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방은 빛을 쫓지 않는다 - 대낮의 인간은 잘 모르는 한밤의 생태학
팀 블랙번 지음, 한시아 옮김 / 김영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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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생물학과 교수이자 생태학자 팀 블랙번은 책 <나방은 빛을 쫓지 않는다>에서 나방이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한국독자들이 알길 바란다고 했다. 나는 충분히 설득당했다. 우리는 보통 어떤 대상에 대해 잘 모를 때 두려움을 느낀다. 그럴 땐 외면하면 편하다. 세상 살며 자신의 관심사에만 몰두하기도 얼마나 바쁜데.


<나방은 빛을 쫓지 않는다>는 나방이나 곤충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곤충을 공부하고 싶은 학생, 생물학 혹은 생태학 전공자들에게 환영받을 책이다. 이 책은 코로나 팬데믹 동안 저자가 아내에게 생일선물로 받은 나방 덫이 왜 보석상자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담았다. 나방 덫 안에 들어온 나방들을 들여다보며 연구한 것은 나방은 물론 나아가 지구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 인간과의 연관성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이 작은 생명체에 주의를 기울일 때 그들의 상호 관계, 더 넒은 생명 그물과의 연결 고리 그리고 생명에 관한 더 큰 진실이 우리 눈 앞에 조금씩 드러난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또한 자연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 영겁의 시간과 대륙의 작용이 얽힌 결과를 나방 덫에 들어온 나방의 종류로 알 수 있다고 했다.


나는 학창시절에 과학 중에서 물리는 싫어했고 생물은 좋아했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서는 뇌과학 책만 읽어왔다. 최근 최재천 교수님의 유튜브를 즐겨 보면서 생물학에 다시 관심이 생겨 이 책의 서평단에 신청하게 되었다. 이 책에는 수많은 나방 이름이 나오며 주로 영국을 비롯 유럽과 대서양 건너 아메리카 대륙의 나방들 이름이다. ‘한국이란 명칭이 들어간 나방이 런던에서도 발견되어 언급되기도 했다.


책에 실린 나방 사진들을 보니 난 정말 나방 무식자였다. 나방의 이름이고 모습이고 죄다 처음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생물이 얼마나 일천한가 말이다. 나방 이름 하나 안다고 해서 뭐 그리 당신 삶에 영향이 있느냐고 물을 수 있다. 그러나 꿀벌 수의 감소로 식물의 수분이 어려워지고 이것이 인류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식물의 수분을 벌이나 나비만 한다고 알고 있었다니 얼마나 한정적인 지식인가. 이 책을 읽고 나방이 수분을 해주어야만 하는 식물도 있다는 것과 이 조그맣고(, 물론 큰 나방도 있지만) 짧은 수명을 가진 생명체가 지구에서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가 나방의 생태를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을 인용한다.

 

p.409

인류는 끝없는 놀라움과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자연을 갉아먹고 있다. 우리는 이미 그것을 알고 있다. 물론 모든 것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개체군, 군집, 종의 흐름을 주도하는 과정에 대한 인간의 개입은 결국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낼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패배를 맛보게 되는 건 과연 누구일까? 답을 미리 말해주자면, 우리 인간일 것이다


p.426

나는 자연을 돕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우리 자신이 동물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우리는 다른 종과 같지 않다. 어떤 종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종과 공통점이 많다. 우리 역시 에너지를 얻기 위해 소비해야만 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 그리고 우리가 소비하면 다른 종은 서식지와 자원을 얻지 못하므로 우리 또한 생태계의 경쟁자다. 생태학은 소비와 경쟁의 결과를 알려준다. 자연을 돕고 싶다면, 소비하는 서식지의 면적을 줄이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자연을 돕고 싶다면 무엇보다 에너지 소모를 줄여라. 소비를 줄여야 한다.


