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배냥
홍민정 지음, 하민석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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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고양이 해결사 깜냥>의 홍민정 작가가 주니어 김영사에서 신간 <내가 할배냥>을 출간했다. 표지와 제목이 어린이 독자들의 흥미를 끌 만하다. 주인공 아이가 안고 있는 고양이의 나이가 많아서 할배냥인걸까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고양이의 시니컬한 표정은 삽화를 기대하게 만든다.


주인공 건우는 할아버지와 사이가 좋았다. 건우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할아버지는 학교 체육대회에서 하는 손잡고 달리기에 나가고 싶어 했다. 그런데 체육대회를 하기 전에 할아버지는 급작스런 사고로 돌아가셨다. 할아버지 산소에 성묘를 다녀온 후 건우는 할아버지댁 마당에서 낯선 고양이 한 마리를 보게 된다.


며칠 후 체육 대회 날 아침에 그 고양이는 떡 하니 건우네 집 거실에 나타나 자신이 할아버지라고 하는 게 아닌가. 믿기 힘들었지만 믿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고양이가 토끼풀 목걸이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묘갔던 날 건우가 만들었던 목걸이였다. 건우는 할아버지 아니 할배냥과 함께 학교로 갔다. 담임 선생님이 반려동물을 학교에 데리고 오면 안 된다고 했지만 말이다.


건우는 체육대회에서 할배냥과 손잡고 달리기를 할 수 있을까?

고양이와는 같이 달릴 수 없다고 하면 어떡하지?

고양이는 손이 없는데 한쪽 발을 잡고 달려야 하나?


손잡고 달리기 장면이 나오기 전, 아이들과 이 책을 같이 읽는 어른이 먼저 질문을 해보면 좋겠다. 손잡고 달리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본 뒤에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이 책 읽기의 즐거움을 배가시켜주줄 것이다. 이 책은 내용도 쉽고 재미있지만 그림의 비중이 많아서 초등 학년이 읽기에 적당하다. 특히 할배냥의 뚱한 표정과 동글동글한 몸매, 건우의 다채로운 얼굴이 생동감을 살려준다.


어른도 가족의 죽음을 수용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유아나 저학년 어린이는 더하다. 되살아났으면 좋겠고 꿈에서 만나기도 한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지만 산 사람 입장에서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죽은 사람도 꼭 한 번은 다시 돌아와 하고 싶은 말이 있지 않을까?’ 라고.


작가는 귀여운 할배냥을 등장시켜 건우와 할아버지가 같이 하고 싶었던 손잡고 달리기를 하게 해주었다. 이것이 건우가 할아버지를 보내드리는 과정이었던 셈이다. 무거울 수 있는 소재였는데 할아버지를 고양이로 환생시키고 삽화도 재미있게 그려내어 아이들에게 유쾌한 책읽기를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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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시간의 알레고리 - 빛으로 그려진 영원의 시퀀스, 사랑으로 읽는 50개의 명화
원형준 지음 / 날리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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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시간의 알레고리>는 여러 미술 서적의 저자인 원형준 교수의 신작이다. 저자는 이 책의 들어가는 말에서 문화센터 명화감상 강의 정도를 의도했다고 밝혔다. 중세시대부터 바로크, 르네상스 시대를 아우르는 50점의 명화를 10개의 관에 5점씩 배치했다. 저자는 자신이 느꼈던 미술 작품 감상의 즐거움을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명화 감상하러 해외에 갈 수 있을 독자가 얼마나 될까. 마음은 굴뚝같은 이들이 편하게 작품을 보며 도슨트의 해설을 들을 수 있는 이 책을 추천한다.


