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수업 - 조그맣고 꿈틀거리지만 아름답고 경이로운 생명
김태우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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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책을 통해 대중들에게 곤충과의 만남은 무료한 일상에 흥미를 돋우는 양념 같은 경험이며, 무수하게 많은 곤충으로부터 얼마든지 많은 스토리가 생겨날 수 있으니 곤충 스토리 발굴은 모두의 숙제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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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수업 - 조그맣고 꿈틀거리지만 아름답고 경이로운 생명
김태우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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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출신의 김태우 곤충박사가 쓴 책 <곤충수업> 리뷰입니다. 책 제목이 곤충수업이니까 퀴즈 하나 들어갑니다.(이하 퀴즈는 책 내용 그대로 발췌)

처음부터? 갑자기?

네, 그렇습니다! 처음부터~~

갑분 퀴즈, 시작합니다!!




아래 사진은 뭘까요?



네~~ 번데기, 맞습니다.

이 정도도 모를까봐 싶으셨죠?

그럼 어떤 곤충의 번데기일까요?

흐음... 곤충 박사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요?




바로 호랑나비의 번데기입니다.

번데기와 성충의 모습이 천지 차이지요?

처음에 인용한 체호프의 문장도 ‘곤충의 변신은 무죄’라는 챕터의 서두에 나오는 것입니다. 저자는 각 챕터마다 곤충과 관련된 잠언같은 문장들을 첨부해 두었는데 곤충에 대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언급했다는 건 또 처음 알았습니다. 그 문장들만 모아두고 한 번씩 꺼내 읽어도 겸허함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좀 재밌는 퀴즈입니다.

아래 사진 중 진짜 새똥은 몇 번일까요?




아, 너무 쉽다구요?

좀 헷갈린다구요?

그렇죠, 1번과 4번이 헷갈릴 겁니다. 2,3번은 발이 확연하게 보이니까요.

정답은 4번입니다.

나머지의 이름은 직접 찾아보세요!

라고 하면 화나겠지요?


워워~~ 알려드리겠습니다!

1번은 민새똥거미, 2번은 배자바구미, 3번은 새똥하늘소입니다.

이 곤충들은 왜 새똥과 비슷한 모습일까요? 눈치 채신 분도 있겠지만 곤충의 천적이 새이기 때문이지요. 새들이 가장 관심 없어하는 게 자신이 싼 똥입니다. 그래서 많은 곤충들이 새똥을 닮았습니다.

퀴즈 재미있지요?(강요인가?네, 그렇습니다!ㅎㅎ)

책 제목이 곤충수업이니까~~

마지막 퀴즈, 하나 더 나갑니다!





위 사진 중에 진짜 개미는 몇 번일까요?

앗, 너무 쉬웠나요?

이번엔 사진을 좀 더 집중해서 보셨죠?

이게 뭐라고~~ (이건 리뷰도 아니고 퀴즈도 아니여~ㅎㅎ)

퀴즈니까 맞추고 싶은 욕구가 막막 생겨나지요??

저는 정답 보기 전에 이렇게 유추해봤습니다.

4번은 색깔이 아닌 것 같고, 3번은 개미라 하기엔 다리가 너무 길어서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 1번 아님 2번이 정답인데요. 거참... 헷갈리더라구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정답을 봤더니 신기하게도 이름에 모두 개미가 들어가 있어요!

왜 그럴까요?

개미는 생태계에 흔한 존재지만 공격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개미의 모습을 흉내 내는 곤충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럼 퀴즈 인 퀴즈로 번외 질문할까요?

아래 이름과 위 사진의 곤충을 매칭시켜보는 겁니다.


곰개미, 개미거미,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 개미벌

자연으로 나가지 않고, 책으로 이름 맞히기만 해도 재미가 쏠쏠 하지요~~

그렇습니다. 이 책은 곤충박사답게 김태우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가 곤충에 대해 거의 모든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에이, 곤충수업인데 어른이 뭐하러 읽느나! 구요? 초등학생이나 곤충에 대해 연구하고 싶은 사람들이 읽을 책 같다구요? 혹시 제목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출판사가 좀 잘못한 것 같군요. 이렇게 재미있는 책에 ‘수업’이라는 제목을 붙이니 학습적인 내용이라고 오해하게 만들었으니까요. 좀 더 관심을 끌만한 제목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그런데! 아까 개미 이름 맞히는 퀴즈, 왜 정답 안 알려주냐?’