p.431

우리가 나방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건강한 환경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소비와 파괴의 순환, 그리고 현재 인류 생태계에 내재하는 모든 부당한 것이 불가피하지 않다는 점 또한 인지해야만 한다. 그것이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믿게 만든 이들을 뛰어넘기 위해 우리는 함께 노력해야 한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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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박완서다 - 대한민국 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소설이 된 사람 나는 누구다
이경식 지음 / 일송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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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일송북의 한국인물 500인 시리즈의 하나인 <나는 박완서다>는 이경식 작가가 박완서가 되어 쓴 글이다. 책에서 작가는 자평전이라고 표현했는데, 자신이 박완서 문학으로는 학위 논문을 쓴 단 한명이기 때문에 자부심이 있는 듯하다. 이경식 저자가 박완서가 되어 1인칭으로 서술한 이 책은 5장으로 나누었고 각 장에 박완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제목을 붙였다.


1장 나는 양반이다2장 나는 역사다 에서는 황해도 개풍에서 출생한 시점부터 시작해 서울로 이주하여 결혼하여 작가가 되었고 아들을 먼저 보낸 시점까지를 다루었다. 3장 나는 아줌마다 는 아줌마의 긍정적인 정체성에 초점을 맞추었고, 4장 나는 중산층이다 에서는 중산층을 어머니가 서울에 사대문 안에 들어가서 살려고 애를 쓰며 상것과 구분 짓던 태도에서 기인했다고 보았다. 그러나 물질적인 정도보다는 부끄러움을 아는 양심 있는 정신적 태도를 강조했다. 5장 나는 소설가다 에서는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려주시던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이야기꾼 기질이 소설가로 만들었고 자신의 인생 자체가 소설이라고 했다.


이경식 작가는 박완서의 인생과 작품 세계 전반을 다루면서 박완서 작가의 목소리로 서술하는 것에 신뢰성을 부여하기 위해 작품의 일부나 다른 작가들이 박완서에 대해 쓴 책의 문구를 그대로 인용했다. 박완서 작가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그의 문학 세계를 점검하고 정리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박완서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1990년 문학평론가 정효구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


제가 중산층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에는 언제나 승복합니다. (……) 그러나 제가 중산층적 한계를 지녔다고 사람들이 매도할 때에는 좀 듣기 싫어요. 작가는 자기가 가장 잘 아는 것밖에 쓸 수 없고, 제게 있어서 소설이란 뭔가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저리고 아프면서 끓어오를 때 써지니 참 곤란하고 어렵네요. 저는 자신이 골수 중산층이라는 걸 잘 아아요. 어린 나이에 극빈에 가까운 빈곤 생활을 체험하고서도 골수 중산층이 된 것은 저를 키운 어머니에게 중산층 의식, 그 당시로 보자면 양반 의식 같은 것이 박혀 있었기 때문인가봐요. (……) 그렇기 때문에 전 중산층의 허위의식을 잘 알고 있으며, 그것을 비판하고 지적하는 데에 나름대로 적극적이지요. 이렇게 자인도 하고 변명도 합니다만, 저의 작업 또한 그 위치에서 얼마간의 의의가 있다고 봐주세요.


