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돌아온 아이들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8
김혜정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6월
평점 :

<돌아온 아이들>이라는 책 제목만으로 이미 가슴이 먹먹해지기 시작했다. 실종이든 죽음이든 자식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부모의 심정이 바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부모는 시신으로라도 만나고 싶다. 자식의 육신을 확인하지 못했다면 기다리는 방법 외엔 없는 것이다. 나도 부모이기 때문에 제목에 좀 오래 꽂혀있었다.
김혜정 작가의 신작 <돌아온 아이들>에 등장하는 담희, 민진, 보경은 뭔가를 잃어버렸다. 언어와 시간과 기억을 잃은 셋의 관계가 얽히게 된 곳, 밤숲에서 30년이 지나서야 풀리게 되었다. 그들에겐 각자의 고통이 있었다. 사랑하는 엄마의 죽음, 가족과의 이별, 아빠의 폭력은 모두 아이들에게 최대치의 고통이었다.
담희는 엄마를 잃고 말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고모 민진은 30년 전에 실종되었는데 그 당시의 모습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다. 30년이라는 시간을 잃은 것이다. 보경은 가정폭력에서 벗어나려고 민진을 담보로 잡았고, 비겁한 자신의 행동을 잊기 위해 기억을 봉인했다.
이들 중 현재 성인인 보경의 행동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고통스런 과거지만 다시 마주하는 용기를 냈다. 어른이면 해소해야 할 일을 회피하고 외면하지 않는 것이다. 민진과 담희도 성숙한 어른으로 가기 위해 애썼다.
이 책은 출판사에서 하는 '교환독서'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아 읽었다. 누군가와 '아미'(이 책에서 마인계 말로 친구, 옆에 서있는 사람이라는 뜻)로 연결되어 편지를 주고받았다. 책을 읽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런 활동은 처음이라 어색하게 시작했지만 같은 책을 읽고 편지를 주고 받다보니 깊이 생각할 수 있었다.
랜선 아미와 한 달간 총 10통의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예상했던 것보디 적었다는 생각이다. 둘 다 직장인이고 개인적인 일들이 있어서 더 빈번하게 편지 쓰지 못해 좀 아쉽다.주로 보경을 주제로, 어른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는데 아무래도 어른의 태도, 책임감에 대해 천착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번 활동을 하면서 서간문 <디어 올리버>를 읽었다. 올리버 색스와 수전 배리라는 두 과학자가 주고받은 편지의 내용은 과학, 예술, 건강, 일상을 넘나들었고 읽으면서 정말 부러웠다. 우리는 평범한 독자이다보니 낯모르는 이에게 쓰는 편지에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다 드러내지 못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고 예의를 지켜야한다는 강박이 작용했을 것이다. <디어 올리버>를 읽지 않았다면 들지 않았을 생각이지만...
이런 특별한 활동을 할 기회를 주신 현대문학 출판사에 감사드리고, 주절주절 수다스런 글을 잘 받아 준 랜선 아미 하셔님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