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여름 - 류현재 장편소설
류현재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격 미스터리 스릴러라 했고, 처음부터 자극적인 사건으로 시작하는 것에 혹했다. 여름휴가용 소설로 딱일 것 같았다.

주인공 정해심 검사는 성추행범에게 가차없다. 그 어떤 변명도 피해자가 입은 고통에는 비할바가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런 정해심 검사의 아버지가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전화를 받는다. 믿을 수가 없다. 아버지는 치매환자. 피해 여성은 파킨슨병 환자이기 때문이다. 기막혔다. 병원으로 달려가 현장에서 뜯어말렸다는 요양보호사의 증언을 들으니 안 믿을 수가 없었다. 이 와중에 피해자의 아들 하영석이 합의금으로 1억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렇게나 빠르게? 세상에 알려지기전에 사건을 수습하려는 원장이 합의를 종용한다.

이렇게 서두부터 이야기 속으로 훅 빨려들게 만들었다. 성범죄 전담 검사의 아버지가 성폭행 현행범이라니 얼마나 아이러니컬한 상황인가. 정해심 검사는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책장을 빠르게 넘길 수밖에 없었다. 추리하기 좋아하는 독자라면 자신이 검사가 되어 사건해결의 단서가 될 만한 것들이 뭐가 있는지 눈 크게 뜨고 찾아볼 것이다. 70이 넘은 치매환자가 과연 그게 가능했을지, 실제로 벌어진 게 맞는지에 초점을 맞춘 독자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이 소설은 임팩트 있게 시작하여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직접 추리해 나가도록 실마리를 여러 갈래로 던져둔다.

독자가 어떤 갈래를 잡아당기느냐에 따라 작가의 떡밥을 덥석 무는 붕어가 되어버릴 수도, 작가가 쳐놓은 그물에 걸리지 않고 유유히 빠져나올 수도 있다. 어떤 독자는 자신이 놓친 부분을 확인하며 이마를 칠 것이고, 또 다른 독자는 자신의 추리에 흡족해 할 것이다. 이런 것이 추리 스릴러 소설을 읽는 맛이다.

정해심 검사는 아버지의 행동을 믿을 수가 없어서 CCTV를 돌려보며 확인한다. 일을 저질렀다는 상황 전후와 며칠 전까지 돌려보니 강제로 그런 짓을 저지른 것처럼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그 여성이 아버지에게 다가와 친근한 행동을 하는 것 같았다. 더 놀라운 사실은 피해여성의 이름이 자신과 같은 해심이라는 것, 아버지와 그 여성의 고향이 같은 남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그녀는 이 사건의 이면에 뭔가가 더 있음을 감지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시공간이 다른 곳으로 독자를 훌쩍 데려간다. 일제로부터 해방되던 격동의 시기, 푸르른 남해 바다로. 그곳이 고향인 정해심의 아버지 정만선과 하영석의 어머니 고해심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읽으며 살짝 실망했다. 나는 피비린내 나는 뭔가 과격한 일들이 벌어질거라 예상했었다. 앞서 말한대로 스릴러 소설의 묘미를 만끽하고 싶었다. 그런데 읽을수록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이 소설은 러브스토리였다.

단순하지는 않다. 순애보, 삼각관계, 질투, 애증까지 사랑이라면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가 다 들어있다. 성추행 사건을 다루고 있는 현재의 정해심 검사의 상황과 성폭행 가해자로 몰린 아버지 정만선의 어린 시절이 교차로 서술되는데 독자가 어디에 포인트를 맞추느냐에 따라 소설적 재미를 느끼는 지점은 다를 것이다. 성추행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피해자의 진술을 100퍼센트 신뢰했던 정검사는 아버지의 상황을 겪으며 그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사실과 증거를 토대로 법에 맞게 구형한다고 장담했던 정검사는, 그간 자신이 확신했던 것에 균열이 생기자 당황스럽다. 작가는 정검사를 딜레마에 빠지게 해놓고 독자들에게 묻는다. 과연 공정한 잣대는 존재하는지를!

