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다는 말 - 진화의 눈으로 다시 읽는 익숙한 세계
이수지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우리는 자연스럽다는 말을 자주 쓴다. 보통 인위적이지 않은 상태를 이르는데, ‘자만추라는 단어를 한 번 보자.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한다는 이 말은 누군가의 소개나 조건이 선행되는 선으로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면 자연스럽게 만나고 싶다고 하면서도 실상 어떠어떠한 조건들을 품고 있지 않나? 그 조건들은 스스로 정했다기보다 부모나 친구들의 조언, 사회적 분위기나 유행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자연스럽게 만나고 싶다는 말의 기저에는 그러한 조건에 부합하는 자연스러움이 깔려있다고 봐야 한다. ‘자만추자연스럽다는 말 그대로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나? 우리가 당연하게 하는 생각들안에는 선입견이나 어떠한 편견이 작동하고 있으며 자연스러운 것을 선()이라고 여긴다.


나는 생물학 서적을 즐겨 읽는 편이다. 이번에 출간된 이수지 박사의 <자연스럽다는 말>의 책소개를 보고 내 관심사라서 서평단에 신청해 받아 읽었는데 저자의 논리적인 서술에 설득당했다. 저자는 현재 독일 막스 플랑크 인구학 연구소에서 현대 인류의 출산 및 생식 행동을 연구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이 연구소에서 생식노화 독립 연구단을 이끌 예정이라고 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연스러운 것은 항상 좋고, 정상적이고, 또 필연적이어서 우리가 꼭 지키고 따라야만 하는 것인가? 이 책을 통해 여러분과 함께 좇을 질문이다. 가능하면 끈질기게 묻자.”


1부에서 자연에 대한 물음, 2부는 인간에 대한 물음, 3부를 사회에 대한 물음으로 나누었다. 저자의 물음은 나도 의문을 가졌던 것들이었다. 저자가 물음에 대한 답을 다양한 학제와 실험, 인물로 논증해 내는 것을 읽으며 지적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특히 우리가 갖게 된 자연스러움의 정의에 이데올로기가 내포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자연스럽다는 낱말에 자연이 들어가는데 너무나 인간 위주로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1부에서는 자연주의의 오류를 말한다.


p.25


어떤 자연 현상이 좋고 나쁨의 성질을 얻는 과정에 무엇이 좋은가?’에 대한 인간 자신의 가치판단이 선행되고 있다. 자연이 먼저 존재하고 그로부터 가치가 도출되는 양 생각하는 것이 오류라는 것이다. 따라서 자연에서 답을 구하기 이전에 자연에 투사되고 있는 나의 가치 체계가 무엇인지 먼저 물어야 할 과제가 주어진다.


동성애에 반대하는 이들은 동성애가 자연스럽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자연계에는 수많은 동물이 다양한 방식으로 동성 개체와 성적 행동을 하며 다수는 아닐지라도 자연계에 일정 비율로 이런 행동이 존재한다고 했다. 어쩌면 자연이 우리에게 되묻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신이 말하는 자연스러움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모두 개별적 존재로서 다 다르며 그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런데 저자는 그 고유함이 사람만이 아니라 다른 종도 똑같이 고유하다는 깨달음이 있을 때만 가치 있다고 했다. 나 역시 고유성을 인간에게만 적용했다는 것을 이 책을 읽다 깨달았다. 정말이지 우리는 지극히 인간 본위로만 생각하고 자신의 가치 판단으로 자연을 바라보는구나 싶다.


2부에서는 남자니까, 여자라서처럼 성에 따라 당연하게 붙는 말이 자연스러운 것인가를 묻는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실험에 반대되는 실험, 그래서 잘 알려지지 않은 실험을 소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할로 박사의 천 인형 엄마 실험인데, 새끼 붉은털원숭이가 천 인형에 정서적으로 의존한다는 결과를 토대로 애착이론의 주창자 존 볼비는 (생물학적)엄마만이 자식의 발달과 정신건강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실험을 했던 할로박사는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천 인형은 새끼 원숭이가 편안하게 접촉할 상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일 뿐 그것이 꼭 엄마여야 함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고. 나는 존 볼비의 주장만 알고 있었다. 정작 실험을 했던 할로 박사는 이름도 처음 들었고 그의 주장도 처음이다. 이 실험이 볼비의 주장으로 20세기 중반에 어떻게 해석되고 이용되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p.90~91


