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철학이 필요해 - 고민이 너무 많아서, 인생이 너무 팍팍해서
고바야시 쇼헤이 지음, 김복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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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괴롭다면?

새해부터 웬 고민?

새해라서 계획과 희망으로 설렌다면 다행이다.

그런데 잘 알다시피 조만간 그 계획도 수포로 돌아가고, 일도 제대로 안 풀려, 연애는 더 안 풀려, 이런저런 고민들로 괴로워질 것이다. 이건 무슨 회의론자, 염세주의자라서 그런 게 아니라 인생 웬만큼 살아보니 새해 첫 날 품은 장밋빛 희망이 대체로 한 달이 못가 무너졌던 경험이 차곡차곡 쌓였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아마 1월이 지나갈 즈음엔 무수한 고민들로 머리가 와글와글 거릴 것이다. 그럴 때 누군가에게 그 고민 확 털어놓고 싶은데, 무슨 말이라도 좋으니 조언을 듣고 싶은데, 그럴 사람이 주위에 없다. 그렇다고 상담소 같은 데를 찾아갈 수도 없고...

 

정말 그럴 때! 끙끙 앓거나 우울해 하지 말고 읽어보면 딱인 책이 나왔다. <그래서 철학이 필요해>이다. 상담소 찾아다닐 필요없이 철학자 상담소를 이용해보길 권한다. 이 책에서는 25가지 보편적 고민에 철학자 25명이 처방전을 써준다.

'앗, 철학?? 어렵겠는데...'

라고 지레 겁먹지 마시라. 이 책은 기존의 철학책들과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 그래서 쉽다. 25가지의 고민을 6개의 카테고리로 구분했고 일, 자존감, 관계, 연애와 결혼, 인생, 죽음이 그것이다. 이제 각 장의 구성을 살펴보자.

 

1장 "일" 파트의 다섯 번째 고민 '회사를 그만두고 싶지만 그만둘 수가 없어요.'는 질 들뢰즈가 맡았다.

 

그는 아주 쉽게 말한다.

 

p. 66~67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두지 못한다면 그만두지 않아도 됩니다. 단호히 회사를 등질 필요 따위 전혀 없고, 그대로 남아 있어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그 상태에서 시간을 요령있게 활용하면 됩니다. 회사 내규에 반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혼자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인 일들이 있죠. 이때 회사 외부로 눈을 돌려 뜻을 함께할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입니다. 물밑에서 구상을 발전시키면서 뿌리를 키우고 싹을 틔울 수 있도록 북돋는 식으로요. 적당한 시기에 다다랐다 싶으면 창조적인 활동을 도모하는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어 회사 외부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입니다. 그 과정 자체가 지긋지긋한 회사생활에 좋은 기분 전환이 될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물샐틈없는 관리가 속속들이 미치는 고도 자본주의 산업 사회에서도 모든 일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며 그 속에서 스스로 자유롭게 성장하며 살아가는 법을 들뢰즈는 탈주라고 명명했습니다.

 

5쪽 반 정도 분량의 상담으로 고민 해결법과 들뢰즈의 사상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상담 마지막에서는 이렇게 쐐기를 박는다.

폐쇄적이고 갑갑해 보이는 직장 환경도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든지 벗어날 수 있는방법과 틈새로 가득한 희망의 탈출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 상담으로 2% 부족하다 싶으면 그 뒤에 연결되는 알아두면 쓸데 있는 철학 스토리로 보충할 수 있다. 본문에서 제시한 탈주’, ‘구멍(line of fight)’라는 개념을 추가 설명한다. 그리고 들뢰즈와 가타리가 제시하고 네그리가 영향을 받은 리좀이라는 개념에 대한 설명도 있다.

 

최종 마무리는 책 소개인데 들뢰즈 편에서는 <안티 오이디푸스>가 소개된다.

 

이렇게 하나의 고민은 11쪽으로 가뿐하게 해결된다. 읽는 속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담(읽는)시간은 넉넉하게 30분정도면 충분하다. 한 편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해서 이 책을 한 번에 다 읽는 것은 비추다.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이나 유사한 것들, 궁금했던 것들 위주로 천천히 읽어보는 것이 좋다. 아무리 간단하게 고민 해결을 한다고 해도 상담 내용이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으니 꼼꼼하게 곱씹으며 읽고 마지막 추천 책을 더 찾아 읽어보면 좋겠다. 이 책은 책장에 꽂아두었다가 또 다른 고민이 생겼을 때 유명 철학자를 소환해보는 맛이있을 것이다. 일명 골라먹는 재미? 아니 골라 상담 받는 재미 되겠다.