정만선과 고해심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독자라면 그들의 사랑을 부러워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랬다. 나는 사실 많이 놀랐다. 아니 내 편견에 놀랐다는 말이 더 적절하겠다. 정만선과 고해심, 그 둘 사이에 낀 여성 하덕자와 박문희의 애증어린 행동에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하덕자와 박문희의 과거 행적이 드러나면서 숨겨졌던 정만선과 고해심의 사랑 역시 수면 위로 올라온다. 그 둘의 사랑은 마치 빙산과도 같았다. 겉으로 조그만 덩어리처럼 보였지만 수면 아래에는 거대한 산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둘의 사랑은 그랬다.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래서 각자 다른 이와 결혼했지만, 사실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사랑이었다. 몇십년이 지나도, 아니 죽을 때까지!

사랑을 믿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들의 사랑이 너무 놀라웠다. 또한 그 옛날 둘의 사랑이 이토록 애절하고 아름답게 그려진 것에 놀랐다. 몇 십년이 지나도 서로를 잊지 못하는 두 사람의 사랑을 믿기 어려웠다. 치매에 걸려도 파킨슨 병에 걸려도 서로를 알아보고 같이 있고 싶어하다니... 어릴 적 둘이 만났던 비밀 장소를 기억해낸 둘의 행동이 남의 눈엔 범죄로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해놓고, 꽃같이 아름답던 어린 시절을 잠깐 서술하고선 그 사이 간극은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작가의 실력에도 놀랐다.

시대적 상황과 부모 세대의 업보 때문에 내놓고 사랑하지 못했던 둘의 사랑은 정만선의 시로 표현된다. 꿈틀거리는 바다의 생명력 속에 해심을 향한 만선의 사랑이 육감적으로 표현된 시는 짧지만 격정적으로 서술된 둘의 어린 시절 사랑과 닮아있었다. 그 시에 반했던 기자 박문희는 정만선의 사랑을 평생 갈구했으나 결코 얻지 못했다. 둘의 사랑을 시기했던 덕자 역시 만선의 사랑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만선을 향한 덕자와 문희의 애증은 안타까웠다.

늙은 사람들에게도 젊은 시절은 있었고 사랑도 하고 살아왔을 터인데, 나는 그것을 부정했다. 또 죽을 때까지 평생 못 잊을 사랑 같은 건 없다고 생각했다. <네번째 여름>을 읽으며 내 편견을 확인했다. 어느 시대나 어디서나 그런 사람들이 있다. 죽을 만큼 사랑을 하고 질투하고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워하는 사람들! '현실에 이런 사랑이 있을까? 소설이니까 이렇게 극적이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작가의 말’을 읽으며 고개 끄덕였다.

이 이야기는 바다가 들려준 이야기였다.

난 여름, 큰 바람이 지나가고 죽은 사람 하나가 떠밀려왔다. 놀란 사람은 나처럼 도시에서 내려온 지 얼마 안 된 외지인들 뿐이었다. 하지만 바다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일, 생명을 품고 있는 줄만 알았던 바다는, 동시에 죽음도 품고 있었다.

바다가 얼굴색을 바꾸고, 구름과 안개 베일을 두르면 그 누구의 접근도 허락하지 않는 바다만의 시간이 시작된다. 그사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사람은 알 수 없다. 그저 시간이 지나 바다가 밀어낸 죽음의 형상으로 그 모습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네번째 여름> 작가의 말

여름에 어울릴 간담서늘한 스릴러 소설일거라 기대했는데 뜨거운 사랑이야기였다. 류현재 작가의 책은 이번에 처음 읽었는데 방송작가 출신이라 그런지 영화한편 보는 것처럼 흡입력 있었다. 이 소설은 영화화해도 좋을것 같다. 정만선 역할에 남주혁 얼굴이 번뜩 떠올랐다. 훔... 이제 어린 고해심과 하덕자 박문희를 캐스팅하러 가야겠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를 만나면 그곳이 특별해진다 - 도발하는 건축가 조진만의 생각노트
조진만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를 만나면 그곳이 특별해진다>의 부제는 ‘도발하는 건축가 조진만의 생각노트’이다.

“좋은 건축은 우리 삶을 도발한다.”

