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 - 어느 요양보호사의 눈물콧물의 하루
이은주 지음 / 헤르츠나인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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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는 나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아주 먼 직업이었다. 당연히 그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지도 못하고 알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지난 여름 한겨레 신문 권지담기자의 기획 기사에서 읽은 요양보호사의 현실은 내게 부정적인 느낌으로 자리잡기에 충분했다. ‘돌봄이라는 정감있는 단어 속에 숨은 열악한 환경과 3D직종의 고충. 이 직업에 종사하는 50~60대 여성들은 평생 가족을 돌봐왔으며 자신도 곧 돌봄을 받아야할 처지가 될지도 모를 몸 상태로 박봉에 시달리고 있었다. 세 번의 연재 기사를 읽으며 가슴이 답답해졌더랬다. 그리고는 나와 별 상관없는 일이라며 다른 텍스트들 사이로 어서 휘발되어버리길 원했다.

 

그런데!

!!

이 책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의 작가 이은주씨는 나를 아주 혼란에 빠뜨렸다. 몇 개월 전에 읽었던 기자의 글과 이 작가의 글은 같은 소재를 다루었음에도 어쩜 이렇게 분위기가 다르단 말인가. 문학과 비문학의 차이일까? 르뽀형식으로 드러낸 현장의 분위기와 종사자 인터뷰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따뜻함이 이 에세이에는 있었다

 

이 책으로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을 처음 만난 사람은 아마 해 볼만한 일, 보람된 일이라는 느낌을 가지리라고 본다. 물론 이 책에서 요양보호사의 고충이나 애환을 다루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작가가 서술하는 어려움은 그가 하는 일에 비해 그리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다. 그저 어떤 일이건 어려운 부분이야 늘 있겠거니 하는 정도로 보여진다

 

그래서 나는 궁금했고 놀라웠다.

이 작가는 대체 천사의 탈을 쓴 사람이란 말인가?

자칭 신들의 요양보호를 하고 있다고 하니 천사가 맞는 모양이다.

이런 예를 보면 확실하다.

재가방문 나가서 만난 독거노인에게서 자존심에 타격을 입는 말을 듣는다. 그만두려고 했고 울었으면서도 오히려 그 노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재가방문 요양보호 활동 시 필요한 정책을 생각하다니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이은주 작가는 어떤 이력을 가진 사람일까? 대부분의 요양보호사들 처럼 전업주부였다가 자신의 평생 경력인 돌봄능력으로 생활전선으로 뛰어든 사람?이 아니다. 학습지 교사였고 공항에서도 근무했고, 미혼으로 조카들을 돌봐야 하는 일을 기꺼이 해냈다. 일본어 번역가이면서 요양보호사 일을 하고 있다.

 

이 책의 순서는 현재 요양보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일과를 일지처럼 보여주는 요양원에서의 하루1부이고, 2봉사자에서 요양보호사가 되기까지는 어떻게 요양보호사가 되었는지에 대한 사연이다. 3데이케어센터에서의 하루4재가방문의 날들은 실습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활동에 관한 이야기이다. 5나는 요양보호사입니다는 요양보호사로서의 자신에 대한 성찰, 요양보호사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주는 정보, 그리고 부모님을 요양시설에 맡긴 자식들이 가져야 할 태도를 담고 있다.

 

이제 작가를 왜 천사라고 표현했는지에 대한 증거들을 한 번 보자. 그녀가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인으로서 일과 속에서 겪는 일들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있는 그대로 표현하자면 인상이 구겨지고 손으로 코를 막을 것 같은 상황의 연속이다. 그런데 책에서 그녀가 서술한 내용을 읽으면서는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상하지 않은가?

그것을 눈치 챈 내 이성은 내 귀에다 대고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마 이 작가는 꾸며 쓰고 싶었을거야. 자신이 하는 일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싶었던 거지. 기저귀를 갈며 똥이 옷이나 손에 묻는데 어떻게 욕이 안 나오겠냐고? 그걸 있는 그대로 써놓으면 독자들은 채 몇 장 넘기지 못하고 덮어버릴걸. 그러니까 예쁜 포장지로 고이 싼 거지!”