※ 양혜원의 <박완서 마흔에 시작한 글쓰기> 인용


트라우마는 살아남은 사람의 고통이다. (……) 트라우마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귀를 찾으며, 그 들음을 통해서 나의 트라우마는 타인의 트라우마와 연결된다. (……) 박완서에게 전쟁 경험은 증언에 대한 의무와 그 경험을 들어줄 귀를 찾는 절박함이 뒤섞인 가운데 생에 내내 반복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 트라우마 생존자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다질 뿐만 아니라,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그들에게는 생존의 길이 되기도 한다. 즉 내가 살아남아서 반드시 이것을 증언하겠다는 욕구가 생존의 길이 되기도 한다. 즉 내가 살아남아서 반드시 이것을 증언하겠다는 욕구가 생존의 이유가 되고, 또한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경험을 증언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나는 박완서 작가님의 글을 좋아한다. 몇 년 전에는 작가님 작품 중에 안 읽은 것을 다 찾아 읽으려는 시도를 했는데 실패했고 다시 재개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버렸다. <나는 박완서다>의 서평단 신청글을 보자 마음이 두근거렸다. 이렇게 작가님의 작품을 연구한 책을 읽으니 반갑고 안 읽은 책의 제목을 보니 다시 전작 읽기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김윤식 선생의 <내가 읽은 박완서>와 양혜원 작가의 <박완서 마흔에 시작한 글쓰기>도 사들여놓고 뒷전으로 미뤄놓았었다. 이 책속에 언급된 두 책의 제목을 보니 도둑이 제발 저리 듯 뜨끔뜨끔했다. 하긴 미뤄둔 책이 어디 저 두 권뿐이랴. 서평단 신청 중단하고 책 그만 사들이고, 안 읽은 책만 읽어도 몇 년은 읽을 수 있을 만큼 쌓여있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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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공부가 쉬워지는 그림책 수업
그림책사랑교사모임 지음 / 샘터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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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공부가 쉬워지는 그림책 수업>그림책사랑교사모임의 선생님들이 함께 만든 책이다. 그림책으로 수업하고 학급을 운영하는 교사들의 노하우가 담겨있는 책이라서 독서지도교사나 학부모들이 참고하기 좋다. 평소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어떻게 질문하면 좋을지 고민해본 양육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책의 구성을 살펴보자




주제를 6개로 구분한 각 장에는 다섯 권의 대표 도서를 내세웠다1장 나와 친구, 이웃의 마음을 헤아려요 의 첫 번째 주제는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해져요!’이고 책은 <스마트폰을 공짜로 드립니다>이다. 간단한 줄거리에 이어 함께 생각해요에서는 스마트폰 중독에 대해 다룬 후 내용 확인 문제가 나온다




사고력을 높여요에서는 사고력을 확장할 수 있는 발문과 경험적, 적용적 발문 및 스마트폰 사용 시간 제한에 대해 토론해 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알차게 책 한 권을 읽고 이야기 나누고 글쓰기까지 한다면 정말 알찬 책읽기가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선정한 그림책이 다 좋았지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동물을 다룬 2장 가족 같은 친구, 동물들의 입장을 상상해요 이다. 반려동물과 동물원, 동물 복지, 나아가 동물권까지 다루고 있어서 반려동물을 많이 키우고 있는 아이들이 재미있게 수업할 수 있는 주제다.

 

서른 개 꼭지에서 서른 권을 다뤘으니 일주일에 한 번씩 알찬 독서수업을 한다면 8개월은 거뜬하다. 각 꼭지의 마지막엔 더 읽어봐요에 세 권을 추가로 소개하고 있으므로 확장독서로 나아가기도 좋고 그림책 수업 1년간 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동안 그림책으로 아이들과 만나왔기 때문에 아는 책이 많을 줄 알았는데 거의 없어서 놀랐다. 역시 책의 세계란 무궁무진하다. 또 예전에는 이렇게 그림책을 다루는 경우 외국 그림책이 많았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 그림책이 더 많아서 반가웠다. 렇게 다양한 책들을 소개해준 그림책사랑교사모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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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위로 - 모국어는 나를 키웠고 외국어는 나를 해방시켰다
곽미성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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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나는 외국에서 사는 사람들이 쓴 글을 좋아한다. 올 해에 베네수엘라, 스위스, 독일, 칠레, 프랑스에 사는 한국인이 쓴 책을 읽었다. 외국에 살며 그 나라 언어에 점점 동화되어 가는 글을 읽으면 나도 같이 뿌듯해진다. 그 과정 속에서 겪는 어려움, 놀람, 재미, 위안 등의 감정을 같이 느끼는 것도 좋다. 이방인이라는 한계도 있지만 그 역시 받아들일 밖에...