10개의 관에 입장하기 전 주제와 전시 작품을 먼저 훑어보면 좋겠다. 자신이 좋아하거나 잘 아는 작품이 있다면 먼저 읽길 권한다. 관심사부터 시작해야 쉽고 재미있다. 그런 후에 끌리는 주제나 관심 있었던 작품이 있는 관에 입장하면 된다. 450쪽에 달하는 분량에 50점이나 되는 작품을 단번에 후루룩 보는 것은 비추다. 이런 책은 한 번에 통독하는 것보다 하나하나 곱씹으며 천천히 읽는 것을 추천한다. 정보량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작품 속 상징과 시대적 배경, 화가의 상황에 대한 정보들을 읽으며 전혀 몰랐던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작품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다면 자신이 알고 있었던 것과 비교해 보거나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유관된 다른 서적을 찾아보는 확장독서도 좋다. 책에 첨부한 저자의 참고 문헌을 활용하면 된다. 해외 여행을 가게 된다면 관심 있게 본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에 가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나는 재작년 여름, 프라도 미술관에서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직접 보았는데 그 웅장함에 압도되었다. 평일이었음에도 관람객이 너무 많아서 앞사람 뒤통수에 가려져 공주의 얼굴은 겨우 보였고, 거울에 비친 왕과 왕비의 모습은 거리가 멀어서 흐릿했다. 작품을 자세히 보고 설명을 읽는 것은 오히려 책이 낫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작품 속 인물과 배경을 하나씩 설명해주고, 캔버스 안에 있는 벨라스케스에 대해서도 상세히 알려준다. 그래도 직관의 뿌듯함을 느끼고 싶다면 프라도 미술관에 직접 가면 된다.



나는 미술 감상 관련 서적 읽는 것을 좋아한다. 몰랐던 작품을 소개받는 기쁨이 크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안토니오 다 코레조의 제우스와 이오를 처음 봤다. 그리스 신화의 내용이 작품에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흥미로웠다. 설명을 읽고 다시 보니 이오의 얼굴 가까이에 있는 먹구름이 또렷이 부각되었다. 또 저자는 영화 “3000년의 기다림에서 이 작품과 닮은 장면을 발견했다고 했는데 나도 본 영화인데 장면이 기억나지 않았다. 다시 보면서 한번 찾아보고 싶다.



빈센트 반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에서 최근에 나온 주장,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암시된다는 내용을 읽으며 나는 놀랐다. 나는 그동안 이 유명한 그림을 보면서 테이블에 사람이 앉아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생각이 아니라 사람을 보지 않았다는 말이 더 적절하겠다. 이 그림은 우측의 밤하늘의 푸른 빛에 대비되는 좌측 카페의 노랑 색감에 눈이 팔려 중앙에 흰 옷을 입고 서있는 사람은 보지 못했던 것이다. 미국 미술 연구가의 주장을 읽어보니 그럴듯하긴 한데 과연 고흐가 그런 의미를 두고 그린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서는 영화 때문에 유명해진 내용을 소개하며 미술 작품으로 이야기를 상상하는 즐거움을 알려준다. 프라고나르의 그네는 시대의 풍속을 짚어주는 드라마틱한 내용이라 독자들의 상상력을 더욱 자극한다. 이처럼 이 책은 명화 감상의 즐거움은 물론이고 독자가 평면인 그림 속으로 들어가 삼차원적 세상의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선사한다. 단 독자의 적극성에 따라 만족도는 달라질 것이다.


일주일 간 여러 미술관을 다녀온 기분이다. 두고두고 벗하고 싶은 책이다.



**위 리뷰

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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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사이드 : 인간관계 편 -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12가지 인간관계 처방전
최명기.한석준.이헌주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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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사회 생활하면서 가장 힘든 게 뭐냐고 묻는다면, 많은 이들이 인간관계라고 답할 것이다.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고, 직장인이라면 업무를 배워 숙달되면 쉬워진다. 그러나 인간관계는 시간이 지나도 능숙해지지 않는 것 같다고 하는 이들이 많다.

 

쉽게 상처받고 싶지 않은데, 강력한 멘탈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나만 빼고 남들은 다 잘 사는 것 같다.”

사람들과 잘 소통하고 싶은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가족과 잘 지내는 게 이토록 어려울 수가...”