 

이성이란 단어를 사용했지만 생각한 그대로를 쓰고 보니 악마같다. 그렇다면 내 안에 천사도 있을까? 천사는 없다! 단지 작가의 필력이 대단할 뿐이다. 있는 그대로의 처절한 생활 현장을 샤방샤방한 동화속의 한 장면으로 표현해 내는 능력이다.

대체 뭔 소린지...’ 싶을 것이다.

장황한 설명보다 작가의 표현을 그대로 옮겨보겠다.

그럼 이 리뷰를 읽는 당신도 바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p. 29

조금 전에는 짜증내서 미안해요. 그렇게 걷다가는 무릎이 나가겠어요. 몸은 또 얼마나 피로할까요. 나는 주문한다.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말고 절대 화내지 않기.’

설사 나의 뮤즈가 변기 물을 손으로 휘젓고 있을지라도, 씻겨드리는 나를 때가 낀 손으로 할퀼지라도, 헐거워진 틀니 사이로 침이 줄줄 흘러 내 바지 위를 적실지라도, 그녀는 나의 뮤즈, 나의 고양이.

 

어떻게 침 흘리고 할퀴는 환자를 나의 뮤즈, 나의 고양이라고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그저 놀라웠고 이 리뷰에 차마 옮기지 못할 어떤 할아버지의 대사에 응대하는 작가의 태도를 읽으면서는 입을 떡 벌어져 다물어지지 않았다.

 

아래 인용하는 부분은 작가가 이 일을 대하는 자세가 어떤지, 책 전체의 분위기가 어떠할지 가늠할 수 있는 내용이다.

 

p. 95~97

편마비 환자를 욕창이 걸리지 않게 2시간마다 한 번씩 체위 변경을 할 때, 기저귀 케어를 할 때, 하루 종일 밀폐된 상태로 있던 엉덩이에 클린 로션을 바를 때가 나는 제일 기분이 좋다. 그들이 얼마나 개운한 표정을 지으며 편안해 보이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질 높은 기저귀 케어를 하기 위해서는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을 정도로 뛰어다녀야 한다. 퇴근 시간을 오버하기도 한다. 청결하지 않은 손으로 환자는 자신의 눈을 비비거나 만지기도 하는데 그들의 눈에 인공 눈물을 넣어주고 싶은 것도 나의 바람이다. 누군가 먹여주지 않으면 물조차 마실 수 없어 입이 소보로 빵처럼 터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입술에 바셀린을 매일 발라주는 것도 내 업무의 일부분이다.

그들은 하루 종일 좁은 침대에 누워 있다. 거실에서 들리는 텔레비전 소리, 사람들 대화와 웃음소리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들까. 제우스의 고독한 하루는 침상을 벗어날 수 없기에 얼마나 고독할까. 단지 젖은 기저귀를 가는 게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말을 건네며 어디 아픈 곳이 없는지 두루두루 살펴야 하는 것이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모든 소박한 소망을 여덟 시간 안에 요양보호사 혼자 해내야 한다는 사실. 그렇기 때문에 불만이 있고, 이 일이 싫다는 것은 아니다.

설사를 하고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치워야겠다는 생각에 허둥대다가 침대 시트와 벽에 오물을 묻히고 심지어 자신의 손톱 끝까지 더러워져서 의기소침한 분에게 핀잔을 주기보다 괜찮다바로 이런 것을 도와주기 위해 제가 있는 것이라고 안심 시켜 주고 싶다. 진심이 우러나오는 질 높은 서비스가 필요한데, 이를 할 수 있고 없고는 역시 시스템의 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일손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국종 교수의 시스템 문제에 대한 강의를 유튜브로 보다가 요양원에서도 시스템 문제가 있다고 하며 쓴 글이다. 이 글에는 작가가 일을 대하는 태도가 명확히 드러나고, 계속 이어지는 내용은 열악한 환경과 박봉에 고생하는 요양보호사들의 현실을 알게 된다. 이런 일을 하면서 작가는 현장에서 만나는 어려움들의 개선을 더 걱정한다. 내가 작가와 똑같은 상황에서 일한다면 분명 자신이 하는 일에 비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며 투덜거릴 것이다. 결국 나와 비교를 하게 되는데 작가와 나는 절대 비교할 만한 동급이 아닌 것임은 분명하다.