프롤로그에서 그는, 다양한 건축물과 건축가들의 도발적인 작업들로 인해 새롭게 형성될 사회적 관계는 어떤 것이고, 그곳에서 우리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지 이 책에서 풀어낼 것임을 예고한다. 그가 말하는 도발하는 건축이란 어떤 것일지 궁금했다.

↓↓ 책날개의 저자소개

                            

이 책의 구성은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Part 1. 건축은 도발이다 에서는 건축의 정의와 역할에 대해, Part 2. 우리가 그 도시를 사랑한 이유는 사랑받는 도시를 만드는 건축의 비밀을, Part 3. 왜 ‘만들다’가 아니고 ‘짓는다’일까? 에서는 좋은 건축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최근 여러 분야에서 더하기보다는 빼기를 강조한다. 이 책의 저자도 그러하다.

 

진정한 완성은 미완을 품음으로써 사용하는 사람들이 채울 수 있는 생동감 있는 여백을 만드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을 건축이라 칭하지 않아도 최근에는 미니멀리즘이란 이름으로 비우는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다. 그 의미와 방향성은 알지만 집을 비우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여러 책이나 TV프로그램에서 정리와 관련된 내용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면서도 정작 내가 사는 공간을 비우기란 어쩜 그렇게 잘 안 되는지...

건축가의 노트를 엿보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잡았다. 건축이야기에서 어김없이 나올 수밖에 없는 공간에 대한 사유를 시작으로 거창한 담론이 아닌 건축과 내 공간이 접목되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으로 책장을 넘겼다.

조진만 건축가가 설계한 일반 가정집의 사례를 관심 있게 읽었다. 20년 넘도록 아파트에서 살다가 3년전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직접 지었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이런 개인 주택 건축 내용은 쳐다보지도 않을 것 같았는데 더 자세히 읽게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어느 분야에나 통하는 모양이다.

3대 6명의 가족구성원이 사는 집, ‘층층마루집’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p.63

좋은 건축이란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의 공간을 제공하고 거기서 생활하는 사람이 창조적으로 채워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비로소 집을 통해 새로운 가족 관계가 생겨나는 것이다.

우리집을 지을 때 나는 무슨 철학을 가지고 있었던가 돌아본다. 시공업체 선택을 잘못해서 스트레스 받았던 기억뿐이다. 당시 내 기준은 편하고 짧은 동선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내 집에 대한 철학은 없었고 어떤 가치를 두겠다는 생각도 못했다. 처음이라 무지했고 시간에 쫓겨 마음만 급했다. 저자는 집은 하나의 작은 도시이자 소우주라고 했다. 나는 이미 지나왔지만 처음 집을 지으려는 사람들에게 저자의 이 말을 전달해주고 싶다.

 

 

위 사진은 어떤 공간으로 보이는가? 같은 용도의 공간이다. 그런데 위와 아래의 느낌은 꽤나 달라 보인다. 위는 공원같고 아래는 공공건물처럼 보인다.

실제로 위는 스웨덴의 공동묘지 우드랜드이고, 아래는 이탈리아 산 카탈도 공동묘지이다. 공동묘지라는 공통점보다 더 놀라운 점은 두 공간 모두 도시 안에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들이 공동묘지를 도시에 두는 이유를 이렇게 유추한다. 죽음을 삶 가까이에 두어 인간과 도시가 겸허해질 수 있다고!

‘비움으로 채워지는 도시’는 충남 공주의 제민천과 서울 옥수역 고가차로로 독자를 데려간다. 두 공간 모두 사람들의 왕래가 적었던 공간이 정비되어 사람들이 모이고 문화가 꽃피우는 공간이 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제민천은 사진만으로 정보가 부족하여 찾아봤지만 책에서 소개한 공간의 이름이 정확하지 않아서인지 제대로 검색되지 않았다. 옥수역은 고가다리 하부공간이 ‘다락옥수’라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되어 동네분위기까지 바뀌었다고 한다.

좋은 건축이란 어떤 것일까? 저자는 훌륭한 설계는 지어진 후 100년이 지나서도 기능한다고 했다. 옛 소련의 그리스도 대성당을 폭파해버리고 설계 공모로 당선되었던 것이 독소전쟁 때문에 건설되지 못했던 사례를 든다.