철창 안에 매달린 천 인형, 새끼 원숭이가 원하는 편안함을 24시간 제공하는 이 엄마는 철저히 수동적인 존재다. 수동성은 보통 부정적 가치로 여겨지지만, 엄마의 역할을 이야기할 때는 유독 그렇지 않다. 천 인형의 수동성은 의식적 노력이 필요 없다라는 뜻과 연결되면서 모성이 본능으로 여겨지는 데 일조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여성의 역할로 여겨져 온 가사 및 돌봄 노동이 가치 폄하되는 과정을 견인하고, 또 강화했다. 여기에 애착이론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90년대 후반 내가 좋아했던 리키 마틴에 대한 내용도 흥미로웠다. 그는 인공 수정과 대리모를 통해 쌍둥이 아들을 얻었고 이후 남성 파트너와 결혼한 뒤에도 인공 수정으로 두 아이를 더 얻어 이제 네 아이를 키우고 있다. 남자가 공감능력이 떨어져 아이를 잘 못 키운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말을 따르자면 마치 여자는 어떤 능력이 부족하니 특정 직업군을 잘 할 수 없다는 말과 같다. 남자가 아이를 키우겠다고 하면 우리는 어딘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남자만 있으면 왠지 아이를 잘못 키울 거라고 의심하고, 친부가 아닌 경우 심지어 아이를 성적으로 학대할거라는 의심까지 더한다. 남자가 아이를 못 키울 거라는 편견이 그들에게 아이 키울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아닐까? 남자들의 잠재된 육아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 이에 대한 합의와 지원이 필요하다. 남자들에게도 육아의 고충과 기쁨을 함께 할 기회를 더 만들어 주어야 한다.


3부에서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다윈에 대한 것이다. 다윈은 생물종과 인간 집단이 나름의 방식으로 환경에 적응한다는 상대적 관점을 견지하면서도 이들이 더 나은성질에 따라 서열화될 수 있다고도 보았다. 모든 사람이 하나의 종에 속한다는 단성 기원론은 사람이 특정 방향으로 진보(해야)한다는 생각과 만났을 때 인종 차별과 공존할 수 있다. 다윈은 노예제에 반대했으면서도 피부색이 어두운 사람들이 지능, 도덕, 사회 제도 등 주로 정신적 측면에서 하등하다는 견해를 피력했고 이들을 야만인이라 불렀다. 저자는 다윈 자신이 가진 편견을 몰랐다고 말했다. 다윈은 사람이 신의 피조물이 아니며 다른 동물들과 질적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자신이 속한 집단(영국 백인 중산층)이 누리는 지위와 특권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p.198


다윈처럼 비범한 과학자도 틀릴 수 있다. 부족한 자료로 인한 증거의 한계, 또 다윈이 처한 역사적 상황(19세기 제국주의 시대)에 더해 개인적 조건(영국 중산층 남성)에서 기인하는 관점의 한계 때문이다. 과학자 자신의 위치성에서 빚어진 생각의 습관을 벗어난 완전한 중립성이란 가능할까? 다윈의 사례는 아니라고 말한다.


이 책은 자연스럽다는 말을 우리가 얼마나 인간 위주(편견을 가진 채)로 사용하고 있는지를 자연과 인간, 사회를 통해 설명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그동안 교육과 독서로 배운 내 지식이 얼마나 협소했는지 알았다. 생물학과 진화에 관심이 많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저자가 말한 대로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다양한 각도로 들여다보면 앎의 지평이 확장되고 그 안에서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주받은 사람 중에 가장 축복받은
박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에겐 누구나 나가고 싶은 자기만의 벽장이 있다.” - p.90


벽장에 갇혀있다면 탈출이 목표다. 강제로 갇혔다면 그러할 것이다. 그럼 나가고 싶지 않을 수도 있을까? 계속 갇혀 있길 원한다면? 박지영 작가의 신작 <저주받은 사람 중에 가장 축복받은>은 갇힌 사람들의 이야기다. 1983년 벽장 속에 갇혔던 소년 조기준과 팬데믹 상황에서 격리된 우식의 이야기가 두 축으로 진행된다. 우식의 동료 마태공, 기준을 가둔 여자 안나도 다른 의미의 벽장에 갇혀 있긴 마찬가지다.