 

작가가 문제제기한 대로 이제 치매 환자나 중증 질환자, 독거노인을 케어하는 일은 국가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개인이 감당하기에 힘든 일이다. 그 부분을 5부와 마지막 서면 인터뷰에서 언급하고 있고 부모를 요양원에 모신 사람들에게 당부하는 말도 있다. 앞으로 우리 모두에게 닥칠 일이기 때문에 꼭 참고할 내용이다.

 

p. 295

육아를 위해 부모 교육을 받는 것처럼 부모를 잘 모시기 위한 교육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양보호사로 근무하면서 부모님을 요양원에 모셔 두고 집으로 돌아가는 자식들이 부모를 버린듯한 죄책감으로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숱하게 봐 왔다. 부모와 자식 모두 트라우마가 되지 않는 건강한 이별을 연습하는 것도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요양원에서 부모님을 모시는 자녀분들께는 소소한 팁을 전해주고 싶다.

많은 자녀분들이 오랜만에 부모님을 뵙기 위해 요양원을 찾아오시고는 할 일이 없어 금방 일어서곤 하는데, 그 시간에 많은 스킨십을 나눌 것을 권한다. 즐겨 드시는 간식을 함께 먹고 손발톱을 깎아드리거나 머리를 빗겨드리고, 한 번쯤 옷도 갈아입혀 드리며 전체적인 건강을 살피는 과정에서 부모님은 심리적으로 안정감과 유대감, 자녀의 사랑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까지 이 리뷰를 읽으면서 궁금한 점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을 것이다. 왜 작가는 자신을 신들의 요양보호사라고 했을까? 그에 대한 답은 프롤로그에 바로 나온다. 하지만 나는 이 리뷰에서 인용하지 않겠다. 우리 중 누군가는 요양보호사일 수도 있고, 요양원에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고, 언젠간 부모님이나 배우자를 요양원에 모시게 될 예정자들이다. 그러므로 모두가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이 책은 단지 우리에게 요양원과 요양보호사에 대해 알려주는 것만이 아니다. 인간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 너무나도 바쁘게 살아가는 현실에서 책을 덮고 잠시 시간을 내보게 할 그 기회는 이 책 한 권의 값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무한히 가치로운 것이 될 것임을 장담한다.

 

마지막에 작가가 사생활의 고충을 쓴 부분을 인용하며 이 리뷰를 마친다.

 

"그리고 한 가지 고백할 것이 있다면 나의 이런 모든 돌봄에 대한 지식과 실천이 나의 엄마에게 만큼은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언제부턴가 나와 병원 동행하던 것을 거부하시는 엄마. 당뇨와 고혈압에 나쁜 젓갈 대신 심심한 요리를 해드리면 타박하는 엄마. 이젠 슬픈 일이 생겨도 가슴에 하나도 와 닿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우울증이 엿보이는 엄마를 보면서 나는 정말 신이 있다면, 그리고 내가 신을 믿는다면 사람은 왜 늙고, 병들어서 죽어야하는지 묻고 싶어진다."

 

 

 

☞ 네이버 카페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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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맛있는 게 이렇게나 많다니 - 카페, 레스토랑, 빵집, 디저트까지 세계의 미식을 만나다
장완정 지음 / 밥북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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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맛있는 게 얼마나 많겠나? 그런데 우리는 그 맛난 걸 다 맛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직접 맛보지는 못해도 사진과 텍스트로 만나는 음식의 내음을 상상하며 침을 흘릴만한 책이 나왔다. 나처럼 먹는 거 별로 좋아라하지 않는 사람이 읽어도 절로 군침이 돌것이다.

푸드 저널리스트 장완정씨의 책 <세상에 맛있는 게 이렇게나 많다니!>이다. 저자는 영국에서 음식공부를 하고 제빵과 페이스트리 국가 기술 자격을 취득한 후 영국 월간지 ‘파티시에’에 빵과 케이크를 소개하는 글을 쓰면서 푸드너널리스트 활동을 시작했다. 이 책은 <떠나고 맛보고 행복하다>를 펴낸 후 6년여 동안 여행하면서 만난 맛의 세계를 독자와 공유하기 위해 썼다고 한다. 맛의 나라 하면 대표적인 이탈리아, 프랑스를 필두로 동‧서유럽 열두 나라로 저자와 함께 미식여행을 떠날 수 있는 책이다.