 

연결해서 우리나라 설계 공모의 사례를 설명하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특히 세종시 정부청사는 당초 공모 당선작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진행된 것을 짚는다. 좋은 계획이 늘 좋은 결과를 낳지는 못하지만 급조된 계획이 전문성 없는 사람들에 의해 실현되는 것, 그런 일에 세금이 낭비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저자는 좋은 건축에서 ‘감동’과 ‘사회적 메시지’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건축을 뜻하는 ‘architecture’는 크다는 뜻과 기술이라는 의미가 합쳐져 이른바 ‘큰기술’이라 할 수 있지만 기술의 궁극적 목표는 ‘투명함’이므로 그 안에 본질적 삶의 가치가 담겨 있어야 한다. 그러니 ‘감동’과 ‘사회적 메시지’가 없다면 건축은 구조물을 짓는 ‘공학’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조진만 건축가의 생각노트를 덮으며 내가 다시 집을 짓는다면... 이라는 생각이 들어 화들짝 놀랐다. 집 지으며 10년은 늙었다고! 이 짓을 다신 하지 않겠다! 고 큰소리 쳤는데 한 번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니 기막힌다. 만약 다시 하게 된다면 그 때는 긴 호흡으로 찬찬히 해보고 싶다. 사회적 메시지까지는 아니어도 ‘감동이 있는 집’은 가능하지 않을까? 실현가능성은 아주 낮은데 머릿속에선 이미 투시도가 그려지고 있다...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주, 이동, 식민, 이민의 세계사
다마키 도시아키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in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동하는 사람들=이민’이라는 관점에서 세계사를 바라보면 인간이 어떻게 문명을 만들고 전파했는지, 그리고 세계가 어떻게 하나의 공동체로 이어졌는지 전체적인 구도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올 것이다. 또 그 과정에서 생긴 문제와 그 문제가 오늘날 과제로 남았다는 사실도 실감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주, 이동, 식민, 이민의 세계사
다마키 도시아키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in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창 시절에 배운 국사는 물론 세계사는 주로 왕들의 이야기였다. 무슨 무슨 왕이 어떤 나라를 만들어서 어떤 정책을 펼쳤다는 내용을 배웠다. 또한 그러한 일들이 발생한 년도를 외우는 것도 중요했다. 전공자가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부터는 세계사와는 결별이다. 특별히 역사에 관심이 있거나 세계뉴스를 찾아보는 사람이 아니라면 정규교육 과정에서 배웠던 세계사 지식이 전부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휘발되어 간다.

 

하지만 계속 새로운 것을 읽고 배우고자 한다면 읽을거리는 많다. 신간 <이주, 이동, 식민, 이민의 세계사>가 그런 책이다. 인간의 이동에 초점을 맞춰 쓴 세계사 책으로 교토산업대 교수 다마키 도시아키가 저자이다. 근대 유럽경제사가 전공인 경제학교수인데 세계사 책을 썼다. 저자의 전공과 제목 안에 힌트가 있다. 다마키 교수는 인간의 이동이 낳은 다양한 경제적 효과에 주목했다. 여기에 세계사적 재미도 놓치지 않고 있다.

 

이런 세계사 책을 읽을 때 독자는 자신의 지식을 확인함과 동시에 새로운 지식을 입수한다는 만족감을 동시에 갖게 된다. 그 두 지식의 비율은 독자마다 상이할 것이다.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배워온 세계사 공부 방식과는 다른 접근법을 택하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신선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머리말에서 밝힌 아래 내용을 보면 저자가 세계사란 이민이 쌓아올린 집약체라고 한 말의 의미를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이동하는 사람들=이민이라는 관점에서 세계사를 바라보면 인간이 어떻게 문명을 만들고 전파했는지, 그리고 세계가 어떻게 하나의 공동체로 이어졌는지 전체적인 구도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올 것이다. 또 그 과정에서 생긴 문제와 그 문제가 오늘날 과제로 남았다는 사실도 실감할 수 있다.

