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천사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4
에드거 월리스 지음, 양원정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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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월리스라는 작가는 이번 책, <공포의 천사>로 처음 만났다. 1875년에 태어나 1932년에 사망했고 20세기 스릴러물 작가 중 가장 다작한 작가이며 킹콩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거의 100여년 전 소설이니 오늘날의 상황이나 관점에 대입한다면 허술한 점이 꽤 있다. 이를테면 대놓고 드러나는 범인의 행각, 백치미 한껏 드러내는 여자 주인공, 그 대척점에 서있는 아름다운 악녀 캐릭터에, 흠을 잡으려면 잡을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정도의 캐릭터와 스토리텔링이었다면 당시에는 꽤 인기있었을 것도 같다. 요즘은 영화든 추리소설이든 예기치 못한 사건 전개와 극적 반전에 노출이 많이 되어있어 이 소설을 심심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 그래도 거의 1세기 전에 쓰여진 소설이니 까방권 한 장 주고, 가독성 좋은 것에 한 장 더 주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물욕에 가득찬 여자가 온갖 흉계를 꾸며 남의 돈을 가로채려는 이야기"라고 하겠다. 이 뼈대에 그녀의 행각들 하나하나를 살로 붙이면 소설이 된다. 그렇게 하면 책을 읽어보려고 마음먹은 사람들에게 심각한 스포일러가 되어 급 관심 추락으로 이어질 것 같아 생략한다. 이 소설은 1세기가 지나 처음 수입 번역된 책이라 어떤 독자는 공감과 감동을 할 수도 있을 것이고 비판을 할 수도 있을 테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층위의 감상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1세기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유효한 논쟁거리에 대해 쓰려고 한다.

 

변호사 잭 글로버가 암살에 대해 이야기하자, 인간에 대한 믿음이 너무나 지나친 순진녀 리디아는 터무니없는 억측이라고 한다. 그러자 잭 글로버는 이렇게 말한다.

p.91

이천년 동안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살인 본능은 여전히 강하죠. 그렇지 않다면 전쟁은 있지도 않았을 겁니다. 냉혹한 살인을 한 번이라도 저지른 사람이 백 번을 저지르지 못할 이유가 없지요.”


잭 글로버의 주장을 오늘날 벌어지는 사건과 동등하게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연쇄살인범들의 살인 이유가 워낙 다양하고, 미국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총기 사건의 경우도 총기규제와 로비집단과의 알력이 기저에 깔려있는 문제라서 단순화 할 수는 없다. 또한 성선설과 성악설의 이분법적 논리에 대입시키기에도 마뜩찮다. 그러나 살인을 한 번 한 후에 두 번, 세 번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실행되는 듯하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연쇄살인 사건을 보아도 그렇고 최근에 일어난 고유정씨의 살인사건을 보면 인간의 잔혹성을 확인하게 된다. 이들은 자신에게 거슬린다 싶은 것은 제거하려 한다. 그것이 사람이더라도 말이다.


이 책의 등장인물 ‘진 브리거랜드’의 경우도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일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가차없이 제거한다.


 

그런 쪽으로는 머리도 비상하게 돌아간다. 인간의 자기합리화가 극대화 되었을 때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아래와 같은 진의 대사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p.164

 “인간을 죽이는 것은 베이컨을 얻기 위해 돼지 목을 베는 것보다 더 잔인할 게 없어요.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는 요리 중에 고의적 살생을 의미하지 않는 것이 어디 있을까요? …… 무언가를 죽이는 행위는 편의의 문제예요. 전쟁이라 부르면 괜찮게 들리고, 살인이라 부르면 끔찍하게 들리는 것처럼 말이에요. 제게 그건 그냥 죽이는 행위일 뿐이에요. 아버지가 누군가를 죽인 것을 들키면 사람들은 아버지를 죽일 거예요. 그리고 그것이 정당한 처사라고 말하겠지요. 인간 삶이 신성하다는 말 따위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겁쟁이들이 만들어낸 슬로건에 불과해요.”