음식이나 요리에 관심 있는 일반인부터 요리에 관심 있는 전공자라면 흥미롭게 읽게 될 것이다. 나처럼 음식에 관심은 없어도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사실 나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메인 디쉬보다는 디저트나 케이크, 빵이 나오는 부분을 더 집중해서 읽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이 책은 누구에게나 쉽고 재밌고 맛있게 읽힐 책이다.

책의 순서를 살펴보자.

1장 달콤한 인생에서는 디저트를,

2장 미쉐린 스타 셰프의 철학을 보다는 제목처럼 유럽에서 미쉐린 스타를 받은 유명 식당을 방문한다.

3장 전통을 지키는 장인의 손맛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럽의 쉐프들을 만나보고,

4장 스토리 오브 테이스트에서는 흥미로운 요리 재료와 음식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 책은 1장을 펴면서부터 내 맘에 딱 들었다. 디저트와 커피 좋아하는 내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첫 방문지 부다페스트 뉴욕카페에 가면 일단은 아주아주 널찍한 공간에 압도당한다. 그리고 그 역사에 두 번 놀라게 된다. 1894년 10월 23일에 완공된 호텔 뉴욕 팰리스 1층에서 이 뉴욕카페가 시작되었다. 하루종일 뉴욕카페의 독특한 분위기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이 곳에서 헝가리 전통 케이크 도보스 케이크나 에스터 하지 케이크를 비롯하여 다양한 식사, 아이스크림, 커피와 음료를 오전 9시부터 밤 12시까지 맛볼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영국차와 디저트, 이탈리아 페루자의 유로초콜릿 페스티벌에 대해 읽다보니 당장이라도 유럽에 달려가 맛보고픈 맘이 절로 들었다. 에구... 유럽에 한 번도 못 가본 1인은 그저 침만 흘릴뿐...

2장에서는 저자가 직접 방문한 이탈리아, 모나코, 스페인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을 간접 경험해보고 스타 셰프들의 요리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인터뷰한 스타 셰프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생각하고 늘 쉬지 않고 연구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루이 15세-알랭 뒤카스”레스토랑의 상드로 셰프는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셰프의 자질로 ‘엄격함, 인내, 열정’을 꼽았다. 스페인 로케 레스토랑의 조르디 셰프가 받은 질문 “훌륭한 셰프가 되는 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의 대답은 이렇다. “많은 호기심을 가져야 하고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셰프는 요리를 즐길 줄도 알고 다양하게 먹어봐야 한다. 꾸준하게 일하다 보면 길은 반드시 열린다.”

스페인 "무가리츠 레스토랑"편에서는 요리란 역시 창의성이라는 걸 확인했다. 안도니 셰프는 빨강 머랭을 만드는 재료로 돼지피를 사용했다. 마카롱의 기본인 머랭의 재료가 달걀 흰자인데 달걀 대신 돼지피로 도톰하니 빨갛고 예쁜 머랭을 만들어 낸 것이다. 마카롱이 오븐에서 구워지는 동안 피 맛은 사라지고 피 색깔은 다크 초콜릿 같은 색으로 변한다. 텍스트로 이해는 되었지만 실물이 보고 싶었는데 그것은 사진으로 제공되지 않아 아쉬웠다. 어떨지 보고 싶었는데...

프랑스 "폴 보퀴즈" 레스토랑은 오픈 이래 메뉴를 거의 바꾸지 않았다고 한다. 쉐프 보퀴즈씨는 “가장 큰 변화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것”이라며 아주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했다. 보퀴즈 레스토랑에서 제일 시선이 오래 머문 페이지도 디저트 사진이었다. 프레지던트 초콜릿 케이크는 한송이 꽃같은 예술이었다.

 

 

페이스트리 셰프 프레데릭이 마음에 새기는 두 가지는 이것이다.

“사람들은 어려운 것을 하려고 하지만 오히려 간단한 것이 더 어렵다.” “너무 멀리 바라보지 않고 가까이 있는 것을 주시해라.”

미쉐린 스타를 받은 유명 레스토랑의 전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게 아님을 알 수 있었다.