이렇게 생각하셨다면! 당신은 퀴즈 매니아!!

정답은 이 리뷰 마지막에 알려드립죠!

앗, 다음 내용 스킵하고 맨 뒤로 가지 마시구요...(please!!)

책 소개 더 읽어 보시고 마지막에 확인해 주세요!!

이 책은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각 장의 제목을 보면 책 제목만큼이나 말하고자하는 바가 명징합니다. 그러니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되고요, 제목 보고 궁금한 내용 먼저 읽어도 됩니다. 각 장의 제목만 소개하려다가 챕터의 소제목까지 보이게 사진 찍었습니다. 소제목을 보시면 궁금해서 직접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실겁니다.





‘벌은 이유 없이 쏘지 않는다’에서는 저자가 겪었던 벌 관련 일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 교회 수련회에서, 현장학습 나가서, 북한산에서 곤충조사 후에 겪은 일등 여러 가지인데 일상에 도움되는 상식도 얻을 수 있습니다. ‘벌이 공격할 때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어야 한다’는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이라고 합니다. 한 마리라면 몰라도 벌떼가 쏟아져 나올 때는 무조건 그 자리에서 멀리 벗어나는 게 상책입니다. 벌이 떼로 덤비는 것은 벌집 속에 있는 더 많은 애벌레를 포함해 자기 집단을 방어하기 위함이기 때문에 벌집으로부터 멀리 달아나면 더 이상 쫓아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벌쏘임 사고 예방을 위해 검정색 옷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2018년 국립공원 연구원에서 실험을 했는데 여러 가지 색상 중 검정색이나 진한 갈색을 공격했다고 합니다. 벌의 공격성은 곰 같은 덩치가 큰 야생동물에게 대항하기 위해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야외에서 음료수를 마실 때 한 눈을 판 사이에 컵이나 캔 속으로 벌이 들어가는 일이 종종 생기니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렇게 벌에 관련된 내용을 읽다보니 제가 궁금해 하던 게 떠오릅니다. 산에서 벌꿀을 채취하는 것을 TV에서 종종 보게 됩니다. 어제도 높은 나무 안에 있는 꿀을 채취하는 장면을 봤는데요, 아래 사진처럼 나무에 벌집을 만들어 꿀을 모아둔 것을 목청이라고 부른답니다.






목청은 벌들이 몇 년씩 걸려 모은 야생꿀이기 때문에 비싼 값에 팔린다고 하는데요, 저는 저런 영상을 볼 때마다 벌들에게 미안해집니다. 걔들이 힘들게 모아둔 걸 인간이 훔쳐가는 거잖아요! 벌들에게 허락받은 거 아니잖아요? 값을 치른 것도 아니고요! 몇 년간 모아둔 걸 순식간에 강탈당하면 얼마나 황당할까 싶습니다. 이런 인간의 행위가 생태계의 순리인가요...


저자는 책 말미에 일반인들이 곤충에 관심을 가지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해야할 노력에 대해서도 말합니다.

국민소득 2만불이 넘어야 비로소 자연환경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우리는 격동의 근대사를 지나왔습니다. 그러나 변화한 시대에 적응하고 서구 지식을 받아들이며 주변 환경을 돌볼 틈 없이 압축 성장하는 와중에도 곤충 분야에서는 석주명과 조복성 같은 선각들이 있었습니다. 이분들은 단순히 곤충 연구에 대한 객관적 지식만을 후대에 물려준 것이 아니라 자연에 대한 시선과 감수성이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건네주었습니다. 저는 곤충 연구와 애호에 있어서도 온고지신이라는 사자성어의 힘을 믿습니다. 미래를 내다보는 것도 좋지만, 과거를 살펴보고 반성할 필요도 있는 것이지요.

(……)

서양의 곤충 문화가 발달해온 과정을 살펴보면 다윈과 윌리스, 베이츠 같은 학자와 전문가도 있었지만 헤르만 헤세, 나보코프, 베르나르 베르베르처럼 곤충을 좋아하는 문학가들의 역할도 분명 있었습니다. 꼭 곤충 연구를 전공하지 않더라도 교사, 작가, 화가, 기자, 수의사, 동물치료사, 환경운동가, 숲해설가, 에코디자이너, 다큐멘터리 PD, 에코가이드, 큐레이터 등 어떤 직업에서든 곤충은 삶의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p.333~334

기억하시나요?