작가는 벽장이 물리적 장소로서의 의미 뿐 아니라 인간의 내면에도 있음을 등장인물들을 통해 보여준다. 불안과 공포, 죄책감과 죄의식, 거짓과 진실 등이다. 이것들은 남이 나에게 심어준 것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 저지른 행동의 결과일 때도 있다. 그 결과로 일어난 상황 때문에 공포와 죄의식에 허우적거리다 점점 빠져나오기 어려워지게 되고 심지어 그 상태가 편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행위가 자발적일지라도 실행으로 옮기는 데에는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을 리 없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스스로 한 행동에 대한 결과이기보다 타인(혹은 시대 상황)에 의해 빠져버린, 또는 어쩔 수 없이(연령에 상관 없이) 끌려간 경우였다.


독자들은 각 등장인물의 상황에 얼마나 공감하느냐에 따라 흥미도가 달라질 것 같다. 평범하게 살고 싶었으나 휴먼북 기준을 만나 혼란스러워진 우식, 딸의 잘못을 숨긴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사과를 팔며 큰 소리로 사과하는 마태공, 거짓과 진실과 반전을 뒤섞은 휴먼북 안에는 안나와 기준과 근배가 있다. 이들의 행동은 스스로의 선택이 맞지만 우식과 기준은 시대적 상황에 의한 피해자이다. 그럼에도 작가는 갇힌 벽장을 나가기 위해서 해야 할 것은 이것이라고 했다.

일단 나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이런 마음을 먹는 게 얼마나 큰일인지를 아는 사람은 안다.


나는 지금 겪고 있는 몹시 답답하고 황당한 상황에 목이 옥죄는 듯하다. 그래서 갇혔다가 나가니 한 10년이 지나 있으면 좋겠다는 소년의 말에 격하게 공감했다. 사기꾼에게 속은 자신이 한심스러워 스스로를 탓해도 몇 달 전으로 되돌아 갈 수 없고 내가 어떤 행동을 취해서 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사기꾼의 행동을 기다리고만 있어야 한다. 이 무슨 저주지 억울하고, 어떤 것도 할 수 없어서 괴롭다. 안나 때문에 갇혀 살았던 기준은 나이가 어리기라도 했지 나는 뭔가. 자책만 하게 된다. 그래도 결국은 잘 될 거라는 지인의 말로 오늘 하루를 보냈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중 관계 레볼루션 - 기술 패권 시대, 변화하는 질서와 한국의 생존 전략
이희옥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APEC의 성공적 개최와 엔비디아의 GPU 26만대 공급 뉴스로 우리나라에도 기회가 온 것 같은 분위기다. 전 정권이 저질러 놓은 것들을 수습하고 AI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인 이 시점에 이재명 대통령이 국가수반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부침을 겪어왔다. 강대국의 눈치를 보면서도 국민들의 역량으로 오늘날 세계 10대 강국의 위치에 올랐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같은 산업 분야는 물론 문화와 정치에 있어서도 세계가 인정하는 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AI로 대표되는 기술 패권 시대에 한국이 헤쳐 나갈 길이 쉽지만은 않다.


<미중 관계 레볼루션>이라는 책을 읽어보니 현 상황을 직시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성균관대 교수(정치외교학과, 경제학과, 공학과) 네 명이 대담한 내용이다. 1장 미국, 무엇을 원하고 어디로 가는가 에서는 MAGA현상의 정체와 트럼프의 대외 정책을, 2장 미중 경쟁,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 구도 속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입장을, 3장 한국, 생존할 것인가 도태될 것인가 에서는 한국이 기술 주권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4장 길 없는 길 위에서 살아남기 에서는 앞으로 우리나라의 기술 산업 분야의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참 바쁘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생업에 종사하다가도 대통령이 잘못하면 길 위에서 구호를 외치고, 잘 시간에 계엄령 선포 소식에 국회로 뛰어가고, 새로운 정보나 상품은 발 빠르게 체험하고 분석, 비판한다. 이 책은 그런 대한민국 국민이 읽기에 딱 맞다. 미국이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는 평가가 있다.


이 책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통해 AI시대에도 그들은 패권을 놓지 않으려 한다고 말한다. 너무나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AI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고 그를 위해 국제 공동 규범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었다. 그러나 올 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 3AI 행동 정상 회의에 참석한 미국의 밴스 부통령은 AI규제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미국에게는 지금 AI규제보다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는 AI를 국가적 수익과 이익을 위한 전략적 도구로 삼을 것이다.”