앞의 잭 글로버 대사, 살인의 본능에 대한 주장에 진이 뒷받침 문장을 쓴 것처럼 딱 떨어지는 내용이다. 잭은 진의 본성을 알아본 것이고 그에 걸맞는 진의 생각을 작가가 이렇게 구성한 듯 하다. 이런 사고 방식을 가진 진의 물욕이 어떠한지는 위 대사 다음에 연결되는 대사로 확인 가능하다.

 

저는 돈이 없는 삶이 두려워요. 저는 냉담하고 심술궂은 고용주를 위해 일해야 하는 긴 나날들이 두려워요. 붐비는 기차에 손잡이를 간신히 잡고 서서 초라한 내 방이 있는, 전날 먹다 남은 식은 양고기가 기다리는 그런 집에 돌아오는 게 두려워요. 아침에 일어나서 손수 침대를 정리하고 손수건과 블라우스를 직접 빨고, 작년에 유행한 모자를 수선하여 올해 유행하는 모자처럼 보이게 만드는 처지가 될까 봐 두려워요. 가난한 남편과 그 밑에 줄줄이 태어난 아이들, 무능한 하녀와 함께, 아니 그마저도 없이 집안일을 하는 것이 두려워요.”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돈이 있어야 자신이 원하는 것을 누릴 수 있고 그러지 못하는 삶은 죽기보다 싫은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꿈이 건물주가 되는 것이라는 얘기도 들리는 판니 돈에 대해선 그저 다다익선이다.

이 대사에서 확인 가능한 작가의 의도, 한 가지 더!

살인을 해서라도 남의 돈을 갈취해 풍요롭게 살고 싶은 사고방식을 가진 진이라는 여성을 작가는 절세미녀로 세팅했다. 이것은 여자는 예쁘면 무조건 오케이!”라는 남성들의 시각을 투영한 것으로 보인다. 눈에 뻔히 보이는 의심스런 행동을 일삼는 진을 보면서도 그럴 리 없다고 하는 동성인 리디아까지 그 시각에 합세하고 있다.

 

100여 년 전, 영국 작가의 시각을 오늘에 대입하여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허나 돈에 대해, 여성을 보는 시각들이, 그리 변한 게 없다는 것은 확인했다. 그리고 막장드라마 같은 사건의 구성들이 예전 영국에서도 통한 것을 보니 욕하며 본다는 막장드라마가 참으로 보편성을 띠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 소설은 현실을 반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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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 예찬 - 숨 가쁜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품격 있는 휴식법
로버트 디세이 지음, 오숙은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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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 예찬>의 작가, '로버트 디세이가 정의내린 여가는 이러하다.

 

여가란, 결코 물질적 이익을 바라지 않고(설사 그것이 결국엔 우리는 물론 타인에게 실질적 도움이 된다고 해도) 순전히 그 즐거움을 위해서 자유로이 선택한 것, 빈둥거리고, 깃들이고, 단장하고, 취미 활동을 하는 등 광범위한 영역을 두루 아우를 때 쓰는 단어다. 여가를 누릴 때에는 가치보다는 기교가 훨씬 중요하다. 현명하게 선택한 여가는 아무리 짧은 삶에도 깊이를 준다. 느긋하게 있을 때 우리는 가장 치열하고 유쾌하게 인간다울 수 있다. p.29

 

작가는 호주에서 러시아 문학을 연구하며 소설가, 에세이스트이다. 이 책에서 그는 바쁘다고 말을 하는 것은 자신이 노예 상태임을 광고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오랜 시간동안 지배계급이 부르짖은 노동은 신성하다는 말장난에 놀아나 지배계급을 제외한 모두가 뼈 빠지게 일만하도록 만든 논리 속에 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여가 시간을 현명하게 활용했을 때 우리 삶에 깊이가 생기고 행복으로 가까워진다고 한다. 일과 휴식 사이에, 즉 소유와 존재 사이에 더 나은 균형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위 여가의 정의처럼 느긋하게 있음으로 가장 치열하고도 유쾌하게 인간다워질 수 있다.