 

이처럼 누구나 한 번씩 해봤을 법한 생각들에 대한 답을 <지식인사이드:인간관계 편>에서 구할 수 있다. 이 책은 구독자 250만이 넘는 유튜브 채널 지식인사이드중에서 인간관계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정신과 전문의 최명기, 한석준 아나운서, 이헌주 심리상담 전문가의 대화로 구성하였는데, 영상을 활자화 했을 때 시각적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일러스트가 적절하게 추가되었다. 또한 각 장의 마지막에는 인간관계 처방전이라는 꼭지를 두어 요약했으며 각각의 챕터 마지막에도 세 개의 키포인트 문장으로 정리했다.


영상은 빠르게 휘발되기 때문에 한 번 봤던 것이라도 책으로 다시 보면 새로울 것이다. 이 책으로 지식인사이드를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목차를 보고 현재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 먼저 읽고 다른 장들을 읽으면 된다. ‘인간관계 처방전의 요약 내용 중에는 필사하거나 격언처럼 책상 앞에 써붙여 놓고 싶을 문장들도 많으니 다양하게 활용하면 좋다.


나는 서평단 책으로 신청하면서, ‘이 나이에도 인간관계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싶다니 인생을 어떻게 산건지...’ 싶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나이 들어도 계속 공부해야 한다는 말을 뼈저리게 느꼈다. 나의 말하기나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고쳐야 할 것도 배웠다. 이 책은 20대부터 노년층까지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각 장별로 나에게 도움 되었던 것으로 정리했다.


1. 감정이 상처가 되기 전에 해야 하는 것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쓰는 말과 상대의 자존감을 높이는 말이 일맥상통하다

남의 장점을 보고 말해주면 오히려 내가 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그의 장점을 자신도 모르게 따라하게 되니까. 상대의 단점은 아예 보지도 말라!

자존감을 높이고 유지하는 법 - 자신에게 찬밥을 주지 말라!

내게 가장 좋고 나를 가장 사랑할 수 있고 나를 돌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한다.


2. 나를 올바로 세우고 단단하게 만드는 법

혼자서도 당당하게 살아가는 비결

외로움과 허전함에 안에 들어있는 진짜 감정을 알아채고 근본적인 해결로 나아가야 한다.

진짜 나를 찾아가는 법

내 안의 상반된 여러 측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3. 성숙한 어른의 품격 있는 말하기 기술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법 : HOW 화법

상대를 좀 더 깊이 있게 대하는, 상대에게 깊게 들어갈 수 있는 대화

나이 들수록 존경받는 사람들의 표현법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려는 태도, 자신에게나 누구에게나 너그럽고 관대하라!


4. 나를 잃지 않고 관계를 지키는 비결

* 부모와 자녀의 올바른 관계

- 아이의 능력과 성향에 따라 부모가 아이에게 적응해야 한다.

- 부모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 부모는 아이에 대한 욕심을 비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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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
남유하 지음 / 사계절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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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일본의 한 여성이 언니들과 라이프 서클에 가서 조력사 한 내용의 책 <1128, 조력자살>을 읽었다. 말기 암이나 희귀 난치병을 앓는 이들은 고통스런 삶보다는 존엄한 죽음을 원한다. 극한의 고통 속에 있는데도 죽음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려면 머나먼 남의 나라로 가야만 한다. 그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에도 조력사가 공론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유사한 책이 출간되었다.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는 남유하 작가가 말기 암으로 고통 받는 엄마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스위스의 디그니타스로 간 이야기다. ‘디그니타스는 조력사망이 가능한 나라, 스위스에 있는 업체명이다.


아직 안락사와 존엄사, 조력사가 혼재 사용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이 책은 지침서의 역할을 톡톡히 할 책이다. 여기에 선택사라는 용어까지 소개하여 독자들에게 안락사 관련 최신 어휘까지 접하게 해주었다. 나는 조력사망, 조력자살이라는 단어가 실현되는 방식은 수용 가능한데 낱말 자체에 거부감이 일었다. 그런데 선택사는 낱말의 느낌도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도 온전히 수긍할 수 있어서 맘에 들었다.