 

그럼 이 책은 꼭 고민이 있는 사람만 읽어야 할까? 물론 그렇지 않다. 고민으로 연결했지만 일종의 철학책이기 때문에 철학자와 철학 사상 입문서로도 손색없다. 25명의 철학자를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으니 웬만큼 유명한 철학자는 이 책에 대부분 소개되고 있다. 그러니 철학에 관심 가지기 시작한 독자라면 쉽게 읽을 수 있다. 각각의 고민에 응답하는 철학자를 대리한 사람이 있으니 바로 작가 고바야시 쇼헤이"이다. 그는 게이오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한 후 현재 광고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다. <웃게 하는 기술>이라는 베스트 셀러를 냈고, 최근에는 인간관계, 커뮤니케이션 등과 같은 일상적인 문제에 철학과 역사의 지혜를 결합해 인문적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데 관심이 있다고 한다. 이처럼 그는 다른 분야를 철학과 콜라보하는 실력으로 이 책도 읽기 쉽게 구성했다. 인간사 고민을 철학을 끌어와 상담해주는 형식과 짧은 분량이 철학서임에도 읽기에 거부감이 없다.

 

내가 관심있게 읽은 주제는 5인생에서 왜 우리의 삶은 쳇바퀴 돌 듯 똑같을까요?'이다. 이 내용을 상담하는 이는 일본의 선승 도겐이다. 무언가에 유용하고 유익하리란 생각을 단념하라, 지금 여기에 있는 나에게 철저히 집중하라 는 가르침이다.

 

 

p. 259~260 

귀찮아서 차일피일 미루고 수습은커녕 왜 해야 하느냐고 툴툴거리던 일이 있다면 일단 그런 생각을 잊고 성심껏 임해봅시다. 평소 청소할 때 지나쳤던 부분을 말끔하게 치우고 오랫동안 닦지 않았던 물건을 닦아봅시다. 언젠가 버려야지 생각하고 쌓아둔 물건을 정리하고 세간 가짓수를 줄여봅시다. 정성스레 우려낸 육수를 넣어 밥을 지어봅시다. 회사에서 일정을 조정하거나 문서를 작성할 때 세부사항을 꼼꼼하게 처리해봅시다.

우리가 회사나 가정의 잡무를 움직이는 좌선으로 파악하고 목적을 품지 않은 채 전심전력으로 수행한다면 어느새 우리의 마음속에는 부처가 깃들 것입니다. 사소하게 보일지 모르나 이런 사소한 일들은 분명 우리 인생에 기쁨을 가져다줍니다.

 

새해가 되고 새로운 날들에 대한 희망도 사그라들어 지루해질 때는 이 부분을 다시 펼쳐볼 것이다. 손을 움직이고 매일 하던 일을 더 성심껏하면 과연 내 맘속에 부처가 깃들지 궁금하다. 부처까지는 아니어도 아마 마음 수양은 되지 싶다. 그러다가 지루한 일이 재미있다고 여겨지면 다행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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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고양이면 좋겠어 - 왜 그럴까? 어떤 마음일까?
나응식 지음, 윤파랑 그림 / 김영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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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고양이면 좋겠어>는 ‘냐옹신’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고양이 행동 전문 수의사 ‘나응식’원장의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집사로서의 나를 자아비판하게 되었다.

1. 고양이에 대해 미리 공부하지 않고 덜렁 들인 잘못.

2. 모시던 고양이 두 마리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한 마리 더 들인 잘못.

3. 냥집사 7년차이면서도 고양이의 기초적 감정조차 읽지 못한 잘못.

4. 바쁘다는 핑계로 고양이와 놀아주지 않은 잘못.

크게 네 가지 정도로만 정리했지만 더 많다. 나처럼 집사생활한지 오래된 사람도, 이제 막 고양이를 모시게 된 초보집사에게도, 고양이를 데려올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이 책은 훌륭한 지침서가 되겠다.

이 책의 구성은 고양이의 습성, 언어, 감정, 질병, 관리 이렇게 다섯 개의 장으로 분류하여 고양이를 키우는 데에 꼭 필요하고 알아야 할 내용들이다. 나응식 원장은 동물 병원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고양이에 대한 기본 이해 뿐 아니라 치료했던 사례와 병원에서 직접 키우고 있는 고양이 네 마리에 대한 내용까지, 두루두루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 내용 하나하나에 저자의 고양이 사랑하는 고운 마음이 느껴진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자신이 궁금했던 부분이나 몰랐던 것을 확인하기에 좋다. 그리 두껍지도 않고 그림이 귀여워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 리뷰는 책의 목차 순서대로가 아니라 내가 읽고 심히 찔렸던 내용 위주로 정리하고자 한다.

먼저 고양이에 대한 오해 두 가지.

첫 번째, 고양이 털이 아이들 기관지에 안 좋다?