 

그렇다면 게으름이라는 말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말하는 것인가? 그건 아니다. 무엇이든 어떤 것이든 할 자유가 게으름이라고 재정의하고 있다. 예컨대 어떤 것이든 한다는 것은 빈둥거림을 포함하여 이런 것을 말한다. 독서, 걷기, 놀이, 낮잠, 섹스, 목욕, 청소 요리, 세탁, 아무것도 하지 않기, 여행 등등.

 

, 왠지 저런 것들은 게으름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데?’

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래서 부제가, 숨 가쁜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품격있는 휴식법이라고 붙여 두었다.

어찌보면 게으름이라는 단어보다는 자유롭다는 말과 더 어울리는 부제라고 하겠다. 마지막에 작가는 이렇게 권유하고 있다. 시간을 주변에 흩어져 있는 물웅덩이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이 말이 아주 중요하다.

 

 

이 웅덩이는 둥글고(예를 들어 낮잠은 매끈하게 둥글고 테니스도 둥글다), 저 웅덩이는 비죽비죽하며(정원 가꾸기와 새 구두를 사기 위한 쇼핑), 꽤 많은 웅덩이가 마름모꼴이며(사무실에서 보내는 시간, 어쨌든 먹어야 하니까), 더러는 사방으로 물이 가지를 뻗어간 흔적이 있다(라오스에서 보낸 휴가, 라틴어 배우기). 더러는 반짝이기도 하고(어젯밤 특별한 친구와 함께 본 <마술피리>), 더러는 잔물결이 찰랑이고(수요일의 스크래블 게임), 더러는 거울처럼 매끄럽다(이를테면 당신이 끝까지 하기로 마음먹고 바짝 주의깊게 들은 수업). 당신은 한 웅덩이에서 다른 웅덩이로 지그재그로 옮겨간다. p.294

 

 

위 내용은, 다르게 생긴 물웅덩이를 이리저리 자유롭게 옮겨다니며 주체적으로 사용하라는 뜻으로 보인다. 그럼으로써 노예상태가 아닌 어떤 것이든 하는 자유를 누리는 것이 품격 있는 휴식법이라는 것이다.

 

 

, 그럼 이제 우리의 삶을 한번 보자.

워라밸을 강조하지만 매일 시간이 없다고 허덕거리며 무너진 밸런스에 한숨 쉬고 있지는 않나?

단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휴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나?

남들이 올리는 SNS속 사진들을 보며 부러워만 하고 있지 않나?

캠핑클럽속 핑클 멤버들을 보며 캠핑카나 캠핑 장소를 검색하고 있는 건 아닌가? 마치 그렇게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여가생활이라 여기며...

 

 

굳이 작가가 말하는 소설이나 영화 속의 사례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충분히 일중독이고 사회 분위기도 그래왔다. 이젠 조금씩 개인의 여가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을 줄 안다는 말처럼 별로 놀아본 적이 없다보니 어떻게 여가를 써야할지 모르는 게 문제다. 그러다보니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여행지를 맹목적으로 방문하는 것처럼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하는 것으로 즐거운 여가를 보냈다며 만족하는 경우가 있다. 작가의 말을 따르자면 꼭 그러지 않아도 된다.

 

 

멍 때려도 좋고 책을 읽어도 좋고 청소를 해도 좋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여가 시간을 만족스럽게 보낸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품격있는 휴식법인지는 모르겠다. 작가가 인용한 내용들이 우리 정서에 바로 와닿지 않아서 책을 읽으며 폭풍 공감까지는 어려울 듯하다. 허나 지금 내게 필요한 휴식은 어떤 것이 좋을지 생각해 보는 것, 자신의 시간 사용이나 라이프 패턴에 맞춰 무엇을 해볼까 고민해 봤다면 이 책의 효용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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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만남과 시간으로 태어난다 - 매일이 행복해지는 도시 만들기 아우름 39
최민아 지음 / 샘터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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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시에서 태어나 살며 도시를 떠나 본적이 없다. 아파트 생활도 20년동안 하다가 작년에 주택으로 이사왔다. 이사온 곳은 행정구역상으로는 읍이라서 시골 같지만 신도시라서 지하철뿐 아니라 상가도 밀집되어 있고 주위엔 주택보다 아파트 단지가 더 많다.
평생을 도시에 살았으나 어떤 도시를 만들지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그저 내 사는 집에 대해서만 이런저런 고민을 했을 뿐, 그것조차 아파트 시세나 인테리어에 대한 것 정도였다.

