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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테크, 지구가 허락할 때까지 - 지속 생존을 위한 비즈니스 액티비스트 선언
이병한 지음 / 가디언 / 2021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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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원헬스 개념을 알게 되고부터 지구와 생태계를 구하는 것에 대해 부쩍 관심이 생겼다. <EARTH TECH, 지구가 허락할 때까지>는 역사학자이자 ‘EARTH+’ 대표 이병한씨가 지구를 살리는 기술을 만든 4명의 스타트업 CEO를 만나 지구 사업의 현주소와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에 관해 대화를 나눈 내용이다. 지구를 망치는 하이테크(High Tech)에서 지구를 살리는 딥테크(Deep Tech)로 전향한 이들은 마이셀프로젝트 사성진 대표, 마린이노베이션 차완영 대표, 루트에너지 윤태환 대표, 심바이오틱 김보영 대표이다.
"마이셀프로젝트" 사성진 대표는 버섯을 이용하여 대체 고기를 만들고 대체 가죽을 만든다.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손꼽히는 소고기 대량 생산을 줄이고 향후 100억 인구의 식탁을 책임지게 될 주인공이다. 그는 미생물, 이것이 인류를 보존할 히든카드라고 말한다.
공장식 축산의 폐해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뉴질랜드 청정육의 이면, 콩고기를 위한 대두 재배 문제, 배양육과 그린 워싱의 문제 등 새로운 것을 많이 알게 되었다. 나는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고기를 자주 먹는 편은 아니다. 그래도 사성진 대표가 만든 버섯고기의 맛은 궁금하다.
"마린이노베이션"의 차완영 대표는 해조류 추출물로 양갱, 해초 샐러드, 후코이단을 생산하고 부산물로는 달걀판과 종이컵, 종이접시 등을 만들고 있다.
인터뷰 후반에 개인사에 대한 부분도 나오는데 차원영 대표의 딸이 생후 1개월부터 희귀병을 앓기 시작했다는 것을 밝혔다. 차대표는 딸의 질병의 원인을 환경(호르몬)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환경 때문에 다른 아이들도 아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지금 어른 세대가 해결해야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부모가 자식의 병을 낫게 하는 심정으로 지구를 지키고 깨끗하게 후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도 했다.
지구를 위해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일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재활용품 분리수거 잘하고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늘 궁금했다. 지속적인 캠페인 외에 뭔가 더 적극적으로 실천할 방법은 없을까? 마린이노베이션이 해조류를 이용해 만드는 제품들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이런 제품들이 더 많이 만들어지고 알려지면 좋겠다. 이 기업에서 스티로폼이 소재인 바다 부표를 해조류로 만들고 있다하고 항공사부터 아이스크림회사까지 주로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업체에 납품하겠다고도 했다.
이렇게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대체할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이미 있다는 걸 알게 되니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고 지금 사용하는 모든 일회용품이 해조류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이 회사에서 만든 제품을 실제로 본 적이 없고 어디에서 파는지 잘 모른다. 어서 마트 일회용품 코너에 진열된 이런 제품들을 죄책감 없이 골라 카트에 담고 싶다.
“루트에너지”는 온라인플랫폼을 통해 발전소 직접투자, 건설 관리, 관리 운영, 전력 중개 거래를 하는 기업이다. 윤태환 대표는 에너지 사업에 파이낸스와 로컬커뮤니티를 결합시켰다.
태양광과 풍력은 앞으로 더 확장되어야할 에너지 자원이라는 정도만 알았지 일반인인 나 같은 사람에게는 멀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태양빛과 바람이 어떻게 에너지화 되는지도 모르면서 전기를 숨쉬듯 편하게 잘만 쓴다. 이 인터뷰를 통해 태양광에너지에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사업을 하는 업체가 더 알려져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활성화된다면 에너지 생산과 재테크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세계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도 오락가락하는 정책 때문에 지속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계에 나가 상을 받아오면 그린뉴딜정책에 이용하기나 하고 실제 그린뉴딜은 구호만 난무할 뿐 이런 기업들에 실질적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뉴스에 오르내리는 그린뉴딜선언, 탄소감소정책 및 탄소세 같은 기사는 당장에 어떤 변화가 이루어진 것처럼 들렸는데, 현장에서 이런 어려움이 있다니 답답하다. 당사자들은 오죽할까... 현장과 정책의 차이를 누가 줄일 수 있을까?
"심바이오틱"의 김보영대표가 농업용 로봇회사를 창업한 사연은 드라마틱했다. 외교관이 꿈이었던 그가 부다페스트에서 기차를 놓치고 망연자실하게 앉아있을 때 다가와 말을 건 남자와 결혼한후 강원도 평창에 천 여평이 넘는 땅을 개간해 산삼농사를 시작했다. 엔지니어였던 그 남자는 이탈리아 사람이었고 그의 고향 마을에 따라갔다가 이탈리아 사회적 농장에 반해 한국에서도 실현해보고픈 꿈을 꾸게 된 것이다. 현재 심바이오틱은 무인인공지능트랙터를 필두로 다섯 종류의 농업 및 공업용 로봇을 탄생시켰다.
김보영 대표는 인간을 대체하는 로봇이 아니라 인간과 협업하는 시대가 곧 열릴 것이라고 했다. 강원도 땅에서 만들어낸 기술과 작물로 K-테크를 세계에 알리고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고 싶다고 했다. 내가 알고 있는 농업 로봇은 올 초에 읽은 일본소설 <변두리 로켓>에서 나온 논농사용 트랙터가 전부였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열정적으로 농업로봇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는 걸 이번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심바이오틱에서 만든 트랙터는 험한 산지에서도 넘어지는 일 없이 움직인다고 하니 <변두리 로켓>속 그것보다는 훨씬 업그레이드 된 기술인 것 같다. 김보영씨와 남편 토스케티 지안 마리아씨는 농촌과 미래를 위한 생각을 24시간 내내 하면서 사는 사람들이었다. 두 사람의 운명적 만남처럼 그들의 기술이 농업의 운명을 바꿀 날을 기다려 본다.
평소 문학을 즐겨 읽지만 내가 접하지 못하는 지식이나 세상에 대한 책을 찾아 읽으려고 노력한다. 이번 책 <어스테크, 지구가 허락할 때까지>는 기업인을 만난 인터뷰였지만, 관심을 놓지 않고 있던 기후변화 문제, 원헬스 같은 개념들과 연결되는 내용이라서 읽게 되었다. 항상 느끼지만 역시나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게 너무나 많고 멋진 사람들도 많다는 걸 또 절감했다.
이병한 저자가 만난 네 명의 인물들은 공통점이 있었다. 세상을 이롭게 하고 지구를 위하는 일에 헌신하는 태도이다.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부를 축적하고 일신의 영달만을 꾀하는 이가 어디 한둘인가. 그러나 이 책에서 만난 사람들은 높은 이상을 현실에서 이룩하려고 노력하여 어느 정도는 이루어냈다. 단, 그들의 열정적 노력에 비해 정책적으로 뒷받침되지 못하는 부분은 몹시 아쉬웠다. 이렇게 멀리 보는 눈을 가진 사람들의 미래와 지구를 위해 하는 일이 더 잘 실현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