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의 눈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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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의 소설을 설명할 때는 하드보일드와 빙산 이론이 언급된다. 찰스 부코스키와 무라카미 하루키가 헤밍웨이 스타일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들은 읽은 적이 있으면서 정작 헤밍웨이의 소설은 <노인과 바다>밖에 읽지 못했다. <여자 없는 남자들>도 하루키의 책을 검색하다가 발견한 헤밍웨이의 소설이다. 이 제목으로 헤밍웨이가 먼저 출간했다. 알게 된 김에 헤밍웨이의 <여자 없는 남자들>을 읽으려고 했으나 완독에는 실패했다. 어려운 건 아닌데 쉽게 읽히지 않았다. 왜 그런지 영문을 모른 채 잊고 있다가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의 <헤밍웨이>를 읽게 되었다. 백민석 작가의 헤밍웨이 작품세계 해제로 손색없었고 그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다.


서두가 길었다. 새움 출판사의 신간 <킬리만자로의 눈>의 서평단 소개에 바른 번역으로 다시 태어났고 <빗속의 고양이>는 기존 작품과의 비교 번역문을 수록했다고 하여 궁금했다. 헤밍웨이의 소설에 제대로 도전해보고 싶어 신청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보니 나의 신청 의도는 책의 출간 의도와 방향이 맞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기존 번역서를 읽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번역자 이정서씨의 말대로 내가 기존 번역의 오류를 발견했다면 모를까, 읽은 적도 없으면서 출간 의도를 책에서 확인해보려고 하다니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그런 의미와 상관없이 헤밍웨이 소설 읽기에 도전해보려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한다. 매끄럽게 읽힌다는 것으로 그 이유가 충분하다. 또 하나, 마지막에 기존 번역과 비교한 <빗속의 고양이>는 번역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을 만하다. 이정서씨는 맥락과 뉘앙스를 살리지 못한 기존 번역 부분을 짚은 뒤 자신의 번역과 비교하고 있다. 이에 수긍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독자도 있을 것이다. 번역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원서만 읽은 후 자신이 먼저 번역해보고 두 번역과 비교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이 소설집에는 6편의 소설이 실렸다. “킬리만자로의 눈의 주인공 작가 해리는 다리 괴저로 킬리만자로 산 기슭에 고립되어 있다.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주인공은 헤밍웨이 자신이다.


킬러들은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전형을 보여주는 소설이며 이는 범죄소설과 느와르 영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소설은 짧은 분량임에도 두 번이나 영화화 되었는데 앞뒤로 새 창작자의 상상력을 덧붙일 수 있기 때문이며 빙산 이론으로 설명 가능하다. 다른 소설들도 마찬가지다.


흰 코끼리 같은 산등성이는 남녀 주인공이 주고받는 대화 속 수술이 무슨 수술인지 명시하지 않고 있기에 독자들은 유추해야 한다. 바로 눈치 챌 이가 있겠으나 해설을 보아야만 고개 끄덕일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앞 부분에서 여자 주인공이 산등성이가 흰 코끼리처럼 보인다고 말하는 내용이 나온다. 수술과 그것의 상징을 알아차린다면 남자의 주둥이를 꿰매버리고 싶을지도 모른다.


미시간 북부에서는 헤밍웨이의 데뷔작으로 여주인공 리즈가 대장장이 짐에게 처녀성을 잃는 이야기(사실은 강간)이다. 고향 마을의 실제 인물을 좋지 않게 쓴 소설이라고, 이 때문에 고향에서는 헤밍웨이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는 소문이 있다.


혁명가는 두 페이지밖에 되지 않는 아주 짧은 소설로 가 만났던 와의 짧은 만남을 서술하고 있다. 가을 산을 좋아해서 국경을 걸어서 넘어가기를 고대했다는 가 시온 근처의 감옥에 있다는 것을 는 들었다. 스위스가 왜 그를 감옥에 넣었는지는 모른다. 독자마다 다르게 상상할 뿐이다.


빗속의 고양이는 해설과 함께 번역 비교가 있기 때문에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역자 이정서씨가 가장 강조한 것은 kitty. 여주인공이 kitty를 원한다고 말하지만 남편은 책만 읽고 있다. 부부가 머무는 곳은 이탈리아의 어느 호텔이다. 비를 맞고 있는 kitty를 발견한 여자가 고양이를 데려오려고 내려갔다가 허탕을 치고 메이드에게 고양이 이야기를 한다. 둘은 이탈리아어와 영어를 섞어 쓰느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다.