<언어의 위로>는 프랑스어를 20년 넘게 쓰면서 한국어 에세이를 꾸준히 출간해온 곽미성 작가의 신간이다. 그의 책은 이번이 처음인 줄 알았는데 책을 읽다보니 소설 <파노라마>를 번역했다는 것을 알았다. 10월에 <파노라마>를 읽고 서평을 썼는데 가독성이 좋았던 기억이 났다. 그 책은 소설인데도 형사가 사건을 브리핑하는 것 같았는데 번역의 스타일도 한 몫한 것 같다. 곽미성 작가는 프랑스 각계 각층의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뉴스를 만드는 일을 했다. 그 경험이 소설 번역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게 아닐까 싶다. 작가는 영화를 배우려고 프랑스로 유학을 갔고 지금은 번역과 에세이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언어의 위로> 1부는 낯선 프랑스어를 생존언어로 삼았을 때 벌어지는 경험들을, 2부에서는 프랑스어가 작가의 인생 전반에 스며들었던 순간들을 만날 수 있다.


나는 학창 시절에는 시험을 위한 교과목으로서 영어를 배웠고, 성인이 되어선 외국어를 배운 적도 외국 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 나 같은 사람들은 모국어의 소중함이나 고마움을 느낄 길이 없다. 물론 별 불편함도 없지만.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우리도 이제 모국어로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읽는다며 으스댈 수 있게 되었다는 소릴 들었다. 모국어만 쓸 줄 아는 뭔가 능력 없어 뵈는 사람이었다가 갑자기 노벨문학상 보유국으로 격상된 게 아닌가. 하지만 태어난 곳에서 모국어만 쓰며 죽을 때 까지 사는 것보단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다. 이젠 거의 실현불가이므로 이런 책으로 간접경험하며 대리만족 할 수밖에 없다.


작가가 프랑스어를 배우는 경험들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프랑스의 문화나 사람들의 태도, 그로 인해 드러나는 언어의 뉘앙스를 알 수 있었다. 나는 프랑스에 한 번도 못 가봤지만 다양한 매체를 통해 프랑스인들이 자국어와 문화에 대해 자긍심이 강하다는 것을 많이 들었다. 또 식사 시간 동안 토론에 버금가는 대화를 많이 하며 비판적이라고. 이 책에 나의 선입견과 유사한 사례들이 꽤 나와서 흥미롭게 읽었다. 작가가 프랑스인은 투덜이라고 표현하며 든 사례는 꽤 공감이 되었다. 작가가 그 상황에서 시니컬한 맞장구를 치기도 하는데 재미있다.


작가가 이젠 거의 프랑스인 다 된 것 같은 사례가 있었다. 작가는 프랑스인 남편과 자주 다투는 편이라고 한다. 사이좋게 대화하다가도 한 사람이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하며 다른 의견을 내놓으면 그 때부터 점화가 된다. 아이를 안 낳기로 결정한 건 잘 한 일이라고 말하던 부부는, ‘아이가 있다면의 주제로 넘어가면 둘의 의견 차 때문에 대화가 점점 격해진다. 학교 문제로 대립하다가 내가 너 그럴 줄 알았다며 평소 마음에 안 들어 하던 부분이나 서로의 어린 시절까지 들추기에 이른다. 한 명이 어쨌든 아이는 없으니 이제 그만 얘기하자.”고 하면 겨우 끝난다고.


