로증과 소아치매로 오인받았을 것이라는 소견을 냈다.


이외에도 영화를 봤음에도 그것이 질병 때문이라는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은 올드보이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매드맥스였다. 보지 않은 영화 분석 중에 흥미롭게 읽은 것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엘리시움이다. 이 두 영화는 꼭 한 번 봐야겠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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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미친 사람들 - 카렐 차페크의 무시무시하게 멋진 스페인 여행기 흄세 에세이 6
카렐 차페크 지음, 이리나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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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렐 차페크는 체코의 극작가이자 소설가다. 체코 출신의 프란츠 카프카, 밀란 쿤데라의 소설은 읽어봤지만 카렐 차페크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그런데 차페크가 로봇이라는 단어를 만든 사람이란다. 1920년 자신의 형과 공동 작업한 <R.U.R.>이라는 희곡에서 로봇을 처음 사용했는데, ‘강제 노동이라는 의미의 체코어 로보타에서 따왔다. 지금은 흔히 쓰는 단어를 차페크가 100년 전에 만들어냈으며 <R.U.R.>은 로봇이 권력을 잡고 인간을 말살한다는 내용이었다니 앞서간 인물이 아닌가.


이 작가의 에세이는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었는데 출판사 휴머니스트에서 스페인과 영국 여행에세이를 출간했다. <조금 미친 사람들>, <대놓고 다정하진 않지만>의 서평단 모집 글을 확인하다보니 스페인 편 <조금 미친 사람들>을 읽어보고 싶었다. 나는 작년 여름에 스페인을 다녀왔는데, 100여 년 전 스페인의 모습과 작가의 감상은 어떨지 궁금했다.


눈이 자신의 비전에 열정적으로 고정된 사람은 모두 조금 미친다.”

이 문장은 차페크가 화가 엘 그레코를 가리켜 한 말이지만 스페인의 예술가 모두에게, 아니 스페인 사람 전부에게 바치는 헌사 같다고 역자는 작품 해설에 썼다.


작년 스페인 여행에서 만난 가이드는 톨레도에서 엘 크레코의 생애와 그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나는 미술 작품이나 화가에 관심이 많아서 가이드가 하는 설명에 집중하며 그림을 감상했다. 이 책에서 작가는 스페인 사람들의 일상적 모습은 물론이고, 미술이나 투우, 플라멩코 같이 그들의 예술적 감성이 도드라지는 소재는 자세히 썼다. 특히 작가가 직접 그린 백여 컷의 일러스트는 이 여행기를 생생하게 감상하는 데 도움을 준다. 플라멩코와 투우는 실감나고 레이스 숄 만틸라를 쓴 세비야 여성들은 아름답다.


작가의 눈에 비친 스페인은 따사로우면서 열정적인 나라다. 그가 소개하는 스페인 곳곳의 풍경은 매력적이다. 100년 전 모습이기 때문에 지금과는 다르겠지만 텍스트로 만나는 스페인에 독자의 상상력이 더해진다면 제각기 다른 스페인이 펼쳐질 것이다. 아직 스페인 여행을 가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여행 가이드북보다는 이 책을 추천하겠다. 사진을 찍기 위한 명소 정보보다 스페인을 더 가까이 느끼고 싶다면 더더욱. 어떤 것에 조금 미쳐있는 스페인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작년에 마드리드에서 티센 미술관과 프라도 미술관을 스쳐지나듯 돌아보고 나온 게 가장 아쉬웠다. 특히 프라도 미술관은 작품도 사람도 너무 많아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직관, 하나만 남았다. 마드리드에서 오래 머물면서 미술관을 여유롭게 돌아볼 날이 다시 올 수 있을까.


p.47

마드리드를 요약하자면, 궁중의 화려함과 변덕스러운 혁명의 도시라 말하겠다. 이곳 사람들이 어떻게 고개를 드는지 주목하라. 반은 과시에서고 반은 완고함에서다. 내게 도시와 사람을 이해하는 재능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마드리드의 분위기에는 약간의 흥분을 야기하는 부드러운 긴장감 같은 것이 있다고 말하리라.


작가처럼 마드리드 거리를 거닐며 사람들이 고개를 드는 모습도 관찰하고, 분위기에 부드러운 긴장감이 있는지 보고 싶다.


