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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짓바람 아빠들이 온다 - 1등을 만드는 작은 관심의 차이
SBS스페셜 제작팀 지음 / 망고나무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바짓바람 아빠들이 온다>는 책 제목은 잘못 지었다고 본다. 왜냐하면 제목만으로 독자에게 ‘바짓바람’은 ‘치맛바람’에 조응하는 어휘로 받아들여 질것이고 그 뉘앙스 역시 부정적으로 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바짓바람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아빠들을 까발리려는 게 아니다. 자녀교육에 있어서 아빠들은 더 이상 무관심하지 않으며 오히려 아빠들이 자녀교육에 적극 가담했을 때의 순기능을 부각시켜서 바짓바람이라는 단어가 품은 성격을 긍정적인 것으로 사용하고 있다. 어찌보면 출판사가 노린 것이 아닌가 싶다. 부정적 선입견이 호기심을 자극하여 책을 선택했는데 그 반대라는 것을 알게 되는, 안도감과 기쁨을 맛보게 하려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이 책은 결국? 바짓바람 아빠들의 긍정성을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은 그 긍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6장으로 구성했다.
1장은 교육당사자로서 학부모들의 사고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2, 3장은 명문대를 보낸 아빠들은 어떻게 교육에 가담했는지에 대한 내용을,
4, 5장에서는 두 가정의 사례를 통해 아빠들의 교육철학을 다루고,
마지막 6장은 “대디스 토크”라는 아빠들의 모임활동 사례와 교육, 심리 관련 전문가 이범, 박재원, 이승욱씨의 미니 인터뷰가 실렸고, 작년 3월 SBS 스페셜에서 “바짓바람 시대 1등 아빠의 조건”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것을 엮은 것이다.
자녀교육에 관심 있는, 아니 이 땅의 모든 아빠들이 꼭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혹여 ‘일 때문에 바빠 죽겠는데 애들 교육까지 신경써야하냐며 엄마가 알아서 하면 되지!’ 라고 생각하는 아빠가 있다면 필히 읽어봐야 할 책이다. 겁먹지 않아도 된다. 이 책은 아빠들에게 학원정보를 알아보거나 학과 공부를 가르치라고 하지 않는다. 노력한 아빠들의 사례를 통해 누구든지 해 볼 수 있도록 알려주고 있다. 드라마 <SKY 캐슬>의 차교수처럼 아이들 붙잡고 직접 공부가르치라는 게 아니다. 자녀교육에 있어 엄마와 아빠의 영역을 구분하고, 아빠들이 할 수 있는 부분부터 하나씩 실천해 보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범 교육평론가의 말을 들어보자.
p. 261
아빠가 자녀 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섰을 때 나타나는 최악의 모습은 엄마도 아빠도 모두 자녀를 옥죄는 경우입니다. 가정에서는 균형을 깨지 않는 선에서 부부가 역할을 분담해야 하는데 한쪽으로만 치우치면 결국 자녀가 부모 모두에게 심리적으로 기댈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립니다. 또한 부모가 자식에게 무엇을 해주든 간에 이를 투자라고 생각하지 않아야 합니다. 투자라고 생각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손익분기점은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보면 아이는 목표에 도달할 가능성보다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결과적으로 부모와 자녀의 심리적 격차와 괴리가 심해지고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성적을 떠나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을 떠올리고 뭐든 지원해주세요. 그게 훨씬 더 나은 방법 아닐까요.
그런데 이 책에 사례로 나온 아빠들의 방법이라는 것이 원론적이라서 실망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다. 부부간의 관계가 좋고 가정이 화목할 때 아이들이 공부를 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녀교육 관련 서적을 찾는 이들이 원하는 것은 대부분 아이의 성적 향상 비법일 것이다. 하지만 그 비법의 기본은 시험칠 때 쪽집게처럼 집어주는 게 아니라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에 임할 수 있도록 평소에 환경조성을 해주는 것이다. 자녀에게 선생님이 되려고 할 때 관계는 어그러지게 된다.