1부도 좋았지만 나는 2부 내용에 공감이 많이 되었다. 8개의 꼭지에는 프랑스어로 된 한 문장과 그에 관한 에피소드를 실었다. 오랫동안 주치의였던 의사 선생님이 은퇴하며 헤어지게 되는 이야기에서는 까칠하기만 할 것 같은 프랑스 사람 중에 저렇게 정 많은 사람도 있구나 했다. 그와 함께 프랑스의 주치의 시스템도 알게 되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프랑스인의 이미지는 수다스럽고 과장되다는 것인데 내가 잘못 알고 있었다. ‘쎄빠말’(나쁘지 않네)를 다룬 꼭지에서는, ‘거참, 그 사람들...’이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작가도 처음엔 프랑스인의 말투에 상처도 받았지만 이젠 적절하게 끊거나 대응할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샤캉 쉐르쉬 쏭 샤’(각자 자기의 고양이를 찾아 다닌다)에서는 영화를 배운 작가가 영화 일을 하지 않게 된 사연을 풀어냈다. 작가는 자신의 고양이를 찾은 것 같다. 작가는 영화를 전공하러 왔다가 글로 밥벌어 먹고 살게 되었다. 2021년 공쿠르상을 받은 작가 모하메드 움브가르 사르의 글에서 공감한 내용을 인용하며 이렇게 썼다.


"각자 자신의 고양이를 찾아다닌다. 가느다란 선 위를 걷는 아슬아슬한 마음으로, 어쩌면 '그럴 수 있다'는 가느다란 희망을 품고서. 어느 길모퉁이에 다다르면 고양이가 나를 향해 달려오는지, 고양이는 사실 어디에도 없었던 건지, 실은 그것을 찾아다닌 모든 여정 속에 고양이가 있었는지, 그건 그때 가서 보는 수밖에."


젊은 사람들이 말했을 때나 어울릴법한 말이 내게도 적용되는지 잠시 갸웃했다. 이 나이 먹도록 나는 아직 고양이를 찾아다니는 건가. 100세 시대니 아직 좀 더 찾아다녀도 되는 걸까? 무튼 샤캉 쉐르쉬 쏭 샤를 계속 소리내어보면 동글동글한 듯 끊기는 듯 묘한 매력이 있다.


한국에서 프랑스로 돌아가는 길, 에필로그에서는 프랑스에서 치열하게 살며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쓰지만 모국어의 포근함은 모국어에서만 느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모국어의 무게로 가방이 무거워질수록 국경을 넘는 이민자의 마음은 든든하다. 이방인의 처지가 서러워 잠들지 못하는 밤이 오면, 이 책들을 꺼내 떠나온 곳의 사람들이 지어놓은 아름다움을 더듬고, 마음을 덥힐 것이다.


이 책으로 곽미성 작가 글의 매력에 빠졌다. 단단하면서 부드럽고 웃음짓게 만드는 글이었다. 작가의 다른 책들 찾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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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구는 이웃들을 기다린다 책이 좋아 3단계
이선주 지음, 국민지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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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태구입니다.


우리 가족은 한화 열혈 팬인 아빠와 욕쟁이 할머니와 저, 이렇게 셋입니다. 오래된 복도식 아파트에 살아요. 요즘 정말 신나는, 아니 맛나는 일이 생겼지 뭐에요. 제가 이웃 사람들에 관심이 쫌 많거든요. 얼마 전에 이사 온 101호 할머니가 자꾸 우리 집에 와서 비번을 누르더라구요. 그 할머니를 댁에 모셔다드리기도 하고 할머니가 길을 잃었을 땐 아이들이랑 막 찾으러 다니고 그랬거든요. 그랬더니 101호 아줌마가 고맙다면서 맛있는 거 해주겠다고 놀러 오라시는 거예요. 해모랑 예은이까지 데리고 갔는데 불고기에 소고기가 아주 그냥 그득그득! 야채를 더 많이 넣는 우리 할머니표 불고기랑은 차원이 다르더라구요. 아줌마는 요리 솜씨도 일품인데 손도 커요. 다 맛있지만 아줌마 김밥은 정말 끝내줘요.



