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디자인은 내일을 바꾼다 -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의 멋진 질문들 아우름 41
김지원 지음 / 샘터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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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사의 아우름 시리즈 41번째 책, <좋은 디자인은 내일을 바꾼다>가 출간되었다. 저자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팀장인 김지원씨다. ‘디자인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디자이너란 사람들이 직업적으로 무언가를 예쁘게 만들어내는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디자인은 일반인과는 별 상관없는 일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잠시 주위를 둘러보자.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부터 집이나 건물,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속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은 디자인되어있다고 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물건을 고를 때 그것의 성능에 주목하기 보다는 예쁜 것, 아름다운 것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되었다. 카페나 식당을 이용할 때도 독특하고 개성적인 인테리어로 꾸민 곳을 이용하게 된다. 우리가 이용하는 대부분의 것들을 기왕이면 심미적 기준으로 고르려고 한다. 이렇게 말하면 디자인이 단순히 물건에만 해당되는 것 같다. 그러나 저자가 다루고 있는 디자인의 범위는 훨씬 넓다. 여는 글에서 저자는 이렇게 밝힌다.

 

디자인은 개인에게 주어진 크고 작은 문제에서부터 사회와 국가, 더 나아가 지구가 당면한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됩니다. 따라서 디자인이란 창의적인 문제 해결의 과정일 수밖에 없습니다. (……) 디자인은 홀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디자인은 언제나 우리 곁에서 당면한 여러 문제들을 창의적으로 해결하고, 적극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줄 뿐입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디자인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삶의 모습을 반영합니다.”

 

이 책은 전체 5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목차는 아래와 같다.

 

 

일상으로부터 시작되는 디자인이 어떻게 세상을 밝히고 소통하며 혁신을 일으키기도 하고 미래를 위해 도전하고 있는지 각 사례들을 통해 보여준다.

 

디자인은 꼭 디자이너만 하는 것일까? 저자는 영국의 대학과 지역 커뮤니티, 기술연구소, 기업의 후원으로 공동 개발한 메타볼리시티(MetavoliCity)와 같은 도시형 텃밭 가꾸기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도시와 환경문제도 디자인적 관점으로 우리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다고 말한다.

 

p.40

재미있게 실천할 수 있는 소소한 환경이 참 많습니다. 사용하던 종이컵을 내려놓고 취향에 맞는 머그컵을 사용해보거나, 휴지통을 감춰야 하는 물건이 아니라 하나의 인테리어 소품처럼 위치나 색상, 모양을 바꿔보려는 시도, 필기구를 담아둘 수납함을 직접 만들어보는 일 등. 쉽고 간단하게 해볼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주변을 둘러보세요. 무엇이 보이나요? 그리고 우리의 행동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디자인의 방법을 찾아보세요.

 

주위를 둘러보면 디자인과 별 상관 없는게 아닐까 쉬이 판단하게 되는 장애인이 있다. 저자는 세계적인 디스크자키 마틴 게릭스의 사운드를 활용한 디자인을 소개한다. 그는 청각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음악으로 하나되는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음악의 비트를 귀가 아닌 피부와 심장으로 느낄 수 있게 했다. 또 소리가 공진하는 것을 시각화하여 음악의 역동적인 감정들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했다. 마틴 게릭스는 이렇게 말한다.

 

음악은 우리 모두를 움직이는 힘을 가졌고, 청각장애인들은 단지 그 음악을 다르게 경험할 뿐이다.”

 

나는 배리어프리 화면해설을 쓰면서 시각장애인들에게 화면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란 생각만큼 쉽지않다는 것을 알았다. 청각장애인들은 화면은 볼 수 있지만 소리는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자막으로 읽는다. 그런데 대사를 자막으로 넣으면서 효과음과 배경음악을 쓸 때는 난감했다. 우리가 듣는 음악의 느낌을 언어로 표현하기가 그토록 어려울지 몰랐고 음악의 느낌을 나타내는 문장 몇 가지를 돌려가며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 마틴 게릭스의 활동을 보니 모든 영화에 저런 프로그램을 구동시킨다면 청각장애인들의 영화를 볼 때 얼마나 생동감있게 느끼게 될까. 그렇게 된다면 유니버설디자인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배리어프리 영화가 될 것 같다. 이 세상이 비장애인들만 살아가는 세상은 아니지 않나? 저자 역시 청력을 잃고도 명작들을 작곡한 베토벤을 인용하며 우리가 주위를 둘러보고 소통할 때, 진정한 디자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p.102

 

베토벤이 청력을 잃은 후 작곡한 소나타 31변의 악보 첫머리에는 따뜻한 마음으로(Con Amabilita)”라고 써놓았다고 하지요. 청력을 잃은 음악가가 작곡을 위해 의존한 것은 그의 음악적 재능이나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따뜻한 마음이었습니다. 디자인은 기술을 최대한 인간화해서 쉽게 상용하도록 하는 보조 장치의 역할을 할 뿐입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힘은 세상과 소통하려는 마음 아닐까요?

 

저자는 디자인에서 중요한 것을 소통이라고 했고 그림책을 예로 들어 독창성을 꼽았다. 앤서니 브라운의 책 <행복한 미술관> 속의 장면들은 워크숌을 통해 관찰한 아이들의 태도와 반응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앤서니 브라운은 이 책을 통해 예술이라는 이름에 주눅들지 말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림을 보고 상상하며 대화하라고 말한다. 이러한 그림책을 읽고 상상한 아이들의 창의력이 신장될 것임은 분명하다. 디자인 분야도 창의성의 중요하다. 그러나 디자인을 하는 이들이 특별히 남달라서 창의적이라기 보다는 사용자를 위해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시각을 공유하고, 모으고, 결합하면서 개인과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열린 사고를 하는 것일 뿐이라고 한다. 결국 창의성은 사회와의 관계 안에서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 자체를 말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인 디자인 혁신을 멕시코 사례에서 발견했다. 물 부족이 심각한 멕시코시티의 한 지역에서 전통적인 물 수급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다. 지붕으로 떨어지는 빗물을 식수로 전환하여 판매하는 프리미엄 워터바 카사 델 아구아(Casa Del Agua)”가 그것이다. 빗물을 세 단계로 정제한 후 재사용이 가능한 유리병에 담아 생수처럼 원하는 가정에 박스로 공급한다. 카사 델 아구아는 빗물을 받아 마시는 행위를 통해 생명 에너지를 공급해온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우고, 물 부족과 수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디자인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탐구하고 가장 이상적인 해답이라고 여기는 것들을 제시해왔다. 그중에서도 유독 감동을 주는 디자인들에는 공통점이 한가지 잇는데 그것은 꿈을 갖고 시작했다는 것이다. 역사상 위대한 디자이너들이 몽상가로 불리고 이상주의자로 여겨졌다. 지금 이 순간도 디자이너들은 자유로운 인간의 삶을 꿈꾼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충만한 한 사람 한 사람의 꿈을 디자이너도 함께 꿈꾸고 공감한다. 혼자서 꾸는 꿈은 그저 꿈에 불과하지만, 함께 꾸는 꿈은 비록 작더라도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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