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 - 더 힘들어하고 더 많이 포기하고 더 안 하려고 하는
김현수 지음 / 해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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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배가 불러서 하는 소리지!"

"공부만 하면 되는데 뭐가 힘들다고?"

 

어렸을 때 어른들한테서 듣던 소리인데, 지금 내가 똑같은 말을 내뱉은 것에 대해 통렬히 반성한다! 요즘 아이들 인생에는 희망은 없고 고생뿐이라는 말을, 배불러서 하는 푸념정도로만 치부해버려 미안하다!!

그렇다!

나는 꼰대였던 것이다.

김현수씨의 책 <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을 읽기 전까지 나는, 꼰대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이 책은 대한민국 어른은 모두 읽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아이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 없이 죽는게 낫다고 여길만큼 고통속에 살게 만든 건 다 어른들의 잘못이니까.

이 책은 우리 어른들의 잘못을 낱낱이 고발하고 있다.

그 잘못을 몰랐다면? 알아야지!

이렇게 아이들을 병들게 만든 사회구조를 우리가 바꿔야한다.

피해자인 아이들에게 떠넘기면 안된다!

작가는 요즘 아이들이 잃어버린 것을 네가지로 정리했다. 희망, 자유, 공감, 체험이다.

아이들이 외치는 "이생망"은 어른들이 먼저 시작한 것이다.

[희망의 상실]

"네 싹수가 노랗다. 네 인생은 글러먹었다. 네 인생은 망한 것 같다. 아직도 그런 문제도 풀지 못하다니 도대체 뭘 한거냐? 넌 이번 생애는 안 될 것 같다."

아마도 어른들은 정신차리라는 입장에서 그런 말을 했겠지만, 아이들에게 미래가 없다고 말하고, 상처를 주고, 아이들을 포기하면서 내뱉은 이 말들을 아이들이 가져다 쓰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이들의 인생에 대한 판정은 이미 어른들이 시작해서, 이 사회가 하고, 그리고 입시제도를 포함한 여러 제도와 문화가 해왔습니다. 이 판정이 아이들에게 '망함의 감정'들을 강하게 느끼게 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p.85~86

 

 이런 망한 감정을 느끼는 아이들이 취하는 방어적 행동은 순응, 무기력, 자해, 중독, 은둔, 비행이라고 한다. 어차피 미래는 없는데 열심히 하면 뭐하고 노력하면 뭐하겠냐는 것이다.

[자유의 상실]

"내가 사는 것 같지 않아요. 이건 내 삶이 아닌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우리나라의 많은 아이들은 자기 안에 직접 부모가 들어와 앉아 있는 삶을 살아갑니다. 일본의 아동가족문제의 전문가인 의사 이소베 우시오가 말한대로 '모자일체화'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살지도 못하고, 죽고 싶어도 죽지도 못합니다. 자기가 죽어버리면 부모도 함께 죽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어찌할 바를 모르는 마음의 상태를 오래 겪으며 점차 무기력해진다고 합니다.

p.111~112

 

 하나 뿐인 자식을 향한 부모(조부모 포함)의 지나친 기대와 부모에게 주고 싶지만 줄 수 없는 선물, '1등 성적표'때문에 공부기계로 전락한 아이들은 자유가 없다. 외로워도 마음을 나눌 형제가 없으니 친구와 스마트폰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공감의 상실]

"자기가 잘못해서 때려놓고, 왜 돈으로 쳐바르냐고요. 잘못했다고 한마디 들리지도 않게 해놓고 이거 사주고, 저거 사주면 내 마음의 상처가 아무냐고요. 잘못했으면 제대로 사과를 하고 다음부터 안 그럴 방법을 찾아야지, 돈이면 다냐고요. 그리고 누가 돈 달라고 했어요? 어른들이 왜 짜증나는 줄 알아요? 바보같은 어른들이 자기들이 돈으로 다 되니까 우리도 돈으로 되는 줄 알고 그러는데 그렇지 않다고요. 돈으로 안 된다고요!"

아이들은 마음으로 제대로 된 사과와 또 진심어린 위로를 받고 싶다고 하는데 어른들은 그것이 어려운가 봅니다. 그러니까 사과와 위로가 아닌 돈으로 해결하려 드나 봅니다.

p.128

 

 

 

어른들은 상대를 대할 땐 진심어린 공감을 해야한다며 교과서적으로 말해와놓고 정작 아이들을 대하면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실제 사례들로 이루어진 책 내용들을 읽으며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체험의 상실]

이젠 아이들이 할 수 없는 경험들이 너무나 많고 이것도 우리가 그들을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저지르는 잘못들이구나 싶어 한숨이 나왔다. 몸으로 직접 해 볼 수 있는 체험도 차단되고 자신을 탐험하는 여행(친척집에서 지내보는 것 포함)도, 독서도, 할 시간이 없다. 그놈의 입시공부에 매달려야하니 말이다. 가족과 함께 떠난 패키지 여행에까지 학습지를 들고가서 풀게 만든 사례를 보니 기가 막혔다.

 

"헐, 선생님, 낮에는 관광하고 놀다가 저녁때 숙소로 돌아오면, 호텔이 마치 우리집 공부방처럼 변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건 낮에 체험 활동, 밤에는 공부방이 되니까 쭈욱 신나게 노는 게 아니지요. 더군다나 휴가는 4박5일인데, 엄마가 치사하게 학습지를 무려 5일치를 가져가서 하루치는 비행기 안에서 했단 말이에요. 너무 억울해요."

p.159

 

아이들에게 존경하는 현실의 인물, 동네 사람들은 사라졌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닮고 싶은 타인들은 모두 텔레비전과 휴대전화 안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아이들은 한 번도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에게 의존하기도 합니다. 존경을 표할 만한 타인이 없는 유아독존, 자신만의 세상에서 결국 자신에게 집착해서 아름다운 몸매를 위해 거식증에 걸리거나, 완벽하게 상처받지 않는 숨은 덕후가 돼서 지냅니다. 은둔하면서 자신과만 지내는 것입니다. 결국 타인이 없는 세상의 다른 단면은 홀로 지내는 것입니다.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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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이 이렇게 힘들구나... 그럼 이렇게 만든 어른들이 바꿔야지,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고민하면서 읽어나갔다. 7장과 8장은 어른들과 이 사회가 해야할 일들을 조언해주고 있다. 일견 쉬워보이나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관성처럼 해오던 생각과 말투를 고쳐야 하고, 우리 사회의 구조도 뜯어고쳐야할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저출산 정책이 그저 아이를 낳도록 하는데에만 골몰해서 될 일이 아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 많다. 앞길이 까마득하다...

그러나!!

지금, 여기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이 조금이라도 마음고생하는 아이들을 어루만져 줄 수 있다는걸 직시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작가는 어른들이 먼저 행복한 삶을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아이들을 지적하지 말고 긍정성을 발견해주라고 한다.

지금은, 아이들도 어른도 사는게 힘들다. 그러나 암울한 미래를 아이들에게 넘겨주는 무책임한 어른이 되지 않으려면, 어른들 모두 이 책을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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