마지막 장면, 메이드는 큰 고양이를 들고 서있다. 주인이 갖다 주라고 했다면서. 해설을 읽기 전 커다란 구갑고양이가 뭔가 싶었다. 분명 여자는 kitty를 봤는데 어디서 큰 고양이를? 그런데 그보다 구갑고양이는  처음 듣는 말이었다. 해설을 보니 원문에 ‘big tortoise-shell cat’이라고 되어 있다. 기존 번역에서는 이것을 큼직한 삼색 얼룩 고양이라고, 이 책에서는 커다란 구갑고양이라고 번역했다. 구갑고양이보다는 삼색얼룩고양이가 바로 이해되는데 굳이 왜 잘 쓰지도 않는 단어로 번역했는지... 딴지를 거는 게 아니라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언급했다.


흰 코끼리 같은 산등성이의 남자나 빗속의 고양이의 남편은 정반대인 듯하지만 비슷하다. “흰 코끼리 같은 산등성이의 남자는 사랑이라는 단어로 감싼 사탕발림을 일삼고, “빗속의 고양이의 남편은 말수가 너무 적고 아내에게 무관심하다. 하지만 둘 다 이기적이다. 이 두 소설과 미시간 북부에서의 남자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 기준으로 따지면 욕을 바가지로 먹거나 감옥 가야한다.


헤밍웨이의 초기 단편 소설을 읽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으로 시작해서 장편소설로 넘어가면 좋을 것이다. 혹시 헤밍웨이의 명성을 이해하고 싶어 책을 펼쳤는데 잘 안 읽어져서 실망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가독성이 좋고 헤밍웨이의 문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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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 - 피터에서 피터 2.0으로
피터 스콧-모건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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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로봇공학자 피터 스콧-모건은 가장 잔혹한 병이라고 불리는 불치병, 루게릭 병을 진단받아 2년 시한부 환자가 된다. 하루를 살아도 온전한 자신으로 존재하겠다는 열망으로, 그는 자기 몸을 AI와 융합하기로 결심한다."


김영사 서포터즈 12월 도서 신청을 하면서 위와 같은 책 소개를 읽고 얼른 떠오른 인물은 스티븐 호킹 박사였다. 그런데 이 로봇공학자는 자신의 몸을 AI와 융합해 피터 2.0으로 명명했다고 한다. 인간이 사이보그로 변신? 어떻게 가능했을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과알못 중의 과알못인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 신청하지 말라는 속살거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과학 분야 책은 내돈내산 한 적이 없고, 서평을 써야하는 의무로 읽을 수밖에 없는 강제를 부여해서 겨우 읽어왔다. 당연히 로봇공학자가 쓴 책은 한 번도 읽지 않았다. 이번 달이 마지막 활동이니 도전해보자는 심정으로 <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를 신청했다.


이 책을 선택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하며 내 머릴 쓰담쓰담하며 읽었다. 딱딱하지도 어렵지도 않았다. <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는 로봇공학자가 자신의 몸을 실험한 실화다. 피터는 루게릭병의 진단(2년 여명)을 받고 침대에 누워 병에 지배당해 죽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사이보그가 되기로 한 것이다. 간병인의 도움 없이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위, 결장, 방광에 관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침이 기도로 넘어가 질식하지 않도록 후두절제술을 하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녹음해둔 자신의 목소리를 이용해 합성목소리를 냈다. 가슴에는 스크린을 달아 얼굴을 스캔한 3D 아바타로 감정표현도 했다.


병을 진단받고 수술을 결정하고 일련의 과학, 의학적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기술된다. 한참을 읽다가 어안이 벙벙해졌다. 루게릭병의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데 괴로워하거나 울부짖는 문장이 어디에도 없었다. 이렇게 술술 진행될 수 있었다고? 그동안 읽었던 질병을 겪은 사람들이 쓴 책은, 냄새나고 더러운 장면을 전시하듯 서술하거나 통증 때문에 눈물 쏟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는 루게릭 병증을 나열하려고, 자신의 고통을 전시하려고, 이 책을 쓴 게 아니었다. 십대 때 꿈꾸던 상상이 40여년이 지나 자신의 몸을 통해 현실로 이루어지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니 통증을 호소할 겨를도 필요도 없었던 거다. 그는 자신의 이런 도전이 인류의 번영으로 확장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과학의 궁극적 목표가 개인의 배경과 상황, 포부와 관계없이 모두 번영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고백하자면 나는, 그가 사이보그가 되기 위해 수술을 하는 과정에 대한 의과학적 지식에 대한 설명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 책이 감동적이었던 이유는 그의 러브스토리 때문이었다. 나는 사랑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편이고, 변치 않는 사랑 같은 말은 믿지 않는다. 피터는 프랜시스를 처음 만났을 때 바로 사랑에 빠졌고 40년이 넘도록 그들의 사랑은 변함이 없었다. 평소의 나였다면 이런 사랑 이야기를 읽으며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헌데 사랑에 빠진 피터의 모습이 한눈에 선하게 그려지며 아름답다는 생각마저 들었으니... 나는 피터의 문장에 매료되었다.