 

 

장에서는 인류의 이동과 문명에 대해 풀어내고, 장은 이슬람 상인을 위시한 신항로 개척을 위주로 세계 교역에 대한 내용을 실었고, 장에서는 이민이 유럽사에 끼친 영향을 경제와 난민의 관점으로 들여다본다. 연대기 순으로 쓰여진 세계사 책의 경우 보통은 순차적으로 읽어나간다. 세계사를 배울 때 방식 그대로인 셈이다. 이 책도 현생인류의 시작인 아프리카 대륙에서 출발하지만 꼭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목차를 먼저 훑어본 후 관심 가는 것이 있다면 그것부터 읽어도 괜찮다.

 

 

나는 1장에서 흑사병 유행의 원인은 몽골제국?’이라는 제목에 눈길이 가서 펼쳐보았다. 코로나19 때문에 흑사병이라는 단어가 눈에 딱 들어오기도 했지만 흑사병의 원인을 왜 몽골제국이라고 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럼 그 내용부터 확인해 보겠다.

 

 

p.71

흑사병은 현대의 그 어떤 전염병보다 빠른 속도로 유럽을 휩쓸었다. 흑사병 창궐의 원인으로는 다양한 가설이 제기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몽골제국의 교역 네트워크로 유럽과 중앙아시아가 밀접하게 이어지면서 병을 퍼뜨리는 속도가 빨라지고 규모가 커진 측면이 있다는 주장이 흥미롭다. 몽골제국이 팍스 몽골리카즉 몽골의 평화를 실현하지 않았더라면 유라시아 대륙의 교역 네트워크는 확장되지 않았을 것이며, 유럽까지 흑사병이 퍼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번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빠르게 퍼져나간 것과 유사한 설명이었다. 오늘날 인류가 세계 어디로든 이동이 자유롭기 때문에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순식간에 전세계를 점령한 것이다.몽골제국이 유럽과 중앙아시아를 연결하지 않았더라면 흑사병이 그렇게 빠르게 전파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다. 저자는 유목민이라는 이민자가 세계사를 움직였다고 강조하고 있다. 장은 이것을 논증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는 두 번에 거쳐 아프리카를 빠져나왔다. 정확한 이유는 규명되지 않았지만 저자는 이것 때문이 아니었을까 가정하고 있다.

 

최대한 많은 지역에서 생활해야 종의 보존에 바람직하다!”

 

수 만년에 걸쳐 계속 이동한 호모사피엔스는 이민자의 원형이라 할 수 있고 그들이 정착하여 6대 문명을 건설했으며, 나아가 이들 문명이 발달전파되기 위해서는 이동하는 사람들즉 이민의 존재가 필요했다. 이처럼 장은 이민자들에 의해 세워진 문명에 대한 내용, 그중에서도 유럽문명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장을 읽다보니 내 세계사력이 이렇게 낮았나 싶어 흠칫했다. 안개 속에 갇힌 것처럼 어렴풋했다. 배운 지 몇 십 년이나 지난 것을 다 기억하고 있다면 그것 역시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자위했다. 또 하나, 저자는 기존 세계사 교과서에서 다룬, 정설이라 여기는 것들에 도전하는 내용이나 새로운 가설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처음 접하는 내용일 수 있다. 나 포함 많은 독자들이 그러했을 거라 예상한다.

 

예컨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동방원정의 경우, 동서문화의 통합으로 헬레니즘 문명이 탄생했다고 배웠다. 그런데 저자는 현재 이 견해는 정설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49) 고 했다. 또 중국을 위협했던 흉노족을 유럽에서는 훈족이라고 불렀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아니란다. 동흉노가 훈족이 되었다는 설이 있는데 정확히 검증된 게 아니(63) 라고도 했다.

 

역사도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사료나 유물이 발견되면 기존에 정설이라 했던 것들이 부정될 수 있다. 그러니 이런 세계사는 졸업 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새롭게 가설을 세우고 연구하고 검증하는 것은 역사학자들의 몫이다. 하지만 그 결과물을 우리가 책으로 읽으면 그들의 노력과 성과를 손쉽게 공유할 수 있다.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의 저자는 직접 연구가 아니라 인용한 것이라서 그런지 위 문장 뒤에 설명을 더하지는 않았다. 아쉽기는 하지만 책의 분량 문제도 있었을 것이고, 내용의 응집력을 위해서 그 문장 뒤로 더 이상 뻗어나가지 못한 게 아닐까 싶다.