아줌마 딸 은비 누나는 16살인데 학교를 안 다닌대요. 탈학교라나 뭐라나... 그런데 집에만 틀어박혀 있고 밖엔 통 나가질 않는다네요, 그건 또 히끼꼬모리라나 뭐라나, 여튼 그런 은비누나 방은 거의 식물원이에요. 누나 방에 들어갔다가 입이 아주 떡 벌어졌다니까요. 은비 누나, 식물 잘 키우는 금손 인정요! , 누나가 밖으로 나오게 된 사건이 있었어요. 그건 지금 말하지 않을게요. 좀 궁금하시라구요. 궁금하신 분은 <태구는 이웃들을 기다린다>를 꼬옥 읽어주세요.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는 우리 아파트에서 기절초풍할 사건이 벌어졌어요. 아파트 복도에 장독대를 만들어 놓은 할머니가 계시거든요. 사람들이 냄새 난다고 싫어하고 계속 민원을 넣어도 이 고집불통 할머니는 장독들을 절대 치우지 않으셨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누군가가 할머니 고추장 항아리 안에다가 오줌을 싼 거에요. 난리난리가 났죠. 범인을 CCTV로 찾아냄 된다구요? 확인 불가였어요. 그런데 제가 의심을 한 인물이 있었는데 바로 우리 아빠에요. 사건이 일어났던 날 밤에 아빠가 아주 고주망태가 돼서 들어왔거든요. 저는 아빠를 유력한 용의자로 꼽았는데, 세상에!! 제가 범인으로 몰린 거예요. 억울해서 죽을 뻔 했어요. 전 아니라니까요! 요 사건의 범인도 궁금하시죠? 역시 책 안 읽곤 못 배기겠죠?


탈 많고 말 많은 건 동네 사람들 뿐만이 아니에요. 저희 집에도 사건이 제법 일어났는데요. 먼저 저희 집 거실에 비둘기가 떡 하니 들어와서 새우깡을 먹었다니까요. 그런데 할머닌 제가 헛 걸 봤대요. 아니거든요. 제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거든요. , 더 큰 사건! 아빠가 할머니랑 나를 데리고 바닷가 횟집으로 갔는데 거기에 어떤 아줌마랑 그 아줌마 아들이 같이 온 거에요. , 새엄마라니... 그럼 우리 졸지에 식구가 다섯 명으로 늘어나는 건데 같이 못 살아요. 우리 아파트 방 두 칸짜리거든요.



저는 친엄마가 보고 싶은지 어쩐지 잘 모르겠어요. 엄마 얼굴 이젠 거의 까먹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들 집에 가서 걔들 엄마를 볼 때, 또 우리 집이나 제 처지에 대해 좋지 않게 말하는 걸 들을 땐 저도 엄마가 보고 싶어요. 할머니도 있고 아빠도 있고 친구도 있지만 엄마가 필요할 때도 있거든요. 맛난 음식 많이 해주고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해주는 101호 아줌마를 보면 우리 엄마도 저럴까, 혹시 우리 엄마가 다른 아이에게 저렇게 하면서 사는 건 아닐까 궁금하기도 해요.


저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아요. 한 집에 사는 사람을 가족이라고 부르면, 같은 동네 사는 사람들은 이웃이라고 부르잖아요? 저는 우리 동네 이웃들이 다 가족 같아요. 천덕꾸러기 취급받는 비둘기까지도요. 사실 비둘기한테까진 관심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저희 집 거실에서 비둘기 만난 후로 밖에서 보이는 비둘기들이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더라구요. 얼마 전에 얼굴도 잘 기억이 안 나는 엄마를 봤거든요. 거실에서 만났던 그 비둘기가 떠오르지 뭐에요. 저 엄마 안보고 싶은 줄 알았는데 사실 보고 싶었었나봐요. TV 보다가 무슨 심리학자가 그러던데 이런 게 억압이래요. 방어기제라나 뭐라나... 무튼 이제 비둘기에도 더 관심가져 주려구요


, 제게 새엄마가 생겼냐구요? 것도 되게 궁금하시죠? 꼬옥 책으로 확인하세요.


태구는 이만 이웃들 기다리러 갑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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