이 책은 피터가 루게릭 병을 진단 받고 사이보그가 되어가는 현재와 십대 때의 모습이 교차로 편집되어 있다. 처음엔 의아했다. 자신을 사이보그로 만든 로봇공학자의 이야기라더니 십대 때 이야기는 왜? 그러나 이내 수긍했다. 부유한 집안에서 부족함 없이 자란 이에게서 드러나는 반골 성향, 그 아이러니적 상황에 빠져들어 읽었다. 그는 십대 때 스스로의 성정체성을 발견했고 20대 초반에 만난 프랜시스와 사랑에 빠졌고 평생을 함께 했다


그는 오랫동안 이어져온 억압에 맞서는 삶을 사는 한편 첨단 과학 기술 위에 서서 미래를 살아가는 학자였으며, 주저 없이 자신의 몸을 실험대상으로 삼는 용기있는 인간이었다. 그 누가 이토록 파란만장한 삶을 살 수 있을까. 피터는 최근에 책으로 만난 인물 중에 가장 매력적인 이다. 아래 그의 연설의 일부를 보면 인정하게 될 것이다.


p.313


우리는 모두 무지개를 좇고 망령에서 도망치며 삽니다. 그리고, 그것까지는 좋습니다. 꿈을 추구하고 망령에 사로잡히는 것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측면입니다. 하지만 희망과 공포가 인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니죠. 중요한 것은 그런 희망과 공포 앞에서 어떻게 행동하느냐입니다. 그것이 인간다움을 정의하고, 나아가 인간이라는 존재의 진정한 의미를 정의합니다.

(……)

우리가 무엇보다 명심해야 할 점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절망과 공포를 느낄 때 어떻게 행동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럴 때는 세상의 규칙을 파괴하고 운명에 맞서십시오. 그렇게 하면 기적처럼 우주의 이치를 바꿀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과학 분야로 분류되어 있을 것이다. 과학 책은 아예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선택되지 못할까봐 우려된다. 소설이라면 더 믿을 수 있음직한 내용들이 거침없이 펼쳐지는 <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는 문학 장르만 읽는 독자들에게 주저 없이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성소수자로서 영국에서 최초의 역사를 썼고, 스스로 사이보그가 된 인간 1호 피터를 만나 과학과 철학, 그리고 인간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눠보길...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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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넥스트 스텝 2023-2025 - 긴축의 시대에 살아남는 투자 전략
이종우 지음 / 김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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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넥스트 스텝 2023~2025>라는 책 제목만으로는 내용이 쉬이 가늠되지 않는다. 애널리스트 이종우라는 사람을 알고 있는 독자라면 그가 이 책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감이 올 것이다. 나는 저자를 전혀 모른 채 읽었는데 소개 멘트가 책 내용 요약으로 딱이다.


주식시장에 각인된 DNA를 읽고 대 침체의 시간을 견뎌라!

어두운 시간이 지난 후 시장을 지배할 새로운 주제를 찾아라!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쓴 유명한(아는 사람은 다 알고 모르는 사람이 처음 들으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할) 문장에서, 코스피가 3000이상을 찍을 때 네이버 주식을 40만원에 산 나는 찢어지는 가슴을 움켜잡았다.


주식 투자를 처음 하는 사람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주가가 높을 때 사서 낮을 때 팔지 말라는 말이다. 처음 들으면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가 싶고, ‘사람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고 말하지만, 고점에서 주식을 사서 저점에서 내다 파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싸게 보이니 사고, 반대로 하락하면 할수록 주가가 비싸 보이니 팔기 때문이다.


