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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쁘다 - 나태주 교과서 동시
나태주 지음, 나민애 엮음 / 열림원어린이 / 202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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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쉽게 쓰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한 시인이 있었고,
버려진 채 빛나는 마음의 보석들을 그냥 줍는 것이 시라고 한 시인도 있습니다.
독자로서 저는 시가 어려웠습니다.
학창시절 국어시험 때 만난 시가 쉽고 아름다웠을 리 없고,
어른이 되어 시집을 펼쳤을 땐 무슨 말인지 당최 알 길이 없어,
시가 이리도 어려운 것인가 했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한 눈에 그려집니다.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벙싯거립니다.
시인은 울렁거리는 어린이의 마음으로 시를 썼다고 말합니다.
울렁거리는 마음이 시집 <이쁘다>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가닿기를 바란다 고 했습니다.
시집 <이쁘다>는 ‘나태주 교과서 동시’라는 부제를 달고 봄에 어울리는 진분홍 표지를 입고 나왔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시들 중 교과서에 수록된 시와 학생들이 읽기를 바라는 시들을 골라 엮었다고 합니다. 나태주 시인과 그의 딸 나민애 교수가 함께 골랐고 모든 시에 나민애 교수의 해설이 실려있습니다.
어렵지 않은 시에 무슨 해설을 붙였다는 말인가 의아할 것입니다. 해설이라해서 그리 거창하지는 않습니다. 시인의 마음을 짚어보고, 시인 가족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나민애 교수는 평론가라기 보다는 딸의 입장에서 시를 들여다봅니다. 그러니 어려울 일이 없지요. 시 쓰는 아버지, 아내를 향한 사랑이 충만한 남편, 아이들과 자연을 사랑하는 할아버지 시인이 시 속에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될겁니다.
이 시집은 학생들이 혼자 읽어도 무방합니다. 내 얘기인가 할 법한 시어들이 우르르 나와 춤을 추고, 내 마음을 시인할아버지가 들여다본 게 아닐까 고개 갸웃거리다, 해설을 읽으면서는 시인 가족의 모습을 절로 그리게 될 것입니다.
저처럼 나이 많은, 시는 어렵기만 하다고 투덜거리는 사람이 읽어도 좋습니다. 시도 해설도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멋대로 상상의 나래를 펴도 될 것 같습니다.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 지 너는 몰라도 된다’ 를 읽다가, 중학교 때 짝사랑했던 선생님을 떠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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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에게 ‘그저 눈부신 사람’은 50년이 넘도록 아내뿐이었다는데 내게 눈부신 사람은? 생각해봅니다. 곧 생일이 다가오는 아들의 얼굴이 떠오르네요...
“엄마 마음”이라는 시가 꼭 제 맘 같습니다.
이런 엄마의 마음을 아들이 알리 없겠지요. 몰라준다고 서운해 할 일도 아니고, 알아 달라 눈치 줄 일도 아닙니다. 한 때 내 몸안에서 같이 뛰던 심장이 홀로 밖에 나가 뛰어다니느라 힘들 걸 알기에 어미로서 무탈하기만을 두 손 모아 기도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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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쁘다>라는 시집을 읽으면 시가 더 이상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길거리나 사람들 사이에 버려진 채 빛나는 보석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지려면 계속 시를 만나고 읽는 것 외에 다른 방도는 없을 듯합니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