 

장에서는 세계에서 활약한 상인들의 이야기다. 이슬람 상인, 바이킹, 포르투갈인, 유대인까지. 활발한 교역이 세계의 변화를 일으킨 내용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이 장에서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은 바이킹과 세파르딤, 두 가지다. 바이킹은 그저 해적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그들의 활약이 얼마나 컸는지를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바이킹에 대해 최근에 발견된 것도 있는 모양이었다.

 

 

p.89~90

바이킹은 일반적으로 약탈자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재 학계에서는 연구를 통해 바이킹이 단순한 약탈자가 아니라, 넓은 의미에서 교역에 종사했던 집단임을 밝혀냈다. 원래 약탈과 교역은 구별하기가 어렵고 중세에는 두 행위의 구별이 불가능했다. 게다가 최근 바이킹이 건설한 도시 수눈의 유적이 스칸디나비아반도뿐 아니라 더 넓은 지역에서 발굴되며, 그들이 다양한 장소를 거점으로 교역에 종사했다는 사실도 확실히 밝혀졌다.

 

 

우리에게 각인된 바이킹의 이미지는 어디에서 온걸까? 저자는 19세기 후반에 활동한 벨기에 역사학자 앙리 피렌의 시각에서 출발했다고 말한다. 피렌이 살던 시대에는 단순한 약탈자 이미지였겠지만 오늘날에는 영국에서 러시아에 이르는 거대한 상업 네트워크를 보유한 상인으로 활약했다는 견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피렌은 바이킹의 존재를 상업적으로 부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저자는 그 반대다. 장기적으로 바이킹의 활약이 유럽의 대외진출을 촉진했다고 보고 있다. 저자는 북유럽을 중심으로 이동하고 정착한 바이킹을 북유럽 상업 네트워크를 구축한 이민자라고 부른다.

 

세파르팀? 유대인이란다. 유대인이면 다 유대인이지 유대인도 종류가 있단 말인가? 그렇단다. 혹시 나만 몰랐나?

 

저자는 설탕혁명을 설명하면서 세파르딤이라는 유대인을 불러온다. 17세기 카리브해 네덜란드령 식민지에는, 네덜란드인 플랜테이션 농장주와 그들이 소유한 노예가 속속 도착해 사탕수수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이 네덜란드인이 네덜란드인이 아니라 세파르딤이라는 주장이 학계에서 제기됐다. 세파르딤은 15세기 말에 이베리아 반도에서 추방된 유대인으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로테르담에 피난처를 마련해 이베리아반도의 고국과 외국 식민지 사이의 무역에 크게 이바지했다고 알려져 있다.

 

신세계는 설탕을 대량 생산하며 설탕 왕국으로 거듭났다. 세파르딤이 이베리아반도에서 건너와 정착하며 신세계는 설탕 혁명의 무대가 되었다. 사탕수수 재배 방법을 신세계 각지에 전파한 이들은 세파르딤이었고, 실제로 재배에 종사한 이들은 흑인 노예였다. 저자는 이 둘 중 하나만 빠졌어도 설탕 생산량이 늘어나 유럽이 풍요로워지는 역사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유럽인들이 흑인을 아메리카 대륙으로 데려가 사탕수수를 재배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유럽인이 세파르딤이라는 유대인인줄은 몰랐다. 이 책에서는 유대인의 종류까지는 설명하고 있지 않아서 검색해보니 나무위키에서 자세히 나와있었다. 다섯 분파나 있다니! 그들의 역사까지도 자세히 읽어보았다. 이렇게 책에서 알게 된 내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궁금해질 때 즐겁다.

 

장의 제목은 이민이 유럽의 번영을 가져왔을까?인데 미국번영과 전쟁 및 난민 문제에 더 집중하고 있다. 이민으로 만들어진 국가, 미국으로 이주해온 유럽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제반 상황을 재미있게 읽었다. 가장 마지막 내용이 세계사에서 바라본 유럽 이민 문제이다. 앞 장에서 다룬 유럽인들의 신세계 진출은 제국주의가 되어 결국 전쟁의 빌미를 제공했으며 각 민족들간의 내전을 일으키게 했다.