주식 생초보인 내가 코스피 고점을 찍던 작년에, 정말 우연찮게도 여윳돈이 조금 생겨 주식이란 걸 사보았다. 그런데 지금은? 40만원이었던 네이버 주식이 16만원에서 18만원 선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 아니 어리석지는 않은 건지? 네이버 주식을 아직 들고 있다. 증권 계좌에 자주 들어가 보지도 않으면서 다시 40만원대까지 오르기는 할까? 전전긍긍 하기만 한다. 나 같은 사람 포함 향후 3년간 주식시장의 미래가 궁금한 사람, 주식 투자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이종우의 넥스트 스텝 2023~2025>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주식시장의 DNA에서는 미국, 중국, 한국 주식시장의 특징을 역사를 통해 정리해 보여준다

2장 무엇이 주식시장을 움직이는가는 섣부르게 주식을 사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하고 싶은 내용이다. 그렇다. 작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그런 얼치기 같은 짓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땐 주식투자를 장밋빛으로 그리는 책들만 쏟아져 나왔었다. 특히 이 장에서는 금리의 변동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초저금리에서 현재의 금리까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짚어주어 이해가 쉬웠다. 이 책 전반에 걸쳐 금리에 대한 내용이 계속 언급되기 때문에 금리와 주가의 상관관계를 알 수 있었다. 2장의 두 번째 챕터의 주요 내용을 인용한다.


☞ 초저금리 시대의 종언

- 초저금리 시대에는 이자의 개념이 무너진다.

- 금리가 바닥을 지났으므로 다시 0%대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 합리적으로 볼 때 3%대에서 금리의 균형점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 2022년의 금리 상승은 경기와 상관없이 인플레를 막기 위한 고육책이다.

- 앞으로 상당기간 주식시장은 유동성이 줄어드는 상황을 견뎌내야 한다.



3장 가까운 미래는 한국의 주식시장이 계단식 흐름을 보여온 역사를 1장에 이어 다시 정리하며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2024년 이후에는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4장 변화하는 투자 패러다임에서는 9종류의 성장주를 제시한다. 가장 마지막 챕터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는 앞서 과거의 통계를 이용한 정리에 지친 독자에게 숨통을 틔워준다.


사실 나는 1~3장을 읽으며 시원답답했다. 이렇게 주식시장의 흐름이 깔끔하게 정리한 내용을 읽으면서 머릴 쿵쿵 쥐어박았다. 미리 알았다면 그런 무모한 짓은 하지 않았을까? 한편 내가 어떤 상황 속에서 무슨 짓을 한 건지 정확하게 알게 되어 속시원했다. 4장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9가지 성장주 설명은 유익했다. 나는 뒷북치는 심정으로 읽었지만 주식투자를 시작하려는 이들은 이 책을 먼저 읽기를 권한다. 아래 인용하는 머리말 일부를 보면 왜 추천하는지 알 것이다.


이 책에서는 과거 주식시장의 사례를 분석해 실제 상황에 적용할 수 있게 했다. 오늘날 주식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과거 유사한 사례가 있었던 사건들이다. 시간이 지나고 기술이 발전해도 공포와 탐욕이라는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같은 상황에 처하면 유사한 행동을 한다. 그래서 과거 유사한 사례를 살펴보면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대강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비롯해 주요 선진국 주식시장까지 범위를 넓혀 사례를 분석하고, 투자자들이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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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카페에서 우리가 만난다면
황주리 지음 / 파람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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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만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소설 <바그다드 카페에서 우리가 만난다면>에서는 가능했다. 문학, 영화, 음악 등으로 표현하는 사랑의 은유를 읽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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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카페에서 우리가 만난다면
황주리 지음 / 파람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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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만난 적 없으면서 편지만 주고받았는데 사랑에 빠진다? 웬 펜팔시절 이야기인가 할 것이다. 보고 싶으면 바로 만나면 될 터이다. 만약 멀리 떨어져 있다 해도 1분, 아니 수초 안에 문자로 소통 가능한 세상이다. 얼굴이 보고 싶으면 영상통화를 하면 된다. 이런 시대에 편지로 사랑하는 서간소설이라니! 소설 <바그다드 카페에서 우리가 만난다면>은 오히려 그래서 관심이 갔다.​​