도시학자이자 건축가 최민아씨의 책 <도시는 만남과 시간으로 태어난다>의 부제처럼 '매일이 행복해지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뭐가 있을까? 평소에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생각을 이런 책을 만나 해보게 된다.

1장 시간과 기억이 담긴 공간은 따뜻하다 에서는 관광객들에게 세상 불편하기 그지 없는 도시, "파리"에 그렇게들 방문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본다.

p.24~25
"파리를 걷다보면 편안함을 느낍니다. 거리 어디에나 카페나 작은 공원이 있어 언제든지 앉아 쉴 수 있고, 도시가 크지 않아 원하는 곳 어디나 걸어서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100여 년 전에 만들어진 건물에서는 오랜 시간이 전해주는 깊이와 품격이 느껴지고, 높지 않은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어 따뜻한 느낌마저 듭니다. 차곡차곡 시간이 쌓인 모습과 그 도시의 모습을 아끼고 그에 맞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파리는 편리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많은 사람이 따뜻함과 편안함을느끼고 아름다운 도시라고 입을 모아 칭찬합니다."

그외 도시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시간과 기억이 담긴 장소는 어디일까? 작가는 학교 운동장과 도서관, 기차역, 구멍가게, 골목등을 찾아냈다. 지금은 아파트촌이 잠식해버린 공간들도 있지만 그런 공간을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들이 만들어낸 레트로 열풍이 우리의 기억을 끄집어내게 하고 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히트 요인중 하나가 이젠 사라져버린 향수어린 공간의 기억을 되살려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많은 이들이 인정했듯이. 공간에서 따뜻함을 느낀다는 말은 기억이 남아있는 곳이어야 함을 재확인 시켜주고 있다.

2장 길 속에 담긴 도시 는 세계 유명 길을 사례로 가져와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고 있다.

p.112
"걷고 싶은 길이 많은 곳, 도시 구석구석 연결하는 길이 모세혈관처럼 발달한 곳이야말로 제가 생각하는 좋은 도시입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학교 가는 길이 즐거워야 하고, 동네 사이사이를 연결하는 길. 달동네에서 볼 수 있는 좁고 작은 길처럼 다양한 길이 많은 도시가 이야깃거리가 많고 풍부한 삶을 담아낼 수 있습니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와 서울의 육조거리를,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와 서울의 서울로 7017을 비교해준다. 운전을 하며 다니든 걸어다니든 그저 목적지까지 빨리 가는데만 급급했던 나로선 길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는 장이었다. 도시의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는 길을 빨리 지나치는 게 아니라 계절과 동네를 느끼도록 해봐야겠다.

3장의 제목은 "도시는 만남을 위해 존재한다"이다. 핵가족을 너머 점점 1인가구가 많아져가고 있다. 2017년 조사를보자면 1~2인 가구 비율이 55.3%나 되고, 아파트 거주자는 60.6%라고 한다. 도시에 홀로족의 숫자가 늘어갈수록, 아파트거주자가 많을수록 만남의 공간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작가는 매력적인 도시의 주요 조건중 하나로 공원을 꼽고 있다. 파리에서 공부하는 동안 가장 좋았던 공간도 공원이었다고 한다. 도시 곳곳에 있는 크고 작은 공원들도 좋았지만 그곳을 다양하게 이용하는 각기 다른 모습의 사람들을 보며 공원이 도시에 선사하는 마법을 보았다고 표현한다.

포르투갈의 도시 포르투에 있는 콘서트 홀 '카사 다 뮤지카'의 건축을 예로 들며 건물과 도시, 역사와 사람을 연결하는 공간에 대한 중요성도 말해준다.