3장에서 매료된 장인은 “오리지널 모차르트쿠겔”이다. 내가 꼭 가보고 싶은 유럽도시 중 1위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이다. 모차르트의 숨결을 느껴보고 잘츠부르크 페스티벌도 즐기고 싶고 그 유명하다는 모차르트 초콜릿을 맛보고 싶기 때문이다.

어떤 음악평론가는 모차르트 생존시엔 그렇게도 홀대하더니 사후엔 모차르트 팔아서 먹고사는 야멸찬 잘츠부르크 사람들이라고 흉보기도 하던데 그래도 나는 모차르트의 향기가 어떻게 울궈지는지 경험하고 싶다.

1890년대에 탄생한 원조 모차르트쿠겔의 역사를 알았으니 그 맛이 더 진득하고 깊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4장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나라는 ‘조지아’이다. 조지아는 동유럽과 서아시아의 음식 문화가 교류하는 곳으로 입맛을 사로잡는 요리들이 넘쳐난다. 전통음식축제인 ‘수프라’가 2017년 ‘조지아의 무형문화유산’으로 기록되어 있다. 조지아의 전통 음식들중 조지아이들은 물론 여행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음식은 ‘하차푸리’다.

저자가 먹어본 하차푸리는 한결같이 기가 막히게 맛있었단다. 그 이유는 조지아인들은 슬프거나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는 빵 반죽을 만지지 않는다는데, 맛있는 하차푸리를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요인은 재료뿐 아니라 만드는 이의 감정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이 책은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요리와 음식에 관심있는 사람이 아니어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책 한 권으로 유럽 한 바퀴를 돌며 맛난 음식을 눈으로 맛보기에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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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9.12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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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월간 샘터 소개는 발행인 김성구씨의 인사 전체를 올립니다.

 

내년이면 샘터 창간 50주년인데 49년만에 폐간 위기를 맞았다가 기사회생하여 50년을 기념할 수 있게 되었다는 내용이니 꼭 전문을 읽어주시길 바라겠고요, 따로 부연하지 않겠습니다.

벌써 2019년을 마무리하는 달, 12월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잡지는 그보다 한달 빨리 독자 곁을 찾아오고, 기자와 출판사는 출간 몇 달 전에 취재를 하고 원고 의뢰를 합니다. 어떤 책인들, 잡지인들, 쉽게 나오는 게 있겠습니까만, 월간 샘터는 3500원이라는 판매가를 계속 유지하면서 매달 출간을 하니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게 인지상정이었겠지요.

 

 

매 달 실린 기사와 투고 글들을 읽으며 예상은 했지만 이번 폐간 위기의 속사정을 알고 보니, 12월호의 내용들을 대충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활자 하나하나에 깃든 정성이 느껴져서 한꼭지 한꼭지 어루만지듯 읽었습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시. "12월의 반성문"을 읽습니다.

 

 

"살아오면서 감사한 일들이 많았으나 그 감사를 깊이 되새김하지 못하고 충분히 표현을 못한 채 건성으로 지나친 적이 많았음을 용서하십시오."

늘 책을 받아 읽으며 고마운 마음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네요.

용서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번 달 특집, "올해 가장 잘한 일, 못한 일"에 소개된 7명의 사연들은 대부분 잘한 일로 자신을 칭찬하고 뿌듯해 하는 내용입니다. 읽는 이들도 같이 기뻐할만했고, 저는 올 해 잘한 일과 못한 일을 돌아보았습니다. 가장 잘한 일이 딱 떠오르는 걸 보니 기쁜 일이 맞나 봅니다. 지난 6월, 막내동생 공무원 합격 축하를 위해 친정부모님 모시고 제주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친정식구들과 여행간 건 이번이 처음이라 더 의미있었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12월이라 그런지 나무이야기도 인물이야기도 연말에 어울리게 꽉 차는 느낌이었습니다

"나무에게 길을 묻다"에서는 추운 겨울에 붉은 꽃을 피우는 동백나무를 소개합니다. 동백나무가 추위를 이겨내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듯, 우리도 닥쳐오는 현실의 어려움을 이겨내며 더 바른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필자의 글이 이번에 샘터가 겪은 일에도 딱 맞는 말인듯 합니다.