마지막 퀴즈의 정답요!!

위에서 알려드린 순서대로 1번은 곰개미, 2번은 개미거미, 3번은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 4번은 개미벌입니다. 혹시 산에서 비슷한 아이들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그 땐 기억을 떠올려 보시길~~

이 책을 계기로 곤충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저자의 당부를 보니 정말 이 책은 누구나 읽어볼만한 책이 맞지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곤충에 대해 말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대중들에게 곤충과의 만남은 무료한 일상에 흥미를 돋우는 양념 같은 경험이며, 무수하게 많은 곤충으로부터 얼마든지 많은 스토리가 생겨날 수 있으니 곤충 스토리 발굴은 모두의 숙제라고 합니다. 곤충학자부터 우리 같은 일반인들까지요...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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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시 - 내 것이 아닌 아이
애슐리 오드레인 지음, 박현주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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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나이 때문에 감상차가 있을 수도 있다. 독박육아라는 말조차 없던 시절, 시집살이와 가사, 육아를 도맡아 해 온 여성 독자라면 애 하나 키우는데 뭐 그리 징징거리냐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다. 산후우울증은 또 뭐냐며 사는 게 편하니 별 걸 다 만들어 낸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세계 최저 출생률을 자랑하는 이 시대에 엄마가 된 여성들은 블라이스에게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작가가 이 소설이 첫 작품이라는데 디테일한 부분을 아주 잘 짚어냈다. 출산 장면, 천사같다고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아기에 대한 서술, 일상 속 찰나에서 여성만이 느끼는 수치심 같은 것들이다.

- 나는 사람들에게 변기 위에서 밀어내게 해달라고 부탁했어. 거기가 제일 편안했고, 그 시점에 나는 환각에 빠졌거든.

- 젖꼭지를 면도날로 베는 것 같은 고통을 주는 신생아의 잇몸과 싸워 이길 수 없는 유일한 엄마.

- 당신은 마치 로커 룸의 팀 동료에게 하는 것처럼 수건을 던져주었지. 이전에는 내 몸을 천천히 닦아주곤 했는데 말이야.

- 아파트 안에 틀어박혀서 아이는 마치 전갈처럼 빨빨거리며 돌아다니고, 뭐든 입에 처넣을 물건을 찾아 다녔어.

- 나는 이 육체가 지금 당신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궁금했어. 그저 무언가를 담는 수단일 뿐인가? 당신을 여기까지. 아름다운 딸과 당신이 거의 알지도 못했던 아들의 아빠가 되는 지점까지 실어다 줬던 배?

블라이스의 딸 바이올렛은 영화 <케빈에 대하여>나 정유정 소설 <종의 기원>의 주인공에 버금가는 인물의 탄생이라 할 만하다. 블라이스 눈에 비친 바이올렛의 행동은 가히 소시오패스적이다. 이 책이 서술자 블라이스의 독백처럼 들리기 때문에 한편의 모노드라마나 사이코드라마처럼 읽히기도 하지만 블라이스 눈에 비친 바이올렛은 문제적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렇기 때문에 스릴러 같기도 하다. 블라이스의 주장을 100프로 믿는다는 가정 하에 본다면 바이올렛은 몹시 비정상적이다. 과연 아이가 저럴 수 있나? 아기는 귀여움을 기본으로 장착하고 태어난다는데 블라이스의 눈에 바이올렛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남편을 빼앗으려고 태어난 존재 같았다. 내 몸에서 나온 존재라는 사실이 끔찍할 정도로...

작가는 블라이스의 목소리로만 끝까지 밀고 나간다. 바이올렛 시점의 서술이 있었다면 블라이스가 겪는 고통이 반감되었을 것이다. 모성을 본능이라고 당연시 하고, 모든 걸 감내하도록 분칠하여 끝끝내 신화화해온 이데올로기에 작가는 반기를 든 것이다. 이 세상 인구 절반은 여자임에도 그동안 모성신화는 왜 이어져 왔나? 왜 깨부수지 못했나? 당사자의 침묵이 동조적 역할을 한 건 아닐까? 소설로라도 현실에 문제제기를 계속 해야 할 것이다.