지난 7월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의 보고서에서 재천명했는데, 이는 미국이 AI 생태계를 구축할 테니 다른 나라들은 그 생태계 안으로 들어오라는 뜻이다. 기존 NATOG7 같은 안보 동맹을 AI동맹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이다. 미국의 AI질서에 들어오거나 독자 노선을 택하거나, 만일 후자를 선택하면 기술이나 데이터 접근이 제한될 수 있다. 우리나라 AI분야는 이미 미국에 깊이 엮여있는 상태이다. 앞으로 AI 안전 규제 관련하여 미국과 반대인 EU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나갈 것인지가 숙제다.


이 책은 기술 패권 시대에 한국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GPT를 자유롭게 이용하는 평범한 한국인일 뿐이지만 AI시대를 대비하는 중국과 미국의 상황을 읽으면서 걱정이 늘었다. 그나마 이런 좋은 책을 소개할 수 있어 다행이다.


책에서는 국가적으로 할 일을 이렇게 정리했다.


기후 위기 대응 차원에서의 인공지능 인프라 지속 가능성, 특히 원자력이나 신재생 에너지 등 탈탄소 기반의 지속 가능성 가이드라인을 먼저 제시해 해당 의제를 선점하고, 역내 국가 간 공통된 안보의 틀 안에서 가능한 기술 협력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이렇게 당부했다.


앞으로는 원하든 원치 않든 AI와 같이 살아야 하는데요, AI가 본인의 삶 속으로 들어오게끔 마음의 문을 여시되 지적 활동을 AI에 전부 외주를 주지는 마십시오. 자신의 지식과 지적 능력을 믿으시고, AI좋은 동반자혹은 툴 정도로 활용하시면 좋겠습니다. 세계 질서가 지금까지와는 달라질 가능성에 대비하시고, 특히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질서의 개편이 한국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시며 미래 계획을 세우시면 좋겠습니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머리에 콕 입에 착 붙는 어휘 스도쿠 : 우리말 신나는 공부 게임
맹지현 기획, 배은영 지음, 안 뉴 그림 / 메가스터디북스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머리에 콕 입에 착 붙는 어휘 스도쿠 우리말>은 재미있게 익힐 수 있는 우리말 책입니다. 초등학생이 꼭 알아야 할 우리말 100개를 상황에 맞게 만화로 구성했으며 스도쿠로 익힐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구성을 살펴볼까요하나의 어휘를 두 바닥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


⇑ 왼쪽에는 단어가 쓰이는 상황을 만화로 표현했고 아래에는 뜻과 상황, 비슷한 말을 설명합니다. 비슷한 말에는 우리말 뿐 아니라 관용어, 고사성어, 속담 등 다양한 어휘를 배웁니다.


⇑ 오른쪽은 스도쿠로 익히기 말 속에서 써보기글 속에서 유추하기’ ‘내용에서 유추하기’ ‘글 속에서 써먹기로 복습합니다.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요?

100개의 단어를 배우는 책이므로 한 번에 다 읽는 것보다 나눠서 읽으면 좋습니다. 저학년의 경우 하루 하나씩, 중학년은 2~3, 고학년은 5개씩 공부하면 됩니다. 이런 책은 익힌 단어를 생활에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아이에게 책을 던져주고 공부하라고 하는 것보다 부모가 함께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일주일동안 배운 낱말로 퀴즈나 스피드 게임을 하며 복습하거나 일기를 쓸 때 한 두 개 정도를 넣어서 쓰도록 하면 좋습니다. 일기에 넣기 힘들어한다면 한 두 단어를 넣어 문장 만들기를 해도 됩니다. 문장 만들기를 어려워하면 글 속에서 유추하기글 속에서 써먹기에 있는 문장을 베껴 쓰면 됩니다.


