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맛있는 게 이렇게나 많다니 - 카페, 레스토랑, 빵집, 디저트까지 세계의 미식을 만나다
장완정 지음 / 밥북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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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맛있는 게 얼마나 많겠나? 그런데 우리는 그 맛난 걸 다 맛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직접 맛보지는 못해도 사진과 텍스트로 만나는 음식의 내음을 상상하며 침을 흘릴만한 책이 나왔다. 나처럼 먹는 거 별로 좋아라하지 않는 사람이 읽어도 절로 군침이 돌것이다.

푸드 저널리스트 장완정씨의 책 <세상에 맛있는 게 이렇게나 많다니!>이다. 저자는 영국에서 음식공부를 하고 제빵과 페이스트리 국가 기술 자격을 취득한 후 영국 월간지 ‘파티시에’에 빵과 케이크를 소개하는 글을 쓰면서 푸드너널리스트 활동을 시작했다. 이 책은 <떠나고 맛보고 행복하다>를 펴낸 후 6년여 동안 여행하면서 만난 맛의 세계를 독자와 공유하기 위해 썼다고 한다. 맛의 나라 하면 대표적인 이탈리아, 프랑스를 필두로 동‧서유럽 열두 나라로 저자와 함께 미식여행을 떠날 수 있는 책이다.

음식이나 요리에 관심 있는 일반인부터 요리에 관심 있는 전공자라면 흥미롭게 읽게 될 것이다. 나처럼 음식에 관심은 없어도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사실 나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메인 디쉬보다는 디저트나 케이크, 빵이 나오는 부분을 더 집중해서 읽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이 책은 누구에게나 쉽고 재밌고 맛있게 읽힐 책이다.

책의 순서를 살펴보자.

1장 달콤한 인생에서는 디저트를,

2장 미쉐린 스타 셰프의 철학을 보다는 제목처럼 유럽에서 미쉐린 스타를 받은 유명 식당을 방문한다.

3장 전통을 지키는 장인의 손맛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럽의 쉐프들을 만나보고,

4장 스토리 오브 테이스트에서는 흥미로운 요리 재료와 음식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 책은 1장을 펴면서부터 내 맘에 딱 들었다. 디저트와 커피 좋아하는 내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첫 방문지 부다페스트 뉴욕카페에 가면 일단은 아주아주 널찍한 공간에 압도당한다. 그리고 그 역사에 두 번 놀라게 된다. 1894년 10월 23일에 완공된 호텔 뉴욕 팰리스 1층에서 이 뉴욕카페가 시작되었다. 하루종일 뉴욕카페의 독특한 분위기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이 곳에서 헝가리 전통 케이크 도보스 케이크나 에스터 하지 케이크를 비롯하여 다양한 식사, 아이스크림, 커피와 음료를 오전 9시부터 밤 12시까지 맛볼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영국차와 디저트, 이탈리아 페루자의 유로초콜릿 페스티벌에 대해 읽다보니 당장이라도 유럽에 달려가 맛보고픈 맘이 절로 들었다. 에구... 유럽에 한 번도 못 가본 1인은 그저 침만 흘릴뿐...

2장에서는 저자가 직접 방문한 이탈리아, 모나코, 스페인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을 간접 경험해보고 스타 셰프들의 요리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인터뷰한 스타 셰프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생각하고 늘 쉬지 않고 연구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루이 15세-알랭 뒤카스”레스토랑의 상드로 셰프는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셰프의 자질로 ‘엄격함, 인내, 열정’을 꼽았다. 스페인 로케 레스토랑의 조르디 셰프가 받은 질문 “훌륭한 셰프가 되는 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의 대답은 이렇다. “많은 호기심을 가져야 하고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셰프는 요리를 즐길 줄도 알고 다양하게 먹어봐야 한다. 꾸준하게 일하다 보면 길은 반드시 열린다.”

스페인 "무가리츠 레스토랑"편에서는 요리란 역시 창의성이라는 걸 확인했다. 안도니 셰프는 빨강 머랭을 만드는 재료로 돼지피를 사용했다. 마카롱의 기본인 머랭의 재료가 달걀 흰자인데 달걀 대신 돼지피로 도톰하니 빨갛고 예쁜 머랭을 만들어 낸 것이다. 마카롱이 오븐에서 구워지는 동안 피 맛은 사라지고 피 색깔은 다크 초콜릿 같은 색으로 변한다. 텍스트로 이해는 되었지만 실물이 보고 싶었는데 그것은 사진으로 제공되지 않아 아쉬웠다. 어떨지 보고 싶었는데...

프랑스 "폴 보퀴즈" 레스토랑은 오픈 이래 메뉴를 거의 바꾸지 않았다고 한다. 쉐프 보퀴즈씨는 “가장 큰 변화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것”이라며 아주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했다. 보퀴즈 레스토랑에서 제일 시선이 오래 머문 페이지도 디저트 사진이었다. 프레지던트 초콜릿 케이크는 한송이 꽃같은 예술이었다.

 

 

페이스트리 셰프 프레데릭이 마음에 새기는 두 가지는 이것이다.

“사람들은 어려운 것을 하려고 하지만 오히려 간단한 것이 더 어렵다.” “너무 멀리 바라보지 않고 가까이 있는 것을 주시해라.”

미쉐린 스타를 받은 유명 레스토랑의 전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게 아님을 알 수 있었다.

3장에서 매료된 장인은 “오리지널 모차르트쿠겔”이다. 내가 꼭 가보고 싶은 유럽도시 중 1위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이다. 모차르트의 숨결을 느껴보고 잘츠부르크 페스티벌도 즐기고 싶고 그 유명하다는 모차르트 초콜릿을 맛보고 싶기 때문이다.

어떤 음악평론가는 모차르트 생존시엔 그렇게도 홀대하더니 사후엔 모차르트 팔아서 먹고사는 야멸찬 잘츠부르크 사람들이라고 흉보기도 하던데 그래도 나는 모차르트의 향기가 어떻게 울궈지는지 경험하고 싶다.

1890년대에 탄생한 원조 모차르트쿠겔의 역사를 알았으니 그 맛이 더 진득하고 깊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4장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나라는 ‘조지아’이다. 조지아는 동유럽과 서아시아의 음식 문화가 교류하는 곳으로 입맛을 사로잡는 요리들이 넘쳐난다. 전통음식축제인 ‘수프라’가 2017년 ‘조지아의 무형문화유산’으로 기록되어 있다. 조지아의 전통 음식들중 조지아이들은 물론 여행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음식은 ‘하차푸리’다.

저자가 먹어본 하차푸리는 한결같이 기가 막히게 맛있었단다. 그 이유는 조지아인들은 슬프거나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는 빵 반죽을 만지지 않는다는데, 맛있는 하차푸리를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요인은 재료뿐 아니라 만드는 이의 감정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이 책은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요리와 음식에 관심있는 사람이 아니어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책 한 권으로 유럽 한 바퀴를 돌며 맛난 음식을 눈으로 맛보기에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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