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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셸비 반 펠트 지음, 신솔잎 옮김 / 미디어창비 / 202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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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어떻게 될까? 미국의 한적한 소도시 소웰베이에 있는 아쿠아리움은 당장 문을 닫아도 별 문제가 없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말 문을 닫게 된다면? 당장 그곳에 있는 문어 마셀리스를 비롯하여 아쿠아리움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은 어쩌나? 바다로 보내질까? 안락사 당할까? 거기에서 일하는 인간들도 실업자가 될텐데... 이처럼 제목만으로 궁금증이 일게 만드는 소설이다. 허나 책을 읽다보면 걱정을 조금씩 조금씩 내려놓게 될 것이다. 그 이유를 쓰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으니 책 소개를 간단하게 하겠다.
이 책은 ‘셸비 반 펠트’라는 미국 소설가의 첫 작품으로 작년 5월에 출간 즉시 미국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내가 받아서 읽은 책은 출간 전 편집 가제본으로 절반이 조금 넘는 정도의 분량이라 결말을 알 수가 없어 아쉬웠다. 구성은 문어 마셀리스가 말을 하는 부분이 짧게 나온 뒤 3인칭 시점으로 인간들의 삶이 서술된다. 마셀리스가 말하는 부분에서 ‘감금 OO일 째’라는 소제목을 달았는데 문어의 평균수명인 4년에서 160여 일 남은 날로부터 카운팅 되어 있다. 그러니 이 소설은 필연적으로 마셀리스의 죽음, 어쩌면 해방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셈이다. 과연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고 마셀리스는 안락사가 될 것인가, 아니면 끝을 예감하고 그동안 연습해왔던 방법을 이용해 바다로 갈 것인가. 토바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토바는 아쿠아리움의 청소를 담당하는 70대 할머니다. 그녀의 남편은 몇 년 전 췌장암으로 죽었고, 30여년 전엔 아들도 죽었다. 토바는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이고, 무엇보다 마셀리스와 소통이 가능한 인간이다. 그런데 발목을 다치는 바람에 아쿠아리움에서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 자리에 임시직으로 온 사람이 30대 남성 캐머런이다.
캐머런은 엄마의 졸업 앨범에서 웬 남자와 어깨를 겯고 찍은 사진을 본 후 그 남자가 분명 자신의 아버지일거라고 확신한다. 그 남자는 이름 난 부자이기 때문이었다.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그 사람을 찾아나서는데 바로 소웰베이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정 많은(어쩌면 오지랖 넒은) 동네 사람들의 배려로 캐머런은 임시로 수조 청소를 포함한 잡일을 하게 된다.
그런데 문어 마셀리스는 캐머런이 온 첫 날, 그의 걸음걸이가 낯설지 않다는 것을 포착한다. 문어는 심장이 세 개이고, 사람의 지문을 분별할 만큼 똑똑하여 인간의 지능을 얕잡아 본다. 몸이 아주 유연하여 좁은 구멍으로 들락거릴 수 있다. 그런 마셀리스가 이 가제본의 마지막에서 하는 말에 놀랐다. 캐머런이 토바의 직계 자손이라고 하는 게 아닌가. 아직 둘의 어떤 접점이 나오지 않았는데...
이 소웰베이라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이웃의 집에 숟가락이 몇 개가 있는지 알만큼 인정이 많은 사람들이다. 이런 표현을 쓰면서도 굉장히 올드하고 진부한 느낌이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에선 거의 사라진 이러한 분위기가 미국 어느 작은 동네에선 자연스레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이 색다르게 보였기 때문이다. 남의 일에, 게다가 자기 동네에 처음 온 낯선 사람에게 저렇게 친근하게 대하고 챙겨줄 일인가 말이다. 배타적이고 보수적인 사람들이 오히려 그럴 수 있다는 걸까. 아니면 마셀러스가 한 눈에 알아보았듯 캐머런에게서 낯설지 않은 어떤 느낌을 받았던 것일까.
절반 정도 분량의 가제본이라 토바와 캐머런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전에 끝이 나버려 아쉽다. ‘<파이 이야기> 이후 이렇게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목소리를 지닌 책은 처음’이라는 찬사를 보고 기대하며 읽었다. <파이 이야기>를 경이롭게 읽으며 놀랐던 나로선 이 책이 그정도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뒷이야기를 꼭 읽어보고 싶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재공받아 작성했습니다**