 

한편 모성신화 주제에 대한 비판을 하는 입장에서라면 아이를 소시오패스처럼 묘사한 것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옮긴이의 말에서 박현주 작가가 푸시의 의미를 다층적으로 해석한 부분을 보면, 내가 낳은 아이를 사랑할 수 없다는 말을 수긍하게 된다.

 

 

블라이스를 병적으로 보자면 그녀 자신의 문제라기 보다는 엄마, 외할머니로 이어지는 내력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갑자기 엄마가 되었고 육아에는 도통 관심이 없었던 그녀들의 잘못이 현재의 블라이스에 분명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다. 이런 상황 역시 작가가 모성신화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제대로 된 가정환경에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블라이스가 안쓰럽다. 바이올렛이 정말 소시오패스라면! 그게 블라이스 당신 잘못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소설은 술술 잘 읽힌다. 출산의 경험이 있는 여자라서 감정이입이 쉽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번역의 역할도 컸다고 생각한다. 2인칭 시점의 서술이 낯설어 가독성이 떨어질 수도 있는데 말이다. 미국소설인데 마치 한국이야기처럼 읽혔다.

**인플루엔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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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 이은정 - 요즘 문학인의 생활 기록
이은정 지음 / 포르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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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다른 종류의 책을 읽었는데 공통점을 발견할 때가 있다. 며칠 전 읽은 책 <왜 얼굴에 혹할까>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말, 잘 생긴 얼굴에 눈길이 간다고 했다. 범죄자인 걸 뻔히 알고도 잘 생기면 호감이 가고 동정심이 생겨 급기야는 도와주려고까지 한다. 잘 생긴 얼굴을 이길 수가 없다. 그럼 못 생긴 사람들은 어쩌나? 성형수술 해야 하나? 아니다. 저자는 각종 실험과 연구 사례를 인용해 웃으면 된다고 했다. 웃고 있는 사람 옆에 있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니 웃는 낯으로 주위에 긍정에너지를 전염시키는 사람이 되자고 했다.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는 속담이 괜히 생긴 게 아니었다.

 

<쓰는 사람, 이은정>에서 작가도 웃음으로 인생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고 이런 팔자는 고칠 수도 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약국에서 일 할 때 약사님에게 팔자는 타고 나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답하기에 그럼 벗어날 수 없는 거냐고 다시 물었다. 그 약사님은 한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건 적선이라고 했다. 가진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던 작가는 어떻게, 뭐로 베푸냐고 물었고 그에 대한 답이 바로 웃음이었다.

나는 그때부터 팔자를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살고 있다. 최대한 웃는 얼굴로 사람을 만났고 내 말의 온도를 점검한 후에야 입을 열었다. 때로는 가슴이 젖은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 함께 울어주기도 했다. 웃음 한 줌이 적선이라면, 어쩌면 울음 또한 적선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 나는 결과를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말하기 전에 말 온도를 재며, 가끔은 함께 울어주는 것, 그것들은 정말 팔자를 바꾸게 했다. 내가 베풀고자 한 행동이 내가 가장 힘든 시기에 내게로 돌아온 것이다.

많은 사람이 위로의 말을 건넸으며, 진심으로 울어주었다. 밥을 굶는 내게 쌀을 보내주었고, 차비가 없는 내게 구겨진 지폐를 건넸다. 죽고 싶은 내게 살자고 손을 내밀어준 사람들도 알고 보니 나만큼 지난했던 과거가 있는 분들이었다. 그분들 역시 자신이 받았던 것들을 내게 되돌려준 것이다.

p.80~81

 

이은정이라는 작가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라도 위 내용을 보면 작가가 어떻게 살아왔을지 짐작 가능할 것이다. 팔자 탓을 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베푸는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그것은 거창한 베품이 아니다. 진심으로 웃으면서 대했던 거다. 웃는 얼굴에 진심어린 말과 행동이라면 받은 사람도 다시 돌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전업작가로 계속 살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책 제목도 <쓰는 사람, 이은정>이다. 신기하게도 작가로 살아갈 수 있도록 길이 열렸다. 주춤주춤하며 한 발 내디디면 용케도 그 발 앞으로 길이 났고, 비록 경제적으로는 넉넉지 못해도 그 길로 걸어갈 수 있었다.