☞ 고양이를 키우다 아기가 생기면 이런 걱정들을 많이 하고 심지어 파양까지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아기가 고양이 털을 먹어서 기관지에 안 좋을거라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만약 아기가 고양이 털을 먹게 되어도 털은 기관지가 아니라 위로 넘어가 배변으로 안전하게 빠져 나가기 때문이다. 고양이 털 때문이 아니라 고양이 타액이 알레르기와 관련 있다. 그루밍으로 고양이 털이나 피부 각질, 소변 등에 묻어있는 타액에 비누와도 같은 중화효소가 있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고양이로 인한 알레르기가 걱정이라면 입양 전 임시 보호를 해보거나 반려묘 가정에 가서 고양이들을 먼저 만나보고 자신이 알레르기가 있는지 테스트를 해보면 된다.

두 번째, 고양이 때문에 임신부가 유산할 수 있다?

☞ 이것도 전혀 근거없는 소문이다. 고양이 기생충이라 불리는 톡소플라스마는 주요 감염경로가 고양이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회나 육회 같은 익히지 않은 음식을 먹거나 외부의 흙, 물과 접촉하고 손을 제대로 씻지 않은 상태에서 음식을 먹어 감염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최근 20년간 임산부의 톡소플라스마 감염으로 인해 태아의 감염이 확진된 사례는 단 두건에 불과하며 그 또한 감영원이 고양이가 아니었다. 임신부의 유산이 걱정된다면 회나 육회를 먹지 않으면 된다. 더 자세한 발생 가능성(몹시 희박한)은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위는 책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옮겼다. 주위에서 저런 말들을 하는 것을 자주 들었기에 전문가의 정확한 설명을 알리고 싶었다.

이제 내가 고양이에 대해 잘 몰랐던, 어찌보면 아주 기초적 지식이거나 고양이를 들이기 전에 준비해야할 것들에 대해 쓰려고 한다.

나는 원래 개나 고양이를 집에서 키우는 것은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내 새끼 키우기도 힘든데 털 있는 동물을 데려와서 일거리를 늘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러다 형님 집 고양이 러시안 블루 암컷을 처음 만난 순간 그 아이에게 한 눈에 반하고 말았다. 미묘였던 그 아이의 외모에 반한 것이었다. 그러다 형님네 고양이가 새끼를 다섯 마리나 낳았고 우리 집에 남매 두 마리가 오게 되었다. 아무런 경험도 사전 지식도 없이 데려와서 지금껏 잘 살았던 이유는, 이제 와 생각해보니 이 아이들이 너무나 얌전한 아이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암컷이 중성화 수술을 두 번이나 하게 되었고, 수컷은 아파트에서 추락해 겨우 살려낸 사건사고들이 있었으나 아이들이 별나서 그런 일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러다 올 여름에 스코티쉬 폴드 수컷 한 마리를 더 모시기에 이르렀다. 이 아이를 데려온 것도 고백하자면 나의 욕심이었다. 털이 희고 파란 눈을 가진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내 소유욕때문이다. 2년 전 저 조건의 아이를 데려오고 싶어 껄떡대다가 그 마음을 꾹꾹 눌렀었다. 그 당시는 이성이 자신을 컨트롤하여 있는 고양이나 잘 키우자고 다짐다짐 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맘은 또 희미해졌고 세 번째 아이를 데려온 것이다. 이번은 처음보다 더 무모한 결정이었음을 이 책을 읽으며 더더 반성했다. 미안하고 부끄럽다.

1. 화장실은 고양이의 숫자보다 하나 더 준비해야 한다.

☞ 한 마리라면 두 개를 준비해야 한다. 고양이는 여러 장소에 대소변을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자주 청소해주어야 함은 물론이고 너무 많은 모래보다는 5~10cm 정도의 높이가 적당하다. 너무 깊으면 발이 깊이 빠지므로 고양이가 좋아하지않는다.

 

☞☞ 나는 하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처음 두 마리 데려올 때 화장실 하나로 같이 쓰게 했고, 한 마리 더 데려오면서 아무래도 하나는 적겠다 싶어서 하나 더 장만했다. 현재 고양이는 세 마리, 화장실은 두 개인 거다. 원장님 충고대로라면 화장실 두 개를 더 마련해 주어야 한다. 얘들아! 미안하다!!

※ 돔형이나 타워형 화장실보다는 오픈형 화장실이 좋다. 돔형이나 타워형은 인간을 위해서이지 고양이의 본능은 무시한 처사다. 고양이는 오픈된 공간에서 천적이 오는지 경계하며 볼 일을 본다. 두부 모래보다는 자연의 모래와 유사한 모래를 사용하는 것이 고양이에게 더 좋다. 해가 조금 들어오고 습도가 낮은 곳에 화장실을 배치하는 것이 좋다.