엄마의 선택을 적극 지원한 딸의 행동력과 기록은 한국~디그니타스 여정을 간접 체험하게 함으로써 어떤 이에게는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우리도 캐나다처럼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집에서 죽음을 맞이할 날이 오길 바라는 독자라면, 존엄사 관련 법의 입법화에 관심을 가질 게 분명하다. 이처럼 이 책은 평소 자신과 아무 상관 없어 보이는 존엄사 문제를 접함으로서 죽음에 대해 고찰할 시간을 가지게 한다.


우리는 시한부로 살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언제 죽을지를 모르므로 자신은 오래오래 살 것이며 질병으로 인한 고통은 없을 거라 여긴다. 이러한 자만은 자신 혹은 가족 중 누군가가 죽을 것 같은 통증을 겪으면 그제야 존엄한 죽음을, 그에 대한 내 권리를 헤아려 보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평소에 죽음을 자주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루하루 살기도 바쁜데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생각해볼 겨를은 없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늘 죽음을 생각해야 한다.


오늘 떠오르는 아침 해를 내일은 보지 못할 수 있다. 올해 축하한 사랑하는 이의 생일을 내년엔 축하해주지 못할 지 누가 아는가. 엄마가 좋아했던 음식을 먹으며 자주 사드리지 못했다는 회한은 엄마 돌아가신 후엔 아무 소용이 없다. 그렇다. 죽음을 생각하며 산다는 것은 순간을 만끽하는 것이고, 사랑을 표현하며 사는 것이다.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는 작가의 엄마 조순복씨가 디그니타스와의 인터뷰에서 “I want to die, I will die!” 라고 강력하게 표현한 의지에 다름 아니다. 책의 제목을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로 정한 이유 또한 엄마의 행복을 위해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 모순 때문일 것이다. 죽음으로 가는 여정이 슬플 수밖에 없지만 작가는 엄마를 향한 무한 사랑을, 아빠와 셋이 함께 한 기쁨을 그렸다. 엄마의 죽음 이후 내용으로는 애도 일기와 1주기에 아빠와 떠난 스위스 여행, 그리고 존엄사를 알리고 법제화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겠다는 의지를 다짐했다. 참으로 먹먹하면서도 알차고 벅찬 내용이었다.


나는 이 책의 구성이 마음에 들었고 앞 부분에서 엄마를 여덟 장의 사진으로 소개한 것이 특히 좋았다. 사진을 첨부하지 않고 작가의 눈으로 본 사진을 설명하며 엄마의 역사를 기술했기에 독자가 상상할 기회를 주었다.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을 따라 조순복씨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다. 독자들도 연세 많은 부모님의 생신을 축하할 때나 돌아가신 후 부모님의 생을 기릴 때 이런 방식을 써보면 어떨까. 자료와 실력 부족으로 책을 내기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는 짧은 일대기로 부담 없이 시도해 볼 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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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쥐 소소 선생 1 - 졸졸 초등학교에서 온 편지 책이 좋아 1단계
송미경 지음, 핸짱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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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도서협찬 #생쥐소소선생 #졸졸초등학교에서온편지 #송미경 #핸짱 #주니어RHK


동화 <생쥐 소소 선생>의 주인공인 소소 선생은 동화작가인데 저런 걱정들 때문에 동화를 쓰지 못한 지 3 년째다. “딩동 놀이 공원” 시리즈를 10권까지 썼는데 더 이상 쓸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 소소 선생에게 편지가 자꾸 온다. 졸졸 초등학교 학생들이 자기 학교에 와주길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의 편지다. 갈까 말까 고민하던 소소 선생은 마침내 가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소심한 소소 선생은 졸졸 초등학교로 가는 길조차 두렵기 그지없다.