4장 "무엇이 사라지지 않을까?" 에서는 점점 인공지능을 이용한 스마트 기기를 한 몸처럼 사용하는 이 시대에, 도시는 우리에게 어떤 공간이어야 하며 스마트 도시란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한다.

바르셀로나의 스마트 도시 사례를 들어 작가는, 스마트 도시의 최신 기술은 사람의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방향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환경이 보다 더 인간적인 모습을 지닐 수 있도록 도와주는 쪽으로 사용할 수 있다 고 했다.

결국 도시 생활이란, 첨단 기술을 사용하여 저 혼자 집콕하는 게 아니라 공원이든 극장이든 텃밭이든 개인들이 밖으로 나와 자연과 건물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풍경을 그리는 것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그래서 제목처럼 도시라는 공간은 사람들이 만나서 함께 시간을 보냄으로써 살아 숨쉬는 곳이 된다. 도시도 사람처럼 유기체라는 것이다.

도시를 만드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사람이 도시에서 활기차게 살아가려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공간에 모여 무언가를 해야 한다. 그러기 전에 이 책을 읽고 나가보면 어떨까. 도시에 대한 인문학적 사고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이 책을 읽고 집 밖을 나서보면 그 전과 다르게 보일 것이다. 아우름 시리즈는 중학생 이상이라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어 자녀와 함께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누어보면 좋다. 이번 책도 그러기에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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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허리 디스크가 아니다 - 망가진 허리를 재생하는 기적의 내 몸 프로파일링
이창욱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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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당신은 허리 디스크가 아니다>의 작가는 이창욱씨로, 유명짜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국내 유일 "척추 전문 프로파일러" 이다. 아직까진 허리에 별 문제가 없어(인간은 원래 지 아픈 데가 있어야 찾아보니까~) 이 분야에 유명인이 누군지 몰랐는데 작가가 몸신으로 불린다고~~ 현재 "소마통합운동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제목 아래 붙은 부제엔, "망가진 허리를 재생하는 기적의 내 몸 프로파일링"

이라고 되어었다.

몸도 프로파일링을 한다?

무슨 뜻인지 작가의 말을 들어보자!

 

 

p.18~20

 

프로파일러가 원인에 초점을 맞춰 범죄수사를 하는 방식이 내가 치료하는 방식과 꽤 닮아있다.

……

몸 전체를 파악하고 과거 병력을 관찰하는 일은 어떤 면에서 현재의 치료 진단 결과지를 분석하는 일보다 중요하다.

왜냐하면 과거 병력과 평소의 습관을 바탕으로 통증의 원인을 50%이상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자들이 하는 말 한마디에도 경청하고 통증의 원인을 하나라도 더 찾아내는 것이 치료계획을 세울 때 첫 번째 할 일이다. 디스크라는 결과만 초점을 맞추면 절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이 책에 쓰인 다양한 사례는, 대부분 요통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디스크판정을 받고 수술이나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다. 오랜 시간 치료를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센터를 찾는 것이다. 작가는 통증의 원인을 여러각도로 프로파일링하여 적합한 치료를 하고 운동법을 제시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병원에서 디스크 판정을 받고 수술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읽으면 가장 좋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 치료나 수술을 했는데도 통증이 계속되는 사람들이나 허리는 괜찮아진것 같은데 다른 곳에 통증이 생긴 사람들이다. 마지막으로 나처럼 요통이 없어 무관심한 사람에게도 좋다. 왜냐하면 이 책은 디스크 뿐 아니라 평소 건강한 척추를 위해 집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운동법까지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요가학원에 가지않아도 따라해보면 좋겠다.

쓰고 보니 허리가 아프든 그렇지 않든 전국민이 집에 한 권씩 비치해두고 읽고 따라해보기에 좋은 책이다.

[목차 소개]

1장. 몸을 프로파일링하라

- 디스크만 보면 보이지 않는다

- 허리 통증을 일으키는 숱한 원인들

- 잘못된 근육 운동이 허리 망친다

- 척추가 호흡해야 몸 전체가 건강하다.