아이와 함께 게임하고 문장 쓰기를 하다보면 부모도 어휘력이 향상될 것입니다. 이 책에 나온 100개 중에 어른도 몰랐던 단어들이 있을 겁니다. 저도 안다미로와 건들장마, 두남두다는 처음 보는 단어였습니다. 죽을 때까지 배워야한다는 말이 맞네요.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학은 결말을 바꾼다 - 삶의 무의미를 견디는 연습 철학은 바꾼다
서동욱 지음 / 김영사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철학도 유행이 있는 건지, 아니다 철학자 좋아하는 것도 유행이 있는지, 니체 책이나 어록이 오래 유행했는데 최근엔 쇼펜하우어가 어땠다더라는 책 제목을 필두로 쇼펜하우어 바람이 불었다. 기실 철학 전공자가 아닌 다음에야 철학자가 했다는 말은 한 번 듣고 흘리기 쉽고 무슨 뜻인지도 정확하게 모른다. 따져 새기기에 일반인은 어렵다. 그런데 철학이 유행가 같을 때가 있다. 지금 내게 닥친 현실과 딱 맞아떨어지는 가사를 들으면 격하게 고개를 주억거리다 못해 눈물을 흘리기까지 한다. 노래와 철학을 같은 선상에 놓을 순 없겠으나 누군가에게는 이 둘 모두가 무관심한 대상이다가도 자신이 겪고 있는 상황과 맞으면 몹시 가깝게 느끼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 노래만 계속 듣는 것처럼 그 철학자의 책을 찾아 읽게 된다.


서동욱 철학자의 신간 <철학은 결말을 바꾼다>를 가제본 서평단 자격으로 받아 읽었다. 43편의 글들이 읽기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내가 최근 고민하는 것에 대한 내용에서 공감하며 읽었다. 이렇게 많은 철학자와 책 제목, 예술 작품을 언급하는 책일 경우 독자는 어쩔 수 없이 자신에게 맞는 것(현 관심사나 고민)만 취하게 된다. 그래도 읽을 게 적지 않다. 예를 들면, 2부의 여덟 번째 글 사랑과 질투에 언급된 책은 5권이고 그 중 철학서는 스피노자의 <에티카>이다.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도 언급했다.(다른 글에 비하면 적은 편) 그 파트에 인용된 책들을 다 읽어야 하는 건 아니다. 저자가 철학을 여러 작품들과 연결해 독자에게 사랑과 질투를 잘 전달하려고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고 우리는 덕분에 그 화두에 대해 색다르게 생각해볼 기회를 가지게 된다. 연결되는 여러 작품들을 소개받는 것은 덤이고 그 책들을 찾아 읽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다행이 인용된 작품의 주석이 첨부되어 있어서 일일이 찾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이런 책은 호불호가 있다. 너무 많은 정보가 담긴 책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이나 철학자를 많이 다루면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 삶에서 만나는 여러 문제들을 두루두루 짚으면서 그에 맞는 철학으로 연결해 주는 것을 좋아한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이렇게 많은 철학자와 작품을 다루는 책은 목차를 보고 자신의 관심사를 먼저 읽으면 좋다. 그런데 끌리지 않는 제목의 페이지를 펼쳤다가 의외의 수확을 하게 되기도 하므로 천천히 두고두고 읽기 좋다.


사랑과 질투편으로 다시 돌아가 본다. 사랑이고 질투고 그런 감정이 내게 언제 있었나 싶을 정도로 까마득하여 사실 심드렁하게 읽었다. 후반부에 이르러 사랑 속에서 죽는 일을 숭고하고 선한 일로 여길지도 모른다자신에게 닥치는 손실에 대한 모든 계산을 넘어선 것, 한마디로, 죽어도 좋은 것에서 나는 사랑은 역시 힘들고도 어려운 것이라 생각했다. 각자의 가치관과 경험에 따라 지극히 다른 일이겠지만 나는 사랑하는 자식을 위해서 죽을 수 있다. 책에서는 이성과의 사랑에 한정해서 이야기했기 때문에 나는 모든 걸 바쳐 (자식 빼고)누군가를 죽을 만큼 사랑한 적이 있었나 생각해보니...


얼마 전 보았던 애니메이션 <LOST&FOUND>가 떠올랐다. 공룡은 사랑하는 친구(혹은 연인, 어쩌면 자식) 여우를 위해 자신이 사라지더라도(인간에겐 죽음에 해당) 그를 구하려고 했다. 털실로 만들어진 공룡은 물에 빠진 여우를 구하기 위해 뛰어가는데 그 동안 실이 다 풀려 버리고 몸 속의 솜도 모두 터져 나왔다. 7분이 채 되지 않는 그 애니매이션을 보며 가슴이 찡했고 요즘 저런 사랑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사랑과 질투의 마지막 줄, 자신에게 닥치는 손실에 대한 모든 계산을 넘어선 것을 읽다가 공룡 인형의 실이 다 풀려 그 끝이 여우에게 가닿는 장면이 오버랩 되었다.