작가의 눈에 비친 투우 장면에서는 관중의 함성을, 씩씩거리는 황소의 콧김을, 투우사의 절도있는 유연한 몸짓을 만났다. 그러나 끝내 마지막 숨을 쉬는 황소의 고통을 같이 보아야 해서 힘들었다.


p.150

스페인 사람들은 동물에게 잔인하지 않다. 투우는 인간과 짐승 사이의 싸움으로 태곳적부터 있어왔다. 그것은 싸움의 모든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지만, 고통 또한 가지고 있다. 아마도 스페인 사람들은 이 아름다움과 투쟁을 너무나 완벽한 관점으로 볼 수 있기에 거기에 동반되는 잔인함을 보지 못하는 것 같다. 그것은 분명 눈으로 즐길 수 있는 것과, 탁월한 민첩성의 묘기와, 많은 위험과 멋진 용기를 제공하지만 내게 다음 투우는 없을지도 모른다.



가장 실감나는 작가의 그림은 플라멩코였다. 작가의 그림과 묘사를 읽으며 스페인에서 직접 보며 찍은 플라멩코 영상을 보려고 했는데, 스페인에서 찍은 사진들만 얼마 전에 폰에서 몽땅 사라졌다. 카톡으로 공유 받은 사진은 있는데 직접 찍은 사진만 사라지다니, 누군가 삭제하지 않고야 어떻게 이런 일이...


p.164

스페인 춤은 애무부터 오르가슴에 이르는 온갖 관능적 감정을 포괄한다. 하지만 항상 가장 품위 잇는 교회 춤에서도 관능적 요소는 약간 도발적이다. 그것은 탱고에서 보이는 종류가 아니라 흥분시키고, 움츠러들게 하고, 유혹하고, 도전하고, 위협하며 약간 조롱하는 식이다. 악마적이고 애정이 가득한 춤인 동시에 자부심이라는 강철 같은 원동력도 갖추고 있다.



마지막으로 궁금한 점 하나! 작가는 이 글을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쓴 걸까? 아니면 체코어 원문을 영어로 번역된 것을 중역한걸까? 번역자가 내가 아는 분인데 영문 번역자이기 때문이다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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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든 분식 - 제1회 문학동네초승달문학상 대상 수상작 초승달문고 52
동지아 지음,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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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비 오는 날 우산을 들고 데리러 오는 친구 엄마를 부러워 한 적이 있나요?

이름 때문에 별명이 먹는 것이었던 사람은요?

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변하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 본 적 있을까요?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다가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올라 입꼬리 스윽 올라가게 될 동화책이 나왔습니다. 어린이 독자도 격하게 공감할 동화책입니다. 아이들의 심리와 등장인물의 대사가 이야기를 통통통통 굴러가게 해주거든요동지아 작가의 <해든 분식>은 제1회 문학동네 초승달 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랍니다.


주인공 강정인은 해밀 초등학교 2학년 1반이고요 별명은 닭강정입니다. 친구 김준찬의 별명은 김반찬. 김반찬은 1학년 때 친구들이 흘린 물건을 주워 반찬 가게를 열었지요.


학교 마치고 집에 가려고 하는데 비가 오네요. 정인이의 오렌지색 땡땡이 무늬 우산이 사라졌어요. 분명 준찬이가 가져간 게 틀림없다고 생각한 정인이는 준찬이에게 우산을 내놓으라고 했지만 준찬인 진짜 안 가져갔다고 하네요. 정인이는 자신이 우산에 저주 걸었다고 퍼붓고는 비 내리는 거리를 달려 엄마 가게 해든 분식앞에 도착합니다.




엄마한테 새 우산 사달라고, 학교에 데리러 오지 않았다며 울음보를 터뜨렸지만 실은 지난 주 생일 사건 화풀이를 하고 싶어서였지요. 엄마가 배달 간 사이, 정인이는 제 우산을 엄마 가게 우산꽂이에서 발견했어요. 그리고 우산을 펼쳤더니! 정인이가 준찬이에게 말했던 저주! 그 저주에 정인이가 걸려버렸어요. 닭강정이 되어 떡하니 음식 매대 위에 올라가 있지 뭐에요. 정인인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요? 팔려가 누군가의 입으로 직행한다면?




이 동화는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내가 음식으로 변한다면? 이런 상상을 해본 친구들이라면 누구나 읽어보고 싶을 걸요. 어른들도 어렸을 적 기억이 떠오를 것이고, 직장 다니는 엄마들은 더욱 공감할 거랍니다. 삽화도 너무 깜찍하고 귀엽답니다.