2장. 우리는 허리를 너무 모른다

- "허리 아픈 건 다 디스크 때문이라고요!"

- 사무직에서 허리디스크가 많은 이유

- 근력운동을 버려라

- 수술은 최후의 답이다

3장 틀어진 습관이 당신의 허리를 죽인다

- 두려움은 근육을 긴장하게 만든다

- 나쁜 자세 바로잡기

- 허리를 망치는 대표적인 생활 습관

4장. 문제는 내장기의 압력이다

- 내장기 압력 조절의 핵심은 음식이다

- 디스크를 망가뜨리는 음식은 따로 있다

- 소화 잘 되는 음식이 척추를 살린다

- 허리를 망가뜨리는 5가지 식습관

5장. 진짜 통증과 가짜 통증을 구별하라

- 파블로프의 개처럼 통증은 학습된다

- 디스크 공포증을 해결하는 방법

- 마음을 다스리면 통증이 완화된다

6장.요통을 삭제하는 기적의 재활 운동법

- 허리 디스크 운동 시작 전 명심해야 할 3가지

- 허리를 망치는 운동

- 척추를 건강하게 만드는 운동

 

☞☞ 목차만 봐도 책 한 권 다 읽은 것 같지 않은가? 디스크에 대한 오해를 수정하고 평소 행동이나 식습관에서 원인을 찾아 그에 맞는 치료버봐 운동법을 소개해주고 있다.

[새롭게 알게 된 정보]

**코어 근육 운동, 하지 마라**

☞ 요가를 가면 강사들이 한결같이 코어를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훈련?을 시켰다. 수강생중에 디스크 환자이거나 모르고 있는 경우도 있을것 같다.

아래는 요통환자가 삼가야 할 운동들이다. 만약 허리통증이 생긴다면 안해야지~~

 

 

 

** 내장기의 문제가 디스크를 유발한다**

☞ 현대인의 잘못된 식습관이 내장기의 압력변화를 일으킨다.

흠... 결국 건강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해야하는 게 요통에도 해당된다!!

산도가 높은 음식(육류, 카페인, 튀긴 음식, 매운 음식, 알코올, 가공식품,탄산음료)는 피하고 소화 잘 되는 음식(식이섬유,우엉, 유산균,비타민C, 황산화식품)을 먹어야 한다.

**마음을 다스리면 통증이 완화된다**

☞ 오잉? 통증치료가 아닌 마음치료?? 몸과 정신은 역시 따로가 아니다! 호흡과 명상법으로 치료에 버금가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니 놀랍다. 얼마 전 읽은 책, <생각 빼기의 기술>에서도 생각 빼기가 잘 안된다면 심호흡을 해보라고 방법을 알려주었다. 통증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은 무조건반사처럼 오히려 통증을 유발시키니 마음을 이완할 수 있는 나만의 호흡, 명상법으로 잘 다스려야 하겠다.

[척추를 건강하게 만드는 운동]

☞ 평소 잘못된 자세인지 아닌지 확인해보자. 그리고 아래처럼 바른 자세를 취하도록 하자!

 

 

 

☞ 척추를 건강하게 하는 운동은 너무 많아 세 가지만 골라봤다.

 

 

 

이 책은 사진과 그림, 통계표 등을 적극 사용해서 지겹지 않게 읽고, 동작은 따라해 보기에 좋다. 리뷰에 모든 내용을 다 옮길 순 없으므로 건강한 척추를 위해 직접 사보길 권한다.

단, 아쉬운 점은 영상으로 운동을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요즘은 책에 동영상 큐알코드를 수록해 휴대폰으로 바로 볼 수 있게 하는데 그런 것이 없어 유튜브에서 검색해봤다. 소마통합운동센터나 이창옥을 검색했으나 조회되지 않아 네이버에서 검색하니 센터 블로그가 있었다. 그곳에서도 영상은 찾을 수 없었다.