2. 고양이는 배를 만져주면 좋아한다?

☞ 고양이가 만져주길 원하는 부위는 배가 아니다. 배를 만져줄 때 가만히 있는 것은 좋아서 그러는 게 아니라 싫지만 인내심을 발휘하는 것이다. 다리나 배가 아니라 머리와 얼굴 등 상체 위주로 만져주어야 한다. 고양이의 미간 사이를 손가락 두 개를 이용하여 비벼준 후 가볍게 턱 양쪽을 쓸어 만져준다. 고양이 얼굴에서 페로몬이 집중적으로 분비되니 손에 페로몬을 듬뿍 묻힌 후 뒤통수를 따라 등을 쓰다듬고 마지막으로 엉덩이 위쪽을 팡팡 쳐 주면 된다.

 

 

☞☞ 진심 나는 바보 같은 짓만 해댔다. 그냥 내 맘대로 주물럭주물럭 댔던 거다. 어쩐지 가장 순한 루키도 어느 정도 배를 대주다가 벌떡 일어나더라니... 원장님의 위 방법대로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이마를 쓰담쓰담 해준 적은 있지만. 또 미안하다!!

※ 그러면 고양이는 왜 배를 보이는 걸까? 그건 만져달라는 뜻이 아니라 놀아달라는 뜻이라고 한다. 격하게 집사를 향해 머리를 들이받는다든지 핥을 때는 칫솔모를 이용해 미간 사이를 쓸어주는 것이 좋다. 또 고양이에게 하는 인사는 집게 손가락을 이용해 코 끝에 살짝 갖다대는 것이 좋다. 이쁘다면서 손으로 얼굴을 바로 쓰다듬으려고 하면 안 된다. 만약 훈육을 위해 손찌검을 했다면 고양이는 더욱 손이 다가오는 것을 싫어하며 할퀴는 행동을 할 것이다.

3. 고양이 합사 방법

☞ 다묘가정에 캣타워는 필수이고, 싸울 때는 가해 고양이를 캣콘도에 넣어서 분리시켜야 한다. 분리되어 있다가 같은 공간에 머무르면서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가해고양이를 칭찬하며 간식을 준다. 매일 일정 시간에 규칙적으로 좁혀주면서 칭찬과 보상을 해준다. 함께 있는 시간을 차츰 늘이고 같이 놀게 하는 횟수도 늘이면서 잘 할 때 칭찬과 보상을 해준다.

☞☞ 이 부분이 우리집에서 가장 큰 문제인데 딱 맞는 솔루션은 아니다. 냥바냥(케바케처럼 고양이마다 각각 다 다르다는 의미)인 듯... 여름에 우리집에 온 고양이(토르)는 2개월이었고 기존에 있던 아이들(오키와 루키)은 7세이니 사람으로 치자면 중년을 넘어섰다. 새로 온 고양이는 그저 아기라고 생각하고 아무런 준비없이 거실에 같이 두었다. 점점 자라면서 이 혈기 왕성한 캣초딩이 어르신에게 덤비기 시작했다. 그저 놀자고 그러는 거겠거니 생각했지만 갈수록 강도가 심해지니 오키루키 입장에서는 공격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토르는 멋모르고 나대는 것이거나 서열 우위에 오르고 싶어 그러는 것 같기도 하다. 오키루키가 스트레스를 받으니 남편도 나를 원망하는 눈치다. 첫 정이 무섭다고 남편은 오키루키를 더 좋아한다. 그래도 오키루키에 비해 토르가 워낙 개냥이라서 이쁜 짓을 많이 하니까 다행이지만. 오키루키야! 진짜 미안하다!!

※ 대부분의 집사가 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후 1년 정도 지나 혼자 지내는 것이 안쓰러워 한 마리 더 입양하려고 하는데 저자는 반대한다. 한 마리에 온전히 신경을 쏟지 못하면서 단순히 덜 외롭게 하려고 다른 고양이를 들이는 것은 성급한 결정이다. 사회적 성숙기가 시작되는 고양이 두 세살 때는 다묘가정에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가족이나 친한 친구도 갑자기 같이 살면 갈등을 겪기 십상이듯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인간의 관계와 비슷한 면이 많은 게 고양이들의 동거다.