이야기는 오래전 뉴욕의 한 화랑에서 스쳐 지났던 두 사람이 SNS에서 다시 만나 대화를 이어가며 전개된다. 화가와 의사라는 이질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이 서로를 신뢰하고 속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촉매가 되었던 건 영화 〈바그다드 카페〉다. 이후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게 되지만, 단 한 번의 만남도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위 출판사 책 소개를 보고 서평단에 신청했다. 급하게 만나고, 즉각적 소통이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닌 듯 치부하는 시대에 이런 소설을 쓴 이가 누구일지 궁금했다. 작가는 화가이면서 소설을 쓰는 황주리씨이고 소설 속에 실린 그림 몇몇은 소설 장면이 바로 연상되었다. 이런 소재의 소설이 요즘 독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조금은 우려스러웠다. 그러나 나는 작가가 꾸며낸 그 가상의 세계가 마음에 들었고, 두 주인공의 편지를 인상 깊게 읽었다.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 외과 의사가 뉴욕 소호의 어느 화랑에서 인사만 나누었던 한국인 여성 화가의 그림을 사게 된다. 그 뒤로 몇 번 화랑을 찾았지만 그녀를 다시 만날 순 없었고, 그 즈음 영화 〈바그다드 카페〉를 보다가 그녀가 생각났다. 영화 속 여성 주인공과는 어떤 접점도 없는데 왜 어눌한 영어로 인사 몇 마디 나눈 한국 여성을 떠올렸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페이스북에서 본 박경아가 그때 그녀임을 확인하고 긴 편지를 보낸다. 그 남자 A는 당시의 상황과 영화 〈바그다드 카페〉를 연결해 이야기를 이어나가는데 현재는 테러가 일상인 아프가니스탄에서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의 편지에 박경아도 답장을 보냈고 이제 그들의 편지왕래가 시작된다.

나는 영화 〈바그다드 카페〉를 본 적도 없으면서 각종 미디어에서 소개하거나 인용한 것만을 보고 듣고선 마치 본 것마냥 느끼고 있었다. 주제음악도 익히 알고 있었다. 이 책에서 주인공 남녀가 영화 내용을 언급할 때마다 고개 끄덕이며 동조했다. 그러나 한편 그들의 심정이 다 공감되지 않는 미진함은 두 주인공과의 거리감을 만들었다. 아마 영화를 본 사람이 이 소설을 읽는다면 한층 몰입감을 느낄 것이다. 책을 다 읽은 후 꼭 영화를 보고 리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건만 주말 이틀간 지방에 다녀오느라 영화를 못 봤고 결국은 그냥 리뷰를 쓰게 되었다.

서로 아는 사이라고 할 수도 없고,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 한번 나눠본 적 없는 남녀가 어떤 말을 주고 받으면 감정의 교류가 일어날까. ‘그들은 이러이러하게 사랑의 감정을 갖게 되었답니다’ 라고는 쓰지 못하겠다. 내가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니 여기까지의 소개로도 책 내용이 궁금하다면 읽어보길 추천한다. 대면한 적 없는 사람들이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설정이 억지스럽다고 생각한다면 역시 읽어보길 권한다.

이 소설 속 남녀의 감정에 공감하기 어렵다고 할 독자들도 있겠으나 나는 납득이 되었다. 예전에 지인에게서 목소리(전화 통화)만으로 사랑에 빠진 사람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사연을 들을 당시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처음 남자의 목소리를 들은 여성은 자신이 그에게 반응한 것에 깜짝 놀랐지만 이내 그들은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여기서 놀라운 건 그들의 첫 통화는 일 때문에 연결된 것이었고 전혀 낯모르는 사이였다는 사실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예전에 들었던 그 이야기가 오버랩 되었고, 그들과 소설 속 편지를 주고 받는 남녀 모두 이해가 되었다. 소설 속 남녀가 쓰는 편지 내용은 영화 <바그다드 카페> 이야기와 자신의 생활, 전배우자, 그리고 테러(혹은 전쟁 같은 일상)에 대한 것들이다. 이 소설의 장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자신의 이야기와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테러, 책이나 작가의 이야기가 이렇게 자연스레 연결되니 말이다. 그리고 같은 사안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나누며 책의 문구나 유명인의 말을 빌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그것은 고도의 은유다. 남자가 자신의 감정을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남자가 만약 소호거리에서 다시 만났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가정의 뒤에 소세키의 소설 <마음>의 한 구절을 인용한다.

‘죽기 전에 단 한 사람이라도 믿어보고 죽고 싶다. 당신이 그런 사람이 돼줄 수 있습니까?’

