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 - 상처 입은 뇌가 세상을 보는 법
엘리에저 J. 스턴버그 지음, 조성숙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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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 - 상처 입은 뇌가 세상을 보는 법

 

독보적이다! 뇌의 모든 영역을 한 권에 담은 책은 지금껏 없었다!” - V.S.라마찬드란

 

저자 : 엘리에저 J. 스턴버그

17세에 첫 책 <우리는 기계일 뿐인가>로 철학과 신경과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저술가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22세에 두 번째 책 <뇌가 나를 그렇게 만든다>에서는 뇌의 결함이 있는 사람의 도덕척 책임이라는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세 번째 책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는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서술과 뇌과학의 방대한 연구 분야를 한권에 담으려는 담대한 시도가 실현되었다.

현재 예일대 예일-뉴헤이븐 병원 신경과 상주의로 있다.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의학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이 읽으려는 시도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거기다 외적으로 양장본 표지와 보통의 책보다 큰 사이즈, 400여쪽에 달하는 두께감도 선뜻 손에 잡기 주저하게 만든다. 그러나 책을 펼쳐 8쪽 가량의 서문을 읽어본다면 그 뒷장을 더 넘겨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본문을 읽어나가다 보면 생각보다 술술 읽혀서 괜히 겁먹었구나 할 것이다. 이 책은 전공서적이 아니다. 일반인들도 충분히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굳이 어렵게 써서 독자를 괴롭히지 않으면서 자신의 전문가적 실력을 뽐내고 있다. 평소 뇌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답을 얻을 수 있는 뇌과학 관련 궁금증은 서문 내용에서 일부 해소되며 사례들은 본문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서문] 

- 이 책에서는 인간의식에 대한 여러 질문을 연구하기 위해 뇌라는 블랙박스를 균열시킨 뒤 내부의 작동방식을 관찰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인간이 경험하는 가장 신비한 현상은 물론, 아주 일상적으로 내리는 결정의 밑바탕에도 뚜렷한 신경학적 회로가 존재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회로가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단편적 경험들을 하나의 원인으로 통합해 설명해 주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될 것이다.

- 이 책에서는 뇌의 의식계와 무의식계의 작동방식을 모두 추적하고, 이 두 시스템이 어떤 식으로 동시에 작동하는지, 더 중요하게는 어떻게 상호작용해서 우리의 경험을 만들어내고 자아의식을 유지시키는지 살펴 볼 것이다. 이 책을 다 읽은 뒤에는 뇌의 무의식 매커니즘이 행동을 이끄는 방식에도 별개의 양식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기를 바란다.

 

이 책은 총 여덟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의 제목은 질문이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필요한 뇌과학 전문용어를 부제로 달았으며 목차는 다음과 같다.

 

1. 시각장애인은 꿈속에서 무엇을 보는가? - 지각, , 외부 세계의 창조

2. 좀비도 차를 몰고 출퇴근할 수 있는가? - 습관, 자기통제, 자동행동

3. 상상만으로도 운동 실력이 좋아질 수 있는가? - 운동통제, 학습, 심상시뮬레이션의 힘

4.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기억할 수 있을까? - 기억, 감정, 자기중심적인 뇌

5. 왜 사람들은 외계인 납치설을 믿는가? - 초자연적 경험담과 기이한 믿음이 생겨나는 이유

6. 조현병 환자에게환청이 들리는 이유는? - 언어, 환각, 자아/비자아의 구분

7. 최면 살인은 가능한가? - 주의집중, 영향, 잠재의식 메시지의 힘

8. 다중인격은 똑같은 안경을 공유하지 못한다? - 인격, 트라우마, 자기방어

 

뇌가 하는 일이 아주 많고 중요하지만 결국 우리는 뇌의 지배를 받는다. 우리가 자의로, 즉 내 자유의지대로 행동한다라고 할 때, 그 자의는 나 자신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자신이 실은 모두 뇌가 일하는 것이었다. 뇌의 뜻대로 내 몸이 움직인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 같다. 그리고 그 뇌는 사실 이기적이며 자기 중심적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 책에서 인용한 사례는 미국 9.11테러 당시의 일이다. 사람들에게 때 어디에서 무얼하고 있었는지를 물어보면 정확하게 기억한다는 것이다. 그 사건의 원인, 수습 같은 주요 내용보다 당시 본인의 행동을 더 잘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뇌가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이다. 충격적 사건의 상세 내용은 금방 잊어버려도 뉴스를 듣던 그 순간은 기억하고 있다. 그것이 개인사에서 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 사례와 유사한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일은 세월호 사건이다. 만약 세월호가 침몰하지 않았다면, 2014416일 오전 10시 경에 무엇을 하고 있었냐고 내게 묻는다면 당연히 기억하지 못한다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때 나는 헬스장 러닝머신 위를 달리고 있었고 TV에서 세월호 사건 속보를 보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뜬 자막, ‘전원 구조를 보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샤워실로 향했다.

 

4장의 내용 자기 중심적인 뇌, 거짓기억을 만들어 말을 지어내는 뇌를 읽으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뇌 질환 관련 사례들은 평소 접해 볼 수 없는 내용들이라 흥미로운 한편 신기하고 믿기 어렵기도 했다.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뇌관련 지식들도 간혹 나와서 재미있게 읽었다.

 

6장의 제목을 보면서는 친구의 지인이 생각나서 답을 구할 수 있을까 싶었으나 유사한 부분은 없어서 아쉬웠다지인의 병명은 모르고 그저 단편적인 행동과 말만 친구에게서 들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비상식적인 말들을 늘어놓았다고 했다. 처음에는 장난이겠거니 하고 넘기려고 했으나 같은 말을 단호하게 계속하니까 정말 믿어줘야 되나? 싶었다가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맞다며 혼자서 도리질을 했다고 한다. 그 지인은 몇 년전부터 자기가 연예인 000와 사귀고 있으며 결혼할 것이라고 했다. 그 외에도 허무맹랑한 소리를 자꾸 하며 자기 귀에 그런 말이 들린다고. 전해들은 단편적인 말만으로 책에서 그의 병명을 확인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6장을 관심있게 읽기는 했다.

 

저자는 그럴듯한 환청을 듣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뇌의 무의식 프로세스는 그동안 누적된 별개의 감각 정보조각을 모은 뒤 개인적 믿음, 두려움, 편견을 반영해 최대한 논리적으로 그 정보를 연결해 상황을 설명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는 의식적 경험이 된다.

 

의식과 무의식을 뇌가 이렇게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니 놀라웠다. 뇌는 우리에게 들어오는 시청각 정보를 가지고 영화감독처럼 편집해서 의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이러한 활동을 우리가 죽을 때까지 계속 한다. 뇌가 하는 일에 대해, 뇌의 어떤 부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한 사람들은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하다. 어떤 소설이나 영화보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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