집을 구한 사연을 작가는 기적이라 표현했지만 실은 그동안 작가가 베푼 것에 대한 보상이 아닐까 싶었다. 바닷가 어촌 마을에 마음에 쏙 드는 집을 사고 싶었지만 은행대출이 불가능했다. 도저히 마음을 접을 수가 없어서 주인에게 다시 찾아가 사정을 말했더니 가진 게 얼만지는 모르겠지만 전세든 월세든 이 집에 와서 살라고 했다. 그 집에서 쓴 소설로 작가는 문학상에 당선되었다. 이 에피소드에서도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을 대면할 때 다정한 눈동자와 목소리, 예쁜 미소를 세팅하고 나의 가난이나 결함 따위에 솔직해지는 연습을 시작했다. 고달픈 일상을 사는 주제에 가식으로 보이지는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연습이니까. (……) 작은 연습이 습관이 되면 인생이 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꿈 같은 행운이 들이닥친다는 걸 믿게 되었다. 기적은 몸과 마음을 예쁘게 부리는 작은 습관 속에서 조용히 찾아온다는 것을 말이다.

p.18~19

 

 

이 책은 작가 이은정의 소소한 일상 속에서 느끼고 깨달은 글들이 실려 있다. 글 한 꼭지가 서너 페이지 정도로 짧다. 그럼에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 라디오에서 나오는 청취자 사연을 듣는 기분이었다. 자신이 겪었던 일이 오버랩되는 상황에서 느끼는 작가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예컨대 이런 내용 말이다.

"음식점 안에서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다가 창 너머 나를 쳐다보고 있는 누군가를 발견하면 혹시 배가 고파서 보고 있나 싶어 미안해진다. 늦은 오후, 놀이터 그네에서 혼자 무료하게 앉아있는 어린아이를 보면 어두워지기 전에 부모가 퇴근할까 걱정된다. 남의 밭에서 배추 한 포기를 뽑아 뛰어가는 낯선 아주머니를 보면 넘어지지 말고 가셨으면 한다."

사람들을 그냥 보아 넘기지 못하는 거다. 작가는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시선 이라고 표현했다. 초등학생에게 재능기부를 하게 된 사연은 마음으로 보는 시선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고등학생 논술과외 광고를 냈는데 초등학생 딸아이를 주 2회만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아빠였고 대리운전 하는 날 밤 늦게까지 딸이 혼자 있는 게 걱정되어 계속 부탁했던 것이다. 작가는 그 집에 직접 가보고는 과외 대신 재능기부를 하겠다고 말한다. 어른스럽던 그 아이와 헤어지던 날 눈물을 흘리며 먹던 통닭의 기억을 잊기 힘들 것이라고 썼다.

다시는 그 아이가 통닭을 먹으며 울지 않기를, 어떤 음식을 먹다가도 눈물이 나지 않기를, 나처럼 너무 슬픈 어른이 되지 않기를 기도한다. 어른들 사정이야 어떻든 아이들은 그저 웃을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p.27

 

 

이 책은 산문집이기에 작가의 일상이 다 드러난다. 자신의 이야기를 써야하므로 진솔함이 생명이다. 나는 작가는 아니지만 책 리뷰를 쓸 때 내 생각이 들어가야 하고 그러다보면 내 신상도 드러내야 할 때가 있다. 내 정보 못지않게 생각을 드러낼 땐 나도 모르게 자가검열에 들어간다. 마음의 자가 스스로 그어둔 선 아래 위를 오르락 내리락 하며 눈치를 본다. 작가들은 정말 솔직하게 쓰는 걸까 궁금했다. 이은정 작가의 생각은 이렇다.

작가라는 신분에 솔직함이 제약이 된다는 말은 내가 겨우 쌓아가고 있는 내 인생에 대한 모독처럼 들렸다. 나는 솔직하지 못한 작가는 감동적인 글을 쓸 수 없다고 생각한다. 픽션이 됐든 논픽션이 됐든 글에는 반드시 글쓴이의 영혼이 들어가게 되어있는데, 솔직하고 진실한 사람의 글에서만 빛을 발하는 감동과 공감이 반드시 있다고 믿는다.

p.220

 

그래서 이 책을 읽고 고개 끄덕일 수 밖에 없다. 어떤 사연에선 같이 눈물 흘렸고, 감사의 인사를 90도로 같이 했으며, 뜨거운 군고구마에 입맛 다셨다. 가난한 독거중년이 더 가난한 독거노인이 될지라도 계속 글을 쓰겠다는 다짐을 인용하며 이은정 작가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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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얼굴에 혹할까 - 심리학과 뇌 과학이 포착한 얼굴의 강력한 힘
최훈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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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단도직입적으로다가~~

“외모지상주의 싫어욧!”