운동법이 실린 269쪽부터 321쪽 까지의 내용을 하나씩 5분정도의 짧은 영상으로 유튜브에 올리면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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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 생리하는데요? - 어느 페미니스트의 생리 일기
오윤주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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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저 생리하는데요?>라는 제목을 접한 남성이라면 이 책, 바로 손에 잡을 가능성 얼마나 될까?

'앗, 이건 여자들이 읽을 책이구나~'라며 급 내려놓을 가능성이 높다. 혹여 제목이 특이하니 관심이 갔더라도 세로로 쓰인 부제 "어느 페미니스트의 생리 일기"를 보는 순간, 아예 마음을 접을 사람이 대부분일 것으로 짐작된다. 모르긴 몰라도 이런 제목이 쓰여있는 책을 당당하게 꺼내 읽을 남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아무도 없는 자기 방에서 혼자 읽는다면 몰라도. 그럴 사람은 또 몇 명이나 될까?

 

남성들이 이 책을 읽지 않을 것이란 가능성 못지않게 여성이라고 해서 이 책을 아무런 거부감 없이 선뜻 읽을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에세이 형식이 남의 일기 같아서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더욱이 남의 생리일기까지 뭐하러 읽겠냐는 여성 독자도 많으리라 본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모두가 읽어야 한다!

남녀 구분없이!!

 

이 책은 단순히 어떤 여자가 생리하는 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 뜬끔없는 자기 고백 하나~

나도 아마 서점에서 이 책의 표지와 제목만을 보았다면 패쓰했을지 모른다. 서평단으로 이 책을 읽고 리뷰를 써야하기에 읽었는데, 그래서 더욱 미안하고 고맙다...

 

이 책은 작가 오윤주씨 개인의 생리일기이기도 하고 모든 여성이 폐경전까지 매달 치러야하는 고통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므로 세상의 절반인 여성들이 다른 사람의 생리와 관련된 제반의 상황을 본인과 비교해 볼 수 있다. 비교하면 뭐하나? 생리통, 생리대에 관한 인터뷰가 실려있어 작가 한 명이 아니라 다른 여성들의 개별적 케이스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생리대를 예로 들자면 얼마전 떠들썩했던 발암물질 생리대 때문에 그 사건 이전엔 거의 100%에 가까운 여성들이 사용하던 생리대를 거부하고 대안제품을 사용한 사례들이 자세히 나와있다. 면생리대, 유기농 생리대, 탐폰, 생리컵까지.

 

"아니, 이런 여성 전용제품에 관한 구구절절한 얘기들을 남자들이 대체 왜 읽어야 하냐고?" 라고 할 남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읽어야만 한다. 세상의 절반인 상대 성이 매달 어떤 고통속에 살아가고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알려고 하지 않는게 더 문제겠지만 말이다.

 

오래전 읽었던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에서 주장했던 내용과 유사한 아니 더 한국적인 내용을 읽으면 남자들도 고개 끄덕일 것이다. 그 책은 제목에 끌려서 읽었었는데 작가는 남자가 월경을 하게 된다면 세상이 뒤집어질 거라고 했다. 그러면 월경은 터부와 혐오가 아닌 부러움의 대상으로 바뀔거라며. 이 책의 작가도 마찬가지로 강조한다. 생리를 하는 여성이 드러내지 못하고 끙끙거리며 감내해야할 것들이 얼마나 많았는지에 대해 알아야만 한다. 선택의 여지없이 사용해야 하는 발암생리대, 생리전후에 찾아오는 고통스런 생리통, 그 고통을 감추기 위해 먹어야만 하는 진통제, 섹스는 남녀 둘이 했는데 임신의 공포는 여자 혼자만 느껴야하는 등등등.

 

사실 이것뿐이 아니다. 여성에게 요구되는 여러가지 사회적 정언들, 그에 편승해 여성용품들을 만드는 기업과 그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고 주입시키는 미디어들. 이건 거의 총체적으로 여성에게 총구를 겨눈 것과 다름없다. "이래도 우리가 시키는대로 안 할래? 조신하게 아무런 말도 하지 말고 살라고!"라고.

