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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사람 중에 가장 축복받은
박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1월
평점 :

“사람에겐 누구나 나가고 싶은 자기만의 벽장이 있다.” - p.90
벽장에 갇혀있다면 탈출이 목표다. 강제로 갇혔다면 그러할 것이다. 그럼 나가고 싶지 않을 수도 있을까? 계속 갇혀 있길 원한다면? 박지영 작가의 신작 <저주받은 사람 중에 가장 축복받은>은 갇힌 사람들의 이야기다. 1983년 벽장 속에 갇혔던 소년 조기준과 팬데믹 상황에서 격리된 우식의 이야기가 두 축으로 진행된다. 우식의 동료 마태공, 기준을 가둔 여자 안나도 다른 의미의 벽장에 갇혀 있긴 마찬가지다.
작가는 ‘벽장’이 물리적 장소로서의 의미 뿐 아니라 인간의 내면에도 있음을 등장인물들을 통해 보여준다. 불안과 공포, 죄책감과 죄의식, 거짓과 진실 등이다. 이것들은 남이 나에게 심어준 것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 저지른 행동의 결과일 때도 있다. 그 결과로 일어난 상황 때문에 공포와 죄의식에 허우적거리다 점점 빠져나오기 어려워지게 되고 심지어 그 상태가 편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행위가 자발적일지라도 실행으로 옮기는 데에는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을 리 없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스스로 한 행동에 대한 결과이기보다 타인(혹은 시대 상황)에 의해 빠져버린, 또는 어쩔 수 없이(연령에 상관 없이) 끌려간 경우였다.
독자들은 각 등장인물의 상황에 얼마나 공감하느냐에 따라 흥미도가 달라질 것 같다. 평범하게 살고 싶었으나 휴먼북 기준을 만나 혼란스러워진 우식, 딸의 잘못을 숨긴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사과를 팔며 큰 소리로 사과하는 마태공, 거짓과 진실과 반전을 뒤섞은 휴먼북 안에는 안나와 기준과 근배가 있다. 이들의 행동은 스스로의 선택이 맞지만 우식과 기준은 시대적 상황에 의한 피해자이다. 그럼에도 작가는 갇힌 벽장을 나가기 위해서 해야 할 것은 이것이라고 했다.
‘일단 나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이런 마음을 먹는 게 얼마나 큰일인지를 아는 사람은 안다.
나는 지금 겪고 있는 몹시 답답하고 황당한 상황에 목이 옥죄는 듯하다. 그래서 갇혔다가 나가니 한 10년이 지나 있으면 좋겠다는 소년의 말에 격하게 공감했다. 사기꾼에게 속은 자신이 한심스러워 스스로를 탓해도 몇 달 전으로 되돌아 갈 수 없고 내가 어떤 행동을 취해서 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사기꾼의 행동을 기다리고만 있어야 한다. 이 무슨 저주지 억울하고, 어떤 것도 할 수 없어서 괴롭다. 안나 때문에 갇혀 살았던 기준은 나이가 어리기라도 했지 나는 뭔가. 자책만 하게 된다. 그래도 결국은 잘 될 거라는 지인의 말로 오늘 하루를 보냈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