여기까지 냥집사의 기본조차 갖추지 않은 채 집사 코스프레만 한 스스로를 자아비판하는 내용 위주로 책을 정리해 보았다. 이 외에도 책에는 목욕시키기, 놀아주기, 마음 읽어주기 등등 집사가 알아야 할 내용들이 많다. 나처럼 멋모르고 냥집사 시작한 이들이나 집사 세계에 들어오려는 이들은 꼭 읽어보면 좋겠다. 내가 바로 실천해 볼 것들을 하나하나씩 해봐야겠다. 이 미숙한 집사를 우리 오키, 루키, 토르가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다. 모르고 저지른 실수가 많았지만 사랑하는 마음만은 아주 크다는 것도 알아주길~~ 사고 많이 치고 오키루키에게 들이대는 토르를 어떻게 잘 컨트롤할지는 여전히 숙제다.

나를 바라보며 눈 맞춤하는 루키의 눈은 사람의 눈처럼 보인다. 나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것만 같다. 그럴때는 나도 잠시 고양이가 되고 싶다. 그 누가 나를 이다지도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봐주는가 말이다. 내겐 루키가 나를 이해해주는 단 하나의 생명체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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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 - 상처 입은 뇌가 세상을 보는 법
엘리에저 J. 스턴버그 지음, 조성숙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1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 - 상처 입은 뇌가 세상을 보는 법

 

독보적이다! 뇌의 모든 영역을 한 권에 담은 책은 지금껏 없었다!” - V.S.라마찬드란

 

저자 : 엘리에저 J. 스턴버그

17세에 첫 책 <우리는 기계일 뿐인가>로 철학과 신경과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저술가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22세에 두 번째 책 <뇌가 나를 그렇게 만든다>에서는 뇌의 결함이 있는 사람의 도덕척 책임이라는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세 번째 책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는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서술과 뇌과학의 방대한 연구 분야를 한권에 담으려는 담대한 시도가 실현되었다.

현재 예일대 예일-뉴헤이븐 병원 신경과 상주의로 있다.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의학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이 읽으려는 시도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거기다 외적으로 양장본 표지와 보통의 책보다 큰 사이즈, 400여쪽에 달하는 두께감도 선뜻 손에 잡기 주저하게 만든다. 그러나 책을 펼쳐 8쪽 가량의 서문을 읽어본다면 그 뒷장을 더 넘겨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본문을 읽어나가다 보면 생각보다 술술 읽혀서 괜히 겁먹었구나 할 것이다. 이 책은 전공서적이 아니다. 일반인들도 충분히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굳이 어렵게 써서 독자를 괴롭히지 않으면서 자신의 전문가적 실력을 뽐내고 있다. 평소 뇌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답을 얻을 수 있는 뇌과학 관련 궁금증은 서문 내용에서 일부 해소되며 사례들은 본문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서문] 

- 이 책에서는 인간의식에 대한 여러 질문을 연구하기 위해 뇌라는 블랙박스를 균열시킨 뒤 내부의 작동방식을 관찰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인간이 경험하는 가장 신비한 현상은 물론, 아주 일상적으로 내리는 결정의 밑바탕에도 뚜렷한 신경학적 회로가 존재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회로가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단편적 경험들을 하나의 원인으로 통합해 설명해 주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될 것이다.

- 이 책에서는 뇌의 의식계와 무의식계의 작동방식을 모두 추적하고, 이 두 시스템이 어떤 식으로 동시에 작동하는지, 더 중요하게는 어떻게 상호작용해서 우리의 경험을 만들어내고 자아의식을 유지시키는지 살펴 볼 것이다. 이 책을 다 읽은 뒤에는 뇌의 무의식 매커니즘이 행동을 이끄는 방식에도 별개의 양식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기를 바란다.

 

이 책은 총 여덟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의 제목은 질문이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필요한 뇌과학 전문용어를 부제로 달았으며 목차는 다음과 같다.

 

1. 시각장애인은 꿈속에서 무엇을 보는가? - 지각, , 외부 세계의 창조

2. 좀비도 차를 몰고 출퇴근할 수 있는가? - 습관, 자기통제, 자동행동

3. 상상만으로도 운동 실력이 좋아질 수 있는가? - 운동통제, 학습, 심상시뮬레이션의 힘

4.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기억할 수 있을까? - 기억, 감정, 자기중심적인 뇌

5. 왜 사람들은 외계인 납치설을 믿는가? - 초자연적 경험담과 기이한 믿음이 생겨나는 이유

6. 조현병 환자에게환청이 들리는 이유는? - 언어, 환각, 자아/비자아의 구분

7. 최면 살인은 가능한가? - 주의집중, 영향, 잠재의식 메시지의 힘

8. 다중인격은 똑같은 안경을 공유하지 못한다? - 인격, 트라우마, 자기방어

 