책에서 인터뷰에 응한 학생과 학부모는 대부분 수능만점자이거나 서울대 합격생이다. 그들에겐 뭔가 특별한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기대하지만 아니다. 교육컨설팅을 해주는 코디가 있었다거나 유명 학원을 많이 다닌 게 아니었다. 오히려 사교육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학생들이 아빠에 대해 공통적으로 답한 내용은 자신을 믿어주었다는 것이다. 그 믿음에 대한 표현이 협박이 되면 안 되게 주의해야 한다. 예컨대 공부하는 아이에게 과일을 가져다주면서 “우리 아들 믿는다”고 하거나 시험을 보러가는 아이에게 ”엄마는 널 믿어“, ”아빠는 네가 잘 될 걸 알아“라고 하는 말은 정말 믿는다는 의미보다는 ’내 믿음을 저버리지 마라‘는 뜻에 더 가깝다. 또 하나는 세심한 관심이었다. 자녀의 주관심사를 구체적으로 파악하여 그에 맞는 지원을 했고, 자녀 친구들의 이름과 성격도 다 알만큼 관심을 기울였다.
아들은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에, 딸은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시킨 배운철씨의 교육 철학 세 가지를 살펴보자.
1. 약속 - 부모가 먼저 약속을 지켜라.
☞ 부모와 아이의 신뢰가 깨지는 경우 아이들에게 원인이 있기보다 부모의 말과 행동 때문일 가능성이 훨씬 많다. 아이와의 약속이 빈말이더라도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하라.
2. 결정권 – 자기 주도권을 가진 아이는 스스로 공부한다.
☞ 학원을 보낼 때는 아이가 자기 결정권을 갖게 해야하고, 자신이 선택한 학원에 열심히 나가고 숙제를 하는 일은 본인의 책임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그 책임을 다하지 않을 때는 분명한 이유를 찾아 부모가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
3. 기다림 – 아이를 100% 신뢰하라.
☞ 자녀와 신뢰를 쌓으려면 부모가 100% 손해를 본다고 느끼더라도, 또는 밑지는 걸 알면서도 아이를 전적으로 믿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부모는 아이가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을 끝까지 지켜보며 ‘자기 통제력’이 생기도록 기다려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것을 기억해 두자.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2014년 수능 만점자 원유석군과 동생 유찬군은 사교육 없이 대학에 갔고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부모님 덕분이라고 했다. 유석군은 서울대, 유찬군은 성균관대에 입학했다. 이들의 부모 인터뷰를 소개한다.
p. 219
저희 부부는 고등학교밖에 안 나왔어요. 저는 직업군인으로 전역하고 지금은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인천 영종도까지 가고 있지요. 힘들어도 극복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제가 살면서 아이들에게 보여준 것은 열심히 하는 부모의 모습뿐이에요. 그런데도 이렇게 잘 커줘서 고마울 따름이죠.
두 아들이 부모에게 받은 영향은 이러했다.
1. 삶을 대하는 성실한 태도
☞ 계획한 것은 성실하게 지키는 두 분을 보며 자신도 계획을 세우면 미뤄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2. 부모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 뿐 공부는 아이의 몫
☞ 부모는 자녀가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스스로 모범을 보일 뿐이다. 공부는 자녀 3. 스스로 필요해서 하는 것이고 그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지는 것이다.
3. 엄마 아빠의 조화
☞ 초등학교 때 엄마가 학습관리를 한 후 중학생이후로는 자기주도적으로 하도록 둔다. 엄마가 타이트한 관리를 할 때 아빠는 놀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주거나 같이 게임을 했다.
2015년 "OECD 삶의 질 보고서"의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아빠들이 자녀와 보내는 시간이 하루 평균 6분이라고 한다. OECD 평균은 47분으로 우리나라는 꼴지에 해당하는 결과다.


자녀와 눈 마주치고 같이 놀아주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자녀의 관심사와 친구의 이름을 알겠는가? 이 결과에 개탄하며 우리 시대의 자녀 양육과 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아빠들이 2015년 8월 “대디스 토크”라는 모임을 시작했다. 그들은 교육의 본질과 진짜 배움의 가치를 알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는 힘을 길러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 책을 읽은 아빠들이 하나 둘 모여 동네마다 또다른 "대디스 토크"가 결성되기를 희망해본다. 그런 아빠들이 긍정적인 바짓바람을 선도하면 좋겠다. 학원 정보를 교환하는 모임이 아니라 내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가화만사성을 이루기 위해 아빠들이 어떤 노력을 할지 공유하는 그런 모임이 많이많이 생기길 바란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카페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