 

☞ 뜬끔없는 자기 고백 둘~~

나는 작가와 비교하자면, 생리통 없는 것과 다름 없을 정도이고 생리전증후군(pms) 도 그렇게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 학창시절 생리통 때문에 조퇴하거나 양호실에 가서 누워있는 애들을 보면서 '참 별스럽게 구네. 저혼자만 생리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였다. 성인이 되어서도 비슷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았더랬다. 부끄럽고 미안했다.

 

사실 2장을 읽을 때까지 마음이 완전히 열리지 않았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알겠다고. 너무나 힘들다는 것을 말하려는 거 알겠는데... 설마 계속 이 기조로 가는 거야?'

3장, 4장을 읽으며 완전히 공감했고 나아가 내 잘못을 인정했다. 그래서 같은 여성이면서도 너무나 다른 개인차를 인정은커녕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나같은 사람들은 무조건 이 책을 읽어야 된다!!고 강조한다.그리고 내가 아는 모든 여성에게 읽어야만 한다고 강요할 것이며 아들에게도 읽힐 것이다.

 

작가가 앞에서 그렇게 구구절절 상세히 쓴 이유는 4장을 말하기 위함이었다. 미괄식 구성인 셈인데 이 책은 이렇게 구성할 수밖에 없다. 개인의 고통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는 세상 인구 절반의 인간이 겪는 그것을 모두가 알도록 하기 위해 작가는 총대를 메기로 했다. 그리고 고통스러운 상황들을 하나하나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과 현재 편안해지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내 마음도 같이 편안해졌다. '오~~ 이건 거의 성장소설의 구조인데!'라며 감탄했다. 나만이 당해야하는 고통이라며 억울해하고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 타인의(물론 남성) 시선에 맞추려하기보다, 숨기는 것보다 그는 당당히 드러내기를 선택했다. 자신이 먼저 말하고 행동하고 누구보다 자신의 몸을 사랑하는 것이다.

 

얼마전 읽었던 소설집 <새벽의 방문자들>이 생각났다. 그 소설에서 다룬 내용들은 여성이기에 일상적으로 겪어야 하는 배제와 공포의 상황들이었다면 이 책은 여성이라는 몸을 가졌기에 감내해야 할 고통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작가는 자신에게 찾아오는 호르몬의 변화를 더이상 고통이라 표현하지 않는다. 자신의 몸을 옥죄는 모든 억압을 벗어내고 그에 따른 혐오의 시선을 당당하게 받아냄으로써 여자가 아닌 개별적이고 주체적인 인간이 되었다. 외출 준비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3분의 1로 줄이고 가슴을 옥죄는 브래지어를 입지 않고 환풍이 잘 되지 않는 손바닥만한 삼각팬티 대신 트렁크를 입고서!! 이런 행동과 이런 책을 쓰는 그녀야 말로 행동하는 페미니스트인 것이다.

 

이 책을 <새벽의 방문자들>과 더불어 남성들 필독서로 지정한다!

내 맘대로!!

 

☞ 뜬끔없는 고백 셋~~~

나도 탈브라를 행동으로 옮긴지 몇 년 됐다. 4년전인가? 안전벨트를 하고 운전을 하는데 너무나 숨쉬기가 힘들어 이러다 심장마비가 오는게 아닐까 했다. 벨트 끈을 느슨하게 당겨보았다.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과식을 했나?생각해봤는데 것도 아녔다. 배를 쓸어보다가 브래지어와이어를 앞쪽으로 늘여보았더니 편해졌다. 신호받는 도중 끈을 풀어버렸더니 살 것 같았다. 그후로 탈브라를 하게 됐고 잘때조차 브래지어를 하고 잤던 시절을 지나오며 살아남은 게 신통하다. 그러나 작가처럼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타인이 그곳을 바라보는 시선이 싫어서 뛰어야 할 때는 가방 끈을 잡고 앞을 가린 채 뛰고. 지하철에선 물건이든 가방으로든 앞쪽을 가린다. 공식적인 자리에 갈 때는 안 할 수도 없다. 작가님의 거침없는 실행력!! 조,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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