뇌가 하는 일이 아주 많고 중요하지만 결국 우리는 뇌의 지배를 받는다. 우리가 자의로, 즉 내 자유의지대로 행동한다라고 할 때, 그 자의는 나 자신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자신이 실은 모두 뇌가 일하는 것이었다. 뇌의 뜻대로 내 몸이 움직인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 같다. 그리고 그 뇌는 사실 이기적이며 자기 중심적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 책에서 인용한 사례는 미국 9.11테러 당시의 일이다. 사람들에게 때 어디에서 무얼하고 있었는지를 물어보면 정확하게 기억한다는 것이다. 그 사건의 원인, 수습 같은 주요 내용보다 당시 본인의 행동을 더 잘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뇌가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이다. 충격적 사건의 상세 내용은 금방 잊어버려도 뉴스를 듣던 그 순간은 기억하고 있다. 그것이 개인사에서 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 사례와 유사한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일은 세월호 사건이다. 만약 세월호가 침몰하지 않았다면, 2014416일 오전 10시 경에 무엇을 하고 있었냐고 내게 묻는다면 당연히 기억하지 못한다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때 나는 헬스장 러닝머신 위를 달리고 있었고 TV에서 세월호 사건 속보를 보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뜬 자막, ‘전원 구조를 보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샤워실로 향했다.

 

4장의 내용 자기 중심적인 뇌, 거짓기억을 만들어 말을 지어내는 뇌를 읽으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뇌 질환 관련 사례들은 평소 접해 볼 수 없는 내용들이라 흥미로운 한편 신기하고 믿기 어렵기도 했다.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뇌관련 지식들도 간혹 나와서 재미있게 읽었다.

 

6장의 제목을 보면서는 친구의 지인이 생각나서 답을 구할 수 있을까 싶었으나 유사한 부분은 없어서 아쉬웠다지인의 병명은 모르고 그저 단편적인 행동과 말만 친구에게서 들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비상식적인 말들을 늘어놓았다고 했다. 처음에는 장난이겠거니 하고 넘기려고 했으나 같은 말을 단호하게 계속하니까 정말 믿어줘야 되나? 싶었다가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맞다며 혼자서 도리질을 했다고 한다. 그 지인은 몇 년전부터 자기가 연예인 000와 사귀고 있으며 결혼할 것이라고 했다. 그 외에도 허무맹랑한 소리를 자꾸 하며 자기 귀에 그런 말이 들린다고. 전해들은 단편적인 말만으로 책에서 그의 병명을 확인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6장을 관심있게 읽기는 했다.

 

저자는 그럴듯한 환청을 듣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뇌의 무의식 프로세스는 그동안 누적된 별개의 감각 정보조각을 모은 뒤 개인적 믿음, 두려움, 편견을 반영해 최대한 논리적으로 그 정보를 연결해 상황을 설명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는 의식적 경험이 된다.

 

의식과 무의식을 뇌가 이렇게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니 놀라웠다. 뇌는 우리에게 들어오는 시청각 정보를 가지고 영화감독처럼 편집해서 의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이러한 활동을 우리가 죽을 때까지 계속 한다. 뇌가 하는 일에 대해, 뇌의 어떤 부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한 사람들은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하다. 어떤 소설이나 영화보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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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을 기억해
이꽃송이 지음 / 휴앤스토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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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5일간의 세계 여행, 눈부신 세상을 만나다!"

 

 

이꽃송이라는 여성이 서른 하나에 배낭여행을 시작해 서른 셋에 돌아온 715일 간의 여정을 책으로 펴냈다.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게 살자는 모토로 살고 있다는 그녀의 여행에세이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해>를 만나보자.

유럽, 아프리카, 남미, 미국. 4대륙 55개국 179개 도시를 여행했다. 주로 히치하이킹, 카우치서핑, 워크어웨이로 이동과 숙식을 해결했다. 큰 배낭에 작은 텐트하나를 챙겨 다니며 길에서 자는 것은 다반사였다. 그러니 여행비용도 최소화가 가능하다. 그렇게 다니다 보면 비슷한 여행자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이런 여행을 하는 장본인도 놀랄만한 이들이다. 리스본에서 만난 온두라스 출신의 여행자는 6년 째 여행중이라고 해서 어떻게 여행경비를 마련해서 다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하루하루 길에서 저글링을 하며 돈을 번다고 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하루 자면 되지!”라는 간단한 답이었다.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는 삶, 의식의 흐름대로 자연스럽게 사는 것, 그것을 그들은 여행이라 불렀고 저자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처럼 한 번도 이런 여행을 경험해보지 못하고 부러워만 하는 이들이 이런 사람들을 만난다면 부러움을 너머 걱정스러움이 앞설 것이다. 특히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형화된 사고틀을 수시로 접하며 살고 있으면 저렇게 사는 것은 미래가 없는 암울한 인생일 뿐이라고 여긴다.