어른인 동화작가가 졸졸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만나 위로와 용기를 얻는다는 이야기가 <생쥐 소소 선생>의 줄거리다. 때론 어린이들이 어른보다 단단하고 옹골차다. 그럴 때 어른들은 낯이 화끈거리지만 그들에게서 배워야 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는 일이 잘 안 풀려서 답답하거나, 쉬운 답을 찾지 못해 제자리에서 뱅뱅 도는 것 같은 어른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물론 동화책이니 아이들 손에 먼저 쥐어질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어린이들 중에는 자신도 직접 동화를 써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다. 얼마 살지 않은 인생이지만 그들에게도 삶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살다보면 재미있는 순간은 찾아오고 그런 때를 많이많이 만들어 나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될 것이다. 이 책처럼 작가님과 만나는 즐거운 시간을 기대할 것 같다.

이 책은 시리즈로 나올 예정인데 이번 책이 첫 권이다. 첫 번째 책에서 송미경 작가는 작가로서의 고민을 풀어놓았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고민하고 있던 것을 필두로 더 재미있는 동화를 쓰고 싶다는 의지가 아닐까. 다음 시리즈가 기대되는 이유다.

나는 작가가 아닌데도 서평을 쓸 때마다 힘겹다. 매번 다른 책을 읽고 쓰면서도 비슷비슷한 내용이 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새로운 창작물을 내어야하는 작가들은 얼마나 힘들까. 송미경 작가는 졸졸 초등학교 학생들이 하는 말을 동화에 쓰면서 자신을 다잡았을 것 같다. 평소 어린이들에게서 영감을 얻어 쓴 부분도 있을 것이다. 어른인 나도 공감한 문장들이 많다.

"매일매일이 재미있는 날은 아니거든요. 조금 지루한 날도 있어요.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 매일 있을 순 없다는 걸 아니까 기다릴 수 있어요."

"매일매일 지내다 보면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나잖아요. 그래서 저는 오늘 좀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내일을 기다려요."

🔖어른들에게 발상의 전환을 줄 문장이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고 당차게 외치던 ‘스칼렛 오하라’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오늘이 힘겨웠더라도 내일을 밝게 맞이하자고, 오늘보단 조금 더 나은 나를 만들어 보겠다는 희망을 가지게 한다. 어린이들도 아는 걸 말이다.

"조금 시시할 뿐 또 읽고 싶어지죠. 이미 아는 내용을 읽으면 더 재미있거든요. 처음엔 그냥 지나쳤던 작은 재미들을 발견하기도 해요."

🔖이 문장들은 송미경 작가가 어린이 독자들에게 앞으로 나올 시리즈들을 예쁘게 봐달라는 귀여운 부탁 같았다. 어른 입장에선 클리셰 범벅인 막장드라마 보며 욕하는 자신을 보는 것 같을 것이다. ‘아는 맛이 재미있다’는 국룰아닌가!

"저는 책을 빨리 못 읽어요. 등장인물 이름도 빨리 못 외우고요. 그래서 새로운 책을 읽으면 머리가 지끈거려요. 그런데 작가님 책엔 늘 같은 주인공들이 나오니까 제 머릿속에 아이들 얼굴이 다 들어있어요."

🔖이 역시 작가가 시리즈물의 장점을 어필하는 것 같았다. 다르게는 동화를 읽으면서 내용 파악을 빠르게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괜찮다고, 앞으로 <생쥐 소소 선생> 시리즈는 고정 등장인물들이 많으니 걱정마라고 안심시킨다. 독서에 맛을 잘 못 들이는 어른들에게는 위의 내용과 함께, 천천히 반복해서 읽다보면 맛을 알아가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그동안 받아본 가제본 중에 가장 훌륭했다. 가제본은 흑백인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칼라였다. 핸짱 작가의 그림은 아이들이 홀딱 반할 만큼 귀여웠고 산 속에 있는 졸졸 초등학교의 초록빛이 잘 구현되었다. 게다가 가제본의 종이 질이 이렇게 좋을 일인가? 일반 책의 종이보다 훨씬 두껍고 양질이라서 놀랐다. 본책이라 해도 손색없을 퀄리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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