이라고 말하는 당신!

외출 준비를 하면서 내면을 다듬나요?

아닙니다!

옷을 차려입고 화장을 하지요. 외모를 꾸밉니다. 집을 나서기 직전 거울 속 얼굴을 다시 확인합니다.

외모보단 내면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누군가를 만날 땐 외모를 치장합니다. 만약 소개팅이나 면접 같은 중요한 미팅이라면 더욱 그러합니다. 이렇게 항변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게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냐? 사람을 만날 때 예의를 갖추는 거지! 에티켓!”

그 말도 맞습니다만 <왜 얼굴에 혹할까>, 이 책의 저자는 그 이유를 ‘후광효과’ 때문이라고 합니다. 후광효과는 하나의 두드러진 특징이 그 대상의 전체 인상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합니다. 외모가 빼어나면 모든 것이 빼어나고 좋으리라 생각하는 것입니다. 잘 생긴 사람은 착할 거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지요. 이런 후광효과는 뇌가 게으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한 사람의 두드러진 특징이 전 영역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면 편하니까요.

잘 생긴 범죄자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는 부작용 아닌 부작용도 발생하지만, 우리는 후광효과를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거의 본능처럼 얼굴에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이겠지요. 뇌의 게으름 때문이든 본능적으로든 습관적으로든 우리는 얼굴에 혹 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상대방의 얼굴을 볼 때 가장 먼저 쳐다보는 곳은 어디일까요? 네, 눈입니다.

그러니 눈을 더 예쁘게 보이게 하려고 무엇을 할까요? 눈이 좀 작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이라인을 그려서 크게 보이도록 하거나 외꺼풀인 사람은 쌍꺼풀 수술로 눈매를 또렷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이젠 쌍꺼풀 수술 정도는 성형수술이라고 하지도 않잖아요. 쌍꺼풀 수술 상담하러 가면 코디님이 자연스럽게 앞트임과 뒷트임도 권유합니다. 기왕 하는 거 눈을 더 커보이게 해야하지 않겠냐면서요...

이처럼 얼굴 수술 중에서 쌍꺼풀 수술을 가장 많이 한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얼굴에서 중요한 부분이 바로 눈이기 때문입니다. 저자 역시 이 책에서 눈과 눈동자, 눈썹, 화장법, 대칭까지 다양한 사례와 실험을 인용해 눈을 비중있게 다룹니다. 실제로 실험한 것도 많았는데요, 연구실 학생들의 얼굴을 합성하기도 하고 저자 자신의 생얼까지 과감하게 노출시켰습니다. 본의 아니게 실험에 사용된 저자의 얼굴을 보게 되었네요.

그럼 리뷰를 읽는 여러분에게도 공유하겠습니다(네, 물귀신 작전! 맞습니다~ㅎㅎ)

좌우 대칭인 얼굴이 더 매력적이라는 내용을 설명하면서 저자는 과감하게 자신의 얼굴을 사용합니다.

앗, 어떤 사진이 매력적인지 잘 모르겠다구요? 둘 다 똑같다구요?

흠...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저야 상관없지만 저자 최훈 교수님 상처받습니다...

B가 원래 얼굴이고, A는 컴퓨터로 만든 대칭얼굴입니다. 패릿이란 학자의 실험결과로는 좌우대칭이 매력적인 얼굴의 필수조건인 것 같지만 실은 완벽한 좌우대칭이라고 해서 장동건이나 송중기보다 매력적인 게 아니라는 것을 저자가 몸소 보여 주었습니다.

자, 저자의 사진 하나 더 공개합니다. 놀라진 마시구요~~

위에서 최훈 교수님 얼굴을 봤지만, 이 사진을 보고 누군지 알아보시겠습니까?

