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나를 만나다 - 나와 함께, 나답게, 나를 위해
김건숙 지음 / 바이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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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나를 만나다>의 첫인상은 "나는 건강한 책입니다!"였다. 진한 초록색 표지와 걷는 이의 발걸음은 건강함을 발산하고 있었다. 김건숙 작가님은 전작 <책사랑꾼, 그림책에서 무얼 보았나?>로 처음 만났는데 이번에 신간 <비로소 나를 만나다>도 읽게 되었다. 작가님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이웃으로 소통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 혼자 아는 사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동안 SNS에 올라오는 글을 읽으며 친근하게 느끼고 있었는데 이번 책을 읽으면서는 언니~~라 부르고 싶어졌다.

나는 남동생만 둘 있고 자매가 없다. 어릴 때부터 늘 언니 있는 애들을 부러워했다. 언니 없이 혼자서도 잘 살아왔지만 힘든 일 있을 때 고민을 들어줄 언니가 있다면 좋겠다는 아쉬움은 평생 이어왔다. 투닥거려도 좋고 사소하고 시시콜콜한 얘기라도 좋다. 누구에게도 말못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언니가 있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데 마치 언니랑 사소하지만 내밀한 이야기, 진지하고도 신나는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이 들었다. 작가님의 삶이 나와 겹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그러니 절로 언니~~라 부를밖에!

                            

책을 좋아하는 것은 기본이고, 매일 책 읽고 블로그에 리뷰를 써서 올린 것,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까지! 물론 나는 책을 내지 못했다. 작가님은 자신의 사생활을 솔직담백하게 드러내는 글을 썼지만 나는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책을 읽으며 더욱 그러함을 알게 되었다. 남편과 딸의 이야기부터 자신의 건강 상태도 드러내고, 가수 장민호를 덕질한 이야기까지, 어떻게 보면 일기 같은 글을 진솔하게 써냈으니 나와는 차원이 다른 게 맞다.

진솔한 글이야말로 미사여구로 꾸민 문장들보다 더 마음에 와 닿는다. 가수 장민호의 팬으로 덕질한 사연에서 작가님의 진심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나 같으면 “그 나이에 웬 가수 덕질이라니?” 라는 퉁박을 들을까봐 주춤했을 것 같은데 작가님다운 덕질활동이 있었다. ‘사랑의 콜센터’라는 프로그램에 장문의 편지를 쓴 것이다. 장민호를 주인공으로 한 그림책을 직접 만들고! 팬카페에서 열성회원으로 활동함은 물론이다. 그런 열정이 부러웠고 자랑스레 쓸만도 하다 싶었다.

나는 작가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스스로를 나이에 자꾸 묶는 편이다. 이 나이에 무슨! 이라는 말로 행동을 제어하고 글을 쓸 때도 그런다. 그 나이에 철없는 소리한다는 힐난을 들을까봐, 반대로 무슨 늙은이 같은 생각만 하냐 그럴까봐... 글을 쓰며 자꾸만 자가 검열의 돌부리에 덜거덕거리곤 한다. 그러니 저자가 자신을 오롯이 드러낸 글을 읽으면 대단하다 싶고 또 부러워한다.

이 책에서 작가님은 코로나 이후 자신의 생활 패턴, 사고, 태도의 변화에 대해 쓰고 있다. 코로나 이전까지 바쁘고 치열하게 살았지만 타의로 생긴 시간의 여유는 생활 전반에 여유로움을 가져왔고 자신의 건강을 돌보게 되었다. 나답게 살기 위해서는 나를 위할 줄 알아야 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일 년간 동네 뒷산을 오르며 자연의 변화를 피부로 감지하게 되고, 어깨 통증 때문에 도수치료를 받으러 다니면서 타인의 고통을 볼 수 있게 된다. 또 이전보다 강아지를 위한 시간을 더 내면서 강아지를 사랑하고 위하는 행동이 실은 자신을 위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세상을 보는 시선도 따뜻해졌다.

p.132

아름다운 것을 보았네

와르르 새떼가 떨어지는 광경을

나는 보고 있네

빙그르르 돌며

아래로 아래로 내려앉는

새들을 보고 있네

날개마저 버리고 한껏 가벼워진 새들이

마지막으로 소리 내 울면서

쌓인 새떼들 위로 포개 눕는 모습을

나는 한참을 보고 있네

참, 아름다운 것을 보았네

 

아름다운 가을을 보았네

-눈 내리듯 떨어지는 잎들을 보며 지은 시-

 

p.254

타인의 손에 기대어 사는 세상, 거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타인의 온기에 기대어 사는 속에 있으니, 치료를 마치고 돌아올 때면 나도 그러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코로나 때문에 스트레스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작가님은 그 반대였다. 가장 큰 수확이 바로 자신을 만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책의 부제처럼 ‘나와 함께, 나답게, 나를 위해’ 살면서 비로소 나를 만나게 되었다고 자랑했다. 투덜거리며 허송세월을 보내는 이들에 비하면 자랑하며 책을 낼만하지 않은가. 사소하기 그지없는 일상에 감탄하는 태도는 마음에 틈이 있어야 가능하다. 너무나 바쁘게 꽉찬 일과는 언제 하루가 다 갔는지 모르게 살면 자신을 볼 여유가 없다. 나를 위해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한 사람이라도 내 책을 만난 뒤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을 찾았으면 좋겠다. 혼자의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 그 속에서 그윽한 자신의 내면 풍경을 만나 맛있는 인생을 살면 좋겠다.

p.257

 

위와 같은 덕담을 듣고 어찌 살던대로 살까. 의존적인 성격이라면 작은 것에서부터 혼자서 하기를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 작가님처럼 혼자 여행가기, 안 해본 취미생활 해보기 등등. 어쩌면 혼자 하는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작가님이 말한 ‘나와 함께’는 외롭지 않게 느껴지니까. 나는 내면 풍경을 만나도록 노력해야겠다. 그것은 ‘나를 위해’에 해당되는 거다. 작가님처럼 자신을 드러내는 글쓰기를 연습해야 한다. 작가님은 맛있는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나는 어떤 글을 쓸까? 3년 넘게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계속 천착해 온 고민이다. 나다운 글이 어떤 글인지 더 고민해야 한다. 나다운 품격이 있는 글을 써보자!

마지막으로 작가님이란 호칭 대신 언니!라 부르며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언니~~~~

장민호한테 그림책 선물했잖아요? 뭐라고 답이 왔어요? 넘넘 궁금해요!“

“언니, 언니!

밀키는 요즘 어때요? 건강한가요?“

“언니, 판소리하는 거 듣고 싶어요! 그 유명한 쑥대머리, 언제쯤 들려주실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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