 

이번 호에 만난 인물들의 삶도 인상적입니다. <여명의 눈동자>로 유명한 추리소설가 김성종씨, 가수에서 화가가 되어 독특한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권지안씨, 20대에 난소암 투병기를 유튜브에 올린 조윤주씨, 또다른 유튜브 스타 김정화씨는 커버가수 '제이플라'로 유명한데 모두 다 대충 읽기에 아까운 사연의 주인공들입니다.

 

그런데 저는 가짜같은 진짜 사람이야기를 "박여사의 인생내공"에서 보고야 말았습니다.

 

자식들이 유행따라 옷을 바꿔입을 때, 부모는 멀쩡하지만 철지난 옷들을 차마 버리지 못해 당신들이 입습니다. 만화에선 '올해 유행한 롱패딩을 내년에 부모님들이 죄다 입고 다니겠지'라고 했지만 아마도 이번 겨울부터 부모님들이 롱패딩 입고 다닐 것 같습니다. 이미 올겨울 잇템은 숏패딩이라는 기사를 며칠 전에 읽었거든요...

이번 12월호는 의미부여를 많이 해서 읽게 되었네요. 이렇게 알차고 저렴한 잡지를. 내년에도 후내년에도 계속 만날 수 있길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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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게 말을 걸다 - 난해한 미술이 쉽고 친근해지는 5가지 키워드
이소영 지음 / 카시오페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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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5가지 키워드로 공부??하면 미술작품 감상이 쉬워지겠군요~~ 이 책 읽고 미알못인 옆사람에게 좀 가르쳐서 같이 미술관 가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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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간 클래식
김태용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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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데 음악이 없다면?

아마 우리가 영화에서 느끼는 감동은 없을 것이다.

영화에서 음악은 너무도 중요하다.

그리고 그 음악은 영화음악을 작곡가들이 창작하기도 하지만 기존의 클래식 음악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클래식 음악이 영화의 분위기와 맛을 살려주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다보면 어디서 많이 듣던 음악인데~ 싶은 것들은 대부분 클래식 음악이다.

 

 

 

<영화관에 간 클래식>은 영화 속에 쓰인 클래식 음악에 대한 책이다. 영화도 좋아하고 클래식 음악도 좋아하는 나같은 독자들에겐 취향저격이다!

 

 

 

이 책을 쓴 사람은 김태용인데 약력을 보니 아~~~주 음악전문가이다. 서양음악사 저술가 겸 클래식음악 칼럼니스트라고 한다.

오호! 그렇다면 책 내용을 믿고 봐도 될 듯하다.

사실 출판사에서 이 책 출간전 연재 이벤트 할 때 몇 꼭지 읽어보니 기대가 되었다. 나는 물론 일반인이지만 그래도 영화 볼 때 나오는 음악에 꽤 관심가지고 들으며, 귀에 꽂히는데 제목이 떠오르지 않으면 꼭 검색해서 찾아내곤 한다. 출간 전 연재를 읽다보니 내가 모르는 음악 관련 지식들, 영화에 그 음악이 사용된 사연 등이 소개되어 더욱 읽고 싶었는데 운 좋게 서평단으로 당첨되어 책을 받았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에는 대여섯 꼭지로 구분해서 영화 속에 사용된 클래식 음악을 소개한다.

각 장의 주제 포인트는 네 가지다. 그 키워드는 실화, 상상력, 히어로, 드라마틱이다.

 

 

 

각 꼭지의 내용 구성은 이렇다.

영화를 소개하면서 음악으로 사용된 클래식을 설명한다. 당연히 작곡가와 그 곡에 대한 설명, 연주자나 성악가 이야기. 그리고 영화의 어느 장면에 쓰여서 어떠한 극적 효과를 냈는지까지. 여기까지만 있다면 평범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의 실력이 드러나는 것은 그 다음 부터다

 

 

1장의 첫 번째 영화는 <보헤미안 랩소디>에 사용된 오페라 3편을 자세히 설명하고 <스타 이즈 본>이란 영화를 곁들여 거기에 쓰인 오페라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사실 대부분 아는 내용이었다. 영화 속에서 '프레디 머큐리'가 최고의 음악을 만들거라고 큰소리치며 음반제작사 사장에게 틀어주던 노래는 오페라 <카르멘>하바네라였다. 그 아리아를 부른 목소리의 주인공이 마리아 칼라스라는 건 내 음악 상식으로 알고 있었다. 사실 너무나 유명한 가수니까.