이 편지에 대한 답으로 여자는 이렇게 시작한다. ​​

당신의 편지를 읽고 내내 이 구절이 마음속에 맴돌았어요. “죽기 전에 단 한 사람이라도 믿어보고 싶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할 만큼 과연 운이 나빴던 걸까?


과연 우리는 믿어보고 싶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걸까? 여기서 믿어보고 싶은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바꾸어도 무방하다고 생각하며 읽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여자의 편지 내용은 너무나 흔해서 당연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믿는다는 건 나에 대한 그 사람의 정절, 혹은 세상의 모든 것을 같이 공유하는 그 많은 믿음에 관한 수많은 정의겠지요.

(……)

사랑이란 믿음이라기보다는 그냥 주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비가 오면 우산을, 감기 걸리면 감기약을, 따뜻한 이부자리와 먹음직한 빵과 고기를. 이 유물론의 한 가운데서 물질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음을 벗어날 수 없는 우리들 인간의 사랑입니다.



정말 그렇지 않은가. 우리는 사랑하면 뭐든 주려고 한다. 마음보다는 물건을 줄 때 더 뿌듯함을 느끼고, 명품백이나 보석을 받으면 그만큼 사랑받는다고 여긴다. 헌데 이들의 사랑은 어떤가? 아무 것도 주고 받을 수 없는 관계인 이 남녀의 사랑은 어쩜 무의미 그 자체다. 여자가 쓴 저 문장이 품은 역설은 편지로만 사랑을 나누는 둘이 지독한 모순 속에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그러니 사랑하면 무엇이든 주고 싶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속물적이니 뭐니 해도 말이다.

소설 말미에는 페소아의 <불안의 책>이 여러 번 인용되고 있다. 남자는 이 책을 여자의 편지를 읽듯 아껴서 읽고 있다고 말한다. ​​

<불안의 책>을 펼치니 밑줄을 쳐 놓은 구절 중에 이런 구절이 눈에 띕니다. “나는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도 나처럼 이길 수 없는 전쟁에 깃발도 없이 참전한 군대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내가 지금 딱 그런 기분이네요. 이길 수 없는 전쟁에 깃발도 없이 참전한 군대 속의 탈영병, 이제 나는 군복을 벗고 모하비사막으로 달려가 당신과 함께 ‘바그다드 카페’를 운영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문득 이 행복한 꿈이 진짜 현실로 바뀔 것만 같은 기분 좋은 저녁입니다.


테러가 만연한 곳에서 탈영병이 된 것만 같은 심정이 든 어느 날, 남자는 그녀와 카페를 함께 하는 꿈으로 현실을 잊는다. 남자는 여자의 손을 꼭 잡아보는 상상을 하고, 그녀를 만나러 한국에 가볼까 마음을 먹기도 하면서 그녀와 함께 하는 일상을 꿈꾼다. 남자는 편지 말미마다 희망을 드러내지만 실천은 한 번도 하지 못한다. 서로의 목소리조차 들어보지 못한 채 둘의 편지는 종료된다. 100세까지 편지를 쓰며 살 수 있을까 예상해본 여자의 기대가 무색하게...



남자는 마지막 편지에서 <불안의 책>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이렇게 마무리한다.​​

“더 좋은 시절의 왕자여. 나는 한때 당신의 공주였고, 우리는 다른 종류의 사랑으로 서로를 사랑했다. 그 기억은 지금도 나를 아프게 한다.”

그 길고 지루하고 끝이 없는 우리들 인생의 불안을 묘사한 ‘불안의 책’ 속에서 나는 많은 위안을 느꼈다는 걸 고백합니다.

(……)

나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아니 당신을 위해 기도합니다. 한순간도 신을 믿지 않았던 나는 이제야 신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합니다. 어쩌면 정말 신은 나를 위한 당신의 기도로 인해 존재할지도 모르니까요.



무신론자인 나도 기도를 할 때가 있다. 특정한 어떤 신에게 빌지는 않지만 누군가를 위하는 심정이 클 때는 기도라는 형식을 쓴다. 남자는 신을 믿지 않았으나 마지막 문장에서, ‘나를 위한 당신의 기도로 인해’ 신이 존재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당신의 기도’에 방점을 둔 문장이 신의 존재보다 더 중요한 의미인 셈이다.

편지만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힘들다고 본다. 그러나 이 소설 <바그다드 카페에서 우리가 만난다면>에서는 가능했다. 문학, 영화, 음악 등으로 표현하는 사랑의 은유를 읽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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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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