 

 

이렇다할 직업없이 오랜 기간 공시생으로 살다가 올 여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동생의 사례를 보면 더 그렇다. 수년간 낙방만 하고 나이는 마흔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동생에게 나는 부모님 고생 그만 시키고 다른 길을 알아보라고 하다가 드디어 합격한 것이었고 우리는 존버정신의 승리라고 축하해주었다. 그런데 합격이 끝이 아니었다. 그 후로 이어지는 주위 사람들의 또 다른 종용. 이제는 결혼에 대한 압박이었다.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집도 사고... 어쩌고 저쩌고... 동생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런 말을 듣으리 나는, 숨이 막혔다. 타인의 삶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것은 관심과 격려라며 그러는지 몰라도 우리가 잘 산다! 성공했다!고 여기는 삶의 방식이 얼마나 한 방향인지 재확인했다. 쓸데없는 오지랖과 참견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안정적 삶에 대한 추구가 인간의 기본 욕구인 것은 맞지만 남과 똑같이 살아야 안정감을 느낀다는 것은 얼마나 답답한 노릇인가.

 

저자도 아마 여러 부정적인 말들을 많이 들었을 것이다. 취직해야지, 시집가야지, 여자 혼자 위험하게 어딜?등등...

이러한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행복을 찾아 떠난 그의 행동은 용기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홀로 다니는 여행길에서 자유로움을 느꼈겠지만 위험천만한 상황도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택시에서 내리다 배낭을 홀랑 날치기 당하거나, 열이 불덩이 같이 올라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자신을 지키는 것은 오롯이 스스로의 몫이었다. 누군가와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보며 추억을 쌓는 여행도 좋지만 홀로 떠나는 여행에서 무슨 미션처럼 한발한발 통과해 낸 그의 여정을 보니 성장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여행의 순간을 누리고 행복해진 것이 그가 여행을 통해 얻은 것이겠지만 독자로서 그보다 나이많은 사람으로서 부러웠다.

 

이제 저자는 무슨 일이든 다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앞으로 어떤 분야에서 무슨 일을 하고 그것을 또 독자들에게 어떻게 전할지 기대된다.

그가 가본 곳 중 나도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은 우유니 사막과 갈라파고스이다. 그야말로 자연의 신비로움이 살아있는 곳, 그곳에 직접 가서 한번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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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디자인은 내일을 바꾼다 -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의 멋진 질문들 아우름 41
김지원 지음 / 샘터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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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사의 아우름 시리즈 41번째 책, <좋은 디자인은 내일을 바꾼다>가 출간되었다. 저자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팀장인 김지원씨다. ‘디자인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디자이너란 사람들이 직업적으로 무언가를 예쁘게 만들어내는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디자인은 일반인과는 별 상관없는 일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잠시 주위를 둘러보자.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부터 집이나 건물,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속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은 디자인되어있다고 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물건을 고를 때 그것의 성능에 주목하기 보다는 예쁜 것, 아름다운 것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되었다. 카페나 식당을 이용할 때도 독특하고 개성적인 인테리어로 꾸민 곳을 이용하게 된다. 우리가 이용하는 대부분의 것들을 기왕이면 심미적 기준으로 고르려고 한다. 이렇게 말하면 디자인이 단순히 물건에만 해당되는 것 같다. 그러나 저자가 다루고 있는 디자인의 범위는 훨씬 넓다. 여는 글에서 저자는 이렇게 밝힌다.

 

디자인은 개인에게 주어진 크고 작은 문제에서부터 사회와 국가, 더 나아가 지구가 당면한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됩니다. 따라서 디자인이란 창의적인 문제 해결의 과정일 수밖에 없습니다. (……) 디자인은 홀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디자인은 언제나 우리 곁에서 당면한 여러 문제들을 창의적으로 해결하고, 적극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줄 뿐입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디자인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삶의 모습을 반영합니다.”

 

이 책은 전체 5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목차는 아래와 같다.

 

 

일상으로부터 시작되는 디자인이 어떻게 세상을 밝히고 소통하며 혁신을 일으키기도 하고 미래를 위해 도전하고 있는지 각 사례들을 통해 보여준다.

 

디자인은 꼭 디자이너만 하는 것일까? 저자는 영국의 대학과 지역 커뮤니티, 기술연구소, 기업의 후원으로 공동 개발한 메타볼리시티(MetavoliCity)와 같은 도시형 텃밭 가꾸기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도시와 환경문제도 디자인적 관점으로 우리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다고 말한다.

 

p.40

재미있게 실천할 수 있는 소소한 환경이 참 많습니다. 사용하던 종이컵을 내려놓고 취향에 맞는 머그컵을 사용해보거나, 휴지통을 감춰야 하는 물건이 아니라 하나의 인테리어 소품처럼 위치나 색상, 모양을 바꿔보려는 시도, 필기구를 담아둘 수납함을 직접 만들어보는 일 등. 쉽고 간단하게 해볼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주변을 둘러보세요. 무엇이 보이나요? 그리고 우리의 행동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디자인의 방법을 찾아보세요.