1권태를 여행으로 극복해 볼까에서는 그동안 내가 했던 관광을 여행이라 불렀다는 게 낯부끄러웠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치부를 들킨 것 같아 얼굴이 심하게 달아올랐다. 저자는 하이데거의 <기술에 대한 물음>을 인용하여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는 미지의 영역을 향해 여행한다기보다는 이윤을 계산해 개발에 뛰어든 관광청과 관광사의 사업장을 구경하는 셈이다.”


, 지난 달 장가계 패키지 여행을 다니며 들었던 내 생각이 정확한 문장으로 적혀있었다. 또한 내가 여행 때마다 하던 짓 역시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한마디로 여행자는 장소만 이동했을 뿐 늘 영위하던 일상을 거의 그대로 가져가는 셈이다. 애초에 여행에서 기대했던 것 가운데 한 가지는 무엇인가? 권태로부터의 탈출이다. 보통 우리가 관광이라고 일컫는 여행은 어떤 점에선 이 일상을 가능한 한 많이 여행 가방 안에 싸 가지고 다니는 여행이다.”


그간 나는 여행 가방을 싸면서 여행지에서 한 치의 불편함도 허용할 수 없다는 의지를 불태웠는데 딱 내 얘기가 아닌가! 장가계 여행에서 제공한 식사는 우리나라 식당에서 먹는 것과 다를 바 없었으며 가이드는 여행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전전긍긍하는 것처럼 보였다. 남이 해주는 밥을 먹고, 내가 어지럽힌 것을 청소하지 않으며, 기암괴석을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로 불편함 없이 오르내렸다. 그 대가로 물품을 구매해야 했다. 구매를 강요하지 않았지만 기이한 좌불안석에서 눈치를 보아야 했다.


글의 마지막에 저자는 미셸 트루니에의 인터뷰를 인용했는데 또 나였다.

관광객(또는 나쁜 여행자)은 그에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출발 시와 마찬가지로 그대로 되돌아옵니다. 반대로 훌륭한 여행자는 여행으로 인해 다른 모습으로 변모됩니다. 그는 여행 동안 고생을 하고 배워서 풍요해집니다.”


나는 나쁜 여행자다. 소비만 했을 뿐 풍요로워지지 않았다. 그동안 편리하다는 장점에 눈멀어 패키지 여행만 다녔던 어리석고 나쁜 여행자였다. 이번 장가계 여행 후에 들었던 허무함이 바로 이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행에서 돌아와 찜찜했던 이유를 몰라 어리둥절했고, 나이를 먹으면 경험한 것에서만큼은 능숙해질 줄 알았으나 늘 시행착오라는 제자리를 맴돌 뿐이고, 인문학 공부를 하겠다며 책을 그렇게 읽어도 삶을 한 톨도 변화시키지 못했다. 이 책은 내 밑바닥과 가식을 드러나게 했다. 2경험이 삶의 스승이다에서 처절하게 확인했다. 저자는 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인용하여 경험의 필수성을, 가다머의 <진리와 방법>으로는 경험은 우리가 어떤 유한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해준다고 했다. 경험에서 배우지 못하고 유사한 실수를 또 저지른 나 자신이 한심스러웠다자신의 유한성 앞에서 겸손의 지혜와 극복의 의지를 배우게 된다고 했는데 절로 고개 숙여졌다. 경험으로 겸허를 배우지 못했으니 부끄럽다. 삶을 바꾸는 생각은 실패한 경험에서 오는 것 같다


이 책의 부제가 삶의 무의미를 건너는 법인데 나에게는 너의 민낯을 보는 법이 되었다. 모두에서 이 책은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고 썼다. 나는 이 책이 읽기 쉽지 않았으나 부끄러운 내 모습을 까발려주어서 좋았다. 이 무슨 SM성향인가 싶겠지만 이렇게 날 부끄럽게 한 책은 없었기도 하거니와 내가 긴가민가하거나 인지하지 못했던 것까지 콕콕 짚어주었다. 등짝을 후려칠 죽비가 필요할 때마다 이 책을 꺼내 읽어야겠다.


그리고 하나 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읽기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동안 숱한 글이나 문학에서 인용되어 온 작품이지만 읽기를 시도하기엔 겁을 주는 멘트들이 적지 않아서 미루고 있었다. 그런데 저자가 자주 인용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일부들을 읽으며 원 도서의 맛을 알고 싶다는 생각이 슬슬 피어올랐다. 이 책의 수많은 각주 중 내가 픽한 책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