 

우리나라는 가장 최근에 겪은 전쟁이 70년전이다. 전후에 태어나서 전쟁없이 산 세대도 이미 노인이 될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그만큼 현재를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꽤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이 분단된 상태로 거의 섬나라처럼 살다보니 우리는 난민을 만난 적도 없었고 그들을 수용해야 하는 문제를 맞닥뜨려본 적도 없었다. 그러니 실제 본적도 없는 난민에 대한 잘못된 정보만 접하게 되었다. 반대로 유럽은 난민문제가 심각하다. 제국주의 시대의 유산으로 아직 내전중인 국가들이 있고, 자신의 고향을 버리고 남의 나라에 몸을 의탁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몰린 사람들도 많다.

 

세계사에서 바라본 유럽 이민 문제에서 자세하지 다루지는 않지만 난민의 역사적 상황을 접할 수 있게 해준다. 이민의 역사를 궁금해 이 책을 펼친 사람이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 장에서 길게 머물지도 모른다. 다른 내용들은 아주 오래된 지나간 일이지만 난민 문제는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또한 멀리 있는 사람들이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문제와 고통을 안다는 것이 세계인으로서 도리가 아닐까. 독일인들처럼 적극 난민을 수용하겠다고 까지는 못하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없지만 그들의 역사에 대해 알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합리화 해본다.

 

저자는 맺음말에서 호모사피엔스라는 종 자체에 이민이라는 선택지가 내장되어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인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갔지만 지면 관계상 인류 역사 전체를 골고루 다룰 수는 없었다고도 했다. , 인류가 어떻게 이동하고 그 이동이 어떠한 의미를 역사에 부여하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했다고 밝혔다. 저자의 노력 덕분에 인류의 역사를 이민사적 관점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소 나를 만나다 - 나와 함께, 나답게, 나를 위해
김건숙 지음 / 바이북스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로소 나를 만나다>의 첫인상은 "나는 건강한 책입니다!"였다. 진한 초록색 표지와 걷는 이의 발걸음은 건강함을 발산하고 있었다. 김건숙 작가님은 전작 <책사랑꾼, 그림책에서 무얼 보았나?>로 처음 만났는데 이번에 신간 <비로소 나를 만나다>도 읽게 되었다. 작가님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이웃으로 소통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 혼자 아는 사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동안 SNS에 올라오는 글을 읽으며 친근하게 느끼고 있었는데 이번 책을 읽으면서는 언니~~라 부르고 싶어졌다.

나는 남동생만 둘 있고 자매가 없다. 어릴 때부터 늘 언니 있는 애들을 부러워했다. 언니 없이 혼자서도 잘 살아왔지만 힘든 일 있을 때 고민을 들어줄 언니가 있다면 좋겠다는 아쉬움은 평생 이어왔다. 투닥거려도 좋고 사소하고 시시콜콜한 얘기라도 좋다. 누구에게도 말못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언니가 있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데 마치 언니랑 사소하지만 내밀한 이야기, 진지하고도 신나는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이 들었다. 작가님의 삶이 나와 겹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그러니 절로 언니~~라 부를밖에!

                            

책을 좋아하는 것은 기본이고, 매일 책 읽고 블로그에 리뷰를 써서 올린 것,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까지! 물론 나는 책을 내지 못했다. 작가님은 자신의 사생활을 솔직담백하게 드러내는 글을 썼지만 나는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책을 읽으며 더욱 그러함을 알게 되었다. 남편과 딸의 이야기부터 자신의 건강 상태도 드러내고, 가수 장민호를 덕질한 이야기까지, 어떻게 보면 일기 같은 글을 진솔하게 써냈으니 나와는 차원이 다른 게 맞다.

진솔한 글이야말로 미사여구로 꾸민 문장들보다 더 마음에 와 닿는다. 가수 장민호의 팬으로 덕질한 사연에서 작가님의 진심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나 같으면 “그 나이에 웬 가수 덕질이라니?” 라는 퉁박을 들을까봐 주춤했을 것 같은데 작가님다운 덕질활동이 있었다. ‘사랑의 콜센터’라는 프로그램에 장문의 편지를 쓴 것이다. 장민호를 주인공으로 한 그림책을 직접 만들고! 팬카페에서 열성회원으로 활동함은 물론이다. 그런 열정이 부러웠고 자랑스레 쓸만도 하다 싶었다.