 

 

 

하지만!! 첫 번째 내용에서 바로!! 새로운 정보를 발견했다. 나에겐 완전 처음인 정보 말이다. 이럴 때는 기쁘다! 프레디 머큐리의 오페라 사랑을 설명하면서 소개한 가수 몽세라 카바예’. 87년 발매된 2집 솔로앨범 <바르셀로나>에서 그녀와 듀엣으로 부른 노래 바르셀로나몽세라 카바예와 마리아 칼라스를 비교 설명하는 내용을 읽으며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쾌감을 느꼈다. 그리고 꼭 찾아봐야 직성이 풀린다. 바로 유튜브 검색을 해보았다. 역시!! 설명대로 부드러운 아름다움이었다.

 

 

 

이 꼭지에서 디테일은 또 있다. 영화제목이 보헤미안 랩소디이니까 보헤미안의 어원과 집시에 대한 설명, 랩소디가 클래식 음악에 쓰인 사례등을 알려준다. 각 꼭지의 끝은 추천음반을 소개하면서 마무리한다. 이 영화에 사용된 클래식 곡은 오페라였으므로 오페라 명반 두 장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각 꼭지마다 새로운 정보들이 아주 많다. 그것들을 체화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은 바로 음악이다. 추천 음반을 꼭 구매하지 않더라도 유튜브에서 검색해서 충분히 감상할 수 있고 자체 추천 영상들을 연속 재생한다면 하나의 곡을 다양한 연주자의 곡으로 감상 가능하다.

이처럼 이 책은 장점이 많고 활용도가 높다. 나처럼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다른 것으로 파생, 확장시키는 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활용법이 무궁무진 할 것이다. 클래식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클래식의 세계에 입문할 수 있다. 그 정도로 다양한 곡들과 음반들을 소개하고 있다. 음악뿐 아니라 영화에 대해서도 재미있는 숨은 이야기를 풀어주기 때문에 그 맛도 짭짤하다.

 

 

 

이런 책은 한번만 읽고 마는 것은 좋지 않다. 목차를 보고 자신이 본 영화가 있다면 그 부분을 펼쳐서 읽은 후 사용된 음악을 들어보고, 여차하면 영화를 다시 보는 것도 좋겠다. 왜냐하면 책으로 음악 정보를 배웠으니 그 것을 알고 음악도 들어본 후, 영화를 본다면 처음 영화를 봤을 때보다 훨씬 풍성하게 감상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음악 찾아보는 것까지는 했지만 영화 다시 보기는 아직 시도하지 못했다. 책만 읽는게 아니라 음악을 같이 찾아서 듣다보니 서평제출마감일이 다가와 있는 것이다.

 

 

 

서평 제출후 다시 감상할 영화는 이미 정해놨다. 1번은 <더 랍스터> 그 다음은 <로마 위드 러브>.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읽다가 보고 싶어진 영화가 있는데 <플로렌스><버드맨>이다. 두 영화 모두 개봉 때 놓친 영화이다. 이 책은 내게 여러 가지로 음악적 지식을 확대시켜주어 기분이 좋았다.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에 처음 쓰였다는 악기를 알게 되었다. 환상교향곡 전곡 감상은 딱 한번이었기에 이런 악기가 쓰였는지도 몰랐다. 오피클레이드란 악기인데 트럼본과 유사한 음역대라고 한다. 그러면 또 환상교향곡을 찾아서 들어봐야한다!

헉헉...

할 일이 너무 많아졌다.

 

 

 

또 하나 더! 

작가님 덕분에 발견한 음악이 있다. 

베토벤의 7중주이다.

영화 <터널>에서 이 곡이 사용된 장면을 설명하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아마 모르는 곡이니까 흘려 들었을 것이다. 이 부분을 읽다가 또 검색해서 들어봤다. 베토벤의 곡을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모르는 것도 많다! 이 책에서 가장 큰 수확은 베토벤의 7중주를 알게 된 것이다. 현악기 네 종류(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모두에다가 관악기 클라리넷, 바순, 호른이 합세했다. 현악4중주와는 또 다른 맛이다. 앞으로 이 곡은 즐겨 들을 것 같다.

 

 

 

이 책은 영화에 대한 지식, 클래식에 대한  지식 모두 준다.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 이 책은 그걸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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