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스타일의 문화사>는 역사책이다. 신발의 역사를 다룬 미시사다. 이 책은 역사 속 신발 문화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저자 엘리자베스 세멀핵이 신발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그는 토론토에 있는 바타 신발 박물관의 수석 큐레이터이자 역사학자다. 캐나다까지 가지 않아도 그의 방대한 자료를 이 책 한 권으로 섭렵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그는 서문에서 신발 관련 이야기는 이 책 한 권으로는 부족하므로 20세기와 21세기 서구 사회에서 사회적 정체성을 나타내는 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샌들, 부츠, 하이힐, 스니커즈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다. 이 책은 신발의 역사와 문화를 짚어내고 종류별, 시대별 핵심적인 신발들의 사진까지 만날 수 있다. 컬러풀한 신발 사진만 봐도 눈이 휘둥그레지며 한 번 신어보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릴 것이다. 장담한다!
이 책은 ‘슈즈 홀릭’이라면 소장각이다. 문화사나 신발 관련 공부를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럼 전공 공부하는 사람이나 신발에 집착하는 사람만 읽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역사책 읽기 좋아하는 사람, 아름다운 것을 보거나 수집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나는 이 책을 글담 출판사 서평단 자격으로 읽게 되었다. 신발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출판사의 책 소개를 보고 바로 서평단에 신청했다.
나는 신발가게 딸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부모님께서 고향을 떠나 부산으로 오면서 차린 가게는 신발가게였다. 내 기억 속에 우리 집은 늘 가난했지만 나는 신발만큼은 부자였다. 그 사실을 몰랐는데 6학년때 쯤인가 친구 집에 갔다가 알게 되었다. 그 친구가 가진 신발이 운동화 단 한 켤레 뿐이라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나는 철마다 다른 종류의 신발을 가지고 있었고, 학교를 갈 때나 외출할 땐 그 중에서 신고 싶은 신발을 골라 신었다. 그 땐 몰랐지만 TPO에 맞춰 신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