나는 작가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스스로를 나이에 자꾸 묶는 편이다. 이 나이에 무슨! 이라는 말로 행동을 제어하고 글을 쓸 때도 그런다. 그 나이에 철없는 소리한다는 힐난을 들을까봐, 반대로 무슨 늙은이 같은 생각만 하냐 그럴까봐... 글을 쓰며 자꾸만 자가 검열의 돌부리에 덜거덕거리곤 한다. 그러니 저자가 자신을 오롯이 드러낸 글을 읽으면 대단하다 싶고 또 부러워한다.

이 책에서 작가님은 코로나 이후 자신의 생활 패턴, 사고, 태도의 변화에 대해 쓰고 있다. 코로나 이전까지 바쁘고 치열하게 살았지만 타의로 생긴 시간의 여유는 생활 전반에 여유로움을 가져왔고 자신의 건강을 돌보게 되었다. 나답게 살기 위해서는 나를 위할 줄 알아야 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일 년간 동네 뒷산을 오르며 자연의 변화를 피부로 감지하게 되고, 어깨 통증 때문에 도수치료를 받으러 다니면서 타인의 고통을 볼 수 있게 된다. 또 이전보다 강아지를 위한 시간을 더 내면서 강아지를 사랑하고 위하는 행동이 실은 자신을 위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세상을 보는 시선도 따뜻해졌다.

p.132

아름다운 것을 보았네

와르르 새떼가 떨어지는 광경을

나는 보고 있네

빙그르르 돌며

아래로 아래로 내려앉는

새들을 보고 있네

날개마저 버리고 한껏 가벼워진 새들이

마지막으로 소리 내 울면서

쌓인 새떼들 위로 포개 눕는 모습을

나는 한참을 보고 있네

참, 아름다운 것을 보았네

 

아름다운 가을을 보았네

-눈 내리듯 떨어지는 잎들을 보며 지은 시-

 

p.254

타인의 손에 기대어 사는 세상, 거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타인의 온기에 기대어 사는 속에 있으니, 치료를 마치고 돌아올 때면 나도 그러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코로나 때문에 스트레스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작가님은 그 반대였다. 가장 큰 수확이 바로 자신을 만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책의 부제처럼 ‘나와 함께, 나답게, 나를 위해’ 살면서 비로소 나를 만나게 되었다고 자랑했다. 투덜거리며 허송세월을 보내는 이들에 비하면 자랑하며 책을 낼만하지 않은가. 사소하기 그지없는 일상에 감탄하는 태도는 마음에 틈이 있어야 가능하다. 너무나 바쁘게 꽉찬 일과는 언제 하루가 다 갔는지 모르게 살면 자신을 볼 여유가 없다. 나를 위해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한 사람이라도 내 책을 만난 뒤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을 찾았으면 좋겠다. 혼자의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 그 속에서 그윽한 자신의 내면 풍경을 만나 맛있는 인생을 살면 좋겠다.

p.257

 

위와 같은 덕담을 듣고 어찌 살던대로 살까. 의존적인 성격이라면 작은 것에서부터 혼자서 하기를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 작가님처럼 혼자 여행가기, 안 해본 취미생활 해보기 등등. 어쩌면 혼자 하는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작가님이 말한 ‘나와 함께’는 외롭지 않게 느껴지니까. 나는 내면 풍경을 만나도록 노력해야겠다. 그것은 ‘나를 위해’에 해당되는 거다. 작가님처럼 자신을 드러내는 글쓰기를 연습해야 한다. 작가님은 맛있는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나는 어떤 글을 쓸까? 3년 넘게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계속 천착해 온 고민이다. 나다운 글이 어떤 글인지 더 고민해야 한다. 나다운 품격이 있는 글을 써보자!

마지막으로 작가님이란 호칭 대신 언니!라 부르며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언니~~~~

장민호한테 그림책 선물했잖아요? 뭐라고 답이 왔어요? 넘넘 궁금해요!“

“언니, 언니!

밀키는 요즘 어때요? 건강한가요?“

“언니, 판소리하는 거 듣고 싶어요! 그 유명한 쑥대머리, 언제쯤 들려주실 거에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