 

위 사진은 눈썹이 없을 때와 눈이 없을 때 어떤 쪽이 더 얼굴 인식이 잘 되는지를 위한 실험입니다. 사진으로 한번 본 사람이라 둘 다 알아보기 어렵다구요? 흠... 또 이러심 곤란합니다. 이 실험은 눈썹이 없을 경우 더 알아보기 힘들다는 것을 말하려는 거거든요~~

지금까지 우리는 외모 중에서 얼굴을 중요시하고, 그 중에서 눈에 가장 신경을 쓴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거 누가 모르냐! 다~~~ 안다!굽쇼??? 죄송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이 책의 리뷰를 잘 못쓴 건데요... 최훈 교수님과 출판사에게 더 죄송하군요. 제가 얼굴과 눈에 치중한 이유는 이 책의 제목 때문이었습니다. 얼굴에 혹하는 이유를 찾다보니 뇌의 게으름 때문이고, 얼굴 중에서 눈에 관한 실험을 많이 인용하게 됐네요.

그 외에도 이 책에는 첫인상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수술 안하고도 매력적인 얼굴을 만드는 방법, 타인의 얼굴을 정확하게 기억한다고 착각하는 뇌 이야기(처음엔 게으른 뇌가 나오더니 책 마지막엔 좀 멍청한 뇌가 나옵니다) 등이 있습니다. 아! 급 관심이 생긴다구요? 네~~ 이대로 끝낼 순 없지요! 이 책이 제목처럼 그냥 얼굴에 혹하는 이유가 뭔지만 설명하고 끝낸다면 아마 욕하실 겁니다. 저자는 심리학자입니다. 독자들의 심리를 모를 리 있겠습니까! 뇌과학과 심리학으로 얼굴을 요리조리 뜯어서 독자가 궁금해 하는 것들을 재미있게 풀어놓았으니 부디 제 리뷰가 재미없어도 이 책이 재미없을 거라고 생각하진 마시길 바랍니다.

그래서 매력적인 얼굴을 어떻게 만드느냐구요? 궁금하면 책을 사서 읽어보시면 됩니다! 앗, 지금 얼굴 찡그리셨나요? 저 때문에 짜증 난다구요? 워워워...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각종 얼굴 연구와 실험의 마지막에는 웃음이 나옵니다. 웃음과 관련해서도 여러 가지 연구 결과를 인용하지만 저는 이 말이 가장 기억에 남더군요.

“몸매를 가꾸기 위해, 몸 근육을 잘 쓰기 위해, 힘들어도 참고 견디며 훈련하는데 왜 얼굴 근육 훈련에는 인색한가?”

무릎을 쳤습니다. 몸매를 가꾸는 데는 돈과 시간이 듭니다. 헬쓰장 가야지요, 닭가슴살 먹어야지요, 피곤하고 힘들어도 근육질로 만들기 위해 애를 많이 씁니다. 하지만 얼굴 근육 훈련하는 데는 돈이 들지 않습니다. 특별히 시간을 내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 입꼬리를 귀쪽으로 올리고 눈꼬리는 내려 둘을 만나게 해보세요.

 

네~~ 그냥 활짝 웃으면 됩니다. 하하하! 갑분 웃음치료냐?? 하시겠지요. 책에 다 나옵니다. 웃음 실험한 학자와 연구 사례들이요. 뒤센 미소, 팬암 미소, 이런 이름, 저도 처음 봤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정말 온갖 연구를 다 하더라구요...

저는 이 책이 그래서 좋았습니다. 각종 연구와 실험 사례를 통해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라서요. 그리고 저처럼 얼굴 좀 안 생긴? 사람들도 웃으면 된다는 것을요. 사실 그동안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엔 비웃었고요, 웃음치료는 다 뭐냐, 내가 힘들면 웃고 싶지 않은데 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제 옆에 있는 사람 보며 한 번 웃어줬습니다. 내일도 웃어주려구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분께도 뒤센 미소 팍팍 날려드립니다!! 뒤센 미소가 뭐냐고요? 이 책 읽어보면 아신다니까요~~~

최근에 정서뿐 아니라 표정도 전염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웃음도 착시현상이 있다네요. 무표정하게 있는 사람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환하게 웃고 있으면 그 무표정한 사람도 웃고 있는 얼굴로 보인다는 겁니다. 즉 무표정한 사람의 얼굴이 주위 웃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과 유사해 보였다고 합니다.

저자의 아래 문장을 인용하며 리뷰를 마칩니다.

p.215

옆에 두고 싶은 사람이 있다. 언제나 밝게 웃으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눠주는 사람. 그 사람이 옆에 있으면 나도 밝아지고 힘이 나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어떨까? 다른 이들이 옆에 두고 싶은 사람일까? 당신도 긍정 에너지를 주변에 전염시킬 수 있는 사람이다. 웃자! 밝게!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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