 

주위를 둘러보면 디자인과 별 상관 없는게 아닐까 쉬이 판단하게 되는 장애인이 있다. 저자는 세계적인 디스크자키 마틴 게릭스의 사운드를 활용한 디자인을 소개한다. 그는 청각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음악으로 하나되는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음악의 비트를 귀가 아닌 피부와 심장으로 느낄 수 있게 했다. 또 소리가 공진하는 것을 시각화하여 음악의 역동적인 감정들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했다. 마틴 게릭스는 이렇게 말한다.

 

음악은 우리 모두를 움직이는 힘을 가졌고, 청각장애인들은 단지 그 음악을 다르게 경험할 뿐이다.”

 

나는 배리어프리 화면해설을 쓰면서 시각장애인들에게 화면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란 생각만큼 쉽지않다는 것을 알았다. 청각장애인들은 화면은 볼 수 있지만 소리는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자막으로 읽는다. 그런데 대사를 자막으로 넣으면서 효과음과 배경음악을 쓸 때는 난감했다. 우리가 듣는 음악의 느낌을 언어로 표현하기가 그토록 어려울지 몰랐고 음악의 느낌을 나타내는 문장 몇 가지를 돌려가며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 마틴 게릭스의 활동을 보니 모든 영화에 저런 프로그램을 구동시킨다면 청각장애인들의 영화를 볼 때 얼마나 생동감있게 느끼게 될까. 그렇게 된다면 유니버설디자인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배리어프리 영화가 될 것 같다. 이 세상이 비장애인들만 살아가는 세상은 아니지 않나? 저자 역시 청력을 잃고도 명작들을 작곡한 베토벤을 인용하며 우리가 주위를 둘러보고 소통할 때, 진정한 디자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p.102

 

베토벤이 청력을 잃은 후 작곡한 소나타 31변의 악보 첫머리에는 따뜻한 마음으로(Con Amabilita)”라고 써놓았다고 하지요. 청력을 잃은 음악가가 작곡을 위해 의존한 것은 그의 음악적 재능이나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따뜻한 마음이었습니다. 디자인은 기술을 최대한 인간화해서 쉽게 상용하도록 하는 보조 장치의 역할을 할 뿐입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힘은 세상과 소통하려는 마음 아닐까요?

 

저자는 디자인에서 중요한 것을 소통이라고 했고 그림책을 예로 들어 독창성을 꼽았다. 앤서니 브라운의 책 <행복한 미술관> 속의 장면들은 워크숌을 통해 관찰한 아이들의 태도와 반응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앤서니 브라운은 이 책을 통해 예술이라는 이름에 주눅들지 말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림을 보고 상상하며 대화하라고 말한다. 이러한 그림책을 읽고 상상한 아이들의 창의력이 신장될 것임은 분명하다. 디자인 분야도 창의성의 중요하다. 그러나 디자인을 하는 이들이 특별히 남달라서 창의적이라기 보다는 사용자를 위해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시각을 공유하고, 모으고, 결합하면서 개인과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열린 사고를 하는 것일 뿐이라고 한다. 결국 창의성은 사회와의 관계 안에서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 자체를 말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인 디자인 혁신을 멕시코 사례에서 발견했다. 물 부족이 심각한 멕시코시티의 한 지역에서 전통적인 물 수급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다. 지붕으로 떨어지는 빗물을 식수로 전환하여 판매하는 프리미엄 워터바 카사 델 아구아(Casa Del Agua)”가 그것이다. 빗물을 세 단계로 정제한 후 재사용이 가능한 유리병에 담아 생수처럼 원하는 가정에 박스로 공급한다. 카사 델 아구아는 빗물을 받아 마시는 행위를 통해 생명 에너지를 공급해온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우고, 물 부족과 수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디자인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탐구하고 가장 이상적인 해답이라고 여기는 것들을 제시해왔다. 그중에서도 유독 감동을 주는 디자인들에는 공통점이 한가지 잇는데 그것은 꿈을 갖고 시작했다는 것이다. 역사상 위대한 디자이너들이 몽상가로 불리고 이상주의자로 여겨졌다. 지금 이 순간도 디자이너들은 자유로운 인간의 삶을 꿈꾼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충만한 한 사람 한 사람의 꿈을 디자이너도 함께 꿈꾸고 공감한다. 혼자서 꾸는 꿈은 그저 꿈에 불과하지만, 함께 꾸는 꿈은 비록 작더라도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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