그나저나 마지막 남은 한 컵에 담겨있던 정인이는 어떻게 될까요? 몹시 궁금해지지요? 정인이는 닭강정이 되어 엄마가 하는 일을 지켜보고 친구들이 엄마 가게에 손님으로 와서 하는 말을 듣게 됩니다. 사람으로 다시 돌아오면 정인이는 분명 변할 거예요. 그런데 정인이는 어떻게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요? 책에서 직접 확인해 보세요~~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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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안 되지만 트리플 27
정해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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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연 작가의 소설을 좋아해서 거의 모든 작품을 읽었다.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는 쫀쫀한 스토리텔링과 개연성, 반전의 맛으로 읽는데 작가는 모든 면을 만족시켜준다. 늘 재미있는 책을 쓰고 싶다고 말하는 작가에게 나는 읽을 때마다 재미있었다고 화답했다. 작가가 내 감상을 읽지는 않겠지만...


자음과 모음 출판사에서 트리플 시리즈스물일곱 번째로 정해연 작가의 소설집 <말은 안 되지만> 서평단을 뽑는다기에 얼른 신청했다. 그동안 장편만 읽었는데 단편은 어떨지 궁금했다. <말은 안 되지만>에는 단편 소설 세 편이 실렸는데 장르는 미스터리, 공포, 환상으로 각기 다르다. 한 편당 40여 쪽밖에 되지 않아 후루룩 읽었다. 소설의 분량은 짧지만 생각은 길어졌다.


첫 번째 소설 관심이 필요해의 주인공 중혁은 의사다. 그는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환자 영우를 보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투사한다. 영우를 구해야한다는 그의 일념이 시선을 한 쪽으로만 향하게 함으로써 다른 가능성은 차단한다. 중혁의 행동은 선입견에 갇히면 시야각이 얼마나 좁아지는지를, 자신이 본 것이 맞는다고 확신하는 함정에 빠지는 것을 보여준다.


이 소설은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을 소재로 했지만 돌봄의 범위를 묻는다. 아이 양육은 제대로 된 부모가 해야 한다는 인식은 돌봄의 주체를 오롯이 개인에게 둔다. 부모가 이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그 책임을 사회가 나누는 것이 복지다. 우리나라가 이제 선진국 대열에 들었다고 선전하지만 돌봄을 여전히 개인의 몫으로만 두는 것은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선진국이라는 구호는 있어도 복지국가는 요원하다.


두 번째 소설 드림 카는 귀신이 등장한다. 성공한 남자 인우가 드림 카 마이바흐를 몰고 나선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차를 세운다. 머리를 풀어헤친 채 맨발로 흰 옷을 입고 선 여성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얼굴 한 구석은 함몰되었고 피를 줄줄 흘리고 있다. 나는 처음엔 교통사고 당한 귀신인가 했는데, 계속 나타나는 게 아무래도 인우에게 원한이 있을 거라고 짐작했다.


이 소설은 주인공이 느끼는 공포스러움을 독자도 그대로 느끼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귀신으로 보이는 여성이 누구일지, 결말이 어떻게 될지 예측이 쉬워졌다. 사람의 목숨보다 돈을 숭앙하는 지경에 이른 인간의 최후를 보며 통쾌해야 하는데 씁쓸했다. 주인공 사내와 우리가 뭐 그렇게 다를까...


세 번째는 표제작인 말은 안 되지만이다. 인간이 돼지로 변한 세상에서 주인공만 말이 되었다. 사람이 돼지가 되고 말이 된다는 게 말이 안 되는상황이고, 말이 거부당하는 사회이니 말은 안 되는거다. 중의적인 제목이다.


가족들은 성형수술을 시도하나 실패했고 말이 된 주인공은 돼지 사회에서 배제당한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을 줄 알았는데 말이라서 활동할 수 있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마사회! 그 곳에는 소수의 말이 된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경주마가 된 것이다. 말은 안 되는 사회에서 경주마가 된 것에 기뻐할 겨를도 없이 미친 듯이 달려야한다. 순위권 안에 들지 못하면 고기가 될 것이므로.


비현실적인 이야기 속에서 현실과 동일하게 펼쳐지는 상황은 아이러니다. 이 소설은 드림 카와 주제가 다른 것 같아도 다르지 않기 때문에 공포스럽다. 아무리 다른 세계가 펼쳐져도 지금 우리가 사는 현 세계의 트랙은 변함없을 거라는 작가의 목소리는 머리카락을 쭈뼛하게 만들었다. 일등과 승리만을 추구하고 그에 미치지 못하면 낙오자가 되고 다시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세상이 지옥이 아니면 무언가.


작가의 단편은 이번 책으로 처음 읽었다. 장편을 이끌어가는 힘이 단편에서는 압축적으로 주제를 전달하는 힘으로 작동했다. 짧지만 묵직한 이야기는 읽은 후에도 생각거리와 여운을 남겼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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